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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게임 컨퍼런스 ‘G-CON 2018’ 2일차 키노트로 ‘게임캐릭터 : 레프트 비하인드 『너티독의 게임캐릭터 개발 이야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너티독의 이소아 리드 캐릭터 아티스트는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 마음가짐, 팀 간의 협동으로 만들어 내는 캐릭터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너티독에 8년간 근무했다는 그는 너티독과의 첫 사랑 같은 게임으로 언챠티드 2를 꼽으며, 단순히 슈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퍼즐도 존재하고, 스토리에 따른 캐릭터의 이해 감정이 잘 드러나서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어 너티독에 지원했다고 한다.

이어 2016년 공개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I의 트레일러를 보여주면서 게임 플레이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로고가 나온 것만으로 환성이 일어났던 영상이라고 소개하며, 이는 캐릭터가 그만큼 존재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기획을 하는 사람이 디자이너, 아이디어를 통합하는 사람이 컨셉 아티스트로 불리는데, 특히 캐릭터 컨셉은 감독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취해야 원하는 캐릭터가 나온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컨셉을 3D로 모델링 하는 것이 3D 아티스트이다. 가능한 원안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고, 이 중 캐릭터는 기술적 변화를 수용하면서 모델링과 텍스쳐링을 해야 한다.

현실에 기반한 캐릭터에서는 생동감과 표정을 통해 게임의 주제를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재질이 중요한데, 피부에 빛이 투과되는 현상과 사실적인 재질감을 위해 쉐이딩 아티스트가 작업한다.


주름의 경우에는 프로그래머의 도움이 필요하다. 다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적절한 주름이 만들어지는지를 테스트 하는데, 너티독의 경우 자체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컨셉, 캐릭터, 쉐이딩 아티스트 등이 한 자리에서 머리를 맞댄다.

하지만 내부에서 모든 것을 소화할 수는 없기에 주어진 자원 안에서 작업을 마치기 위해 아웃소싱이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 모델에 리깅 아티스트가 뼈를 심는 작업을 함으로써 근육과 관절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애니메이터들 또한 표정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그리고 애니메이터의 결과물을 보면서 예상치 못했던 부분들을 수정한다. 특히 팔 부분은 이 과정에서 수정하지 않으면 후에 겉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다음은 조명 파트다. 같은 모델이더라도 조명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상을 주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할 뿐 아니라 게임 플레이와 직접적인 연관이 되기도 한다.


비주얼 이펙트는 게임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 눈 위를 걸을 때 발자국을 만드는 것부터 폭발 장면, 신체 절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면에서 활약한다.


여기에 프로그래머의 노력이 더해져 게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게 되는데, QA가 최종적으로 검수한다. QA는 목이 돌아가거나 사람이 처박히는 단순한 버그 체크만이 아니라 물에서 나왔을 때 옷이 말라 있다든지 하는 세밀한 부분까지 잡아낸다.


끝으로 마케팅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머천다이징도 빼놓을 수 없다. 캐릭터 포스터나 상품들은 실제 게임 개발 도중에는 만들 시간이 없기 때문에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진행하게 된다.


한국에서 태어나 영어도 못 하면서 너티독에 갔다는 그는 자신 같은 사람이 많아서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회사가 너티독이라고 설명하면서,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날씬하고 예쁜 캐릭터를 좋아했으나 너티독 입사 후 가치관이 변하게 됐고, 작품 속 환경에 적합한 캐릭터를 만들면서 캐릭터가 단순히 외형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 눈빛, 말투, 습관 등의 경험이 합쳐져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경우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게임이 출시된 후 제대로 플레이를 해봤는데 20분 후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고, 언챠티드 4의 엔딩 장면에서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짠한 감정이 들었다면서, 여러 가지 요소가 캐릭터를 창조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한다.

아래는 프리젠테이션 종료 후의 질의 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 라오어의 경우 게임을 만들면서 잘 될까 확신이 서지 않았고, 숲이 아닌 나무를 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원래 캐릭터 아티스트는 그런 것인가?
자아성찰적인 비판이었고, 많은 사람들은 숲 전체를 본다. 다만 자신의 경우 라오어가 첫 작품이었기 때문에 캐릭터 하나에만 매달리는 데도 바빴다. 지금은 나도 제안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개발자들에게 게임을 해보라고 강요하지는 않고, 진행 상황을 매일 메일로 알려주며, 이를 볼 것인지 말 것인지는 개발자 자신에게 달렸다.
● 너티독 같은 회사에서도 기획이 개발 도중에 바뀌는 경우가 있나?
탄탄한 프리프로덕션으로 큰 틀을 만들어 놓기 때문에 전제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게임 진행 도중 변하는 감정선이나 레벨 등은 조절하는 경우가 있다.
● 모델러로서 다른 개발자들을 설득하는데 있어 어려웠던 점이 있는지?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회의를 주최하면, 보통 가장 열정이 큰 감독에게 이야기를 하고, 이에 다른 개발자들은 안 되는 부분, 힘든 부분을 설명하면서 이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토론하게 된다. 콘솔의 경우 타 플랫폼보다 R&D 기간이 길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도 가능한데, 이쪽이 효과가 좋은 편이다.
● 처음 입사할 때 툴 습득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들었는가?
툴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계속 배울 수 밖에 없는데, 이 툴이 쓸만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는 2-3년 정도 걸렸다.
● 회사 내 원화가의 비중은?
원화가는 배경과 캐릭터로 나뉘는데, 배경은 10명 내외, 캐릭터는 3-4명이 있다. 그리고 아웃소싱 팀에서 보내온 그림이 좋으면 그쪽을 택하기도 한다. 미국에는 프리랜서가 많아서, 한국에 있어도 너티독과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 프로토타입 제작이 드랍 되면, 일정은 어떻게 조율하나?
큰 일정은 변하지 않으며, 가능할 때만 추진된다. 만일 일정에 무리가 생길 것 같으면 프로토타입 제작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
● 캐릭터를 만들 때 공유 받는 내용에 있어 너티독에 특별한 점이 있는가?
감독과 캐릭터 아티스트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이나 미국의 다른 회사에서 일해본 적이 없어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