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열혈삼국지 난세풍운’은 관우가 살아서 오장원까지
2022년 국내 정식 발매된 ‘열혈삼국지’는 여러모로 필자를 비롯한 뭇 아재 게이머에게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 소싯적 길거리 싸움질부터 돗지볼, 대운동회까지 수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열혈경파 쿠니오군’과 그에 못지않게 열렬히 탐독한 ‘삼국지 연의’가 만났으니. 비록 분량과 만듦새 모두 아쉬움이 남았으나 ‘쿠니오군’ 특유의 호쾌한 전개와 유쾌한 재해석만큼은 단연 최고였다. 그 2년 만에 속편 ‘열혈삼국지 난세풍운’은 아예 관우가 맥성에서 패사하지 않았다는 if 스토리로 적토마마냥 힘차게 달려나간다. 이에 TGS 2024 현장서 아크시스템웍스 사토 켄지 디렉터를 만나 전작에서의 발전상,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쿠니오군' 특유의 포즈를 취해 보이는 아크시스템웍스 사토 켄지 디렉터
● 먼저 ‘쿠니오군’ IP로 삼국지 게임을 만든 기획 의도를 듣고 싶다
: 원작이 워낙 오래된 작품인 만큼 지명도가 많이 떨어졌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외부 IP와 콜라보 등을 통해 여러모로 인기 회복에 애쓰는 중이다. 역시 ‘쿠니오군’ 팬은 아시아에 많으니 마찬가지로 아시아서 유명한 삼국지와 엮으면 좋겠더라. 마침 과거 ‘쿠니오군의 시대극이다’를 냈었고 판매량 역시 높았던 터라 그 속편이란 느낌으로 ‘열혈삼국지’를 기획했다.
● ‘삼국지 연의’ 스토리를 각색할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는지
: ‘삼국지 연의’라는 장대한 작품을 다루는 데 있어서 그 팬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독자 해석이라도 스토리가 너무 엄한 방향으로 흘러가면 문제가 된다. 따라서 원작의 줄거리를 ‘쿠니오군’식이되, 어디까지나 착실히 풀어가고자 했다.
● 삼국지 게임이야 굉장히 많지 않나, 그 가운데 ‘열혈삼국지’만의 매력은
: 보통 삼국지 게임은 ‘삼국지 연의’에 익숙한 이들을 겨냥하여 원작 줄거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집중하지 않나. 반면 ‘열혈삼국지’ 시리즈는 코믹한 재해석을 통해 같은 내용이라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요컨대 ‘삼국지’ 초심자용이란 컨셉이다.
● 전작에서 곧장 이어기는 스토리다. 역시 1편 먼저 플레이해야 할까
: ‘열혈삼국지’을 플레이하지 않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무래도 전작이 신경 쓰인다면 게임 내 도감 기능으로 대략적인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아예 ‘쿠니오군’이나 ‘삼국지 연의’가 뭔지 모르는 분이라도 이번 기회에 한 번 접하면 어떨까 싶다.
● 쿠니오군이 관우인데, 이러면 맥성 전투 후 전개는 전부 if 스토리 아닌가
: ‘삼국지 연의’ 중반부서 관우가 죽는 탓에 여러모로 고민이 컸다. 그렇다고 주인공을 조기 퇴장시킬 순 없으니 일단 if 스토리로 진행하되 최대한 본래 흐름을 따라가도록 만들었다. 그러니까 관우가 살았다고 패배한 전투를 뒤집거나 하는 전개는 나오지 않는다.
● 전작처럼 명성치에 따라 열혈, 연의, 개그 루트로 나뉘는 시나리오 분기는 없나
: 명성치에 의해 루트가 갈리는 시스템은 빠졌으나 분기 요소 자체는 여전히 존재한다. 가령 어떤 상황에서 본래 싸울 리 없는 강력한 적과 조우하는 전개가 펼쳐지는 식이다.
● 동탁이나 여포처럼 역사상 사망한 인기 캐릭터는 절대 재등장하지 않는지
: 그렇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난세풍운’ 스토리에 나오는 캐릭터만 등장한다.
● 만약 무장을 소환하는 전우지계로 조조나 사마의를 불러오면 어떻게 될까
: ‘난세풍운’부터 새롭게 도입된 계략인 전우지계는 관우와 적대 중인 무장을 소환할 수 없다. 대신 서브 퀘스트를 통해 전작서 싸웠던 무장이 일종의 우정 출연으로 소환 목록에 추가되는 경우는 있다. 이것도 나름대로 if 스토리의 장점이라 본다.
● 그렇다면 전작에서 구현한 중원 북쪽, 동쪽을 방문하는 것도 불가능한가
: 전작 분량까지 포함하여 대륙 전토를 구현하는 방향도 검토했으나 역시 관우가 적대 세력의 영토를 마구 돌아다니는 건 다소 위화감이 있더라. 결국 ‘난세풍운’ 스토리가 전개되는 형주와 파촉 중심으로 월드맵을 만들었다.
● 토비오카 사마의, 레이카 강유 모두 잘 어울린다. 캐릭터 매칭 노하우가 있다면
: 기본적으로 ‘삼국지 연의’서 해당 무장에 관한 내용을 확인하고 ‘쿠니오군’ 시리즈의 누구와 가장 어울릴까 논의한다. ‘삼국지 연의’와 ‘쿠니오군’ 양쪽을 다 아는 팬이 납득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캐릭터 매칭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당초 쿠니오군에게 관우가 아닌 유비 역할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게임 개발에 들어가니 유비가 직접 출전하는 경우가 너무 적더라. 이게 쿠니오군 관우가 탄생한 경위다.
● ‘열혈삼국지’는 파고들 구석이 많지만 메인 스토리 자체는 15시간 내외로 짧았다
: ‘난세풍운’ 역시 1회차 기준으로 15시간 전후가 소요된다. 이건 옛날부터 ‘쿠니오군’을 즐긴 팬들을 위한 배려다. 게임 한 편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젊은이와 달리 40대가 넘어가면 아무래도 그만치 여유가 없다. 따라서 엔딩 한 번 보는데 너무 부담스러운 분량은 피하고 싶었고, 대신 다회차를 통해 오랫동안 파고들 만한 요소도 충실히 담았다.
● 보너스 모드인 삼국영웅록이나 다른 미니 게임, 모드 등이 추가되었나
: 아쉽지만 삼국영웅록 같은 보너스 모드나 미니 게임은 준비하지 못했다. 대신 새로운 계략과 필살기가 추가됐는데, 주로 적과 거리를 벌리기 계통이다.
● 언제든 적토마를 탑승할 수 있게 됐다. 무의미한 이동시간을 줄이려는 조치인가
: 적토마를 자유롭게 타도록 만든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필드에서의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함이 맞다. 둘째는 전투 시 긴급탈출 수단으로 활용하라는 의도다. 이미 전작서 같은 용도로 열혈난무를 넣었으나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다. 적토마는 공격력이나 속도를 높이고 소환 시간을 늘리는 등 다양한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하니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조정하기 바란다.
● 특히 플랫포밍 구간에서 극대화되는 조작감 문제도 해결했는지 궁금하다
: 사실 점프 액션을 즐기도록 일부러 준비한 것인데 상당히 박한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난세풍운’은 오롯이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플랫포밍 구간을 최대한 줄였다. 또한 안쪽에 적과 싸우기 힘들다는 피드백이 많아 전체적인 공격 범위를 넓히고, 다운된 적의 무적 시간을 삭제하는 등 크고 작은 개선 작업이 진행됐다. 스킬 체계도 평범한 트리 형태로 바꿨다.
● ‘열혈삼국지’는 트로피 헌터에게 사랑받는 작품이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할지
: 파고들기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라 트로피 관련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 본작을 통해 ‘삼국지 연의’는 전부 다루게 된다. 다음은 ‘수호지’ 어떨까
: 확실히 ‘삼국지 연의’뿐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로 ‘쿠니오군’을 풀어내고 싶다. ‘열혈삼국지’로 실적이 나왔으니 앞으로 세계 각지의 이야기를 적극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만약 한국 역사나 전설로 ‘쿠니오군’을 만들면 어떤 이야기가 좋겠나? (※ 이후 정말로 후삼국 시대에 관하여 잔뜩 물어봤다)
● IP와 팬덤이 함께 늙는 상황이다. 신세대를 섭렵하기 위한 묘책이 필요하다
: 우리 스스로도 ‘쿠니오군’이 신세대에게 다가서야 한다는 데 깊이 통감한다. 그러자면 언젠가 2D 도트 그래픽이 아니라 뭇 젊은이가 선호하는 비주얼과 시스템 및 콘텐츠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지난달 출시된 ‘열혈우마’ 같은 이색 콜라보도 계속 이어갈 생각인지
: 사실 우리에게도 ‘열혈우마’는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일부 스태프만 아는 극비 프로젝트였던 터라 그 외 다수는 게임이 정식 발표됐을 때 깜짝 놀랐다. 앞으로도 그처럼 외부 IP 콜라보를 통해 색다른 ‘쿠니오군’을 만들어가고 싶다. 혹시 인터뷰 기사를 보고 관심이 동한 업계분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주기 바란다.
● 끝으로 한국의 ‘쿠니오쿤’ 시리즈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 “전작에 이어 드디어 ‘삼국지 연의’ 후반부로 돌입합니다. 과연 그 스토리가 쿠니오군을 통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봐 주시길. 원작을 몰라도 즐거운 쉽고 재미있는 전개와 특유의 상쾌한 게임성이 어우러진 ‘열혈삼국지 난세풍운’.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