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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서사의 경계를 넘어, 문학적 실험과 RPG의 철학…내러티브에 대하여

조회수 1762 | 루리웹 | 입력 2025.11.14 (23:00:00)
[기사 본문] G-CON 2일차인 14일 오후 3시, 디스코 엘리시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버트 쿠르비츠와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수석 작가 겸 프로듀서 제니퍼 스베드버그-옌이 G-CON 2025에서 '서사의 경계를 넘어 - 문학적 실험과 RPG의 철학'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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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G라는 장르가 문학적 스토리를 담는 데 유리하다고 보는가?

로버트(이하 '로') : RPG는 그 본질이 실험적인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RPG의 시작을 '던전앤드래곤'이라고 하면, D&D는 어찌 보면 높은 수준의 실험적 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험적 문학이라고 하니 왠지 돈이 없어서 하는 것 같지만, 새로운 형태의 문학으로 실험을 한다, 이것이 나에게는 RPG가 갖는 의의이다.

제니퍼(이하 '제') : RPG는 기본적으로 롤플레잉이기 때문에 그 세계에 빠질 수 밖에 없고, 본질 상 플레이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선택을 하게 되기에 그 경험이 더 많은 유저를 끌어들인다고 본다.

● 서사 구조를 게임으로 가져올 때 어떤 식으로 만드는가?

로 : 스토리텔링의 구조라고 하면 지루한 느낌이 드는데,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구조는 작문에서 매우 중요하며, 구조를 잘 짜면 많은 스크립트를 만들 수 있다. RPG 작가라면 그런 구조를 잘 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제 : 게임에는 플레이어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조가 매우 중요하다. 33 원정대에는 긴장감 높은 전투, 탐험을 하는 환경, 친밀감을 갖는 캠프 등이 존재하는데, 챕터 구분도 있지만 각 챕터 안에서도 내러티브의 포텐셜을 최대한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구조라고 생각한다.

●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 하면 상호작용을 통해 일부 서사를 유저에게 맡기게 되는데, 이것이 이야기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성가신 부분인가?

로 : 어떤 경우는 성가실 수 있다. 누가 플레이 하는 것을 봤는데 잘못 선택하는 것을 보니 답답하더라. (웃음) 예를 들어 교회에서 체포하면 관련 이야기가 사라지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속으로 투덜거렸다.

제 : 사람들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스포일러일 수 있는데, 33 원정대에 여러 가지 엔딩이 있어도 해피 엔딩은 없으며 선택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호작용은 개발자와 플레이어간의 악수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게임 속에서 여정을 거쳐 각 캐릭터에 대해 이해한 후 선택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를 사건의 동조자로 만들게 된다.

● 33 원정대는 회화적인 비주얼을 보여준 반면 디스코 엘리시움은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텍스트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현실 세계의 가치나 사회 시스템, 역사적 은유를 게임 시스템 안에 녹여냈다는 것이 공통점 같다.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무엇인가?

로 : 글을 쓰는 것이 항상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작가로서 우리는...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작가 입장에서는 해당 텍스트를 다 써야 하기에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제 : 내 경우 판타지를 많이 만드는데, 그런 시나리오에서 인간적인 측면을 반영하려 노력한다. 물론 이 세계에서 본 것, 관찰한 것을 반영하며,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질문을 스토리에 반영한다. 그렇게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스토리가 살아나지 않나 싶다. 내 경우 글을 쓰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좋아한다.

로 : 첨언하자면, 현실과의 밸런스가 필요하다. 다크 나이트가 그 좋은 예일 것 같다. 게임에서도 이처럼 얼마나 현실과 판타지를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제 : 동의한다. 33 원정대를 개발할 당시 코로나 기간이었는데,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어떻게 현실과 싸우고 돕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관찰했다. 이런 것이 시나리오에 반영될 수 있다고 본다.

로 : 상업적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조합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판타지를 추가함으로써 현실과 거리를 두는 것도 유효하다.

제 : 이것이 새로운 방식으로 이슈를 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이전에는 없었던 감정, 연민 등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 게임을 위한 이야기를 만들 때는 세계관이라는 틀, 그 안에서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규칙이 필요한데, 두 분은 어떤 규칙을 중시 하는가?

로 : 월드 빌딩은 정말 중요하며, 자유도가 높은 게임도 많은데, 그런 경우 스크립트나 룰을 먼저 만들어달라는 경우도 있다.

제 : 우리는 월드를 만든 후 캐릭터를 넣어본다. 물리적으로 먼저 이 환경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살펴보며 수십년 전 역사를 되돌아보고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살피면서 캐릭터를 만든다. 우리가 어디에서 살아가는가가 사고로 이어지며, 이것이 다시 행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계획은 필요 없으나 계획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각의 씬을 개발해 이를 확장하면서 무언가를 채우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수고 다시 만들어 이를 스토리에 반영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게임에서의 스토리텔링은 글을 쓰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팀과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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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게임의 공통점으로 매혹적인 세계 창조, 내가 플레이 하는 인물의 내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캐릭터 심리를 묘사할 때 문학적 글쓰기를 한다고 하면 정말 많은 수단과 방법이 있는데, 어떤 작업이었는지 궁금하다.

로 : 내 경우 캐릭터가 말하는 방법을 만들었는데, 마치 무대 연출을 하듯 캐릭터에게 디렉션을 한다.

제 : 33 원정대는 텍스트가 그렇게 많지 않아 성우 연기, 모션 캡처 등으로 컷씬을 만들고, 이를 환경팀과 아트팀에 전달하여 월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 두 게임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바로 이 텍스트의 양이라 할 수 있다. 33 원정대가 비주얼과 소리로 텍스트를 대신한다면 디스코 엘리시움은 어마어마한 분량의 텍스트를 제공한다. 텍스트의 비중은 취향에 의해 결정되는가?

로 : 나만의 방식이 있는데, 8만 단어가 기록된 성경 2권 분량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스코 엘리시움에서 사운드 없이 텍스트만 계속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은 나도 무슨 짓을 한 건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웃음)

제 : 우리 게임에서는 음악도 활용하고 연기, 전투, 탐험도 있어서 이를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려 했다. 다만 다른 스타일도 좋아해서 '스트레이' 같은 경우 텍스트 대신 분위기 등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하는데, 이것도 멋있더라. 디스코 엘리시움은 성경 2권이라고 하니 정말 대단한 것 같다.

● 디스코 엘리시움은 전투 없는 RPG, 33 원정대는 회화 같은 서사라는 특징이 있는데, 이런 도전적인 모험을 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제 : 운 좋게도 처음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내러티브 중심의 게임이라 밝혔다. 이렇게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주면 내 입장에선 큰 힘이 된다. 커뮤니케이션도 많이 했으며, 안타깝게도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런 속에서 비전을 일치시키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같은 이해를 갖도록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로 : 가장 어려운 부분 아닌가. 돈보다도... 일을 할 때 팀을 하나로 유지시키는 것. 모두가 똑같이 고양감을 갖게 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 팀 내에 여러 가지 갈등이 있다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전투 장면에서 어떤 게 더 중요한지 찾는 것이 의견 조율을 용이하게 해줄 때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이들에게 고양감을 줄 수 있을 때 함꼐 일하기가 좀 더 쉬워진다.

제 : 동의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제안을 했을 때 그 핵심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무엇이 걱정되서 그런 제안을 한 것인가, 그 배경과 무엇을 우려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이해라고 본다.

로 : 다른 사람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 멋진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나를 열받게 만든 갈등은?

로 : 이건 바로 말할 수 있다. 실제로 게임을 만들 때... 구글링 해보면 나오는데 디스코 엘리시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보면 전부 나온다. (웃음)

제 : 스토리의 복잡성을 어디까지 가져가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플레이어가 컷씬이나 텍스트를 보기 싫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만들기 위해 일방적으로 정보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예상하고 만들기 떄문에 스토리를 알기 위해선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다. 스스로 퍼즐 조각을 다 맞춰야 하는 장면도 있는데, 이를 플레이어가 좋아할지 알 수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 두 분에게 좋은 이야기란?

로 : 캐릭터가 중요한 것 같다. 좋은 스토리에는 좋은 캐릭터가 있다. 내러티브 같은 것은 작가들이나 쓰는 것이고, 좋은 캐릭터가 있는 게임이 좋은 게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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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 좋은 스토리는 플레이어에게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형 프랜차이즈를 보면 사람들이 그 시리즈를 계속 플레이 하는 이유는 결국 캐릭터 때문이다. 관계를 맺는 캐릭터가 스토리에 있어서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언젠가 꼭 시도해보고 싶은 서사적 실험이 있는지?

로 : 나는 아주 우울한, 아주 부정적인, 아주 어두운,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어떻게 바닥까지 갈 수 있는가. 얼마나 기분이 다운될 수 있는가. 오펜하이머 같은 그런 느낌? (웃음)

제 : 스토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능한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서구 문화에서 행복은 직장에서 얼마나 성공하는가이지만,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로 : 나는 성공적인 사람, 성공적인 캐릭터를 싫어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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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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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자움 잼록을 보여줘ㅓㅓㅓㅓㅓㅓㅓㅓㅓ
25.11.15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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