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 퍼즐과 액션 그리고 슈팅이 한 몸이 될 때, '프래그마타' 시연기
그리고 최근이 되어서야 공개된 프래그마타의 게임 플레이는 조금 당혹스러운 형태였다. 액션이 중심이 되는 타이틀이 아니라, 퍼즐과 액션 그리고 슈팅의 조합이라는 모습은 그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타이틀었음이 분명하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형태이자 아이디어였다.
이렇게 자신들의 독특함을 세상에 드러낸 프래그마타는 올해 게임쇼를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핵심 플레이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는 독일 쾰른에서 진행된 게임스컴 2025도 마찬가지였으며, 현장 부스를 통해서 프래그마타가 추구하는 게임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래그마타의 게임 플레이는 이전에 공개되었던 것처럼, 전투 측면에서의 플레이와 퍼즐 플레이로 구성된다. 기본적인 규칙은 간단하다. 다이애나가 퍼즐을 풀고 주인공인 휴가 슈팅으로 적들을 제압하는 플레이다. 하지만 이건 어떻게 보자면 이질적이거나 의아한 결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적인 플레이와 동적인 플레이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퍼즐은 시간을 들여서 머리를 굴려가며 진행하는 정적인 플레이다. 플레이어의 조작 능력보다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두뇌 회전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반대로 총기를 사용하는 슈팅은 두뇌 회전보다는 반응 속도와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적의 공격을 피하고 나의 공격을 적중시킨다는 규칙은 머리보다는 직감에 가까운 것을 사용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두 개념을 하나의 타이틀에서 섞는 것은 간단하게 생각하기만 해도 쉬운 것이 아니다. 별개의 콘텐츠로 다룬다고 하면 큰 차별을 갖추지 못하고 동시에 사용을 하자고 생각하면, 각각의 요소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긍정적인 경험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하나만 도드라질 경우에는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가 망가질 여지도 있다.
프래그마타는 바로 이 지점. 퍼즐과 슈팅 액션을 섞는다는 지점에서 완벽에 가까운 결정을 내렸다. 두 캐릭터는 한 몸으로 행동한다. 퍼즐을 푸는 다이애나는 휴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으며, 모든 행동을 함께 수행하는 구조다. 둘이지만 하나의 조작 캐릭터로 진행되는 셈이다.
프래그마타에서 퍼즐을 푼다는 행위는 게임 내에서는 로봇들이 가지고 있는 실드를 해킹을 통해서 걷어내는 행위다. 실드를 부수기 전에는 총기로 제대로된 피해를 줄 수 없도록 해뒀고, 반드시 공격의 시작을 위해서는 퍼즐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이는 시연의 시작부터 강조되는 지점이며, 컷신을 통해서 두 캐릭터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고 활용하게 되는지를 자연스레 전달하고 있다.
사격을 담당하는 휴는 일반적인 슈팅과 액션의 플레이를 상상하면 된다. 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기를 상황에 따라서 선택해 적에게 피해를 주는 것 / 적의 패턴을 파악하고 대시로 회피하는 것 / 점프 등을 이용해 장애물이나 난간을 넘어가는 것으로 설정했다. 즉, 동적인 부분은 휴가. 정적인 부분은 다이애나가 수행하는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퍼즐과 슈팅 플레이의 연결이다. 아마도 이를 조율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나 싶다. 개발진은 퍼즐과 슈팅의 영역이 만나는 접점을 ‘조준’ 행위로 설정해뒀다. 정조준을 위해서 플레이어가 패드 기준으로 LT를 누르는 순간은 퍼즐을 푸는 행위가 시작되는 것이며, 공격을 위한 조준을 시작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조준을 하는 순간 전투가 개시되는 형태를 보여준 다음, 명백한 역할 구분이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조작계는 구역마다 명확한 역할이 설정되어 있다. 우측의 버튼들은 조준 이후에는 퍼즐 풀이를 위한 기능만으로 작동한다. 퍼즐은 우측 상단에 표시되어 있고 시작 지점에서 목표까지를 4방향 버튼을 이용해서 도달하는 방식이다. 즉, 이 상태에서는 오른손의 조작은 오직 퍼즐 조작만을 담당한다.
남는 왼손과 퍼즐을 조작하지 않는 오른손의 손가락은 슈팅 플레이를 위한 도구들이다. LT를 누르고 있어야만 조준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왼손의 일부는 항상 LT에 가 있는 상태다. 그리고 엄지는 이동을 위해 아날로그 스틱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는 오른쪽 손가락들은 RT로 사격을 하는 플레이를 담당하게 된다.
조준과 사격 그리고 퍼즐이 동시에 작동되는 상태에서 플레이어는 조작계의 거의 모든 부분을 사용하게 되며, 말 그대로 노는 손이 없는 상태에서 게임 플레이를 즐기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 플레이가 복잡하거나 손이 꼬이는 것과 같은 경험은 없다. 플레이어가 퍼즐과 사격 모두를 즐길 수 있도록 적들의 움직임은 느린 편이며, 각각의 패턴이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간소하게 다가오는 것은 슈팅 측면이다. LT 조작을 퍼즐 풀이를 위해서 강제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플레이어가 사격 말고 다른 행동을 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개발진은 회피나 시야를 돌리는 행동을 위해서 잠시 LT에서 손을 떼도록 유도한다. 일반적인 적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보스전에서는 퍼즐을 풀다가 빠르게 회피하기 위해 퍼즐 풀이 및 조준을 해제하는 상황이 나온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 때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직전까지 풀어나가던 퍼즐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개발진은 액션과 퍼즐의 조화를 위해 ‘직전까지 진행했던 상황이 저장되도록 퍼즐을 설정’했다. 중간에 회피를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시야를 돌리더라도 진행했던 퍼즐은 그대로 상황이 유지된다. 퍼즐에 자신이 없는 플레이어라면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차근차근 퍼즐을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며, 때로는 적의 패턴을 피하고 정비를 하면서 퍼즐의 다음 루트를 떠올리고 이후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해둔 것이다.
이와 같은 작지만 세심한 조율이 프래그마타의 퍼즐 + 액션이라는 발상을 완벽하게 하나로 만든다. 또한, 적들의 강함에 따라서 퍼즐의 크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더 강력한 체력과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보스라면 5X5 사이즈로. 인간형 안드로이드라면 4X4의 크기를 가진다. 약한 적일수록 더 빠르게 퍼즐을 풀고 제압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설계다.
퍼즐을 중심으로 사격을 배치한 프래그마타의 플레이는 필드 전반에서도 지향점으로 작동한다. 시연에서 마주하게 되는 구역은 보스전에 돌입하기 위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 총 다섯 개의 잠금을 해제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각각의 잠금을 해제하는 과정에서는 적과의 전투가 이루어지기도 하며, 잠금 장치 오브젝트를 해킹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퍼즐이 제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리저리 이동하거나 점프 이후 호버링을 통해 레이저 벽을 넘어가는 것과 같은 소소한 액션 플레이들이 곁들여진다. 좁지만 수직으로 이리저리 뻗어나가 있는 장소이기에 일종의 거대한 입체 퍼즐과 같이 다뤄지기도 한다. 길을 잃었을 때를 대비해서 마커로 플레이어의 동선을 유도하고 있으므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편이다.
보스전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퍼즐을 풀어서 공격하는 것이 골자가 되지만, 조금 더 액션 플레이의 쾌감을 늘리는 연출도 가미되어 있다. 보스는 체력이 줄어들면 그로기 상태에 빠지게 되며, 이 때에 RT 버튼을 입력하는 것으로 한 번에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진행을 하면서 총격전이 익숙하게 다뤄질 때 즈음, 긴장감 있는 플레이와 복잡한 패턴을 선보이고 이를 극복하며 보상을 주는 형태다.
퍼즐과 총격적의 조합은 이렇게 거의 완벽한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이 가장 놀라운 것이었으며, 두 요소가 완벽하게 어울리기 때문에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평하고 싶다. 비주얼 또한 뛰어난 이펙트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도 뛰어난 몰입도를 보여준다.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퍼즐 풀이와 사격에서 오는 긴장감이 더 다가오며, 플레이어들에게는 독특한 즐거움을 준다고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프래그마타는 오랜 기다림 끝에 2026년으로 발매일을 예정한 상태다.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퍼즐과 액션의 플레이가 가져오는 독특함은 기다림을 어느 정도는 감수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장기적인 플레이 측면에서는 실제 제품판이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시연 버전이 보여준 결과물과 방향성에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