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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세실 킴, ‘FF9’부터 ‘갓 오브 워’를 지나 ‘스카이’까지

조회수 15790 | 루리웹 | 입력 2024.11.17 (07: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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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 테츠야의 초창기 명작 ‘패러사이트 이브’, 고전 감성으로의 회귀가 호평 받은 ‘파이널 판타지 9’, SIE 산타 모니카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갓 오브 워’ 트릴로지, 그리고 ‘저니’ 개발사의 힐링 MMO 어드벤처 ‘스카이: 빛의 아이들’. 좀체 공통분모를 찾아볼 수 없는 이 네 작품에 한 가지 연관성이 존재한다. 바로 북미 게임 업계의 전설적인 아티스트 세실 킴 現댓게임컴퍼니 스튜디오 아트 디렉터가 참여했다는 것이다.


고교 시절 북미로 이민을 가 ACCD(Art Center College of Design)를 졸업한 세실 킴은 모국인 한국보다 해외서 더 유명한 아티스트다. 일본 게임사의 서구권 공략이 한창이던 시절 스퀘어 에닉스에 입사하여 ‘패러사이트 이브’와 ‘파이널 판타지 9’ 컨셉 아트 일부를 그러냈고, 자리를 옮겨 SIE 산타 모니카 ‘갓 오브 워’ 트릴로지에 모두 함께 했다. 이 입지전적인 천재가 어떻게 ‘스카이’에 이르렀는지 'G-CON 2024' 강연을 통해 들어봤다.


[관련] 5주년 맞은 ‘SKY - 빛의 아이들’, 우정·연대·공감의 철학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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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게임컴퍼니 스튜디오 아트 디렉터, 한국계 아티스트 세실 킴

 

세실 킴은 비교적 늦은 고3에 이민을 갔는데-그래서 강연도 유창한 한국어로 진행됐다- 그가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중학생 시절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메탈 뮤직에 빠져 살던 그는 ‘다이아몬드 헤드’ 같은 밴드들의 장엄한 앨범 커버를 보며 그 너머에 존재하는 세계를 상상하곤 했다. 그래서 자신도 언젠가 이런 그림을 그려야지 다짐했던 게 ACCD 진학까지 이어졌다. 이제와 생각하니 앨범 커버와 컨셉 아트의 공통점이 많다고.


졸업 후 그의 발길은 스퀘어에닉스로 향했다. 당시만해도 일본 게임 업계가 전세계 게임 시장을 선도할 때라 유망한 기업을 택한 것이다. 스퀘어에닉스는 야구로 치면 뉴욕 양키스 같은 곳으로 모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기나긴 역사와 함께 이미 나름의 문법이 정립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참여하며 상당히 안정적으로 커리어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때 게임이란 무엇이고 게임 아트란 무엇인가를 다 배웠다고 세실 킴은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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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초기 '파이널 판타지 IX'에 참여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스퀘어에닉스에서의 4년을 마무리 짓고 SIE 산타 모니카 생활을 시작한 그는 적잖이 당황했다. 지금이야 게이머치고 ‘갓 오브 워’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당시에는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불안한 신생 스튜디오였으니까. 세실 킴이 입사 번호 20 전후로 합류했을 때 ‘갓 오브 워’ 첫 편 기획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곳에서 9년간 근무하며 ‘갓 오브 워’ 트릴로지의 하나부터 열까지 거의 모든 컨셉 아트가 그의 손길을 거쳐갔다.


‘갓 오브 워’가 지닌 장점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활용한 덕분에 제우스, 아테나, 아레스 등 주요 캐릭터에 대해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단 것이다. 당시 일본은 ‘귀무자’와 ‘데빌 메이 크라이’ 같은 작품이 나오는 중이었기에 SIE 산타 모니카 전원은 우리만의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각오로 전력했다. 그래서 판타지 아트의 거장 프랭크 프라제타(Frank Frazetta)의 작풍을 본받아 인간으로서 신에게 복수를 꾀하는 크레토스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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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워' 트릴로지선 장엄하고 신화적인 컨셉 아트는 그려냈다

 

‘파이널 판타지 9’과 ‘갓 오브 워’ 트릴로지를 아는 이라면 다들 비슷한 생각일 텐데, 실제로 나중에 세실 킴이 댓게임컴퍼니에 합류하자 “네가 어떻게 그런 게임을 만드느냐”며 친구들의 걱정을 샀다. 그러나 그는 벌써 20년 넘게 겸임교수로서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게임 아트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2012년 업계를 뒤흔든 ‘저니’에 크게 감명 받은 채였다. 불과 3~4시간 분량인 ‘저니’를 즐기며 느낀 감동을 여전히 기억한다고.


변화의 계기는 자못 단순하다. 몇몇 게이머가 세실 킴에게 찾아와 ‘파이널 판타지 9’가 자신의 인생 게임이라며 멋진 작품을 보여줘 고맙다 인사한 건 그가 스퀘어에닉스를 떠나고 한참 뒤였다. 이에 그는 어떤 게임이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되기까지 얼마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왕이면 자신의 능력을 순간적인 재미가 아닌 후세를 위해 활용하고 싶다는 마음에 ‘저니’의 산실 댓게임컴퍼니로 찾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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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로부터 감명받은 경험이 댓게임컴퍼니 합류에 영향을 미쳤다

 

세실 킴이 댓게임컴퍼니에 합류한 시기는 ‘스카이’가 이제 막 출시됐을 즈음이다. 따라서 그는 라이브 서비스가 한창인 와중에 시즌 이벤트나 업데이트를 주로 작업했다. ‘스카이’는 나이, 성별, 국적과 무관하게 서로 편히 교류할 수 있는 버추얼 테마파크와 같다. 그리고 테마파크서 가장 중요한 건 놀이기구도, 먹거리도, 불꽃놀이도 아닌 그걸 함께 즐기는 소중한 누군가다. 이것이 그와 동료들이 오로라(AURORA) 콘서트를 준비한 이유다.


오로라는 ‘Runaway’, ‘Cure for Me’, ‘Running with the Wolves’ 그리고 무엇보다 ‘겨울왕국 2’의 ‘Into the Unknown’으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다. 또한 ‘스카이’ 엔딩 테마를 부르기도 했으며 그녀를 중심으로 한 콜라보 시즌이 2022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진행된 바 있다. 당시 그녀의 버추얼 콘서트는 게임 내에서 최대 만 명까지 함께 관람할 수 있었으며, 이것을 기술적으로 가능케 만드는 데 꼬박 2년여가 걸렸다.

 

콘서트의 가치는, 많은 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음악을 듣는 추억

 

현재 ‘스카이’는 무민(MOOMIN)의 시즌을 보내는 중-10.14~12.30-이다. 전쟁으로 지친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자 소설과 그림책을 펴낸 작가 토베 얀손의 바람이 ‘스카이’서 추구하는 철학과 무척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작중 닌니라는 소녀는 과거의 상처로 자신감을 잃고 모습조차 투명해졌다. 자신을 드러내려는 마음이 너무 약하니 정말로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뭇 유저와 무민이 그녀의 마음을 치유해줌에 따라 조금씩 모습이 돌아온다.


세실 킴이 댓게임컴퍼니서 일하며 겪은 색다른 경험은 게이머가 아닌-평소 ‘스카이’ 외에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 이들로부터 날아드는 수많은 감사 편지다. 한 번은 자신이 67세 할머니라 소개한 어느 유저의 편지를 받았는데 ‘스카이’ 덕분에 많은 친구를 사귀고 스스로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이렇듯 게임을 통해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무할 수 있다는 데 댓게임컴퍼니 구성원 모두가 큰 보람을 느낀다고.

 

무민의 시즌 속 닌니처럼 많은 유저가 '스카이'를 통해 치유받는 중

 

댓게임컴퍼니의 모든 작품은 Timeless(시대와 무관하게), Positive Emotional Experience(긍정적인 경험으로), All Ages(전연령을 위해)를 늘 염두에 둔다. 세실 킴은 성별 및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영화 장르를 조사하여 정리한 장표를 보여주며 코미디, 드라마, 로맨스, 판타지 등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음을 설명했다. 해당 자료는 영화에 대한 조사지만 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그와 ‘스카이’가 함께 증명해내는 중이다.


세실 킴이 보기에 오늘날 게임은 점점 더 많은 무력을 유저에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내 캐릭터가 계속 강화됨에 따라 경쟁자도 적들도 끊임없이 강해진다. 그렇다면 어느 한 게임이라도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야 업계 전체의 균형과 다양성이 유지되지 않을까. 그래서 ‘스카이’는 갈등과 폭력을 최소화하고 다른 유저에게 피해를 끼칠 만한 기능은 아예 뺐다. 혹시 모를 악용을 방지하고자 캐릭터 이름도 직접 지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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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 대신 소통, 여러모로 '갓 오브 워'와 정반대 방향의 게임이다

 

앞서 소개한 세 키워드가 댓게임컴퍼니가 추구하는 기조라면 ‘스카이’의 핵심은 Wonder(경이·비밀), Humanity(인간성·인류애), Community(공동체)다. 별들이 떠다니는 궤도와 바닷속 구세계,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한 스카이 월드는 수많은 비밀을 품고 있다. 물론 글이나 말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유저끼리 협력하고 탐험하며 추측토록 장려한다. 아무런 대사가 없는 특징은 앞으로 공개될 애니메이션 ‘두 개의 불씨’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아티스트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이나 말없이 이야기를 전하고 감동을 이끌어내야 하니까. ‘스카이’의 모든 지역과 사건 등은 자연스레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도록 디자인됐다. 여명의 섬은 말 그대로 새벽이지만 차츰 어두운 지역으로 향한다. 이는 하루의 경과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 문명의 흥망성쇠를 의미한다. ‘패러사이트 이브’서 출발해 ‘갓 오브 워’로 명성을 얻은 세실 킴이 이제 ‘스카이’와 함께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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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말이나 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고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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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 빛의 아이들

기     종

온라인/PC/아이폰/안드로이드/PS4/SWI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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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갓은 어디 나라거라고?
24.11.17 09:06

(IP보기클릭)6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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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게 훌륭하신 분이 하필 들어가도 그런 회사에 들어가십니까..
24.11.17 13:04

(IP보기클릭)124.80.***.***

BEST
파판5,6,9는 리메이크 할 여지가 있는거 같은데.... 파판5는 진짜 판타지세계 여행하는 기분과 개그포인트와 슬픈이야기도 잘 버무려 져 있었고, 6은 마도공학(!)의 판타지를 잘 표현.. 9는 마도사들 색깔이 뚜렸하면서 파판 다운 판타지세계를 유려한 그래픽으로 잘 표현했는데 왠지 저평가 된거 같음. 그런데 저런 굉장한 이력을 가진 분이 왜!?
24.11.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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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이있는사람이 왜 하필 ㅉㄲ회사 따위에 들어간건지 모르겠네???
24.11.1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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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Sky야 그래서 갓은 어느나라?ㅋㅋ
24.11.1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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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갓은 어디 나라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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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판5,6,9는 리메이크 할 여지가 있는거 같은데.... 파판5는 진짜 판타지세계 여행하는 기분과 개그포인트와 슬픈이야기도 잘 버무려 져 있었고, 6은 마도공학(!)의 판타지를 잘 표현.. 9는 마도사들 색깔이 뚜렸하면서 파판 다운 판타지세계를 유려한 그래픽으로 잘 표현했는데 왠지 저평가 된거 같음. 그런데 저런 굉장한 이력을 가진 분이 왜!?
24.11.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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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
전 4탄 | 24.11.18 07:4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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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
파판9은 흥행이 약간 아쉬울뿐이지 평가는 파판 시리즈중에도 최상급중 하나더라구요 | 24.11.18 18:00 | | |

(IP보기클릭)211.245.***.***

루리웹-8430443496
3, 4는 어쨌든 리메이크로 DS판이 나왔죠 그 후 나온 이식작들도 이 베이스가 많다보니 추가 리메이크 얘기는 없는거 같네요 | 24.11.18 23:34 | | |

(IP보기클릭)218.238.***.***

레옹
7은 20회차정도 클리어하고 8은 2~3회차 정도 클리어했지만 유일하게 안해본게 9였음 일을 쉬면서 백수생활하다가 파판9 맛이라도 봐야겠다라는 마음으로 해봤는데 로딩의 압박 말고는 참 스토리도 좋았고 전투도 잘 만들었었음. 해보기 전에는 캐릭터 디자인등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손이 별로 안갔엇지만 막상해보니 정말 잘 만든 게임은 확실함 리메이크 한다면 쌍수들어 환영임 | 24.11.19 09:19 | | |

(IP보기클릭)220.120.***.***

오로라 공연은 감동이었습니다.
24.11.18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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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이있는사람이 왜 하필 ㅉㄲ회사 따위에 들어간건지 모르겠네???
24.11.1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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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나세

대부분의 이해 안가는 의문을 단번에 해소해주는 만능짤.. | 24.11.20 15:2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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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야 그래서 갓은 어느나라?ㅋㅋ
24.11.18 14:54

(IP보기클릭)106.245.***.***

안그래도 sky는 하려다가 동북공정이니 뭐니 그래서 안했는데 나중에 보니 갓은 명나라 ㅋㅋㅋㅋㅋㅋ ㅋㅋ
24.11.19 11:26

(IP보기클릭)211.187.***.***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한복이 명나라 옷이라고 하는 데서 일하는 걸 한국 핏줄이라고 하긴 힘들지.
24.11.20 01:16

(IP보기클릭)14.32.***.***

스카이의 기조를 보면, 역사 왜곡은 그 기조를 다 어기는건데... 어떻게 저렇게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건지... 참나...
24.11.24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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