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에이스 컴뱃, 내러티브는 ‘에이스 파일럿’ 되기
30년 동안 변함 없이 유저가 주인공이고, 에이스 파일럿이 될 수 있도록 하게 해준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1995년 PS로 나온 1편에 비해 7편은 훨씬 리얼한 그래픽을 제공하지만, 플레이어가 에이스 파일럿이 된다는 근본만큼은 그대로 유지해왔다.
시리즈 최대의 위기가 '어썰트 호라이즌'과 '인피니티'였는데, 어썰트 호라이즌은 주인공이 특정 캐릭터로 인식되면서 기본 콘셉트가 흔들려 버렸고, 인피니티는 F2P 과금으로 나오면서 시나리오가 사라져, 내러티브 없이 메커니즘만으로 만들다보니 찬반 양론이 크게 갈렸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크리에이터가 고객보다 먼저 질린다는 것이다. 고객은 여전히 내러티브를 즐기고 있음에도 크리에이터는 같은 걸 여러 번 반복해서 질린다며 바꾸게 된 것이 실패 요인이었다.
에이스 컴뱃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가 아닌, 플라이트 슈팅 게임이며 팬들이 붙여준 이름 - 사실 영어 문법에는 안 맞는 용어이나 '스트레인지 리얼'이 특징이라 하겠다. 아래 사진의 위가 게임, 아래는 실제인데 스트레인지 리얼을 고객이 믿을 수 있게끔 전투기는 포토 리얼 느낌으로 만들지만, SF 감성의 배리어나 궤도 엘리베이터도 등장한다. 그래도 궤도 엘리베이터 같은 경우 실제 건설 회사에 문의하여 자문을 받아 그럴듯하게 근미래 SF를 섞었다.
영웅 체험을 위해 플레이어의 감정을 먼저 설계하는데 아래 그래프처럼 공격을 하면서 감정을 고양시키다 적이 반격하면 절망감을 느끼게 되고, 이를 해소하는 식으로 진행하며, 이에 맞춰 미션 내 맵과 적의 레벨, 위치, BGM을 제작한다. 게임 전체로는 드라마처럼 한 시즌을 한 미션로 생각하고 있고, 라디오 챗을 통해 점점 스토리가 농밀해진다. 그런데 욕심을 내다보면 너무 긴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곤 한다.
비주얼의 발전에 의해 스트레인지 리얼 세계가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고, 구름이 보다 입체적으로 발전하여 구름 안에 들어가면 위험하니 피해야 한다든지 구름 속에 숨는다든지 하는 체험이 가능해져 구름에 대한 내러티브가 생기게 됐다. 여기에 지상도 입체적이 되면서 플레이 체험이 풍요로워졌다.
실패 없는 인생은 재미가 없는 것처럼 성공과 실패를 되풀이하면서 에이스 파일럿이 되는, 그런 성장의 재미가 이 게임에는 있다. 한 번 뿐인 인생과 달리 게임에서는 비슷한 체험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지역에 관계 없이 근본적인 재미 요소가 되지 않나 싶다.
● MOD 제작이나 팬 아트, 팬 이벤트, 포럼 등이 시리즈 유지에 어떤 역할을 했나?
항상 감사하는 마음 뿐이다. 팬 아트나 응원 메시지를 전해 주시는 것이 어떻게 해서든 게임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개발 동기를 부여하더라. 또한 팬들은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 만화 등으로 이 세계를 더욱 확장시켜준다. 그래서 함께 게임을 만들어가는 동료라는 생각도 든다.
차기작은 만들고 있다. 몇 년 전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디벨로퍼를 만들어 개발 중인데, 오늘 신작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감시하는 분들이 많아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으나 만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은 시차가 없다보니 어제도 신작 개발을 위해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화상 회의를 진행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 신작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내러티브가 있다면?
스트레인지 리얼을 유효하게 사용하고 싶고, 사람을 그리는 것에도 흥미가 있어서... 스트레인지 리얼을 활용해서 사람이 주인공인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스핀오프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하지는 않으며, 이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 재미있는데 알고 보니 에이스 컴뱃의 세계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게임을 만들어보았으면 좋겠다. 단, 코노가 이걸로 신작을 만든다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 최근 플레이 한 게임 중 몰입감이 인상적인 작품이 있다면?
'데스 스트랜딩 2'이다. 스토리도 좋고 비주얼도 멋지더라. 본업(에이스 컴뱃 신작 개발)이 너무 바쁘다 보니 즐길 만한 시간이 별로 없었으나, 광야를 달리다보면 멋진 밤하늘이 펼쳐지며, 그럴 때 멋진 BGM이 들려와 위안을 받는 경험을 했다.
● 에이스 컴뱃은 음악이 좋은 프랜차이즈로 유명한데, 이것이 방향성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작곡가가 좋은 음악을 만든 것인지 궁금하다.
음악과 관련해선, 내년 1월 31일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있으니 오실 수 있으면 와달라고 말해달라더라. (웃음) 답은 양쪽 다이다. 명확한 지시를 내리고 있으며, 이번에는 오케스트라를 메인으로 하자는 지시를 내렸고, 플레이어의 감정을 만드는 데서 감동을 줄 필요가 있다는 부분을 음악가에게 설명했다. 물론 반다이남코 스튜디오의 사운드 스탭은 상당히 우수하며 센스와 재능이 있어서 오더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준다.
● 유저 스테이지 경험을 그래프로 보여주었는데, 슈터는 지역, RPG는 속성을 이용해 전투 디자인을 하지 않나. 360도로 비행하면서 스트레인지 리얼 세계를 채용한 본작은 전투에 있어 어떤 식으로 디렉션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에이스 컴뱃에는 지면은 있으나 지형이 없다 보니 우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이 때 적의 배치와 균형을 고려한다. 두 번째로 내러티브를 중요하게 볼 때는 라디오 챗이나 무선을 통해 좋은 타이밍에 들어올 수 있게 하는, 두 가지 패턴의 레벨 디자인으로 전투를 설계한다.
|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