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미 쿄코 & 요코야마 치사, ‘루나’의 영원한 히로인들
90년대 JRPG를 즐겨한 게이머라면 ‘루나 실버스타 스토리’와 ‘루나 이터널 블루’ 두 편을 기억할 터다. 훗날 ‘그란디아’ 시리즈로 이어지는 게임아츠의 개발력과 실력파 감독이자 원화가 쿠보오카 토시유키, 천재 작곡가 이와다레 노리유키가 의기투합해 시대를 초월한 모험담을 탄생시켰다. 국내의 경우 손노리가 정식 유통한 덕분에 그 시절 고전 명작들 가운데 특히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필자 역시 메리비아로 향하는 선상에서 ‘바람의 녹턴(風のノクターン)’을 부르는 루나를 보며 어린 심장이 터질 듯 뛰었던 추억이 있다.
그간 ‘루나’ 시리즈는 뛰어난 완성도와 높은 인기에 힘입어 여러 버전이 만들어졌는데, 마침내 PS4(PS5 하위 호환 지원)와 닌텐도 스위치까지 이식이 결정됐다.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가 추진하고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가 국내 발매하는 ‘루나 리마스터드 컬렉션’은 고해상도 지원 및 배틀 스피드업, 전략 설정 추가 등 개선 사항은 물론 정식 한국어화를 지원한다. 이에 다가올 4월 18일 출시를 기다리며 두 히로인 루나, 루시아의 성우 히카미 쿄코, 요코야마 치사 그리고 겅호 마티아스 퍼감스P와 이야기 나눴다.
좌측부터 성우 요코야마 치사, 히카미 쿄코,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마티아스 퍼감스P
● 이 시점에 ‘루나 리마스터드 컬렉션’을 추진한 배경이 궁금하다
마티아스 퍼감스: ‘루나’ 시리즈를 다시 내고 싶다는 바람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앞서 선보인 ‘그란디아 HD 컬렉션’이 큰 호응을 얻은 데 힘입어 ‘루나 리마스터드 컬렉션’까지 추진하게 됐다. 4:3 화면비만 지원했던 원작과 달리 16:9 와이드 스크린에 대응하며 도트 품질 역시 개선, 수록된 애니메이션 역시 고해상도로 조정이 이루어졌다. 물론 원작 그대로가 좋다는 분들을 위한 클래식 모드도 지원하니 취향껏 플레이하면 되겠다.
● 원작을 잘 모르는 신세대 게이머에게 ‘루나’ 시리즈를 추천할 강점이 무엇일까
마티아스 퍼감스: 아주 많다. 우선 음악이 정말로 좋고 오늘 참석한 두 분 성우의 연기도 퍽 인상적이다. 게임 내적으론 아레스와 노아, 낫슈와 제시타처럼 등장인물들이 만나고 가까워지는 관계 묘사가 세밀하고 뛰어나다. 아무것도 모르던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 여러 사람과 만나고 시련을 뛰어넘는 스토리가 어떻게 보면 왕도 전개지만 그것이야말로 ‘루나’ 시리즈의 매력이니까. 분명 큰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첫 편은 PSP 버전 ‘루나 하모니 오브 실버 스타’가 일종의 리메이크였지 않나
마티아스 퍼감스: 그렇긴 하나 ‘루나 실버스타 스토리’하면 역시 오리지널 버전이 떠오르지 않나. ‘루나 하모니 오브 실버 스타’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금번 리마스터드 컬렉션은 오리지널 버전을 기준 삼아 퀄리티를 높이는 게 맞다고 봤다.
● ‘루나 하모니 오브 실버 스타’서 4영웅의 과거를 다룬 시나리오가 추가됐는데
마티아스 퍼감스: 금번 리마스터드 컬렉션은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고자 시나리오 추가까진 고려치 않았다. 물론 시대 변화에 발맞춰 이런저런 개선점이 존재하나 스토리 콘텐츠는 오리지널 버전과 동일하다.
● 성우 두 분도 거의 30년 전 작품이 다시금 소개되는 만큼 감회가 새롭겠다
히카미 쿄코(루나役): 굉장히 오래 전 참여한 작품이 이렇게 리마스터되어 무척 기쁘다. 그만큼 새로워진 부분도 있지만 특유의 세계관과 감성은 그대로 느껴져서 좋다.
요코야마 치사(루시아役): 30년 전 내 연기를 다시 듣는다는 게 살짝 부끄러우면서도 기쁘다. 개인적으로 그 시절 도트 그래픽의 어설프되 따스한 느낌을 참 좋아한다. 클래식 모드까지 제공돼 더욱 뜻깊은 컬렉션이다.
● 그 시절 루나와 루시아를 연기할 때 어땠는지,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이 있는지
히카미 쿄코: 루나는 판타지풍 세계에서 살아가는 귀엽고 기운찬 소녀다. 후반에 가면 시리어스한 전개가 이어지나 거기에 지지 않을 만큼 심지 곧고 강하다. 아레스와 관계 역시 중요해서 그를 통해 게이머 여러분에게 큰 사랑을 받았지 싶다. 사실 워낙 오래 전이라 어느 한 대사나 장면이 딱 떠오르지 않는데 뭔가 가타카나가 엄청 많은 난해한 문장이 있었던 듯하다. 여러 번 틀렸지만 다행히 게임에는 성공한 버전으로 수록됐다(웃음).
요코야마 치사: 게임 초반에 루시아는 타인과 접하지 않고 친구도 없는 고독한 모습이다. 그전까지 난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주문 같은 걸 크게 외치는 어린아이를 주로 맡아서 신비롭고 조용한 역할이 낯설었다. 그래서 루시의 얼어붙은 마음이 점차 녹아내려 동료들과 어울릴수록 연기하기가 쉬웠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히이로, 정말 좋아해”인데, 실은 사전 진행하는 테스트 때 엄청 칭찬받았다. 음향 감독님이 그걸 녹음했어야 한다고 후회하더라.
● 원작보다 많은 언어를 지원하느라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듯하다
마티아스 퍼감스: ‘루나 리마스터드 컬렉션’을 내자고 처음 결정할 때부터 가능한 전세계 많은 분들이 즐겨주길 바랐다. 그야 어려움이 없진 않았으나 4월 18일 출시 일정에 맞추려 다들 열심히 작업해줬다.
● 원작 사양을 크게 손보지 않는 와중에 전략 설정에 새로운 요소가 들어갔다
마티아스 퍼감스: 그게 어떤 전략 설정인지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게임을 쉽게 풀어가는 데 도움을 줄 터다. 함께 추가된 배틀 스피드업과 마찬가지로 원한다면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어디까지나 게이머 여러분이 원하는 페이스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안배한 것이다.
● 혹시 ‘실버스타 스토리’ 완료 후 ‘이터널 블루’로 넘어가면 특전이나 연동이 되나
마티아스 퍼감스: 두 작품 중 어느 쪽을 먼저 플레이하든 괜찮은 구조라 원작에 없던 특전이나 연동을 추가하진 않았다.
● 끝으로 ‘루나’ 시리즈를 추억하는 한국의 뭇 게이머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마티아스 퍼감스: 이렇게 이야기 나눠서 좋았다. 지금 대만에 와있기도 하고 오늘 한국 매체와 인터뷰도 했더니 ‘루나’ 시리즈를 향한 아시아 게이머 여러분의 열정을 잘 알겠다. 그럴수록 우리 역시 의욕이 커진다. 오늘 밝히지 못한 부분은 4월 18일 출시까지 차차 공개할 테니 많은 기대 부탁한다.
히카미 쿄코: 한국에는 10년 전쯤 어느 성우 전문 학원의 강연차 방문했는데 다들 일본어가 유창해 통역이 필요 없던 기억이 난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무척 좋아한다기에 내심 기뻤다. 언젠가 한국을 다시 찾아 여러분의 뜨거운 마음을 가까이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루나 리마스터드 컬렉션’은 한국어도 지원하니 꼭 한 번 즐겨주시라.
요코야마 치사: 나도 한국 팬 여러분과 만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누가 좀 초대해주길(웃음). 온라인 인터뷰라니 30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렇듯 이제 통신이 잘 발달했으니 ‘루나 리마스터드 컬렉션’을 플레이하고 어떤 창구로든 감상에 대해 전해준다면 진심으로 기쁘겠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