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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S의 핵심 재미 외에 다 덜어냈다, 데이비드 킴 ‘배틀 에이스’

조회수 1447 | 루리웹 | 입력 2024.1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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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한때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게임사였으며 특히 우리나라와 뜻깊은 관계로 맺어진 바 있다. 그렇기에 2020년 전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회사를 떠난 이들을 향한 관심도 이례적으로 뜨겁다. ‘벤서방’ 벤 브로드의 세컨드디너가 ‘마블스냅’으로 순항 중이고 ‘마사장님’ 마이크 모하임 역시 드림헤이븐을 설립해 최근 산하 스튜디오서 ‘선더포크’를 공개한 바 있다. 그리고 여기 ‘DK’ 데이비드 킴이 자리잡은 언캡드 게임즈가 있다.


텐센트 자본으로 설립된 언캡드 게임즈는 현재 데이비드 킴뿐만 아니라 ‘미스터 잭’으로 더 유명한 루크 만치니 등 블리자드 출신 베테랑이 다수 합류한 상태다. 이들은 스스로 장기를 살려 RTS ‘배틀 에이스’를 개발 중인데, 놀랍게도 데이비드 킴 본인의 대표작 ‘스타크래프트 2’와 정반대 게임성을 지향한다. 전통적인 RTS서 자원 관리, 기지 확장, 병력 운용이란 핵심 메커니즘만 발라내 한 경기당 평균 10분 내외로 끝나는 빠르고 간편한 작품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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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게임이 빠르고 간편하다고 그 깊이까지 얕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먼저 50여 종의 유닛 가운데 여덟 개를 골라 덱을 짜고 소형 < 범위 < 대형 < 대(Anti-)대형의 상성 관계에 따라 전략적인 수싸움이 펼쳐진다. 맵은 적진과 지척일 만큼 자그맣고 자원을 캘 일꾼은 자동 생성되며 선택한 유닛 역시 지체 없이 출동한다. ‘RTS의 핵심 재미를 느끼는 데 정말 필요한 요소인가?’라는 잣대를 여태껏 구축된 장르 문법 전반에 들이대며 철저히 덜어낸 결과다.


지난 6월 진행된 1차 BETA가 게임의 기본 골조는 튼튼한지 검증할 기회였다면 다가올 2차 BETA는 어느 정도 라이브 서비스의 가능성을 타진할만한 만듦새다. 패스형 보상 체계인 워패스와 플레이어 아이콘, 배너 등 꾸밀 거리가 생기고 2vsAI 모드도 추가된다. 또한 저티어 대형 유닛이 없어 범위가 무조건 유리하던 메타가 가르강튀아의 등장으로 해결될 전망. 이처럼 ‘배틀 에이스’는 시즌제로 운영되며 계속해서 신규 유닛이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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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스타크래프트 2’ 개발자가 주축이 된 프로스트 자이언트서 전통적인 RTS에 가까운 ‘스톰게이트’를 선보인 반면, 데이비드 킴은 과거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배틀 에이스’로 방향을 틀었다. 자못 의외라 생각될지 모르나 사실 그가 유명한 ‘클래시 로얄’ 코어 플레이어란 점을 고려하면 현 상황이 맞아떨어진다. 과연 ‘배틀 에이스’가 ‘마블 스냅’에 이어 또 하나의 탈(脫) 블리자드 성공 사례가 될지, 데이비드 킴과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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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모로 마니아 장르로 전락한 RTS의 회생 방안이 뭘까 고민한 듯하다


: 우리의 목표는 ‘스타크래프트 2’가 정말 재미있었으니 비슷한 게임을 만들자! 가 아니다. 블리자드를 예로 들자면 ‘하스스톤’에 가까운 접근법이다. 해당 장르의 대표작, 그러니까 ‘매직 더 개더링’서 지루한 부분을 덜어내고 간소화하여 장르적 재미만 극대화했다. 덕분에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면서도 장르 마니아 역시 깊이 빠져드는 카드 게임이 됐다.


기존 RTS가 마니아 장르가 되어버린 이유는 너무 배우고 연습해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게임의 전략성을 제대로 즐기려면 몇 년씩 연습이 필요하다. 이에 ‘배틀 에이스’는 ‘하스스톤’처럼 부담 없이 입문하여 곧장 전략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와 동시에 RTS 코어 플레이어들도 좋아할만한 작품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 교전 외에 정찰, 생산 과정이 축소되면 소위 피지컬 싸움이 심화되는 것 아닌지


: ‘배틀 에이스’에 덱빌딩 시스템을 넣은 가장 큰 이유는 모든 게이머가 저마다 원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 2’처럼 정밀한 유닛 컨트롤로 승리를 거머쥐겠다면 그런 유닛들로 덱을 짜면 된다. 반대로 컨트롤은 피곤해서 싫은데 상성 체계에 밝고 언제 어떻게 확장할지 시기를 잘 본다면 그런 덱으로도 최고가 될 수 있다.


내가 참여하긴 했어도 ‘스타크래프트 2’는 워낙 어려운 게임이라 유닛 컨트롤을 못하면 특정 종족으로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래서 개발팀에 누가 새로이 들어와서 ‘스타크래프트 2’를 배웠을 때 실제로 잘하게 된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반면 ‘배틀 에이스’는 우리 팀에 개발자 한 분이 RTS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지난 BETA서 고수 반열에 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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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에 따라 덱을 짜는 것도 실력의 일부이며 외부 전략이다, 라 말하기도 했다


: 전통적인 RTS에는 수많은 전략 요소가 존재한다. 그러나 출시되고 몇 달쯤 지나면 전략성은 희미해지고 APM(Actions Per Minute)과 정확성을 겨루는 형국이 된다. 일례로 ‘스타크래프트 2’서 저그 VS 테란일 때 거의 무조건 어떤 유닛을 어느 시점에 만들어 싸우는지 정해지지 않나. 반면 ‘배틀 에이스’의 경우, 매 시즌 신규 유닛도 넣고 굵직한 밸런스 조정을 통해 게임의 메타를 바꿔갈 것이다. 그럼으로써 손은 느려도 전략적인 판단에 능한 게이머가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게 좋은 RTS라 본다.


다시 블리자드를 예로 들자면 ‘하스스톤’은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작위성이 정말 많이 작용하는 게임이다. 그 반대편 극단에 ‘스타크래프트 2’가 있다. 이쪽은 무작위성이 거의 없고 오직 실력만이 승패를 결정 짓는다. 어쩌면 그 중간 지점에 진짜 즐거운 RTS가 존재하지 않을까. 우리로서도 아직 확신은 갖지 못하기에 진짜 즐거운 RTS가 무엇일까,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배틀 에이스’ BETA인 셈이다.


● 지난 6월 진행된 BETA 반응은 어땠나, 내부적인 기대치에 도달했는지 궁금하다


: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애초에 대규모 BETA가 아닌지라 이거 출시하면 대박 나겠는데? 하고 성공을 단정짓기 힘들다. 다만 긍정적인 신호는 받았다. 가령 GSL(Global StarCraft 2 League) 캐스터였던 알토시스란 친구가 있는데, 자신은 ‘스타크래프트 2’도 괜찮지만 역시 ‘브루드 워’가 최고라 주장하는 올드스쿨 RTS 플레이어다. 그런 알토시스가 초청 테스트 당시 식사도 거르며 줄곧 ‘배틀 에이스’를 즐겼다. 나로서도 진풍경이라 그에게 “넌 우리 게임을 별로 안 좋아할 줄 알았다”고 물었더니 “그러게, 나 같은 사람은 안 좋아할 법한데 왜 이렇게 재미있지”라 답하더라. 즉 초심자뿐 아니라 코어 플레이어도 빠져들만한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에 다가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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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vs1과 2vs2 모드를 함께 테스트했는데, 반응에 따라 한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지


: 내 편견일 수 있지만 신생 스튜디오고 IP니까 좀 더 RTS 코어 플레이어 위주로 BETA에 참여하지 싶다. 그러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1vs1 모드를 더 많이 플레이하더라. 다만 ‘스타크래프트 2’ 프로 출신이나 전문 스트리머에게 1vs1보다 2vs2가 훨씬 재미있다는 피드백도 의외로 많이 받았다. 따라서 1vs1과 2vs2 중 뭐가 더 나은가 고민할 시간에 두 모드를 다 완벽히 지원하려 노력할 것이다.


가령 신규 유닛을 추가할 때 어떤 건 1vs1에, 또 다른 건 2vs2에 적합하다든지. 게임 밸런스를 맞출 때 아예 1vs1, 2vs2를 조금 다르게 조정한다든지. 기존 RTS는 대부분 1vs1만 쓰이고 나머지는 지원받지 못해 버려지는데 사실 다른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줄곧 생각해왔다. 그래서 개발 초기부터 앞으로의 라이브 서비스까지 1vs1와 2vs2를 좋아하는 게이머 모두 문제없이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 미니맵에 확장 여부와 지점이 공개되니 난감한 상황이 많더라. 의도한 바가 맞나


: 의도한 바가 맞다. 앞서 무작위성이 강한 ‘하스스톤’과 실력 본위의 ‘스타크래프트 2’의 중간 지점을 노린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사실 개발 초기만해도 상대편 멀티 상황이 보이지 않았는데 무작위성이 지나치게 커지더라. 멀티 위치를 모르니 정찰도 늦어지고 적이 어떤 테크를 탔는지 몰라 속절없이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조금씩 무작위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옮겨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경기 시작 전 몇 초간 서로 덱을 볼 수 있는 기능을 넣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지난 BETA서 일단 킹크랩을 뽑고 상대가 멀티를 우선했다면 쳐들어가 승리하는 ‘날빌’이 횡행했다. 그렇게 손 놓고 당하는 경기를 줄이자는 기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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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 본진을 강제 공격했음에도 자꾸 AI가 시키지도 않은 대응 사격에 나서던데


: 그건 사실 옵션 메뉴서 변경 가능하다. 한국어로 뭔지 기억나지 않는데 ‘Enable Focus Fire’을 켜면 기존 RTS와 동일한 감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해당 기능이 들어간 까닭은 RTS 초심자 내지 무경험자들의 유닛 AI 이해도가 다소 낮기 때문이다. 그냥 적진에 ‘어택땅’만 했어도 이기는 상황인데 건물을 치다 패배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RTS 코어 플레이어가 보기에 좀 희한한 기능이나마 넣게 됐다.


물론 게임이 처음 켜질 때 RTS에 대한 숙련도를 확인하거나 ‘Enable Focus Fire’ 옵션을 원하는지 직접 묻는 방식도 테스트했다. 그랬더니 RTS는 해보지 않았지만 스스로 뛰어난 게이머라 자부하는 분들이 옵션을 다 켜놓고 앞서 이야기한 문제를 또 겪더라. 솔직히 아직도 어느 쪽이 더 나은 해결책인지 모르겠다. 모쪼록 금번 BETA를 통해 명쾌한 답을 찾아내면 좋겠다.


● 매 시즌 신규 유닛이 추가된다면 장기적으로 밴 혹은 로테이션이 필요치 않을까


: 물론 고려할 봄직한 시스템이다. 다만 우리는 블리자드나 슈퍼셀처럼 앞으로 5~10년 후까지 게임이 성공적이고 많은 유저들이 즐긴다면 어떤 문제가 터지겠구나, 계산하며 모든 걸 준비할 수 없다. 우리 같은 신생 스튜디오와 IP가 5~10년 후에나 불거질 문제를 벌써부터 고민하는 건 사치다.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며 1년차, 2년차, 3년차마다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는 편이 상책이다.


● 시즌이 바뀔 때 추가되는 건 유닛 뿐인가. 신규 맵이나 어픽스를 기대해도 될지


: 모든 가능성은 열어뒀으나 맵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건 사실이다. 이제껏 수많은 맵을 테스트했는데 그때마다 유닛 밸런스가 너무 흔들렸다. 이 맵에선 그저 그런 유닛이 저 맵에선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더라. 맵 추가야 못할 건 없는데 완전히 새로운 지형까진 어렵지 않나 싶다. 대신 어픽스 추가는 긍정적이다. 내가 ‘하스스톤’ 전장 모드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처럼 게임 본편의 코어 메커니즘을 공유하는 이벤트 모드를 매 시즌 시도할까 싶다. 그러다 반응이 아주 좋으면 정규 모드로 도입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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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까지 기본적인 세계관만 잡아둔 상태다. 스토리 콘텐츠는 만들 계획이 없나


: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까진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개발사가 흔치 않았다. 그래서 전통적인 RTS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하나의 패키지에 담아 선보일 수 있었다. 당장 ‘스타크래프트 2’를 봐도 캠페인과 PvP 그리고 협동전 임무가 완전히 다른 콘텐츠라 봐도 좋을 정도다. 반면 지금은 좋은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나 팀이 엄청나게 많아졌고 그만큼 경쟁이 극심하다. 이제 하나의 콘텐츠를 진짜 재미있게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선례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블리자드의 경우 ‘하스스톤’, ‘오버워치’가 대표적이고 라이엇 게임즈는 모든 작품이 그러하며 한국의 ‘PUBG’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날 성공하는 게임들 거의 전부가 이러한 개발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우리도 ‘배틀 에이스’의 코어 메커니즘이 진짜 재미있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열심히 개발하는 게 목표다. 그 후에야 게이머 여러분이 원한다면 캠페인이나 또다른 모드를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마침 한국에선 ‘배틀 에이스’와 닮은 유즈맵 ‘신전 부수기’가 여전히 꽤 인기다


: 개인적으로 ‘신전 부수기’ 류의 정점은 슈퍼셀 ‘클래시 로얄’ 아닌가 싶다. 나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라 승수가 2만 번이 넘는다. 하지만 ‘배틀 에이스’는 게이머 스스로 덱을 짜고 유닛도 컨트롤한다는 점에서 ‘신전 부수기’와 다르다. 우리가 한국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면 뭔가와 비슷한 덕분은 아닐 터다. 이미 선점 당한 장르를 빼앗긴 어렵다. 일례로 ‘스타크래프트 2’는 사실 한국서 전작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포트나이트’도 세계 최고의 흥행작이나 한국서 고배를 마셨다. ‘도타 2’ 역시 마찬가지고. 오히려 ‘배틀 에이스’는 현재 비슷한 작품이 한국 시장에 없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높지 않을까.


● 끝으로 DK 디렉터와 ‘배틀 에이스’를 성원하는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 “저 역시 한국 게이머로서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며 자랐습니다. 비록 ‘배틀 에이스’가 전통적인 RTS와 많이 다르지만 열린 마음으로 한번 경험해보시면 진짜 한국 게이머가 좋아할만한 게임이라 자부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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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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