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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카르멘 산디에고'를 처음 접한 것은 애플 II를 통해서였다. 영어도 제대로 못 읽던 시절 '카르멘 산디에고는 세계 어디에?'라는 게임은 영어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 뿐 아니라 해외 여행이 어려웠던 당시 외국에 대해 호기심을 품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다만, 당시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게임이니 이름도 당연히 'abc 영어'처럼 발음할 것이라 생각하여 '카멘 샌디에이고'라고 읽었는데, 외국인을 접할 일도 별로 없고, 음성 지원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당시 하드웨어의 한계 탓에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조차 없었다.


이후 추억 속에 묻어둔 채 살다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중 '카르멘 산디에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작과 달리 카르멘 산디에고가 선역으로 등장하며, '플레이어'가 서포터로 활약하는데, 지금부터 살펴볼 게임은 이 애니메이션의 설정을 따르고 있다.

게임을 실행하자마자 나오는 넷플릭스 로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의 설정 그대로
카르멘이 주인공 역할을 맡게 되었지만 기본적인 흐름은 원작과 흡사하다. 카르멘을 탄생시킨 '바일'이라는 조직 요원들의 범죄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단서를 찾아 용의자를 특정한 후 영장을 발부 받아 '아크미'가 체포하게 하는 것이다.

초장부터 대담한 범행을 벌이는 바일

카르멘에게 휴식은 사치일 뿐

왠만해선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플레이어

팀 레드(카르멘×플레이어)와 손잡는 아크미의 국장
다음에 갈 도시에 대한 단서는 랜드마크, 대화 등에 숨겨진 힌트를 발견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이 원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어떤 언어를 쓰는지, 국기에 어떤 문양이 있다든지 하는 식이어서 외국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공항 코드에 I가 들어가는 곳이라...

범인이 포르투칼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단서와 조합해보면 답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등장 인물이 모두 3D 폴리곤으로 표현되고, 일부 이벤트 씬에 보이스가 수록되었을 뿐 아니라 용의자의 행적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카르멘을 직접 조작해 현장을 조사하거나 관계자를 쫓거나 퍼즐을 푸는 요소가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첫 사건부터 갈고리를 이용한 액션을 맞닥뜨리게 된다.

바일 조직원 미행. 5번 들키면 단서를 얻지 못한다.

금고 열기 퍼즐

모든 노드를 연결해야 하는 해킹 퍼즐
기본적으로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인지 액션이나 퍼즐의 난이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그보다는 새로운 장소로 이동할 때마다 시간이 소요되는데, 며칠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용의자를 특정, 영장을 발부하여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7일 안에 해결하지 못 하면 제트 블랙은 영영 사라지고 만다는데...

비행기 탑승은 물론

도시 내 장소 이동에도

영장 발부에도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서 필요한 도구가 아크미 크라임넷 데이터베이스이다. 바일 요원에 대한 정보가 담긴 이 DB에서 머리색, 음식 취향 등 획득한 단서를 아이덴티킷에 입력한 후 용의자를 추정하면 해당하는 인물들이 남으며, 최종적으로 1인을 선택, 영장을 발부 받으면 된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는 바일 요원들

단서를 아이덴티킷에 입력한 후 필터를 적용하면 용의자가 추려진다.
따라서 용의자가 한 명만 남는 것이 베스트이겠으나 미니 게임에 실패하거나 다음 이동해야 할 도시에 대한 단서를 놓쳐 엉뚱한 곳에 가거나 하는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면 유력 용의자가 1인 이상이 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찍기 신공으로 잡는 것도 허용된다.

한 명만 남는 것이 베스트

이렇게 되면 예리한 감이 필요하다.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는 '캠페인 모스트 바일'과 별개로 제공되는 '아크미 파일'에서는 1985년 시작된 카르멘 산디에고 시리즈 탄생 40주년을 기념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플레이 양상은 캠페인 모드와 대동소이하지만, 2D 픽셀 아트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첫 번째 사건을 해결하면 아크미 파일이 해금된다.

'카르멘 산디에고는 세계 어디에 있는 걸까'가...

추억 가득한 워드 프로세서

대화 장면은 이렇게 표현된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총 7개 언어에 대응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80년대처럼 영어와 세계 지리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학습용 게임이라고 말하기에는 좋은 영어 교재와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이 너무나 많다. (
※ 넷플릭스의
모바일 게임은 한국어를 지원한다.)

현재 대응하는 언어의 종류

언어의 압박이 없는 아트북

모바일 버전만이 한국어를 지원한다.
한편, 게임로프트가 개발을 맡아서인지는 몰라도 UI 등 전체적인 분위기는 모바일에 가까운 느낌이며, 스팀 덱 호환성은 현재 '알 수 없음'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실제로 설치해 플레이 해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사실 휴대용에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개발 및 배급을 맡은 게임로프트

스팀 덱에서의 플레이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