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트 그래픽 밀도 높였다, '환세취호전NS' 체험 및 인터뷰
지난 5월 열린 2022 플레이엑스포 루리콘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대원미디어 게임랩 '환세취호전NS(가칭)'는 많은 올드 게이머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당시 시연은 약 3분 분량으로 짧은 축에 속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아타호·스마슈·린샹 3인조의 반가운 모습은 환세취호전에 대한 추억에 불을 지피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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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환세취호전NS는 올해 겨울 출시 예정이었지만 아쉽게도 출시 일정이 조금 밀렸다. 공개 당시 유저들이 준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하여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으로, 2023년 상반기 중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환세취호전NS 출시 연기는 올 겨울 환세취호전NS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팬들에게는 굉장히 아쉬운 소식이다. 특히 2022 플레이엑스포 깜짝 공개 이후 별다른 정보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게임에 대한 소식이 궁금해 진다. 그런 게이머들을 위해 직접 한창 개발 중인 환세취호전NS 테스트 빌드를 직접 플레이 해보고 궁금한 점을 개발팀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본고는 개발 중인 빌드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정식 출시 시점 세부 사항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25년 세월을 넘어, 환세취호전NS
환세취호전은 1997년에 출시된 턴제 RPG로, 빠른 템포와 유쾌한 분위기, 약간의 힌트를 가지고 숨겨진 요소를 찾아 헤매는 고전 게임 특유의 나쁘게 말하면 불편하고 좋게 말하면 보람찬, 그런 성장과 탐험의 재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 나름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타이틀인 만큼 그 당시 게임을 재미있게 했던 팬들에게는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25년이라는 긴 세월,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환세취호전NS는 그 환세취호전을 현대화하여 팬들은 물론 요즘 게이머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리마스터격 타이틀이다. 해상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 도트 그래픽을 새로 찍고 스킬 이펙트도 더 멋지게 그려내는 등 현대적 재해석을 더했다. 환세취호전NS의 개발과 배급은 웨이코더와 대원미디어 게임랩이 맡는다.
게임은 호랑이 출신 권법가이자 맹호권의 계승자 '아타호'가 무투대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그린다. 수인이 등장하고 마치 마법과도 같은 화려한 권법이 난무하는 등 판타지가 적절하게 섞여 있는 흥미로운 세계관, 그리고 무투대회라는 키워드에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듯 나름 뜨거운 전개가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 최초 공개는 지난 5월 열린 2022 플레이엑스포 루리콘 행사에서 이뤄졌다. 현장에 설치된 시연 부스에서는 약 3분 정도 분량의 게임 플레이가 가능했으며, 그를 통해 잊고 있었던 환세취호전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개발 초기 빌드였던 만큼 체험 분량이 적고 미완성적인 부분이 많이 엿보여 기대와 우려를 함께 가지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그래픽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해상도 자체는 좋아졌으나 도트 그래픽과 UI 등 화면 구성 요소의 '밀도'가 부족해 모바일 버전 내지 열화판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
반면 이번에 체험해볼 수 있었던 빌드는 프롤로그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고, 아타호는 물론 스마슈까지 직접 조작해볼 수 있는 등 꽤 본격적이었다. '제1 장 불청객'부터 '제3 장 자객침입' 초반 부분까지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 게임을 플레이 하면 할 수록 "아! 이 부분은 이렇게 했어야 했지!"하고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또 이전 시연에서 아쉬운 점으로 꼽히던 그래픽의 밀도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
이번에는 스마슈도 플레이해 볼 수 있었다.
전체적인 게임 진행 흐름은 그 때 그 시절 환세취호전과 비슷하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역시 선명하고 큰 화면으로 환세취호전을 즐길 수 있다는 감동이다. 어렸을 적 원작을 10번도 넘게 클리어하며 굉장히 재미있게 플레이 했던 팬으로서 먹기·마시기 대회 참가, 술 창고 청소, 맹호권 도장에서 미인 누나와 사범님을 만나는 등 추억 속 이벤트를 마주했을 때 느낀 그 감동은 말로 이룰 수 없었다.
기술 레벨 업이 뜨는 순간이 가장 설렌다. 호격권 이펙트가 캐릭터 뒤에 표시되는건 버그다.
특히 지난 빌드에서 단점으로 지적됐던 그래픽의 밀도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 딱 봐도 이전 빌드에 비해 여러 모로 도트 그래픽 밀도가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배경 그래픽을 다시 그려내고, 카메라 시점을 확대해 화면을 더 가까이 하는 것으로 화면이 꽉 차 보이는 느낌을 주며, UI 또한 캐릭터 얼굴 도트를 다시 찍고 폰트를 더 옛날 느낌을 주도록 바꾸면서 화면에 붕 뜨지 않고 전체 풍경에 제대로 녹아들도록 개선했다.
개선 전 모습. 화면이 멀고, 도트 밀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뭔가 모바일 느낌이 강하다
개선된 모습. 화면이 가깝고 길바닥 등 도트 밀도가 좋아졌다. UI에 캐릭터 얼굴이나 폰트의 변화도 엿보인다.
가장 좋은 예로 오프닝이 있다. 배경이 입체적으로 변했고, 적으로 등장하는 드래곤 또한 원작의 디자인을 따라 그린 수준에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여러 모로 '가볍다'는 인상 또한 많이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많은 지적이 있었던 린샹의 어색한 머리 움직임(?)이 수정되기도 했다!
개선 전 모습. 배경 및 드래곤의 디자인이 원작과 흡사하나 도트 밀도가 떨어지고 단순해 보인다
개선된 모습. 배경이 입체적으로 바뀌었고, 드래곤은 도트 밀도가 높고 좀 더 사나운 느낌의 디자인으로 변경됐다. 자세히 보면 어색했던 린샹의 머리도 수정됐다
사실 환세취호전NS는 이러한 시행착오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 환세취호전 원작을 개발한 개발사는 사라진지 오래이며, 현재 남아 있는 자료라곤 출시된 지 25년 된 원작 게임 정도 밖에 없다.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원작을 직접 플레이하며 눈에 보이는 것을 모든 것을 다시 그려내고, 수 없는 반복 플레이를 통해 데이터를 뽑아 내 게임을 재구성해야 한다. 환세취호전NS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피나는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게임 출시가 연기된 이유는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던 가시적 밀도를 높이기 위해 도트를 다시 그리고, 그에 맞춘 추가 검수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환세취호전NS는 2023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불리는 '환세취호전NS'는 어디까지나 가칭이기 때문에 출시 시점 명칭이 변경될 수 있다.
아래는 환세취호전NS에 대한 궁금증을 개발사에 직접 묻고 답변을 받은 것이다. 답변은 웨이코더 이용운 환세취호전NS 개발 총괄과 서기원 환세취호전NS 개발지원이 맡았다.
● 환세취호전은 올드 게이머에겐 친숙한 타이틀이지만, 요즘 세대에게는 생소할 것 같다. 환세취호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이용운: 환세취호전은 1997년 출시된 빠른 템포와 유쾌한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턴제 RPG로, 메인 스토리는 물론 곳곳에 숨겨져 있는 히든 콘텐츠를 찾는 재미가 쏠쏠한 게임이다.
● 약 25년 만에 돌아온 타이틀이다. 원작 개발사가 해산했기 때문에 뭔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볼 수 있다니 정말 반갑다. 환세취호전NS를 어떻게 개발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서기원: 대원미디어 게임랩에서 환세취호전 스위치 버전 개발을 진행하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발팀 전원이 환세취호전의 팬이다 보니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고 사정사정을 해서 이렇게 함께 게임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됐다.
● 환세취호전NS는 원작과 어떤 점이 다를 지 궁금하다. 캐릭터의 대사나 이벤트 같은 흐름 일부가 변경된 부분이 있을까?
이용운: 원작을 재해석하여 현대 트렌드에 맞게 그래픽, 연출, 편의성을 변경했다.
서기원: 대부분 원작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으며, 대사나 스크립트의 경우 더 매끄럽도록 변경했다.
● 지난 5월 루리콘 2022 현장에서 시연 빌드가 공개됐을 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그래픽 관련이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이 많았는데 개선의 여지가 있을까?
이용운: 루리콘 시연 빌드는 TV 연결 시 화면이 잘리는 오류가 있었다. 완성도 높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 당시 팀장이 피드백을 받기 위해 루리웹과 SNS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가능한 환세취호전NS의 그래픽을 팬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노력해서 수정하겠다.
● 환세취호전의 재미 중 하나는 파고들기 요소다. 엔딩과 별도로 나락 수련장에서 성장의 한계에 도전할 수도 있고, 게임을 어떻게 이끌어 갔는지에 따라 엔딩 시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런 부분도 제대로 구현됐을지?
이용운: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 100번도 넘게 플레이해 본 것 같다. 원작과 동일한 재미를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워낙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현세대 관점으로 보면 조작 등에서 다소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편의성 관련해서 개선된 부분이 있을까?
서기원: 닌텐도 스위치라는 기기적 특성, 그리고 요즘 시대 게임에 맞는 게임 진행 방식 등을 고려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전투 피로도를 줄이고 속도감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보고 있다.
● 개발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특별히 힘들었거나 인상 깊었던 일이 있다면?
이용운: 아까 살짝 언급드린 것처럼 게임 엔딩을 100번 이상 봤고, 반복 플레이는 셀 수도 없다. 정확한 구현을 위해 하나의 몹을 계속 잡아야 하는데, 세이브 포인트에 다시 가는 길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특히 힘들었던 몬스터는 '두개골'이다. 두개골의 스킬과 빈도를 확인해야 하는데 확인하는 과정보다 잡고 이동하는 과정이 너무 오래 걸렸다.
● 개인적으로 환세취호전의 열린(?) 결말은 조금 아쉽다고 생각한다. 후일담 같은 것이 추가되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러한 형태의 추가 요소는 따로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환세취호전 IP를 활용한 후속작을 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기원: 환세취호전 IP를 활용한 후속작은 개발팀 모두가 간절히 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환세취호전NS가 잘되서 향후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