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은 편안한 과금과 무수한 시간 사이에 있었다, '디아블로 이모탈' 정식 서비스 체험
이 과정에서 블리자드는 많은 것들을 추가하고 시험하는 과정을 거쳤다. MMORPG로 장르 변화를 꾀하며 시스템 일부를 수정했고. 전설 장비와 세트 아이템의 구성. 기존 디아블로3의 직업 일부를 가져오며 변화한 스킬 구성들. 배틀 패스 및 전설 문장과 같은 주요 수익모델의 시험 등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변화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현재. 디아블로 이모탈은 정식 서비스를 통해 그간의 변화를 갈무리하고. 최종적으로 이를 플레이어들에게 선보이는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그간 테스트를 진행했던 기초 토대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며, 세부적인 수치와 안정성의 변화 등을 정식 서비스를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는 상태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디아블로 이모탈. 이번 타이틀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변화한 지점들. 그리고 테스트 과정에서 고민했던 우려가 현실로 닥쳤던 부분들. 그리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어울리지 않는 부분들. 그럼에도 긍정적인 부분들을 일부 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역은 지옥, 지옥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 긍정적인 부분들 - 스킬과 빌드의 변화
테스트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이기는 하지만, 디아블로 이모탈의 플레이가 보여주는 핵심은 전투를 통한 아이템 습득. 그리고 파밍에 있다. 이 지점에서 눈여겨 봐야하는 부분은 전설 아이템이 빌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다.
간소화된 것이기도 하지만, 디아블로 이모탈은 전설 아이템을 통해서 스킬의 형태를 바꾸고. 이를 이용해 빌드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뒀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방향이 유의미한 변화였다고 본다. 그간 시리즈의 전설 아이템이 스킬의 능력을 상승시키는 것에 있었다고 한다면, 디아블로 이모탈의 전설은 그 형태 변화에 치중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스킬의 외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용 목적 자체를 건드린다는 점에 있다. 룬을 통해서 부가효과를 붙이는 것과는 또 다른 역할이며, 디아블로3의 그것을 베이스로 나름의 변용을 가했다.
개인적으로 전설 장비와 스킬의 변화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나오는 전설 아이템에 따라서 비슷비슷한 형태가 될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빌드의 다양성을 갖추는 데에는 일조했다. 전설 아이템이 플레이어마다 똑같이 드랍되지 않으므로, 스킬 사용까지 완벽하게 같은 플레이어는 만나기가 어렵기도 하다. 여기서 오는 빌드와 빌드의 조합. 시너지 등이 플레이어들이 엮이고 플레이하는 데에 긍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식 서비스와 함께, PC 버전의 서비스도 이루어졌다는 점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정확하게는 모바일 버전이 먼저 선보인 상태지만) 이전 테스트에서 컨트롤러 지원이 이루어졌기에, 조작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PC판이 베타인 이유가 있다'는 언급을 하겠다.
일단 기본 설정 기준으로는 WASD 조작과 버튼을 눌러 스킬을 사용하는 지점에서 괴리감이 있다. 이동을 WASD 기반으로 하는데, 토글해서 사용하는 스킬들이 있어서다. 기본 조작 기준으로 보자면, 토글 스킬이 이동을 하면서. 동시에 숫자 키를 누르고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 나온다. 이럴 경우에는 토글하는 순간만 마우스로 이동하는 방식을 택하게 되며, 이질적인 느낌을 받기 쉽다.
2번을 누르면서 WASD로 이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기본 설정 기준으로는 키보드 + 마우스 조작보다는 컨트롤러 조작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 현재 PC 기준으로는 Xbox 패드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커서가 이리저리 알아서 움직이거나. 메뉴를 클릭할 때 아날로그 스틱으로 커서를 움직여야 하는 등 여러모로 불편함이 남아있는 상태다. 다른 컨트롤러를 사용하면 그나마 나아지긴 할 것이지만, 추가적인 세팅을 할 만큼의 메리트는 찾을 수 없었다.
이러한 부분들은 PC 버전의 조작을 가다듬어야 하는 베타 상태인 점. 그리고 모바일 타이틀 베이스로 되어있어, 커서 조작과 같은 불편함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PC에서 조작을 지원한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어쨌든 아직 PC 기준 조작 측면에서는 미흡한 부분들이 존재하는. 개발이 더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Xbox 컨트롤러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이 필요하다. 하는 김에 진동도 좀 넣어줬으면 하고
● 두 개의 성장 트랙이 만드는 불협화음
수익 모델을 시험했던 지난 테스트에서 가장 불안했던 부분이기도 했는데. 정식 서비스 시점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뜨거운 감자이자, 고질적인 문제를 낳는 것으로 악화됐다. 애초에 위태위태했던 상태에서 균형을 잃고 한 방향으로 기울어진 것과 같다. 수익 모델. 특히 전설 보석과 연계되는 부분의 설명을 위해서는 디아블로 이모탈의 성장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디아블로 이모탈의 성장은 크게 두 개의 트랙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전투평점으로 대표되는 아이템 자체의 성장. 그리고 전설 보석으로 대표되는 공명 관련 능력치의 성장이다. 공명 관련 시스템 등은 첫 번째와 두 번째 테스트에서는 없었고. 이후 추가된 부분이며, 필연적으로 수익 모델의 영역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구조를 일그러지게 만들기 시작한 수치 '공명'
테스트를 거치며 정식 서비스까지. 전설 보석의 변화는 ‘제작에 백금화가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귀결됐다. 즉, 테스트 과정에서 유료 관련 재화가 들어가지 않도록 변경이 된 셈이다. 과거 전설 보석 자체만을 두고 보자면, 전체 능력치 스펙업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적었다. 전설 보석이 어디까지나 개별 아이템의 능력을 올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고. 그 자체에 평점이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테스트 당시 전설 보석. 이 때는 공명 수치와 평점이 없었다. 이 때가 나았다
현재 공명 수치 시스템 하에서 20% 능력치 증가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공명 수치가 필요한지를 생각하면, 과거가 분명히 낫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설 보석에 평점이 붙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며, 디아 이모탈의 플레이 자체가 전투 평점 중심으로 조금씩 이전되기 시작한 지점도 여기다.
과거 유료 재화를 소비해 만들어야 했던 전설 보석은 정식 서비스 지점에 이르면서 BM의 중심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유료 재화가 필요하다는 선택지를 제거하면서, 접근성이 늘었고. 여기에 전투 평점 시스템을 기준으로 스케일링이 이루어지기에 그간 테스트에서 쌓아 올린 메커닉들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 테스트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현재와 비교해서 전설 보석의 드랍율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전 테스트가 균열에서 어느 정도 전설 보석을 만날 수 있었다면(개인적인 경험이지만 7~8회 정도 돌면 하나 두 개 정도는 획득했던 것 같다), 현재는 전설 문장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에는 전설 보석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다.
정복자 레벨 10인데. 아직까지 하나도 못 봤다
아마도 제작에 유료 재화가 들어가는 부분을 삭제하면서, 오직 유료 문장을 통한 드랍으로만 획득할 수 있도록 변경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시간을 투여해서 보상을 획득하는 디아블로 이모탈의 핵심 가치가 훼손되기 시작했다. 시간을 들인다는 것의 의미가 변질됐고. 시간을 소비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많이. 까마득한 시간을 쏟아 부어야만 가능한 것으로 일그러진 모습이다.
물론, 드랍되는 룬을 모아서 전설 보석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가능은 하다. 무척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여기에 한 주동안 획득 가능한 재료의 숫자가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가능은 하다. 이 모든 과정들이 장비의 스펙 숫자가 아닌 ‘공명’이라는 능력치 증가에 몰려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어찌됐든 일반적인 던전 및 필드 플레이에 지장이 오는 것은 아니다.
정복자 레벨 구간은 그저 반복의 연속이지만, 레벨 스케일링으로 플레이 자체는 유지된다
한편으로는 전투 평점을 올리는 가장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이 수익 모델을 거쳐 획득할 수 있는 전설 보석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전설 문장을 구매하고. 이를 이용해 공명 수치와 전투 평점을 올리는 것은 쉽고. 게다가 빠르다. 전설 보석 10개를 획득하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와 달리, 정복자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성장시키는 데에는 너무도 막대한 과정과 번거로움이 수반된다. 플레이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더욱 긴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고 정체가 되는 부분들은 상당히 빨리 차오른다.
문장 10회 = 전설 보석 우수수
정복자 레벨 10기준으로 당장 재료를 모으고 슬롯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정복자 레벨 20을 달성해야만 하는데, 아무리 빨리해도 이틀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나마 새벽까지 달려서 이 정도 시간임을 고려하면, 세계 정복자 시스템으로 효율이 줄어들수록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테스트까지 원래 없었던 전투 평점이 파밍의 기준을 숫자로 만들어버린다
● 플레이어의 목표가 흐려질 수 있는 레벨 스케일링
디아블로 이모탈은 그간 시리즈와 달리 MMORPG 장르다. 거기에 개발진은 부캐릭터를 키우는 행위를 지양하고. 하나의 캐릭터에 오롯이 시간을 쏟기 원한다. 직업 변경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그렇기에 플레이어의 전투력이 상승함과 동시에, 적의 전투력도 비슷한 수치로 상승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레벨 스케일링 자체가 갖는 의미는 명확하다. 버려지는 필드가 없어지고. 플레이어들이 레벨에 상관없이 필드에서 만나고. 하나의 활동을 함께 진행하도록 했다. 실제로 이 부분에서는 레벨 스케일링이 가져오는 장점이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어찌됐든 홀로 파고들며 스펙업을 하는 형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스펙업을 하는 형태로 바뀐 셈이니까.
어찌됐든 시간을 갈아 넣어 파밍과 레벨업은 해야 한다는 의미
그렇기에 레벨 스케일링은 적당한 수준에서는 제대로 작동한다. 레벨업을 반복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도전적인 적에게 파티를 맺어 도전하고. 필드 중심으로 디자인된 디아블로 이모탈의 퀘스트와 이벤트로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쉽게 적을 삭제하는 상황이 레벨 스케일링으로 인해 사라졌기에 격차가 있는 다른 사람과도 어울리며 함께하는 경험이 이어진다. 레벨 스케일링 자체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평등하게 모든 플레이어들을 규정하고 있다. 누군가 돈을 더 쓰더라도 일단 필드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에 근접해진다.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레벨 스케일링은 필드 대규모 이벤트의 참여 면에서 긍정적으로 작동한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어느 정도 일장일단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극 후반부. 캐릭터의 스펙을 계속해서 벼려내는 지점이 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디아 이모탈은 무한한 파밍을 지향하고 있고. 정복자 레벨을 올려가며 더 좋은 장비를 맞추고 빌드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를 위해서는 노멀에서 지옥1로. 그리고 다시금 지옥2로. 난이도를 올려가며 반복하는 플레이가 필수적으로 다뤄지는 상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기 위한 기준점이 전투평점으로 구성되면서다. 지옥 2에 도전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정복자 레벨은 30 이상 (탈 라샤 서버 기준으로 아마 지금 높아봐야 정복레벨 20 초중반일 것이라 생각한다), 전투평점은 1220. 이는 꽤 상당한 수치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척이나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실제로 진입을 하더라도 꽤 막막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평점을 올리기 위해서 들어가는 시간이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들어가고. 여기까지 도달하는 성장 속도도 무척이나 느리다.
지금도 꽤 걸렸는데... 정복렙 30? 평점 1220?
서로가 바라보는 지점이 달라지는 것도 여기서 시작한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그간 개발진이 말했던 MMORPG의 형태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내부의 플레이 흐름 자체는 과거 디아블로 시리즈. 특히 3편의 그것과 거의 흡사하다. 그렇기에 어찌됐든 파밍으로 귀결되며, 더 좋은 수치와 장비. 도전적인 적들을 상대하며 시간을 소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시에 개발진은 여기서 다른 누가 독보적으로 앞서가지 못하도록. 혹은 앞서가고자 한다면 무척이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여하도록 만들어둔 상태다. 서버 최대 레벨에 도달할수록 효율이 감소하는 세계 정복자 시스템도 그렇고. 전투평점 기준으로 레벨 스케일링을 강하게 규정하는 지점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기존 시리즈와 달리, 디아블로 이모탈은 MMORPG다. 그간 디아블로가 선보였던 경험들과는 완전히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의 토대가 되는 플레이와 흐름은 디아블로의 그것을 따른다. 바로 여기서 또 한번의 불협화음이 이어진다.
● 무한한 파밍 - 다만 방향이 조금 어색한
디아블로 이모탈에는 하나의 완성된 세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애초에 MMORPG이기에. 게임 플레이는 계속해서 레벨 스케일링이 이루어지며, 레벨과 평점이 올라갈수록 계속해서 새로운 장비들을 획득하고. 무기 슬롯을 강화하고. 보석의 등급을 올리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뒀다. 빌드를 완성했는가? 그렇다면 더 높은 수치를 얻기 위해 반복하는 과정이 남는다.
개발진이 그동안 꾸준하게 전투하고 아이템을 습득, 강화하는 플레이를 강조한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의도에는 부합하지 않나 싶다. 어떻게 됐든 간에, ‘플레이하고 아이템을 습득하는 코어 플레이’에는 변함이 없다. 한 줄 옵션 장비를 획득했다면, 이후에는 더 높은 아이템 평점을 가진 두 줄 옵션을 노리는 식이 이어지니까.
정복자 레벨 진입부터 무한한 파밍 시작된다. 그리고. 난 전설 방패는 아직도 못 먹었다
개발진은 이러한 지점이 왔을 때 업데이트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전하기도 했었지만 그렇게 유의미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해보인다. 빈 시간 동안 하라고 마련해둔 PvP는 보상이 미미하다. 애초에 BM과 접목하면서 이런저런 제한을 뒀었고. 경쟁적인 콘텐츠의 보상은 가장 첫 등급과 큰 차이도 나지 않는다. 주요 PvP인 투쟁의 굴레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무작위로 선정되는 추첨도 통과해야 하니. 더욱 그렇다.
재미는 있긴 하지만, 레벨업 하기도 시간이 모자라서 뒤로 미루게 되는 PvP
물론, 필드 자체에서 사냥하고 조금씩 숫자를 올려가는 플레이가 가져오는 재미는 있다. 던전이나 균열 반복 뿐만이 아니라, 이를 위해서도 필드에서 이런저런 활동들을 만들어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이러한 콘텐츠는 파티 플레이를 강제한다. 지옥1은 최소 2인 파티 플레이를. 이후 지옥 2에서는 4인 플레이가 무조건 이루어지는 식이다.
계속해서 MMORPG임을 강조하듯이 결정해둔 이런 사항들은 플레이를 늘어지게 만드는 것에 일조한다. 그간 시리즈가 선보였던 방향성과도 대립하는 부분이기도 하며, 주 타겟층이 가진 시각과는 동떨어진 것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모바일 MMORPG와 비교해서 디아블로 이모탈은 오랜 시간을 들여서 플레이할 가치를 갖는 타이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붙는다. 개발진이 시리즈 내내 유지하고자 했던 사냥과 파밍의 요소를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바로 이 지점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스토리가 진행되는 60레벨까지. 꽤 오랜 시간 플레이어들이 흥미롭게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을 배치하기는 했다. 적어도 여기까지 20~30시간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빌드의 형태를 완성하고. 성장해나가는 측면은 고스란히 유지된다. 하지만 그 이후. 정복자 레벨이 더해지면서 목적은 흐릿해지고. 숫자의 성장만이 가장 중심에서 똬리를 틀기 시작한다.
정복자 레벨 6 기준으로 평점 874. 정렙 10 당시에 914. 이래저래 장비도 교체를 해도 40 올리기는 오래 걸린다
다른 플레이어와 필드 내에서 PvP가 자행되지는 않기에, 숫자의 성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에 너무도 많은 시간이 들어가며. 극단적으로 차이가 벌어지는 유료 상품들이 노골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서 과금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전설 문장 10회 넣고 균열 돌려서 5성 보석이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이 부분에서 개발진 또한 테스트 때부터 꾸준하게 하루에 레벨업 할 수 있는 강제적인 제한을 넣어둔 것을 생각하면, 어찌됐든 디아블로 이모탈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호불호를 떠나서 게임 플레이가 보여주는 것들이 그러하다. 거북이가 이동하듯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을 투여하고. 여기서 극도로 조금씩 성장해가는 그러한 타이틀. 하지만 돈을 쓰면 순식간에 부스터를 달고 또 반복을 거듭하는 그런 타이틀 말이다.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공명 수치나 수익 모델과 관련한 변경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이 들이는 시간에 대한 가치. 상대적으로 더 시간을 유의미하게 보낼 수 있는 목표와 지향점을 보여줬으면 한다. 개발진이 지켜낸 코어 플레이 만큼,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이 지금보다 더 유의미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