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등포 시장 역 안에는 과거 지하철 10호선을 위해서 조성 중인 공간이 존재한다. 소위 유령승강장으로 알려진 이 장소는 현재 괴담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때로는 푸른 유령을 봤다는 괴이한 소문이 나오기도 한 이 장소. 존재는 하되 버려진 이 장소를 조만간 출시를 앞둔 ‘디아블로 4’가 마케팅을 위해 사용한다.

‘헬스테이션’이라 명명된 해당 이벤트는 성인 플레이어가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다. 5월 19일부터 6월 11일까지 4주 간 이벤트가 진행되며, 한 주에 금/토/일 이렇게 3일만 이벤트가 개방된다.
이벤트는 헬스테이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고 추첨을 통해 참여자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하루에 총 14회 이벤트 투어 진행이 예정되어 있으며, 1회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7~10명 정도로 설정되어 있다.
해당 이벤트는 서울교통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진행되는 만큼,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폐승강장을 활용하는 만큼, 안전 문제 등으로 자유로운 탐험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당연히 사용되지 않기에 지면에 쌓인 먼지와 소음 등도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를 모두 고려하여, 이벤트는 진행 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방탈출과 같은 플레이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종의 이벤트 투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 이번 기사에는 다소 잔혹한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현장에서는 조명이 거의 없습니다. 현장은 기사에 사용한 사진보다 더 어둡고 제한적인 시야를 제공합니다. 참여 시 주의 바랍니다.

헬스테이션 이벤트는 지하 2층에 자리한 5호선 대합실에서 시작한다. 계단을 내려오면 볼 수 있는 개찰구. 그리고 벤치와 편의점이 자리한 공간. 바로 그 옆에 있는 노란색 철문이 이번 이벤트로 들어가는 입구다.
참여자들은 먼저, 안전문제로 인한 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는 이벤트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참여자들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필수적으로 서명을 날인하는 문서다. 서울도로교통공사의 관리 하에 있는 장소인 만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서명을 한 다음에는 마스크를 지급 받는다. 거리두기와 마스크 필수 착용이 사라진 시점이지만, 이번 이벤트를 위해서 마스크는 필수다.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기에 바닥에는 자욱하게 쌓인 분진들이 있어서다. 이 분진은 사람이 걸을 때마다 공기 중으로 흩날리며, 안개와 같이 뿌연 형상을 만들기도 한다.
서약서를 작성하고 마스크를 받아 착용한 뒤에는, 이벤트의 몰입을 위한 영상과 안전을 위한 별도의 교육 영상이 재생된다. 참여자들은 사전 공개된 유튜브 영상에서 언급되었던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 조사원’이다.
현장에 있는 진행 요원은 조사를 위해 파견된 사람이며, 이와 같은 컨셉에 맞춰서 연기와 행동을 선보인다. 브리핑 룸에서는 서울 곳곳에서 발생한 사건들. 그리고 지금까지 조사원들이 파악한 단서들이 배치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단서를 바탕으로 영등포 시장 폐승강장을 탐험하며 추가적인 단서를 찾게 된다.






브리핑 이후에는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된다. 영등포 시장역 구석에 있는 노란색 철문. 바로 이 곳을 지나 제한 구역으로 본격적인 출입이 이루어진다. 중간 지점에서 참가자들은 가지고 있는 가방 등을 맡기는 한편, 탐험을 위한 손전등을 지급받는다. 어두운 지하에서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손전등 뿐이다.
정비를 마친 뒤에는 또 한 층을 더 내려간다. 더는 사용하지 않는 장소라는 것을 반영하듯, 가는 길목은 어두컴컴하고 낡아 있다. 계단을 내려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던전에 입장하는 것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조명이 비추는 계단과 벽은 검은 때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밑. 입구는 심연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느낌과 같았다. 그리고 그 끝에 마주한 또 하나의 철문. 바로 여기를 통해서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된다.



깊고 어두운 문을 지나면, 또 다른 어둠이 도사린 공간이 등장한다. 영등포 시장의 폐승강장. 높은 층고는 빛을 더 빨아들이고 있었고 제한된 시야와 참관객을 집어삼킬 것 같은 어둠이 저 끝에 자리한다. 의지할 것은 손에 들린 손전등. 그리고 특수본 진행요원의 붉은색 야광봉 불빛이 전부다.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둘러보자, 시야 끝에 무언가가 걸린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면, 형체가 오롯이 드러난다. 콘크리트 벽에 자리한 핏자국. 그리고 피로 쓴 글자들. 알 수 없는 마법진과 문자들이다. 바닥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형체를 알 수 없는 고깃덩이와 조각들이 널려있다. 이렇게 약 20M 정도의 거리를 참관객들은 손전등과 안내에 의지해 걸어나가야 한다.




긴 통로의 끝에서 참관객은 방향을 튼다. 통로의 끝 즈음, 시야 한켠에 붉은 색 빛이 새어 나오는 장소가 나왔다. 붉은 빛과 릴리트의 붉은 꽃잎이 즐비한 이 곳에는 시체들과 사람의 인육 파편이 배치되어 있다. 그나마 빛이 있는 장소지만, 붉은 촛불과 붉은 핏자국이 즐비하기에, 분위기는 더욱 공포스럽게 변한다.





그리고 이 장소를 지나 나오는 곳. 관들이 줄지어 배치된 통로를 지나 도달한 곳은 일종의 제단이자 예배당이다. 바닥에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으며, 제단 위에는 사람의 시체가 올라가 있다. 시체의 복부는 파헤쳐 있고 그 위에 단검이 꽂혀 있다. 잔혹한 제물로 사용된 것을 짐작하게 한다.
광장의 끝에는 그간과는 다른 이질적인 빛이 새어 나온다. 붉은색과 어둠만이 자리하고 있는 이 장소에서 유일하게 백색 조명이 나오는 장소. 예배당이다. 그 위에 자리한 릴리트 석상은 흰색 빛을 등지고 있고 그렇기에 후광처럼 느껴진다. 그나마 안정감이 있는 장소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무척 섬뜩한 배치다. 예배당 한켠에 자리한 해골을 생각하면 더더욱.








여기서의 조사를 마친 뒤에는 또 긴 통로를 지나 새로운 장소로 이동한다. 아마 열차가 지나갈 자리였던 긴 통로는 여전히 어둡고 공기가 무겁다. 마스크 사이로 느껴지는 콘크리트와 먼지 냄새는 물론, 손전등 불빛을 지나가는 먼지. 벽에 피로 써있는 ‘구원은 우리 안에 있다’라는 문구까지. 디아블로 4를 관통하는 바로 그 문구가 참관객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통로의 끝에서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붉은 빛이 반긴다. 여기는 포탈이 자리하고 있는 장소다. 포탈 특유의 웅웅 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게다가 이 소리는 실제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와도 화음을 이룬다. 무겁고 둔탁한 소리가 고막을 넘어 몸을 울리기 시작한다.



지옥으로 연결된 붉은색 포탈은 일종의 포토존이다. 천정에서 막으로 영상을 쏘고 있으며, 그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위치가 마련되어 있다. 묵직한 소리와 실제 지하철의 운행음. 어두운 와중 들어오는 붉은색 빛이 기묘하게 어울린다.
조사를 진행 중인 시점, 약 30분 정도의 이벤트 투어 시간이 끝나면 긴급상황이 발생한다. 진행 요원의 안내에 따라서 긴급하게 대피를 하게 되며, 어두운 시야에서 흩날리는 먼지. 그리고 붉은 안내봉의 움직임을 따라 밖으로 대피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그렇게 나온 밖. 영등포 시장 대합실로 올라가는 계단은 무척이나 밝았다. 아래 어두운 장소에서 올라가는 계단이 주는 안정감. 백색 형광등의 불빛이 이전 30분의 암흑과 대비된다. 이렇게 이벤트 투어는 종료된다. 실제 동선은 입장 후 이벤트 공간을 한 바퀴 돌아서 다시 같은 장소로 올라오는 것이지만, 제한된 조명이 동선에 혼동을 불러일으킨다.
전체 소요시간은 약 30분 정도. 각 구간마다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므로 블리자드 코리아가 마련한 이벤트 공간의 구조물을 찬찬히 살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친 뒤에는 별도 인증서까지 제공되며, 여기에는 로드 퍼거슨의 서명이 날인되어 있다.




지하철에서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유령 승강장. 이 장소를 ‘디아블로 4’의 발매에 맞춰 제대로 꾸민 ‘헬스테이션’은 전작보다 한층 어두워진 게임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 하다. 안전문제 등 제반사항이 있기에 이벤트 투어 방식으로 진행되기는 했으나, 발매일을 기다리면서 아쉬움을 달래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헬스테이션 투어는
이벤트 페이지
를 통해서 신청할 수 있으며, 5월 19일부터 오는 6월 1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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