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 숨 쉬기도 어려운 치열한 공방이 정체성, 팬텀 블레이드 제로
그리 큰 규모의 부스가 아니었으나,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시연은 항상 적당한 수의 사람이 줄을 서 있을 만큼의 관심도를 받았다. 일반 시연 이외에도 별도의 예약을 통해서 시연하는 사람 / 기타 인플루언서 등이 참여해서 항상 부스 내부가 분주한 모습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꽤 기대감이 있는 타이틀이기도 했다. 단순히 무협이라는 소재 때문만은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일반적인 무협도 아니고) 아주 빠른 속도감의 액션.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각종 동작들은 팬텀 블레이드의 플레이가 어떤 형태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가져간다. 단순히 무협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걸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메커닉을 구축하고자 헀는지. 바로 이 지점에서 만들고자 한 지점이 명확하다.
이러한 면은 개발사인 S-GAME의 다른 타이틀 ‘팬텀 블레이드 : Executioners’와 방향성을 같이 한다. 개발사는 이러한 세계관 등을 ‘다크 쿵푸 펑크'로 정의하고 있으며, 액션 측면에서는 상쾌한 타격감을 가장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왜 개발사가 이런 형태로 액션을 구상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이 ‘상쾌한 타격감'이라는 개념을 3인칭 액션의 형태로 구현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상쾌함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아주 빠른 공방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빠르고 현란한 공방. 서로 합을 주고받는 데에서 오는 쾌감이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이와 같은 일면을 만드는 요소는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방어적보다 공격적인 플레이 - 패링 / 액션 요소들 전반
2. 스테미너 없음 - 대신 살기가 존재
3. 빈틈을 노려 몰아치는 폭발적 공격 - 파워 서지의 활용도
4. 기타 숨가쁜 연출들 - 기둥타고 공격 / 순간적 QTE 등
먼저 가장 기초를 이루는 것은 무척이나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타이틀은 방어적인 일면에서 플레이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로 하여금 계속해서 공격하고 적과 공방을 주고 받는 것에 거의 대부분을 몰아넣은 측면이 있다. 동시에 ‘간단한 조작'이라는 측면도 더해지면서 몇 개의 조작 만으로도 현란한 액션이 화면을 수놓고 있다.
약공격과 강공격의 조합을 통해 대부분의 액션이 발동되며, 플레이어는 온갖 현란한 동작들을 취하는 것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개발자는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차근차근 적들을 하나씩 처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적을 한 번에 상대할 때의 변화도 마주하도록 해뒀다. 시연 초반 구간의 일반 몬스터들이 여럿 있는 구간이 예가 된다.
여러 적이 플레이어 캐릭터를 둘러싸고 있을 때에는 캐릭터의 액션이 조금 다른 형태로 표현되기 시작한다. 여기서는 키의 연속적인 입력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서 회피나 반격 버튼을 타이밍에 맞춰 입력하면, 거기에 따라서 주인공 캐릭터의 모션이 달라지는 구조를 택했다.
따라서 어느 하나를 상대한다고 적의 공격에 맞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아크로바틱하게 비틀고. 적의 공격을 쳐내고 반격하는 흐름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된다는 의미다. 이게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요소다. 약공격 / 강공격 / 패링 / 회피라는 흐름이 거의 숨 쉬기 어려운 템포로 이리저리 반복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스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패링과 회피다. 사실 룰 자체는 간단하다. 다른 타이틀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패링을 해야 하는 공격 / 회피를 해야 하는 공격으로 나눠져 있다고 보면 된다. 파란 빛에 맞춰서 패링을 누르거나 붉은 빛에 맞춰서 회피를 발동하면, 순간적으로 이펙트와 함께 위치를 이동하며 이후에 적에게 역습을 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노멀 난이도 기준으로는 판정도 후한 상태다. (게임스컴 시연 빌드는 적어도 그렇다) 그렇기에 적의 공격을 계속해서 받아 넘기며 반격하고. 보스 또한 나의 공격을 때때로 칼같이 막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효과음으로 이 모습을 표현했을 때에는 ‘챙챙챙챙챙!’이라는 병기와 병기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을까 한다.
이와 같은 시스템 일면은 살기라 명명된 게이지의 증감과 연결된다, 살기가 보여주는 규칙은 간단하다. 맞으면 깎이고. 공격을 하면 차오르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제대로 방어나 회피를 하는 것으로 모션이 끊기거나 그로기에 빠지는 상태를 방지하는 구조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하나의 선택지를 가져가게 된다. 적을 계속 공격해서 살기를 깎고 이후에 큰 피해를 입힌다는 규칙에 따른 것이다. 보스 또한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공격을 받으면 살기가 줄어들기에 가능한 일이다. 살기가 소진되었을 때 잠시간 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된 사이, 공격을 꽂아 넣는 것이 기본적인 보스 플레이의 골자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어디까지나 이 살기 게이지는 부수적인 요소라는 점이다. 즉, 살기 게이지를 깎기 위해서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공방 흐름을 전부 성공시키면 살기 게이지가 줄어들고 이후에 연속 공격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측면에 가깝다.
살기가 소진되면 그로기에 빠진다는 점에서 체간 게이지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그 활용 양상에 있어서는 세키로의 체간보다는 와룡의 사기 게이지에 조금 더 근접한 것처럼 다가온다.뭐가 먼저냐? 라고 한다면 역시나 공격적인 액션들이 먼저 앞선다. 살기 게이지를 소진해 주는 피해 등은 이 과정의 끝에 있는 폭발적 공격을 위한 단계들이다.
살기 게이지를 줄이거나 유지하기 위해서 플레이어가 주고 받는 공격은 무기별로 마련되어 있는 파워 서지 스택에 영향을 미친다. 이 파워 서지라는 기술은 L2로 발동하며, 한 번에 폭발적인 피해를 주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 파워 서지 게이지는 적절한 공격과 회피 순간에 채워지며, 이를 통해 어느 순간을 노리고 한 번에 큰 피해를 주는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개인적으로는 반격과 회피 이후. 적을 꾸준히 공격하며 살기 게이지를 소진 시킨 뒤, 파워 서지로 폭발적인 피해를 주는 구조가 개발진이 구상한 플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곧,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의미한다. 거의 모든 시간을 공격에 쏟아붓고. 적의 주요 패턴을 쳐내거나 회피하면서 게이지를 쌓다가, 한 번에 기회가 오면 터뜨리는. 그런 도파민의 폭발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플레이를 해야만 보스전을 비롯한 적들을 상대하기가 까다롭지 않게 다가온다. 즉, 적어도 보스전을 하는 순간에는 미친듯이 검을 휘두르는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야만 적이 살기 게이지를 유지하면서 큰 패턴을 쏟아내지 않고 나는 적의 공격 흐름을 가져오는. 그런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전반적으로 숨이 가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지금까지 설명했던 것처럼 그 양상 자체가 무척이나 타이트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전에 플레이 했던 게임의 경험을 기준으로 플레이를 했다면, 쉽지 않은 상황이 나왔을 것이 분명했다. 오히려 계속 공격하고. 적의 공격을 패링해 파고들며, 때로는 기둥을 타고 올라가 적을 공격해 비틀거리게 만든다거나. 보스의 공격을 패링했을 때 QTE 연출이 나오기도 하는 등 액션 외적인 부분에서도 그 활용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근접 무기마다 공격 모션이 달라지기도 하고. 파워 서지의 활용도 바뀌기도 한다. 게다가 전투 도중에 무기를 교체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어 있어서, 각기 다른 모션과 액션의 흐름이 정말로 빈 틈이 없이. 아주 단단하게 들어 차 있다. 이게 팬텀 블레이드 제로가 보여주는 가장 큰 매력이자 정체성이다.
이외 몇 개 새로이 발견된 부분도 있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이번 시연은 노멀과 하드까지 두 개의 난이도를 제공한다. 노멀의 경우 적의 공격 빈도나 패링 판정이 조금 여유롭게 느껴지며, 하드 난이도의 경우는 노멀 대비 조금 더 까다로운 판정과 보다 적극적인 적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은근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클리어한 시간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노멀 난이도 기준으로는 클리어까지 1번 사망을 포함해 9분 30초 정도가 걸렸는데, 개발자가 다가와 ‘하드 난이도도 있는데 도전을 해보곘느냐?’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드 난이도 클리어의 경우 0번 사망 / 8분 21초가 걸리면서 오히려 기록이 줄어들었다. 이게 조금 역설적인 것이기도 한데, 몸이 적응이 된 것도 있겠지만 게임 플레이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필연적으로 공격과 패링 / 회피와 같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쌓아 나가다가, 한 번의 큰 기술을 먹이는 플레이에 가까우므로 벌어지는 상황으로 보인다. 적이 공격적으로 다가온다 = 패링과 회피 이후 역습을 더 할 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하는데다, 이후 플레이어의 패턴도 더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기에 나오는 결과라 하겠다.
전투 도중에 깊은 몰입을 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시연 시간이 8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다. 체감 상으로는 꽤 치열하게 느껴져서 15분은 지났을 것 같은데, 실제 보스전은 3~4분 정도만 걸린 셈이니까.
이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는 하드 난이도가 개발진이 의도한 최초의 모습에 가깝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노멀은 조금 여유로워서 팬텀 블레이드 제로가 그리는 치열한 공방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면, 하드 모드에 이르러 치열함이 몇 배는 강화된 느낌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딱 봤을 때에 느껴지는 것보다 더 공격적인 액션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서 오는 큰 거 한방의 쾌감. 지속적으로 적과 공방을 주고 받으면서 나오는 칼과 칼의 부딪힘과 효과음이 매력적인 타이틀이다. 애초에 정통 무협의 형태는 아니기에 무협스러움과 같은 이미지에 초점을 맞춰서는 팬텀 블레이드 제로를 제대로 바라보기 어려워 보인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쉴 새 없는 버튼 입력과 거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액션들. 플레이어가 취할 수 있는 정신없는 공격과 방어의 흐름이다. 아직 구체적인 발매 시점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액션은 고평가를 할만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