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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진화한 후류의 우는 미소녀, '크라이마키나' 체험
조회수 15159 | 루리웹 |
입력 2023.07.24 (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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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는 미소녀에 진심인 게임사 '후류'의 신작 '크라이마키나'는 게임명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눈물 흘리는 기계 미소녀가 등장하는 액션 RPG다. 이름과 콘셉트에서 전작인 크라이스타를 떠올리게 되는데, 의외로 세계관 설정상 아무런 연관이 없는 완전 신작이다. 개발사가 같고 눈물 흘리는 미소녀가 나온다는 점에서 정신적 후속작이라고는 할 수 있겠다.
크라이스타를 개발한 그 후류가 맞다
똑같이 우는 미소녀가 등장하지만 전작과는 관련이 없는 크라이마키나
크라이마키나는 현대로부터 약 2천 년 후를 배경으로 하며, 모종의 사건으로 인류가 멸망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보여주는 액션 RPG다. 과연 눈물 흘리는 미소녀와 기계가 결합해 보여주는 액션은 어떤 느낌일까? 직접 체험해 봤다.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한 소녀들의 이야기
크라이마키나의 스토리는 이렇다. '이심병'이라는 모든 감각이 사라지고 끝내 전신이 돌처럼 굳어 사망하게 되는 치사율 100%의 원인모를 병이 인류를 덮치면서 전세계 총 인구의 2할 이상이 사망하게 되는데, 죽음을 앞두고 인간들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더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고 세계 규모의 큰 전쟁이 벌어져 인류 멸망 위기에 빠지게 된다.
2천 년 뒤 인류가 멸망한 세계
멸망이 눈앞에 닥치자 일부 인간들은 종의 존속을 걸고 한 대의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로 대피하게 된다. 그 우주선의 이름은 '에덴'으로, '신기'라고 불리는 8기의 자립으로 성장하고 진화하는 인공생명이 탑재돼 인류 재생을 목적으로 2천 년에 걸쳐 에덴을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문제가 있다면 2천 년의 세월 동안 남은 인간이 모두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8기의 신기는 인류를 재생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야기는 8번째 신기 '에노아'를 주축으로 시작된다. 에노아는 '정신재생'을 맡는 신기인데, 인류의 정신재생을 위해 과거를 재현한 가상세계를 운영해 이미 죽은 인간들의 정신을 프로그램으로, 육체는 기계로 되살려 재구축하게 된다. 그렇게 태어난 존재가 바로 크라이마키나의 주인공 삼인방인 '레벤', '미코토', '아미' 3인방이다.
하지만 에노아의 인류 재생 방식은 다른 신기들에게 인정 받지 못하고, 이물질을 배제하려고 하는 다른 신기들에게 공격을 받기까지 이른다. 그 과정에서 과거 인간의 정신 데이터를 보관 중인 데이터베이스가 파손돼 더 이상 정신재생 작업이 불가능하게 되고, 에노아·레벤·미코토·아미는 기계들에게 쫓기게 되는 신세가 된다.
에노아는 재생 인간이 신기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를 에덴 내 '진짜 인간'을 판별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에덴 곳곳으로 흩어져 있는 'ExP(이 크로스 피)'를 모으고자 한다. 에덴의 신기들은 로봇의 3원칙(로봇은 인간을 지켜야 한다, 명령을 들어야 한다, 스스로도 지켜야 한다)을 따르도록 설정돼 있으므로 진짜 인간으로 인정 받을 수만 있다면 공격을 멈추고 명령에 따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인류가 멸망하고 기계만 남은 세상에서 진짜 인간으로 인정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신'이 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
후류의 방식대로 진화한 그래픽과 액션
크라이마키나는 후류라는 게임사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크라이스타가 그래픽이 어색하고 전투가 지루하다는 혹평을 받았던 만큼 같은 '크라이'를 내세운 크라이마키나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됐는데, 우려와는 달리 전체적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먼저 원화와 캐릭터 모델링 모두 암울한 세계관 속에서 피어난 가련한 미소녀들을 잘 그려냈다. 기계이지만 누구보다 인간을 좋아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에노아', 인간이지만 기계를 좋아하고 인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레벤', 멋지게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올곧은 마음으로 노력하는 '미코토', 일행을 한가족으로 생각하며 부드럽게 배려하는 '아미' 등 가련한 미소녀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데, 이들이 유사 인간, 유사 가족에서 진정한 인간과 가족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적절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캐릭터와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답게 풀보이스를 지원하는 점도 한 몫한다.
액션은 공격, 이동, 회피, 가드, 스킬, 콤보, 카운터, 브레이크 시스템 등 다양해 액션 게임으로서 있을 건 다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저스트 회피와 가드로 적의 공격을 흘려내고 카운터로 WEAK 게이지를 깎아내 약해진 적을 공중 콤보와 피니시 공격으로 적을 화려하게 마무리 짓는 식으로 진행된다. 일반 공격도 조작 방식에 따라 일반 공격, 띄우기, 차징 공격 등으로 분기돼 조작하는 맛이 있다.
원거리 공격도 있다
레벨 업과 스테이터스 상승을 통해 캐릭터가 성장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적을 처치하면 ExP와 EGO 등 인격 데이터의 단편을 획득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경험치와 스킬 포인트는 물론 권속기의 효과를 바꾸거나 대미지를 강화하는 특수한 코드도 얻을 수 있다. 초반에는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반격하는 다소 반복적인 액션을 통해 싸워나가게 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캐릭터마다 다른 권속기와 에노아의 서포트 스킬을 더해 더 쉽고 호쾌하게 적을 처치하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각 캐릭터는 서로 다른 무장과 능력을 가진다
에노아는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서포트 스킬로 지원이 가능하다
캐릭터의 레벨업, 스테이터스 상승 등이 가능하다
인격 데이터를 해석하면 권속기를 강화할 수 있느 코드를 획득할 수 있다
크라이마키나에서 후류의 진화한 그래픽과 액션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여전히 후류답다면 후류다운 아쉬운 점도 느낄 수 있다. 바로 기묘한 그래픽과 타격감이 떨어지는 전투 시스템이다.
크라이마키나는 기계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장르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인지 배경 설명부터 등장인물까지 상당히 기괴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다. 특히 '되다 만 인간'의 느낌을 주는 기계 몸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골짜기'가 상당하다. 분명 일러스트와 캐릭터 모델링은 진화했는데 이런 기괴한 분위기의 세계관 설정 때문에 제대로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가련한 미소녀들이 등장해 눈이 즐겁지만
작품 내 세계관 특성상 어느 정도 기괴함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태어나 기계의 몸을 가진 주인공 일행이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한 모험이 펼쳐진다는 작중 스토리 설정상 이러한 불쾌한 골짜기는 의도적인 표현이겠지만, 이러한 불쾌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에겐 거북한 게임이 될 수 있다. 또 여성끼리의 사랑을 암시하는 백합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세계관 설정상 기계의 몸을 가지고 활동한다
어설프게 인간과 비슷한 기계의 몸이 불쾌한 골짜기를 선사한다
걸스 러브, 백합 요소도 들어가 있다
전작인 크라이스타가 보여준 지루한 전투는 더욱 다양하고 화려해진 액션으로 어느 정도 개선했지만, 특유의 허수아비를 패는 듯한 타격감은 여전하다. 조종하는 캐릭터의 액션은 화려한 반면, 정작 그 공격에 맞는 적이 보여주는 반응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적은 저마다 WEAK 게이지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채우지 않으면 공격해도 경직이 거의 없다. 네임드급 적의 경우 방어막도 가지고 있는데, 이 상태에서는 공격해도 대미지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무언가 튕겨 나가는 듯한 맥빠지는 효과음이만 울려퍼진다. 보통 이렇게 대놓고 방어막 파괴를 요구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은 방어막을 깨부수면 맞을 때마다 크게 휘청거리는 등 크게 약해진 반응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크라이마키나는 방어막을 깨부숴도, 그저 몸이 조금 흔들리는 정도로 담백한 반응을 보여준다.
보통 방어막 게이지는 저스트 회피나 가드 시 발동되는 카운터 공격을 활용해 깎아내게 된다. 적이 공격하기 직전에 보라색 이펙트가 터지는데, 그에 맞춰 회피를 하거나 가드하면 카운터 공격이 나가고 적의 방어막을 크게 깎아낼 수 있다.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하면 손맛은 제대로 느껴지는데, 정작 그 공격을 맞은 적의 반응이 담백해서 쾌감까지 느끼기는 힘들다.
방어막을 부수고 WEAK 게이지까지 채우면 비로서 공중에 띄우거나 넘어뜨릴 수 있는데, WEAK 상태 유지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고 그만큼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해서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이만큼 다양한 액션과 화려한 이펙트가 함께하는데 타격감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참 신기하다고 느껴졌다. 내 캐릭터로 다양하고 화려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만큼, 적도 좀 더 다양하고 확실한 반응을 보여주며 제대로 당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적의 몸이 보라색으로 빛날 때가 카운터 기회다
부족한 타격감을 보충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긴 한데, 바로 캐주얼 모드다. 캐주얼 모드를 활성화하면 적의 체력이 줄어들어서 WEAK 게이지를 깎아내기 위한 지루한 공방을 여러 번 이어나가지 않아도 되고, 화려한 콤보와 피니시 공격 몇 번만 보면 적을 물리칠 수 있다. 전투는 가볍게 즐기고 스토리에 집중하고 싶다면 캐주얼 모드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크라이마키나는 그간 후류가 혹평 받아왔던 그래픽과 액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타이틀이었다. 특히 최근 후류가 선보인 '칼리굴라', '모나크', '크라이스타' 등 게임을 플레이해본 적이 있는 게이머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게임이 될 것이다. 이번 작품은 부디 "스토리와 음악만큼은 좋았다."라는 평가를 받지 않길 바라며 이만 체험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추천하는 이유
- 가련한 미소녀들과 함께하는 성장 스토리
- 후류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게임
추천하지 않는 이유
- 기계와 백합,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세계관 설정
- 허수아비를 치는 듯한 타격감
|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