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장점과 이를 가리는 BM, '승리의 여신: 니케' 체험
‘니케’ 를 다른 게임과 구분짓는 가장 큰 차이점이자 이 게임만의 독특한 점은 역시 전투라고 할 수 있겠다. 항상 캐릭터 수집 위주의 게임을 평가할 때마다 결국 대동소이할 수 없는 캐릭터 수집 방법과 비주얼적인 테이스트를 떠나서 중요한 부분은 그 수집한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메리트를 부여하는데 있다고 말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니케’ 의 전투는 다른 게임과 확연히 구분된다.
그리고 ‘니케’ 의 전투는 단순히 수집형을 떠나서 모바일에서 많이 시도되지 않았던 건슈팅이다. 물론, 슈터 게임으로 한정하면 많은 작품이 있지만 이런 성장형, 수집형 게임에 시도된 건 매우 드문 케이스다.
이 시도 자체는 그 성과와 부족함이 모두 공존하지만, 그럼에도 시도 자체는 성공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에서 전투는 그만큼의 재미를 주기 때문.
5인 파티를 짜서 투입되는 몇가지 모드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적을 조준해 쏘아 처치하는걸 기본으로 한다. 무기에 따라 탄속이 있고, 공격과 엄폐를 선택할 수 있는, 이런 건 슈팅은 오락실에서는 익숙한 방식이고, 또 ‘기어스 오브 워’ 나 ‘디비전’ 같은 게임들에서도 핵심 플레이 메카닉으로 쓰이곤 했다. 모바일 게임에서 이 플레이가 과연 얼마나 재미있고 효과적일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건 슈팅으로서의 만듦새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무엇보다 흔하디 흔하고 이제는 좀 질릴법도 한 베이직한 턴제 전투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투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모바일 게임 중에서는 꽤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전투의 근간이 되는 캐릭터들은 여러가지 능력을 베이스로 만들어져 있다. 1,2,3으로 순서를 구분한 버스트 스킬이 파티의 핵심을 잡아주면서 캐릭터들은 여러모로 차별화된다. 버스트는 ‘니케’ 전투와 캐릭터 빌딩의 알파요 오메가로서, 버스트 스킬을 적시에 활용하기 위해 5칸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파티 구성은 출발한다.
캐릭터를 모으고, 키우고, 조합하고의 재미
이 조합의 재미 만큼은 다른 게임보다 확실히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다른 게임의 캐릭터 구분 또는 카테고리화에 비해 훨씬 더 많은 파생이 가능해진다. 같은 무기를 쓰더라도 스킬 순서에 따라, 스킬 쿨타임에 따라, 화력/지원/방어 등 형태에 따라, 각 스킬의 구성, 속성 등등, 같거나 비슷한 캐릭터가 거의 없고, 저마다 특색이 확연한게 대부분이다. 그만큼 특정 캐릭터를 파티에 채용할 때 들어가는 명분도 다채로워진다. 이 캐릭터는 무기가 마음에 들어서, 버스트 순서가 내가 필요한 것과 맞아서, 이런 저런 조건을 맞추다 마지막 퍼즐에 딱 들어 맞아서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캐릭터를 기용하게 된다.
게임의 구조는 이전 베타부터 익히 알려졌듯, 방치+수집형 구조를 따라간다. ‘AFK 아레나’ 가 한 번 재정립했던 방치형 게임의 구조는 꽤 널리 쓰였고, 최근에는 ‘워킹데드 올스타즈’ 같은 한국 회사의 게임도 있었다.
그렇다면 보통 이런 방치형 게임에서 중요한 부분은 캐릭터의 성장이 정체되어 기다려야할 때 플레이할 콘텐츠들이 무엇이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 게임에는 방주 화면에서 들어갈 수 있는 4개의 콘텐츠가 있다. 로스트 섹터/시뮬레이션 룸/트라이브 타워/보스전 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PVE 를 진행하는 콘텐츠다. 전투 자체는 같지만 로스트 섹터는 정해진 레벨을 탐색해 보상을 얻어야 하고, 시뮬레이션 룸은 이 모드에서만 쓰이는 버프를 수집해가며 연속적으로 격파해나가는 식이며, 트라이브 타워는 흔히 있는 여러 층을 뚫으며 올라가는 모드다. 보스전은 몇몇 보스전만 따로 플레이하여 기록을 재는 모드다.
이런저런 콘텐츠들에 앞으로 추가될 레이드는 주력 엔드 콘텐츠가 될 예정.
이벤트에서는 신규 캐릭터가 있어야 추가 보상을 제대로 획득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익숙한 방식.
이 게임의 최대 장점은 위에서 설명한 다채로운 캐릭터 차별화를 통한 덱 빌딩이다. 이는 타 게임에 비해서도 훨씬 두드러지는 ‘니케’ 의 장점으로서, 게임을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또한 슈팅이라는 게임의 핵심 메커니즘은 다른 게임과 완전히 다른 요소이며, 이 자체만으로도 이 게임은 어느 게임보다 전투 측면에서 매우 재미있는 플레이를 보장하고 있다.
■ 단점 - 방치형 게임에 들어맞지 않고 장점을 억제하는 BM
방치형 게임이 주목받은 이유? 방치형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조합을 맞추는 재미, 그리고 그 조합을 맞추기 위한 수단이 많이 확보되어 있어 타 수집형에 비해 보다 안정감이 있다는 걸 먼저 이야기할 수 있겠다.
AFK 아레나는 원하는 캐릭터군을 뽑는 허들이 훨씬 낮다.
이는 일종의 덱 빌딩 게임과도 맥을 같이 한다. 내가 원하는 어떤 캐릭터를 지정해서 모두 베스트로 채울 수는 없지만, 하나 좋은 캐릭터가 나왔다면 이를 토대로 덱 빌딩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를테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각 소속 별 픽업이 바로 그 역할이다.
하지만 ‘니케’는 바로 이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거나 의도를 실현시키기 위한 캐릭터 수급이나 성장이 어렵도록 극도로 많은 부분이 약화되고 조율되어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던 이 게임의 장점인 캐릭터가 다채롭고 파티를 구성하는 재미가 많다는 장점은 한편으로는 캐릭터를 가지고 파티를 구성하는 조합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이 게임에서 조합을 짜기 위해 봐야하는 부분 중 가장 중요한건 버스트 스킬이다. 1,2,3 순서로 버스트 스킬이 정해져 있고 여기에 스킬 쿨타임도 20초대와 40초대로 나뉘어 있다. 그래서 5명의 캐릭터 안에서 이 버스트 스킬을 조합하여 연속적으로 발동하기 원활하게 하는게 최우선 과제다.
즉, 대표적인 11223 조합이나 11233, 12233 조합은 얼핏 보면 다양한 조합을 보장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굉장히 협소한 캐릭터 사용 제한을 만들어 버린다. 예를 들어 아무리 어느 특정 캐릭터가 마음에 들더라도, 내가 기존에 쓰고 있는 캐릭터와 스킬 쿨타임이 들어맞지 않으면 안쓰니만 못하게 되어버린다. 즉, 11223, 11233, 12233 에서 숫자가 하나만 들어가는 순서에는 꼭 20초짜리 캐릭터를 쓰는게 강제되며, 숫자가 두개 들어가는 순서에는 40초 두 명을 쓰지 않으면 손해가 되어버린다. 오히려 지극히 경직된 조합 구조인 셈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현재 ‘니케’ 의 캐릭터 풀 때문에 더욱 심해지는데, 바로 가용 가능한 준척급 SSR 이 심각하게 적고, 그 SSR 의 수급도 지나치게 어렵다는 문제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걸 감내하고 써서 초중반을 버티게 해줄 SR 준척급 캐릭터가 많지도 않다. 즉 보이는 것보다 가용 캐릭터 풀은 가뜩이나 좁은데, 가챠 단가는 타 게임에 비해 훨씬 높은데다 방치형 게임에서 이를 보조하는 각종 픽업도 전혀 없다. 플레이어가 어떤 캐릭터를 필요로 하건 간에 그런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게 무조건 한 하나의 확률 가챠를 뚫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SR의 수가 많다면 SR을 돌려가며 쓰는 재미라도 있겠지만,
SR의 수도 굉장히 적다보니 결국 재화 뽑기일 뿐이다.
그리고 이는 버스트 스킬에서 끝나지 않는다. 버스트 스킬만큼이나 중요하게 맞춰야 하는 부분이 바로 무기 타입이고, 그 다음에는 역할, 속성, 그리고 통일된 강화를 위한 제조사도 보아야 한다. 이 모든걸 다 더하면 정말로 조합 자체가 너무나 까다로운데, 문제는 이 게임의 전체 캐릭터 가짓수는 아직 터무니 없이 적다. 여기에 캐릭터 성능 문제까지 겹치면 너무 극명한 SSR 내의 티어 때문에 가용 풀은 더 줄어든다. 조합을 짤 때 마지막 퍼즐이 될 니케는 결국 한두개 아니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 이는 단순히 캐릭터의 카테고리가 너무 다양한 것 자체는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충분한 캐릭터 풀이 뒷받침 된다면 이 다양한 캐릭터 카테고리는 강점이 된다. 하지만 내가 필요한, 원하는 버스트의 캐릭터를 노려 뽑을 수 없기에 커다란 문제가 된다.
이런 누적 획득 시스템은 스트레스의 해소 창구가 되어야 하는데,
SSR 과 SR을 섞어 놓아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결국 이 게임은 핵심적으로 부족한 버스트를 담당할 캐릭터도 뽑아야하고, 무기가 안맞는 니케를 대신할 캐릭터도 뽑아야하고, 그리고 그렇게 뽑은 캐릭터를 계속 한계돌파하기 위해 또 뽑아야하는데, 그런 막대한 캐릭터 뽑기 수요를 천장도 카테고리별 픽업도 없는 일반 가챠 하나로 감당해야 한다.
버그는... 출시 초기니까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할인을 해도 구성 자체가 매력적이지 못하면 구입의 메리트가 떨어진다
그 결과로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과금 양상은 즐겁게 덱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고 돈을 쓰는게 아니라, 악에 받쳐 어떻게든 이 엉망인 그림을 조금이라도 맞춰보려고 돈을 쓰게 된다. 당연히 과금 만족도는 바닥을 친다. 헬름 출시로 생긴 캐릭터 픽업과 천장은 중요하지 않다. 개별 캐릭터 하나를 뽑는다고 해결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시 픽업과 제대로 된 캐릭터 저격 천장이 있어야 한다. 몰드도 최소한 황금 몰드는 SR을 빼고 SSR만 있어야 했다.
그리고 사실 이 게임의 과금 구조 자체가 그렇다. 전반적으로 어떻게든 플레이어가 과한 이득을 취하지 않게 하려고 플레이어 만족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구성된 부분이 너무나 많다. 플레이어가 이 돈을 쓰면서 얼마나 만족감을 얻을까, 어떻게 기쁘게 돈을 쓰게 할까라는 고민은 보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최대한 손해보지 않으면서 장사를 할까 하는 고민만 보인다. 단적인 예로 점검 보상이 단차도 안되는 200쥬얼이고, 패키지는 가챠 횟수로 딱 끊기지도 않고, 유료 쥬얼과 무료 쥬얼은 구분되어있기까지 하다. 거기다 리세마라는 불가능하진 않지만 상당히 불친절하다.
유일하게 구입시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건 15만원짜리 패키지다.
9티어 머리 파츠라니...
모든 플레이어의 서로 다른 니즈가 이 확률 하나에 모두 통제되는 상황
■ 결론 - 플레이어의 과금 만족도를 고려하는 변화가 필요
결론적으로 잘 만들어둔 전투와 스테이지 같은 게임의 핵심 요소를 BM이 잡아먹고 있는 셈이다. ‘니케’ 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에 부여된 다양한 특징과 이를 조합한 건슈팅 위주의 전투가 제대로 강점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캐릭터 풀을 활용해 계속해서 조합을 고민하고 시도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의 BM은 플레이어의 수직, 수평 양면으로의 확장&성장을 가로막는데 아주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BM이 성장을 돕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BM으로 유도하기 위해 내 성장이 가로막혀 있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든다.
또한 그 BM 역시 전혀 세밀하게, 유저의 만족도 측면을 고려하여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싸지만 성의없는 패키지들로만 느껴진다. 내가 어떤 것이 부족해서 무엇인가 필요할 때 그 정확한 포인트를 캐치해 돈을 써서 채우는 그러한 느낌이 이 게임에는 전혀 없으며, 그저 쥬얼/뽑기권/장비or몰드의 수량만 다르게 한 무한 복붙 상품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픽업이면 픽업, 천장이면 천장처럼 플레이어의 니즈를 해소할 적절한 수단이 필요한데도 오직 하나의 해법-하나의 운에만 의존하기를 제시하여 플레이어가 돈을 쓰기보다는 질리도록 만든다.
단순히 패키지의 단가가 비싼 문제가 아니라, 그 모든 게임의 과금액이 게임 속 가치로 치환되는 과정이 너무나 단순하고, 무성의하다. 단가가 높고 낮고는 살짝 다른 핀트의 문제다. 액수가 얼마가 되었든 돈을 써도 그만큼의 만족을 얻지 못한다면 사람은 돈을 쓰길 주저하기 마련이다.
‘원신’ 이 가챠 게임 역대 최고급 매출을 계속 쌓아가는 건 무지막지한 패키지 가격이나 가챠 비용 때문이 아니다. 물론 원신도 한 캐릭터를 뽑는 비용 자체만 보면 결코 낮지 않은 게임이다. 하지만 원신은 천장/반천장과 천장 이월 등의 배려가 최소한 갖춰져 있고, 하나의 캐릭터를 뽑게 되면 그걸 키우고 플레이하면서 생기는 플레이 타임이 길다. 명함만 따도 충분히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재미도 차별화되어 타 게임의 캐릭터 하나보다 훨씬 가치가 크다.
즉,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정해진 액수만 쓰면 원하는 캐릭터를 얻을 수 있고,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충분히 쉬어갈 수 있는 게임과, 게임을 플레이하고 성장하는데 요구되는 캐릭터가 지극히 까다롭고, 얼마를 어떻게 써야 원하는 캐릭터를 얻을지도 모르는 게임의 차이다.
이는 게임으로서 ‘원신’ 과 ‘니케’ 가 1대1로 대응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며, BM 구조를 어떻게 플레이어에게 납득시키느냐의 차이를 강조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참고로 200연차 마일리지면 120만원 짜리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시스템이 억지라고 할 정도로 플레이어의 성장을 늦추고 약화시키기 위해 짜여져 있고 플레이어는 굉장히 불쾌하고 불리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돈을 써도 쓰는 것 같지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가 돈을 잘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게임의 의도에 당하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 그리고 사실 이 모든 문제는 베타에서도 계속 지적되어 온 부분인데도 수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디바이스 성능에 따라 너무 차이가 나는 딜량.
위 스크린샷은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하고 현재 기록은 Z 플립3, 최고 기록은 아이패드 미니6 로 돌렸다.
변수가 좀 있겠지만 20%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필자가 모바일 게임에 돈을 안쓰는 사람이라서 이런 BM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데스티니 차일드’ 에도 수백만원을 썼고 올해 출시한 ‘대항해시대 오리진’ 도 트럭 정도는 질렀으며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에도 키타산을 위해 돈을 부었다. 하지만 그런 게임에 돈을 쓸 때와 ‘니케’ 에 돈을 쓸 때에는 만족감의 차이가 확연하게 존재한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