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난 즐거움, ‘스노우 브라더스 2 스페셜’ 체험기
레트로 게임 전문 개발사로 이색 행보를 걸어온 CRT 게임즈가 10일(목), 자사의 세 번째 리메이크 프로젝트 ‘스노우 브라더스 2 스페셜’을 선보인다. 필자는 몇 년 전 ‘스노우 브라더스 스페셜’ 체험기를 통해 어릴 적 문방구 오락기의 추억을 언급했는데, 솔직히 당시 시간과 동전을 주로 쓴 쪽은 1편보다 2편이었다. 아시아판 특유의 기괴하게 분장한 아기들 중 하나를 골라 면상 달린 기관차나 나팔 부는 토끼에 맞서는 여러모로 환상적인 모험. 요새 표현으로 ‘Too Much’할 정도의 형형색색 스테이지와 비산하는 이펙트가 마치 서커스-실제로 가본 적은 없지만-를 일렬 직관하는 기분이었다.
때문에 ‘스노우 브라더스 스페셜’의 준수한 완성도와 별개로 왜 2편이 아닐까 못내 아쉬웠다. 순서대로 작업하고 싶다는 임성길 대표의 의중도 납득은 가나 당시로선 리메이크가 쭉 성사될지 어떨지 장담 못했으니까. 다행히 대원미디어 게임랩과 손잡은 전작의 성적이 괜찮았고 그라비티로 파트너를 바꿔 약 3년 만에 ‘스노우 브라더스 2 스페셜’도 무사히 완성됐다. 전작서 호평받은 비주얼, OST 어레인지는 여전히 훌륭하며 몬스터 챌린지 등 추가 콘텐츠 역시 풍성하다. 그 외에 전체적인 UI, UX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일종의 노하우가 느껴지는 게, 과연 순서대로 리메이크가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뭇 게이머의 추억으로 남은 고전 명작 '스노우 브라더스 2'
전작에 이어 마침내 CRT 게임즈를 통해 '스페셜'하게 부활
원작을 향한 애정과 이해에 기반한 개선과 확장
토아플랜이-실은 막판에 도산하여 하나프람 명의로 냈지만- 1994년 발매한 ‘스노우 브라더스 2’는 전작의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은 해소한 교과서적인 속편이다. 팔레트 스왑에 불과하던 닉, 톰 대신 서로 다른 개성의 네 주인공을 선보였으며 장장 50층짜리 단조로운 스테이지 구성 역시 여섯 월드로 다양화했다. 월드 사이를 옮겨 다닐 때면 짧게나마 컷신이 통한 스토리텔링도 시도했다. 뭣보다 한층 매끄러운 조작감과 속도감, 줄어든 무작위성, 아래 점프와 동료 딛고 오르기 추가 등으로 전작 대비 훨씬 캐주얼하다. 바로 그 변화가 우리나라서 남녀노소 추억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효했으리라.
당초 ‘스노우 브라더스’는 눈사람이 눈을 던져 상대를 눈덩이로 만든다 → 눈덩이를 굴려 추가로 점수를 낸다, 는 단출한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눈덩이야 으레 위에서 아래로 굴러갈 테니 자연스레 비탈지고 발판이 많아 수직적인 스테이지가 만들어졌다. 반면 2편서 새롭게 합류한 바비, 로이, 리차드는 이 기획을 부러 비튼다. 그나마 물의 힘을 다루는 로이는 닉처럼 중력에 순응하지만 바비의 번개는 이리저리 튕기고 리차드의 회오리는 아예 적을 높이 날려버린다. 사실 닉의 형제 톰이 잘린 데다-팔레트 스왑은 가능- 나머지 셋은 눈사람이 아니니 여전히 ‘스노우 브라더스’인 게 좀 이상하지 않나 싶기도…
손맛. 분량, 서사, 대중성까지 모든 면에서 발전된 속편이다
주인공이 넷으로 늘어나 여러 의미로 리플레이 가치가 큰 편
어쨌든 이렇듯 주인공을 다변화한 결과, 근본 기획에 어울리는 닉과 로이는 잘나가는 데 비해 바비와 리차드는 스코어링처럼 특수한 목적이 아니고선 외면 받게 됐다. 물론 좀 더 파고들면 사거리, 연타 속도, 지형 무시 등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가 많으나 결국 그 핵심은 중력에 순응하냐 역행하냐다. 왜냐하면 전작부터 계승된 스테이지 구성이 닉에게 맞춰졌으니까. 번개가 지형을 타고 흐르는 대신 튕기는 바비와 상승기류 일변도의 리차드는 계속 내려오는 적들을 상대로 명중률이 형편없이 낮다. 다행히 ‘스노우 브라더스 2’ 자체가 당시 아케이드 게임 기준으로 쉬운 편이라 큰 문제는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필자가 ‘스노우 브라더스 2 스페셜’서 가장 인상깊은 점은 상술한 본작 특유의 구성을 십분 이해하고 확장했다는 것. 원작은 월드 한 곳당 다섯 스테이지 + 보스전인데 이를 1편과 같이 열 스테이지로 늘렸다. 그럼에도 게임을 즐기다 보면 대체 어디가 신규 스테이지인지 모를 만큼 위화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전작은 냉정히 평해서 ‘스페셜’서 추가된 51~70층이 유독 튀고 불합리했던지라 과연 노하우가 쌓였구나 싶다. 여타 월드와 달리 보스가 없어 심심하던 브리즈 아일랜드에 막판 공중전을 넣은 아이디어 역시 훌륭하다. 그 공략법이 브리즈 아일랜드의 플랫포머 기믹과 맞닿아 있어 더욱 만족스럽다.
전작처럼 애써 화면 좌우를 잡아늘리는 대신 UI로 찾은 해법
추가 스테이지와 보스전 역시 튀지 않고 자연스레 어울린다
어렵게도 쉽게도, ‘스노우 브라더스 2’의 모든 것
이처럼 ‘스노우 브라더스 2 스페셜’은 50층 위로 20층을 더 얹었던 전작과 달리 기존 스테이지를 보강하는 방식을 택했다. 보스들이 한 차례 쓰러진 후 2페이즈로 넘어가는 것 역시 그러한 변화의 일환인데, 이 부분은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법하다. 레트로 마니아인 임성길 대표의 어쩔 수 없는 ‘고인물’ 테이스트인지 2페이즈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 첫 보스 피버 1호 정도야 귀엽지만 탄환열차부터 벌써 패턴이 난해하고 카멜레온 러브 & 봄과 토끼찡에 이르면 원작을 아득히 초월한다. 어쨌든 2페이즈까지 깨야 다음 월드로 넘어가니 50층 위에 고난도 스테이지를 몰아둔 전작이 차라리 친절했다 싶기도.
물론 동네 꼬마들 용돈을 거덜 냈던 소싯적 오락기와 달리 본작은 기본적으로 코인 제한이 없다. 따라서 아무리 서툴러도 꾸역꾸역 부활하며 물고 늘어지면 모든 보스의 2페이즈를 뚫고 엔딩까지 도달 가능하다. 혹은 3단계로 구분된 난이도 설정을 건들거나 아예 원작 그대로인 오리지널 모드로 즐겨도 좋겠다. 참고로 한 번이라도 클리어한 월드는 언제든 거기서부터 진행할 수 있다. 반대로 본인이 2페이즈조차 손쉽게 깨는 고수일 경우, 우선 리차드를 선택하고원코인 서바이벌 모드로 스코어보드 등재를 노리자. 점수와 별개로 얼마나 오래 살아남느냐 경쟁하는 타임 어택 역시 고수들을 위한 콘텐츠다.
보스 2페이즈가 원작 대비 지나치게 어려운 감이 있긴 하다
무한 코인에다 다른 모드도 많아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서도
전작서 호평받은 몬스터 챌린지는 여전히 리플레이 가치에 크게 기여한다. 해금하려면 특정 조건을 맞춰야 해 일차적으로 새로운 동기를 주고, 직접 다뤘을 때 저마다 고유 기술로 신선한 재미를 준다. 당연히 흥미 본위 콘텐츠라 성능은 들쑥날쑥인데 이게 또 묘하게 실험 정신을 자극한다. 네 왕자의 능력 중 하나를 선택 + 고유 기술이란 나름 유리한 조건임에도 몇몇은 진짜 답이 안 나온다. 가령 케그봇은 덩치가 너무 커서 서있기만 해도 위층, 아래층서 모두 피격 판정을 뜬다든지. 이걸 최대 네 명의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즐긴다 상상해 보라. 30대 이상이라면 손님 접대용으로 하나쯤 구비해도 좋을 듯하다.
끝으로 스카이 런은 브리즈 아일랜드와 선샤인 왕국의 플랫포머 기믹을 따로 모드화한 것이다. 최대 높이가 1,000M라 무한 계단류처럼 무념무상 반복 도전하기 좋다. 당연히 이들 모드도 전부 온, 오프라인 멀티 플레이를 지원한다. 이외에 국내 팬에게 친숙한 아시아, 유럽 버전 일러스트와 레트로 감성을 살려줄 스캔 라인까지 여러모로 신경 썼음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스노우 브라더스 2’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구나 싶다. 전작이 태생상 어쩔 수 없이 2편 리메이크를 기약하게 만들었다면 ‘스노우 브라더스 2 스페셜’은 고전의 복각이란 관점에서 더할 나위 없는 결과다.
몬스터 챌린지 등 여럿이 즐겼을 때 재미가 극대화되는 구성
과연 충실한 복각이란 관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스페셜'하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