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성검전설 부활의 주역이 ‘로맨싱 사가 2’를 리메이크한 까닭은
얼마 전 발매한 ‘성검전설 비전스 오브 마나’가 처음 공개될 당시, 전작의 성공을 주도한 타츠케 신이치 프로듀서와 외주사 xeen이 빠진 데 의구심을 품는 이가 적잖았다. 그러나 사실 타츠케P와 xeen은 마치 도장 깨기하듯 또다른 스퀘어 3대 RPG ‘사가’로 넘어간 후였다. 수십 년 역사를 자랑하는 ‘사가’ 시리즈서도 규모와 비장미가 최고라 평가받는 ‘로맨싱 사가 2’ 리메이크를 담당하게 된 것. 본지 체험기로 전했듯 그들이 만드는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은 대폭 강화된 그래픽뿐 아니라 원작의 정수를 계승하며 불편함은 덜어낸 교과서적인 리메이크다. 이에 TGS 2024 미디어 프리뷰 이벤트서 타츠케P와 직접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체험] 친절히 가필된 대서사시, 로맨싱 사가 2 리벤지 오브 더 세븐
특유의 번뜩임(閃き) 쿠션을 든 스퀘어에닉스 타츠케 신이치P
● ‘성검전설 ToM’을 만든 타츠케 신이치P와 xeen이 그대로 옮겨왔다
: 지난 2020년 ‘성검전설 ToM’을 출시하고 이듬해 모바일 이식까지 완료했다. 그 후 xeen분들과 함께 차기작은 뭘 만들까 상의하던 차에 카와즈 아키토시씨가 ‘로맨싱 사가 2’를 리메이크하면 어떻겠냐고 가볍게 제안해준 것이 계기가 됐다.
● 이미 리마스터 버전이 있는 작품을 재차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한 까닭은
: 이제와 슈퍼 패미컴으로 원작을 즐기긴 힘드니 그래픽만 좀 더 개선하여 재차 선보이는 게 리마스터라 본다. 반면 리메이크는 기존 팬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신세대 게이머가 최신 게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리마스터와 리메이크는 서로 존재 의의가 다른 셈이다.
● 원작과 비교했을 때 ‘리벤지 오브 더 세븐’서 계승된, 혹은 변경된 주요 요소는
: 아무래도 원작이 1993년작이라 전체적인 UI, 배틀 시스템, 캐릭터간 밸런스, 성장 구조 같은 부분을 주로 개선했다. 원작서 다소 숨겨뒀던 적의 약점이나 번뜩임 같은 요소도 플레이하기 쉽도록 겉으로 드러냈다.
반면 빅토르의 “흘려 베기가 완벽하게 들어갔는데…”처럼 카와즈 씨가 직접 쓴 맛깔나는 대사는 되도록 그대로 적었다. 체험판 막바지에 제라르가 아버지의 유언을 들으면서도 “아, 예(はい, はい)”라 건성으로 답하는 장면이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자못 당황할 만한 대사지만 일부러 수정하지 않았다.
‘리벤지 오브 더 세븐’으로 ‘로맨싱 사가 2’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라면 모쪼록 본작의 아이덴티티인 황제 전승, 번뜩임, 진형 같은 요소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대다수 RPG서 주인공이 한 명이거나 많아야 너덧이지 않나. 칠영웅이 굉장히 강력하기 때문에 주인공 혼자서 절대 이길 수 없어 여러 세대에 걸쳐 싸워가는 전개가 무척 인상적이다.
● 2016년 리마스터와 함께 추가된 닌자, 음양사와 추억의 미궁은 포함됐는지
: 금번 리메이크를 진행하며 1993년 원작과 2016년 리마스터 가운데 어느 한 쪽만 택할 생각은 없었다. 양쪽 요소가 모두 어느 정도 반영되었으며 질문해준 닌자와 음양사 모두 등장한다. 추억의 미궁에 대해선 지금은 답하지 않겠다.
● 전투 방식을 타임라인 배틀로 개편하며 특별히 신경을 쓴 지점이 있나
: 전투서 가장 신경을 쓴 지점은 템포다. 사실 여느 턴제 RPG를 보면 아군 행동을 지정하는 동안 다들 가만히 기다리는 꼴 아닌가. 그보다 각 캐릭터의 커맨드를 선택하는 즉시 발동하는 타임라인 배틀의 템포가 훨씬 좋은 편이다. 마치 액션 게임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 도트 그래픽의 여러 캐릭터를 3D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 원작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한 코바야시 토모미 씨의 일러스트를 주로 참고했다. 우리가 정한 기준은 오늘날 시선에서 봤을 때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가령 궁정 마술사는 본래 전신이 빨간색인데, 보다 현대적으로 보이도록 살짝 어두운 갈색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 원작은 계획 없이 진행하다 보면 엔딩조차 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는데
: 앞서 말했듯 어렵고 불편하거나 각종 수치가 감춰진 문제를 해소하려 애썼다. 원작의 경우, 계속 싸움을 피해 도망가거나 게을리 육성하면 진행 자체가 막혔던 반면 이제는 게임 시스템을 그렇게까지 잘 알지 못하더라도 어찌저찌 넘어갈 정도가 됐다. 물론 여전히 황제 전승과 번뜩임, 진형 같이 ‘로맨싱 사가 2’가 지닌 고유한 요소가 많아 원작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걱정은 접어둬도 좋겠다.
● 난이도를 캐주얼 < 노멀 < 오리지널로 세분화한 조치도 같은 맥락인가
: 사내 테스트를 진행했더니 이번에 처음으로 접한 사람과 원작 팬이 느끼는 난이도가 완전히 다르더라. 그래서 소싯적 원작을 충분히 소화한 팬들을 위한 오리지널, 그보다 쉽지만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 정도는 되는 노멀, 끝으로 되도록 쉽게 진행하고픈 분들에게 추천하는 캐주얼로 세분화했다.
● 칠영웅의 속사정은 반전이라면 반전인데, 부제서 미리 ‘복수’임을 드러낸 까닭은
: 원작의 경우, 칠영웅이 어째서 복수를 원하는지 서사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직접 파고들어야 속사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을 좀 더 보강하여 칠영웅에 대해 누구나 쉽게 그들의 서사를 향유하도록 풀어냈다. 일례로 노엘과 오아이브의 관계 같은 경우도 확실히 언급된다.
● 끝으로 ‘사가’ 시리지를 성원하는 뭇 한국 게이머에 인사를 전한다면
: “아마도 한국에는 ‘로맨싱 사가 2’ 원작을 경험하지 않은 분들이 더 많겠지요. 금번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은 현대적인 조정을 거쳐 누구나 쉬이 즐길만한 게임으로 완성됐습니다. ‘로맨싱 사가’ 1편이나 3편과 내용상 연결되지 않으니 처음 접하는 분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사가’ 시리즈로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접근성 좋은 작품이니 모쪼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