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단편의 소개입니다.
1. 활협전의 스토리 베이스를 바탕으로 지은 팬픽소설입니다.
2. 본 게임 정식 스토리와는 무관합니다. 오로지 2차 창작물입니다.
3. 본 게임 스토리와는 무관하나, 실제 게임 스토리가 등장합니다.
4.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식스토리와 무관한 숨겨진 스크립트 스토리도 들어가 있습니다.
5. 본 작품은 철저히 개인 취향의 2차창작 스토리입니다.
6. 활협전 본편의 스토리와 스크립트로만 존재하는 스토리를 보기를 꺼리신다면 안 보시길 권합니다.
(실제로 활협전 본편에 추가 될 수도 있으니 극 스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스포일러 양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만. 그를 인용한 묘사가 있습니다.)
7. 개인적으로는 소사매파 입니다...
위를 유의해서 감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후, 얼마나 지났을까. 볼 일이 있어 공동 위 장문을 보러 가다가 조활의 설산행이 생각났다. 여전히 소식을 들을 수가 없어서 궁금함이 하늘을 찔렀다. 잘 지내고 있는 것일까? 식사는 제때 하는 것일까? 왜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냐 나는... 이라고 되뇌이며 설산 방향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녀가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눈을 반짝였다."운반조는 여기서 나를 내려주거라. 내 잠시, 설산 좀 다녀오겠다. 수행원은 필요없다. 일단 근처 거래하던 객잔이 있으니 그쪽에서 기다리고 있거라."그리고는 상관형은 설산으로 향했다. 뽀드득, 뽀드득. 자그마한 발자국을 찍어가며 산행을 했지만 무언가 주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나무를 보아도, 돌길을 보아도, 사람이 왕래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마치 몇 달간 아무도 온 것 같지 않은 것 처럼.'뭐지? 이 불길함은? 사람이 왔다갔다한 흔적이 아예 없잖아? 설산에 머문다면 이 길 따라서 왕래 할 텐데 정말 조활이 이곳에 온 것이 맞는 거야?'상관형의 불길함은 기분나쁘게도 촉이 맞았다. 설산 꼭대기에 왔을까? 저멀리 사람의 형체가 보였고 빼빼마른 말총머리의 인물이 등지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잠깐... 빼빼마른? 그 모습을 본 순간 느낌이 매우 좋지 않았다. 곧바로 상관형의 머리 속에는 온갖 안좋은 상황이 생각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으니, 심장소리와 발걸음이 빨라졌다. 빠르게 달려가 망부석처럼 굳어있는 형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더니 매우 놀라 심장이 더욱더 가빠르게 뛰었다."헉, 헉, 헉... 조, 조활...? 조활!!!"상관형은 사람의 형태를 한 물체에게 얼른 다가가니 몰골이 정말이지 말이 아니었다. 눈은 초점을 잃었고 몇십일은 굶은 듯 빼빼마른 것이 시체와도 같았다. 하지만 입에서 올라오는 입김을 보아하니 시체는 아니었고, 눈물이 얼었는지 눈은 부어오르고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조활! 이 무슨 상황이야! 몸은 왜 이렇고! 무슨 일... 헉!"조활의 앞에는 눈 쌓인 무덤이 있었고 대충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원인을 단숨에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의 조활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란 것을 알고는 조활을 덥썩 안았다."괜찮아, 조활. 괜찮아... 괜찮아..."괜찮다고 안아들고 등을 토닥이니 이내 온기를 느끼고 조활이 깨어났다. 부어버린 눈 때문에 보이지 않는 이를 아주 힘없는 목소리로 불렀다."...응... 누구십니까...""나다! 내 목소리 기억 안나? 형아다!"형... 형... 아, 상관형 아가씨."아... 아... 이곳엔... 어쩐 일... 이십니까..."자신을 알아본 것을 알아채고 조활의 얼어버린 얼굴을 곱고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져 생기를 넣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상단 일이 머리 속에 있긴 했지만 그것 마저도 이미 머리 속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대신 그의 얼굴을 짝짝 때리며 정신차리도록 하였다."정신 차려라! 죽고싶은거야? 일어서! 일어서서 일단 하산하자! 네 몰골이 말이 아니야!"그의 퉁퉁 부어버린 눈꺼풀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잠시 잊고 있었던 사태가 다시금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스승님... 아, 스승님... 저를 이 세상에 혼자 남겨두실 건가요."...안됩니다... 스승님... 스승님을 여기 혼자두고 갈 수는..."상관형은 흐느끼는 조활의 모습에 더욱 마음이 산산조각날 것만 같았으나, 지금은 그런 마음을 둘 여유는 없었다."약조할게! 일단 내려가자고! 네 스승님은 내가 다시 와서 잘 수습해주겠어! 일단은 살자. 살고 생각하자! 그, 그러니...!""하아......스승...님..."그의 다 꺼져가는 한숨이 설산을 가득 메웠다. 온 세상이 울리는 것같은, 온 세상이 바닥으로 꺼질 것만 같은 무거운 한숨이 상관형의 가슴 속도 무섭도록 후벼팠다....'이게... 이게 다 무어냐... 무슨 일인거야... 도대체...'어떻게든 다 죽어가는 조활을 업어들었다. 이전에 봤을때와는 다른, 빼빼말라 가죽밖에 안 남은 조활은 그녀에게 있어서 너무나 가벼웠다. 이는 죽음을 기다리는 산송장과도 같았으니 상관형은 그의 상황이 절대 좋지 않다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사내가 이렇게나 가벼울 수가 있단 말이냐... 조활... 대체 무슨 일을 겪은거야... 네가 이리 슬프니, 나도... 나도 슬프잖아...'가슴 속이 미어졌지만 그녀는 일단 조활을 살려야했다. 산 비탈길을 걷고 걸어 얼어붙은 냇가를 지나 바위 위를 뛰어넘다 넘어질 뻔하기도 했지만 특유의 운동신경이 발휘한 듯 균형감각엔 이상이 없었고 차근차근 겨우 설산 밑으로 하산했다. 설산 근처 의원을 찾았으나 그 일대에는 아무 것도 없었으니 상관세가의 무리를 이끌고 서둘러 공동파 근처 객잔으로 갔다."으으...으...""어? 깨어났구나! 의원! 어서 빨리!"조활의 신음소리에 밤새 간호를 하던 상관형이 깨어났고 서둘러 의원을 불렀다. 의원이 허겁지겁 들어와서는 진맥을 짚었고, 한참을 맥의 흐름을 느끼고나니 겨우 위기를 넘긴 것을 확인하고는 상관형을 안심시키고 여러 당부를 하고는 약을 조제하러 방을 나섰다. 시간이 흐른 뒤 조활은 이제는 온전히 정신을 차린듯 천장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여긴..."상관형이 진심으로 화가나 불을 내뿜듯 조활을 나무랐다."이 바보야! 스승따라 죽으려고 했던거야?! 미쳤어? 미쳤냐고!"스승. 스승의 죽음. 다시금 생각나는 스승의 최후가 조활의 눈에 아른 거리니 마음 속이 허하고, 머리 속이 텅빈 느낌이라 그저 꿈이길 바랬다. 허나 현실은 가혹했다. 현실은 받아들이라고만 하고 있었다. 너무 일방적이잖아... 스승님도 그렇고..."...하아... 꿈이... 아니란 말인가요...""그래, 이 바보야! 네가 죽으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뭐가 되냐! 뭐가 되냐고!"조활에게는 그 스스로에게 남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이제 거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당문 사람들은 광주당문 습격때 커다란 피해를 입고 좌절감에 하산하기도 했고, 죽기도 했었다. 당문 장문인을 혼수상태로 만들어 놓고 이사형 당쟁은 자취를 감추었으며, 대사형마저 청성의 신도룡과 공동파의 금오상인의 습격으로 사망. 그나마 그의 인생에 위안이 되었던 소사매 당묵령마저 시집가고, 엽가 남매는 당문을 떠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승도 세상을 떠났다. 모든 것이 허무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남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솔직히 몇 없었다.광주당문의 습격때 그 자리에는 상관형도 있었다. 조활은 그 무리 속에 상관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배신감에 그녀를 죽일 기세로 쳐다봤지만 사실 상관형은 반강제로 온 상황이었기에 조활의 그 살벌한 눈빛을 보곤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자신도 그자리에 있고싶지 않았다. 좋은 거래처로서 기분좋게 당문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상관세가에게 있어서는 당문은 그리 좋은 상대는 아니었기에 거리감이 매우 컸다. 그리고 그 거리감을 메우기 위한 발판이 조활이었는데... 그녀에게 조활의 눈빛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을 정도였다.'그런 무서운 눈빛 하지말아... 당문에 다시오게 된다면 환대해 주겠다고 했잖아... 나도...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고...'후에는 결국 조활이 항상 당당하고 거만한 태도의 그녀가 눈물을 보이던 모습이 마음에 걸려 당문습격이 정리된 이후, 외성에서 상관형을 만났고, 전후사정을 듣고나선 그리 서글피 우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 했다. 그 후로 그녀의 일을 돕겠다며 지금까지 자처하게 되었고 그렇게 이 둘의 동업이 시작된 것이었다."...형 아씨.""왜.""제가... 살아가야할 이유가 있을까요?"상관형은 기가차고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한마디 호통치고 싶었지만 그의 초점잃은 눈빛에 다시 가슴이 미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이유라면 있어.""뭘까요...""나와 함께 당문을 일으켜야하지 않겠어?""...네?"상관형은 조활이 자신이 말한 내용을 어떻게 느낄지 단 한 가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돕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당문이 습격으로 으스러져 갈때 그녀는 그냥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당문을 과거에 도왔다는 것 하나만으로 습격날, 목숨을 건질 수는 있었지만 당 장문인이 혼수상태가 되어버린 것은 자신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저 앉고 있을 수는 없었다. 상관세가로부터 배신자라 욕을 먹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치뤄야 겠다고 생각했다."나는 당문의 자금줄이 되어 줄 거야. 너는 당문을 일으켜세워. 나는 너를 도와 주겠어. 거짓이 아니야. 믿지 않아도 좋아. 그럼에도 나는 당문을 도울 것이야. 너를 도울 것이야. 그러니, 너는 어서 일어서. 나를 도와줘. 나와 함께 하자."상관형은 사실 조활과의 첫 만남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당문 정심당에서 향의 냄새를 맡고는 돈의 냄새도 같이 느낀 나머지 향을 피우던 사내에게 그것에 대해 물어보니 왠 요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전신이 오싹해서 멀리하려 했지만 조활에게서 향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향 속에서 꽃냄새가 피어나고, 검게 그어진 붓자국은 산을 그렸으며, 구름 속에서 용이 오르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이는 지식이 많고 그를 바탕삼아 묘사하는 입담이 원인이었다. 이 설명을 나중에 공동 위 장문에게 일러주니 어찌 그런 설명을 하느냐며 감탄하고 누구인지 궁금해 하던 아이같은 얼굴을 상관형은 잊을 수 없는 광경이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그런 일이 있던 뒤로 당문 장문인의 선처로 외성에 머무르며 장사일을 했는데, 조활이 이따금 외성정비와 관리비를 수금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가 하는 일은 정말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외성의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녀가 본 일들은 정말 많았다. 거리를 청소하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체납자를 찾아다녀 꾸짖고는 외상만 받고 다음을 기약한다고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당문의 살림살이가 왜 그리 좋지 않은지 파악할 수 있었다. 좋은 뜻이었으나 당문으로서는 좋지 않으니 돌고돌아 적자를 면치 못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조활에게 흥미가 생긴 뒤였다. 당문은 비록 상관세가와 좋지않은 관계였지만 조활의 모습을 보고는 그 사이를 메우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처음 당문에 온 이유가 아버지의 분부로 빚 탕감을 빌미로 하여금 당문의 목숨 줄을 쥘 생각이었지만 당문 장문인에게 단칼에 거절당했다. 그러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몰랐지만 조활이 그녀를 변호하여 장문인을 상대로 항변하니 장문인의 얼굴색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 한없이 냉정해 보였던 당문 장문인의 얼굴색이 조활의 항변으로 너그럽게 변하는 그 모습을 본 뒤로는 조활을 예사롭지않게 여겼고 되려 하인으로 부리고 싶은 욕심이났다. 이 사내를 취한다면 상관세가와 자신에게 큰 보탬이 되리라. 그녀가 조활에게 크게 흥미를 느낀 것은 이러한 이유와 그간의 일들이 겹쳐서 일어난 일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요괴와도 같은 외모가 전부가 아님을 깨우치게 된 계기마저 되었으니, 그녀가 사람을 차별하는 일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당문을 일으키자. 내가 도와줄게."설산에서 그 일이 있은 뒤로 몸을 어느정도 회복한 조활은 상관형과 함께 당문으로 돌아가 삼사형과 앞으로의 일을 논하니 눈물을 흘리며 상관형에게 고맙다며 몇번을 절했다. 그녀는 그런 삼사형의 행동에 당황하여 그를 일으켜세웠고 두손잡고 앞으로의 일을 더욱 논하니 당문의 위세가 서서히 든든해지기 시작했고 가세가 당당해졌다. 이때부터 상관형은 상관세가의 일과는 별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문 외성밖에 상관형 만의 상회를 세우고나니 당문 주변 발전이 눈에 띄게 차올랐다. 하지만 사람이 북적이고 소문이 자자해지니 그 이야기는 결국 상관세가에도 당도했다."흥. 무슨 일인가 했더니. 형아가 관련되었을 줄은...""어찌하시렵니까?""조만간 데려오거라. 그리고 데려온 즉시 감금하거라. 더는 혼자 돌아다니는 꼴을 못 봐주겠구나. 하다못해 상관가의 딸이라는 애가...""하오나 감금이라뇨... 가주답지 않습니다. 그분 앞에서는 근엄하셨다가도 뒤에서는 자기 딸 자랑하시던 가주가 아니십니까?""나답지 않다라..."..."이번은 내 계획이 물거품이 된 상황이다. 딸이라고 예외를 두고싶지 않다. 엄히 벌할 필요가 있구나. 이번 건은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 알아두고 실행하거라."- ◇ -
상관형은 달빛을 받으며 상회의 뒤뜰에 있었다. 그녀는 조활을 불렀고, 그를 기다리던 참이었다. 그를 기다리는 동안 차디찬 달빛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설마 설마 했는데 그 설마가 진짜 일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흠모하는 사람이 생기신 건 가요?''얼굴이 사랑에 빠진 얼굴이십니다.'상관형은 자신이 가져온 물건을 고이고이 닦으며 조활을 기다렸다. 흐흥. 흐흥. 콧노래가 나왔다. 앞으로의 일을 상상해서 그런 것일까. 유난히 달빛이 밝아보였다. 그러다가 상관형의 앞에 누군가 나타났고 달빛을 보던 얼굴은 그를 향해 있었다."왔어?""부르셨으니 와야지요. 무슨 일 있습니까?"여전히 어벙한 얼굴이었다. 그의 얼굴을 한참 노려보았고 조활은 당황해하더니 어쩔 줄을 몰랐다. 아가씨는 고개를 돌리는 조활을 보고는 피식 웃어넘기고 지난 날을 그와 함께 되새겼다."우리가 처음 만난 날, 그때 그 향의 냄새를 기억해?""음... 그렇군요. 그때도 제가 피웠으니 기억하는 것은 일도 아니지요.""그래. 그때 내가 맡은 냄새는 향 냄새말고도 더 있었지.""다른 냄새도 있었단 말씀이시오?"상관형이 조그맣게 웃으며."그렇지?"조활은 그녀의 주변을 두리번 살펴보니 다른 낌새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항상 마주볼때는 장난기 가득했는데 말이다. 거만하고 건방떠는 아가씨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알게모르게 미소만 짓고 있는 아이같은 모습을 보고있자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때마침 조활도 할 말이 있던 것 같았다. 그 낌새를 느낀 상관형이 물었다."그래서, 너도 뭐 할 말 있어?""어... 어떻게 아셨소?""넌 너무 보여. 얼굴이 못 생겨서 그런가. 안 보일줄 알았는데 이리 훤히보이다니... 신기하지?"못 생겼다는 말에 주춤거리는 조활을 보고는 키득 웃으며 다가갔다. 조활은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하는지 몰라서 이리저리 굴리다가 그만 입을 닫았다. 그런모습을 보니 더 괴롭히고 싶어졌지만 그만두고 물었다."왜? 못 생겼다고 하니 주눅들어? 원래 그런건 이미 극복한거 아니었어?""그... 극복했...습니다!! 하지만..."그녀의 눈빛은 너무 앙칼지구나. 조활은 입이 말라가는 것을 느끼고는 입에 침을 발랐다."흐응... 그래서 할 말이란게 무어야?"그러자 조활이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내 상관형에게 보였다."......""......"둘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적이 둘 사이를 메웠고 시간이 멈춘 듯. 움직이지를 않았다. 결국 먼저 운을 띄운 것은 상관형이었다."이... 이게 무어야?""...보,보,보,보면 모르겠소?"조활의 손바닥에는 얇은 옥가락지 두개가 있었다. 상관형의 눈에도 정확히 그 두개가 보였고 두 눈도 마침 옥가락지처럼 동그래져서는 조활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이상했다. 전에도 본적이 없는 얼굴표정을 한 상관형을 보니 조활도 긴장이 풀어졌다. 왠지는 모르지만 스스로가 긴장이 풀어진것도 모른채였다. 조활은 차분한 마음으로 상관형에게 고백했다."못, 못 생겨서 미안하오. 하지만 이 말은 해야 겠소. 그대가 어떤 집안의 고귀한 딸인건 아무래도 좋소. 하나 뿐인 소사매가 시집을 가고, 스승님이 돌아가시고, 장문인이 혼수상태에 빠지고, 이사형은 배신하고, 대사형마저 돌아가셨소. 나에게 남은 것은 이젠 거의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었소. 그런데 나를, 삐쩍마른 나를 따뜻한 온기로 안아준 사람이 있었소. 나는 그자리에서 얼어죽기를 기다렸는데 그 사람이 왔소. 그리고는 살아라 했고, 살려주었소.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소. 왠지 그 사람을 기다리려고 여태 그 눈보라 속에서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고... 당신이 당문을 집어삼킬 심상이었던거 알고 있었소. 내, 비록 못 생겼으나,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고 세상소식을 경청했지. 세상판도를 지켜보았고 당신이 올 것이라는 것도 일단은 알고 있었소. 그날 향을 피웠던 것은 늘 하던 일이었으니 당연히 행했던 것이고, 오로지 당신을 경계했었소. 상관세가는 결코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소. 그런데 뜻밖에 나온 논점이 나를 흔들었지. 빚 탕감이라는 수를 꺼내들어서는 나를 현혹했소. 당문에게 더 할 나위없는 강력한 수였소. 당신을 그때 장문인을 상대로 변호 한 것은 상관가의 당문에 대한 족쇄를 염두해 두고도 파격적인 제안이었기에 그랬던 것이지. 뭐, 결국 장문인이 허락하지 않았으니 상관없지만... 그때부터였소. 그대가 유난히 빛나더이다. 나에겐 소사매 뿐이었지만, 당신은 내 마음 다른 한 구석에서 빛이났소."조활은 상관형의 뚫어지는 눈빛을 보고는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그것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손가락을 허락했고, 그 가냘픈 손가락에 가락지를 꽂아넣었다."단순히 부 때문이 아니었소. 감히 우리를 위해 이정도까지 흔쾌히 할 수 있을까? 이정도의 담력을 가진 여장부가 또 어디있을까? 궁금해서 그때부터 외성을 자주 다니고 곁을 맴돌았지. 그렇게 맴돌다가 결국. 오늘까지 왔소."조활은 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상관형이 너무나 빛나보였다. 사랑스러워 보였다."그대를 사랑하오. 내, 비록 못 생겼지만, 못 생긴 만큼 그대 곁에서 도움을 주고 싶소. 내 지식이 당신과 견줄지는 모르지만 돕고 싶소. 그러기에 옆에 두고 싶소. 나와... 혼인해주시겠소?"그 말을 듣고 상관형은 손에 끼어진 옥가락지를 바라보았다."너.""?"..."이러려고 나온 거였어?""아... 미, 미안하오. 아니, 너, 너무 빠, 빨랐나..."급 놀라서 상관형의 눈치를 보았다. 이, 이게 아닌데..."조활.""네, 넵!"그때 상관형의 손을 보니 무언가가 길고 뾰족한 것이 보였다. 그것은 마치 자신을 해하려는 암기와도 같아보였다. 자, 잘못된 건가..."...어? 혀, 형 아가씨. 그, 그건."순간 그녀는 무언가 머리 속으로 어떤 생각들이 잔뜩 들어온 모양인지 그동안 참고 있던 감정을 눈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조활은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그가 우왕좌왕할 그때 상관형이 조활의 소매를 붙잡더니 손을 끌어올렸고, 그 물건을 올렸다. 달빛을 잔뜩 머금은 그 옥색의 물건이 더욱 눈부셨다. 그것은 비녀였다. 상관형은 조활의 손에 옥비녀를 올려놓고는 울기 시작했다."내가... 흑. 내가 먼저하려고 했단 말이야... 흑흑... 너... 너무 건방져... 이 못 생긴 요괴야...흑흑...""혀, 형 아가씨 그, 그게... 억!"그만 참았던 감정을 이끌고 조활의 품 속에 안겼다. 조활에게 그녀는 눈보라치던 그때처럼 따뜻했다. 아직도 기억한다. 살아남아라고 한 그 목소리도. 조활은 뛰는 심장을 뒤로하고 상관형을 포근하게 안았다. 그러니 그녀가 더욱더 세게 껴안았고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뻤다."미안합니다. 이러려고 한건 아니지만 제가 먼저 선수쳤군요. 하하...""이 바보 천치야. 못 생기면 다야? 이거 제대로 책임 안지면 정말 네 면상 작살낼거니까 그리알아!"그렇게 끌어안은 채로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부터 목까지 쓸어내리니 그저 행복했다. 하염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어느 덧 둘은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손을 꼬옥 잡은 채."윽... 진짜 못 생겼어.""아... 하하...""어쩌자고 이리 된건지...""그러게 말이야.""못 생겼으니 다른 여자들은 넘보지도 않을테니 그건 그거대로 좋네.""하하...""나를 사랑해?""아까 말 했잖소.""사랑하냐구.""이, 이런...""사랑해?""사랑해.""정말?""응.""얼만큼?""세상이 나를 버린 만큼.""세상이 네편이 아니라면, 나는 너의 유일한 편이야.""내평생 유일무이할거요.""이 반푼아...""하하하."달빛이 밝은 하늘 아래. 그 둘은 그렇게 자기들만의 혼인 의식을 치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둘의 밤은 그토록 애처로웠고 갈망했고 바래왔으니 그만큼 길고 길었다.(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