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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라운드8 스튜디오의 대표 디렉터 4인, 그들이 말하는 게임에서의 내러티브란?

조회수 3498 | 루리웹 | 입력 2025.11.13 (17:50:00)
[기사 본문] 네오위즈 라운드8 스튜디오의 대표 디렉터 4인은 지스타 2025 현장에서 진행된 컨퍼런스 행사 ‘G-CON’을 통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게임의 내러티브에 대한 이야기를 청중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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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설계하다 - 현대 게임의 내러티브 아트와 창작 철학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강연에는 네오위즈 라운드 8 스튜디오의 최지원 디렉터와 권병수 내러티브 디렉터와 하얀로냐프강의 작가이자 현재 라운드 8 스튜디오에서 재직 중인 이상균 디렉터 그리고 진승호 디렉터가 참여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라는 것이 게임이라는 그릇에서 어디까지 플레이어를 데려가줄 수 있을지 탐색하는 시대가 된 이 시점, 자신만의 방법론을 모색했던 네 명의 디렉터와의 대담을 통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이번 강연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강연에 참여한 네 명의 디렉터는 각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는 것으로 대담을 시작했다. 현재 미공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상균 디렉터와 진승호 디렉터. 그리고 P의 거짓으로 이름을 알리고 현재 신작을 개발하고 있는 최지원 디렉터 / 여왕의 창기병의 작가이자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을 제작한 바 있는 권병수 내러티브 디렉터의 소개가 이루어졌다.

네 디렉터는 모더레이터인 이좀범 작가가 던지는 질문을 기준으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공유했다. 토크쇼와 같은 형태로 진행된 이번 강연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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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에 있어서 좋은 내러티브는 무엇인가?

최지원 = 지속적으로 동기나 목표가 제시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특정 행동을 할 때, 이걸 왜 하고 있지?라고 생각하면 몰입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것이 느껴져야만 몰입이 될 수 있다고 생각 하므로 지속적인 몰입을 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적이 동기를 부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

권병수 = 기본적으로 지원님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좋은 내러티브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이 뭘까를 생각하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 / 흥미진진하게 궁금해할 수 있는 흡입력 등 이 모든 것들이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는 만큼 구심력. 중력을 가지고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은 내러티브라고 생각한다.

진승호 = 공통된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저희는 게임 내러티브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조작을 통해서 감정의 움직임을 겪어야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호작용으로 감정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에서 왜 스토리가 중요하냐고 했을 때, 음성이나 이미지 같은 것이다. 어떤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나 스토리가 데이터 조각으로 느껴지지 않는.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좋은 내러티브의 조건이다라는 것을 남의 말을 통해서 생각하고 있다.

이상균 = 예를 하나 들면, 서로 20이라는 숫자를 가지고 주사위를 굴려서 상대의 주사위를 0으로 만드는 규칙이 있다고 하면, 이 20이 기사의 HP고 주사위가 롱소드이며 공격력이 범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규칙이라고 생각한다. 이 규칙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 내러티브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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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스토리나 내러티브를 구상할 때 주로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이상균 = 게임 스토리를 쓰기 전에도 20년 전부터 소설을 썼는데, 아이디어를 발견을 했을 때는 수첩을 가지고 적었고 지금은 스마트폰에 적고 있다. 아이디어가 길거리나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떠오를 때가 있다. 그 때에 일단 적어둔다. 아이디어가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숙성이 되는 물리적인 기간이 필요하다. 당장은 쓸모가 없어보여도 일단 넣어두면 이야기가 되어서 올라온다. 저는 그 노트에 300개 정도 플롯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미발표 단편 소설이 있는데 이를 중단한 것이… 그것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여기에 더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아이디어를 버리는 것 같다.

진승호 = 경력 초창기에는 좋아하는 것을 모사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밑천이 빨리 떨어져서 어떻게 해야되지를 고민했던 것 같다. 살면서 인생의 큰 경험을 겪게 되는데, 그 안에 빠져있다가 어느 순간 생각이 든다. 닥쳐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플레이로 경험하면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경험을 시켜보고 싶다. 나만 당할 수 없다. 이런 것이 대부분의 시작이었다. 아이디어를 얻으면 생각을 가만히 해본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이것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면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를 안다. 만들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겪어야 하는지 등 일종의 숙성이 된다. 똥인지 된장인지를 봐야 하는 것이다. 일단은 사전에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고생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자문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다 마지막에 생각을 해본다. 더 큰 자본으로 멋지게 만들 사람이 있는가를 물어보고. 없다는 생각이 들면 비로소 결정을 하고 시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 왔던 것 같다.

최지원 = 저는 생각을 할수록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다. 특정 경우는 메모를 해야 된다고 하는데, 저는 좋은 아이디어는 다시금 생각나게 되어 있다. 생각을 많이 하다보면 일종의 박리다매인데.. 언젠가 돌아오고 생각이 나면, 개발에 중요한 요소가 되어 각인이 된다. 그러면서 병수님에게 이거 어때요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권병수 = 조금 전에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여러 생각을 하고 메모를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게 다 저한테 온다. 인간 메모장처럼 저에게 던지시는데… 그게 별론 것 같은데요?라고 이야기를 한다. 저도 상균 디렉터님이나 진승호 디렉터님처럼 아이디어를 싹틔우기 위해서는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빠져서 파고들면 1인칭 시점으로 그것만 보게 된다. 쭉 가다가 막다른 길에서 좌절을 하게 된다.

그런 아이디어들이 저한테 던져지거나 떠올랐을 때 일단 상자에 담고 방치를 한다. 그리고 다른 일을 하면서 의식적으로 다 나갔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돌아본다. 3인칭으로 돌려보면서 다른 각도에서 둘러본다. 지원님이 주신 아이디어가 처음에 거짓말이었는데, 초기에는 이상하다고 이야기를 하다가… 운전을 하는 중에 갑자기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 이렇게 순간 떠오르게 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요소를 덧붙이면 괜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요소는 제삼자의 시점으로 볼 때처럼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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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 또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이 게임이 소수로 만드는 경우도 있고 여러명이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저 같은 경우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개발 과정에서 감정 변화와 기복이 있다 보니 선입견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바쁘다보면 이게 다른 색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오해도 커질 수 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이 팀워크에 있어서 좋은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숙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권병수 = 개발 문화와도 관련이 있는데, 아이디어의 좋음은 그 자리에서 판단할 수 없다. 그 자리에서 저울질해 판단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회의 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생각해볼게요’다. 이후에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결론을 내린다.

진승호 = 저도 생각하는 척이라도 하고 말을 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요구하는 편이다. 그건 있다. 저와 오래 일한 사람들은 ‘생각을 해볼게요’라는 말을 ‘저건 별로라는 것이구나’라고 판단을 하기도 한다. 


이상균 = 숙성하다가 버려진 것에 대한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는데, 이야기가 완성된 순간은 일종의 논리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어떤 플롯을 쌓으면 문제가 해결이 될까가 일종의 큐브와 같은 것들이기도 하다. 진행 과정에서 버려진 것들이 여기에 활용되기도 한다.



● 소설을 쓰던 시절과 비교해서 게임에 내러티브를 넣었더니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를 느끼셨을 것 같다. 게임이라는 그릇에 이야기를 담을 때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느낄 것 같은데... 타 매체와 달리 게임이 가진 특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상균 = 이 질문과 관련해서 많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소설이나 영화같은 매체는 단선적. 혹은 직선형이라고 보시면 된다. 연속적으로 경험하지만 선형적이다. 게임은 그렇지 않다. 경험 일반을 만들 수가 없다. 앞에 문이 있는데 밑에 열쇠를 숨기고 이를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경우, 어떤 플레이어는 매트를 보지 않는다. 비선형 플레이에서 선형적 스토리를 경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반면 어떠한 매체도 있는 장점을 게임이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관점. 시점이다. 고전 영화가 되어버린 ‘세븐’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에서 연쇄살인마가 형사였던 브래드 피트를 도발하기 위해 아내의 머리를 잘라서 소포로 보내는데, 아내의 머리인 것을 알고 범인을 죽이려고 한다. 도발을 하는 상황에서 브래드 피트는 고민을 한다. 형사 입장에서는 안 되는데 남편 입장에서는 죽이려고 하면서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관객은 이 장면에서 연민을 하게 된다. 브래드 피트의 선택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 해비레인에서 나왔을 때, 방아쇠를 당기는 경우에는 연민이 아닌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게임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이다. 관객을 관객으로만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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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호 = 상균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난 것인데, 해비레인은 동작을 플레이어에게 수행을 시킨다. 처음에는 일상적인 동작부터 시작한다. 샤워기 핸들이나 토스터기를 돌리게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처음에는 왜 이런 사소한 것을 하게 만드는가 싶은데, 이후 드라마틱한 상황에서 트리거 조작을 하도록 하는데, 이미 플레이어가 경험을 했기 때문에 FPS의 조작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이것이 설계 상에서 다른 점이라고 생각했다. 진짜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몰입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한 것도 이야기를 하자면… 저 같은 경우는 게임으로 일을 시작했기에 게임 쪽으로만 파고 든 경향성이 있다. 그렇다보니 일반적으로 안 하지만 회차 플레이를 구성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무조건 죽는다는 전개를 했다. 왜 이를 했느냐를 하면, 당연히 나오는 질문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된다거나. 적극적으로 게임 플레이게 개입하지 않는다거나.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손을 놓고 있으면 이들이 이렇게 된다는 것. 선제적인 대답이다. 가장 최악의 상황을 보여주고 이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보세요. 하는 것들이다. 이렇게 하면 하면서 굉장히 중대한 일을 하게 되는 느낌을 주고. 몰입을 끌어내게 된다. 이런 식의 내러티브 구성을 넣었던 경험이 있다.

최지원 = 게임이 다른 매체와 차이가 있는 것은, 플레이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하는 행동의 자취가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플레이 시나리오와 내러티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의 거짓 같은 경우 노트라고 하는 쪽지를 얻을 때 전투가 없다. 이런 내러티브가 전투에 들어오면 몰입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플레이 상황을 고려하면서 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헤비레인 같은 경우 저는 버그가 있어서 시나리오를 진행을 못했는데, 몰입이 떨어지기도 했다. 여러 요소가 자연스레 리듬감을 가지고 내러티브가 적절하게 들어오는가. 이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노트 옆에 보상이 있었다면 노트의 전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게임 내를 보시면 보상과 노트를 별개로 구성되었음을 아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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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수 = 게임이 영화와 소설과 무엇이 다른가를 이야기 했을 때, 영화나 소설 이런 류는 자기 완결성을 가진다. 작품이 완성되면서 그 이야기와 내러티브는 고정이 된다. 그건 변할 수 없다. 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를 뿐이다. 게임이라는 것은 플레이를 하면서 플레이 경험이 더해지는 것이다. 스토리 텔링이라는 X와 Y위에 플레이 경험이라는 Z축이 들어가는 것이다.

시나리오는 고정이 되어 있고 의미가 변질되지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를 하다 보면, 플레이를 하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경험과 반응에 의해서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서 어떤 이야기의 결말을 제시했을 때, 영화나 소설은 감정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은 아이템을 줄 때 - 인물이 없고 아이템이 없는 경우 - 인물과 플레이어의 유대감이 달라지게 된다. 관찰자 시점으로 반지 원정대를 본다고 한다면, 게임에서 다른 캐릭터와 전투를 치웠다면 내 동료이자, 나의 이야기가 된다. 이런 부분이 가장 큰 차이라고 보시면 된다.

이상균 = 리허설 때만 하려고 했었지만.. 마영전 시즌 1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는 어디까지나 초창기 개발에 있던 이상균 개인에 대한 이야기다. 한참 마영전을 디자인 하던 시절에는 그 때가 WOW의 불타는 성전과 리치왕이 나오던 시절이다. 이 당시에는 고민이 있었다. 어떤 NPC가 아내가 죽을 병에 걸려서 고민하고 있고 이를 퀘스트를 진행해서 플레이어가 해결 했을 경우, 해결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플레이를 할 때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를 해결하고자 시도들을 했었다. 당시 마영전은 여관에서 무조건 시작하고 티이가 맞아주게 된다. 대사를 선택할 수 있지만 몇 개는 없다. 이는 일부러 하는 것이다. 지루함을 유발하고 싶었다. 매번 만나는 지겨운 주인공과 여관. 배경 음악을 빨리 벗어나고자 떠나기 버튼을 눌러서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어디서 로그아웃을 하더라도 여관에서 로그인을 하도록 만든 의도다.

이후에는 티이가 모리안이 되는 운명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고 티이가 모리안이 되어 떠나게 된다. 떠나기 전 ‘잊지 않을게요’라는 말을 하면서 떠나게 되는데, 모리안이 되면 티이의 인격은 소멸하게 된다. 이후 플레이어가 여관에 로그인을 하면 배경음악이 사라지고 티이가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대사가 없이 오직 떠나기 버튼만 있다.

의도한 것은 영원한 상실이다. 계정을 새로 파지 않으면 티이를 만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시도들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는데… 티이가 없으니까 게임을 접게 됐기 때문이다. 개발팀이 관련해서 여러 이벤트도 했었는데, 그 당시는 이미 팀을 떠난 상태라서. 그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자 한다. Z축에 대응하는 플레이를 그 당시 팀이 준비를 했었는데, 티이가 사라졌음을 확인한 날, 홈페이지에서 마을 배경음악을 배포했다. 이 노래의 제목이 ‘잊지 않을게요’다. 게임의 밖에서 플레이어를 울리는 경험을 시도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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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들고 있는 도구가 말과 그림 그리고 연출이다. 만화가 입장에서는 게임에서 다른 도구를 쓰는 것에 질투가 있다. P의 거짓 같은 경우 음반이 대표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데..

최지원 = P의 거짓 같은 경우 전투 중심의 액션 타이틀이다. 액션을 멈추고 이야기를 들어줘! 라고 하면 액션에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액션을 안 하는 타이밍에 이야기를 전달해보자 해서 사용한 것이 음반이었다. 디제이맥스 음악도 사용했는데, 멜로디 접근성이 좋아서 좋다고 생각했다. 게임의 장점을 극대화 하기 위한 전략이고 보시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음악이라는 요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활용을 해야 한다고 고민을 하신다면, 내러티브 측면에서 접근하기에 유리한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각자 제작한 타이틀에서 전달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을 것 같다. 각자 작업 타이틀에서 이런 것들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권병수 = P의 거짓은 원전이 있고 여기 있는 분들이 원전을 다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 거기서 출발을 했고 거짓말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접목하면서 터닝 포인트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타자화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인형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인형이 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거짓말이 중요한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게 된 것이다.

선의의 거짓말 같은 경우는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고 예상하고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반드시 옳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게임을 설게하면서 플레이어분들에게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무슨 선택을 하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이러한 것들이 게임만이 할 수 있는 내러티브가 아닐까 한다.

최지원 = 거짓말이란 주제를 전달하면서 고려한 것 중하나가 퀘스트다. 보상을 얻기 위해서 퀘스트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일종의 정답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저희는 정답이 없도록 했다. 보상이 없고 선택에 의지를 강조한다. 인간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보상이 없도록 했다고 보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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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호 = 직전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베리드 스타즈에서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이를 녹이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힘든데,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이 게임 경험을 마쳤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행복하지는 않지만 나은 삶을 살겠구나 하라는 생각을 하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힘들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커뮤니케이션이 그러니까. 해도 다른 생각을 하니까. 그런 식으로 해서 진행을 해야 하고. 간접적으로는 SNS의 사이버불링을 당하고 있기에 타임라인을 살펴야 했다.

타임라인을 일정 시간 동안 구성해서 분기를 친다거나. 이를 이용해서 커서를 옮기도록. 모든 글을 읽어가면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수렁에 빠뜨린 것이다. 게임 경험이 쾌적하지는 않았지만 의도였다. 이를 통해서 전달하기 위한 방식을 구성했던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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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균 = 마영전 이야기를 이미 해서 하얀 로냐프강 이야기를 하자면. 새드 엔딩으로 끝이 난다. 국가가 항복한 상태에서 주인공이 단기필마로 적진에 돌격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런 장면으로 끝이 나게 된 계기는 ‘에어리어 88’이라는 고전 애니메이션이다. 그 애니메이션은 가상의 중동 국가에 있는 공군 부대의 이야기다. 항복 선언을 한 상태에서 남아있는 활주로에서 간신히 남은 주인공과 친구들이 다시 내려갈 땅이 없는 상태에서 적에게 돌격하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고등학교 때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방에 들어가 격정적으로 반응을 했는데.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가 안됐다. 시간이 지난 이후 나를 관찰을 해보니,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한 작품을 본 적이 없어서 이런 감정을 일으키는 작품을 써보자는 아이디어가 만들어졌다. 이야기로 완성되기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런 감정이 하얀 로냐프 강의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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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네오위즈가 게임 내의 내러티브를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배경이 궁금하다.

최지원 = 저희 팀 같은 경우는 좋은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좋은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면, 창발이라고 하죠. 좋은 개발을 할 수 도 있다. 왜?라는 대화 비용이 줄어들고 응용이 되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풍부해진다. 이런 것이 모이면 팀 자체의 조직력이나 색깔이 될 수 있다. 가급적이면 빠르게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것이 좋다. 설계를 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빠르게 해야 하는 부분은 하고. 나중에 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하는 것이다. 실제 개발을 할 때도 창발 효과가 나오면서 풍부해지기에 이를 강조하는 것이 배경이 아닐까 한다.

진승호 = 이런 부분에 공감을 하게 된다. 한 점으로 모이게 되는 부분이 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가 잘 안 일어나고.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기에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갈지를 잡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점이 확실하면 왔다갔다 할 일도 적다. 한편으로는 그런 점도 있다. 내러티브를 했던 사람들에게 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는 것도 같다. 개발이나 제작에 있어서도 내러티브가 강력한 것이 좋은 점으로 작동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권병수 = 개발 문화가 달라지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지금 강조하는 것은 초반에 핵심이 되는 이야기와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팀 전체 구성원이 전부 다 알고 있고 관심과 의문을 갖게 된다. 여러 군데에서 같은 것을 물어본다면 적신호인 것이다. 개발팀도 이해를 못하는데 플레이어가 이해를 할 수 있다고? 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게 된다. 이를 유도할 수 있는 개발 문화를 만들게 되면 조직원들이 게임 하나를 바라보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 라운드 8 스튜디오는 내러티브를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상균 = 라운드 8 스튜디오는 AA정도 사이즈로 날카로운 게임의 어떤 부분들을 갈아서 승부하는 전략을 가진 스튜디오다. 그러다 보니까 흔히 생각하는 게임의 내러티브. 즉, 거대한 컷신과 같은 것들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아닌 것 같고. P의 거짓으로 보면 과거의 아름다웠던 자신을 보면서 회환을 느끼는 캐릭터인 안토니아와 찬란한 크라트의 이야기를 겹치기 위한 시도였던 것 같다.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이 안토니아가 갑자기 죽는다.

AAA 타이틀이었다면 컷신으로 안토니아를 묘사했을 텐데, P의 거짓에서는 죽는 장면이 없다. 여기서 충격을 받았다. 안토니아의 죽음으로 슬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생각이었다. 이 순간 음반을 봤다. 이걸 트는 순간에 슬픔을 허락 받는 느낌이었다. 그 장면에서 제가 이 때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전략을 생각하고 실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최지원 = 대표님과 식사를 할 때 했던 말이 있다. 제약과 제한이 있을 때 창의력이 발휘된다고. 저희도 안토니아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이런 부분이 창의성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게임의 규모를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컷신이 나왔다면 어색했을 것 같다. 비용에 대한 고민도 있겠지만, 비용 안에서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꼰대 같겠지만 불편함 보다는 그 환경 내에서 어떻게. 좋게 표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플레이어는 제약 상황을 알기에 창의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진승호 = 재미있는 지점이 저희가 로직을 설계할 때 정보를 보여주지 않고 간접적, 비언어적으로 하는 것이 옆구리나 오금을 무릎으로 치는 듯한. 그런 재미가 있다. 로직을 기반으로 해서 플래그를 조작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부분이 나름의 챌린지가 있는 부분이다. 잘 하고 싶은 부분이다. 자본이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겠지만, 그 안에서 해냈을 때 나오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의 즐거움이 있다. 오래 개발을 하면서 누군가 이를 보고. 알고. 거기서 나오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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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이 있는 내러티브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제약이나 장점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권병수 = 장점은 원작이 있고 이것이 유명할수록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의 코스트가 줄어든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점은 이걸 그대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만의 식으로 재구성을 해야 하는데, 이러면 깊은 고민과 고난의 길을 걷게 된다. 무엇을 버리고 취할 것인지. 핵심적인 가치는 무엇인지 등이다. 우리 식으로 해석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들이다. 원작을 알더라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을 뛰어 넘는 변주가 필요하다. 그 부분에서 어떻게 비틀고 취할 것인지를 가늠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제일 힘든 것 같다.

최지원 = 저희가 개발을 하다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피노키오가 공개가 되서 스튜디오가 뒤집히기도 했다. 아들 이름도 같고 그랬어서... 결과적으로는 잘 해결이 됐는데, 비슷한 것이 뭔가 나온다거나. 이런 부분들이 어렵다.


● 내러티브가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한 마디를 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상균 = 저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것. 지식의 지평이 상상력의 지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에서 골라낼 수 있지만, 더 먼 지평에서 골라오고 싶다면 책이나 영화 등 많은 매체를 접하면서 지평을 넓혀갔으면 한다.

진승호 = 해볼 만한 일인데, 쉽지가 않기에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경험이나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주의 깊게 잘 관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지원 = 플레이와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에, 플레이를 하는 가운데 이야기가 어떤 리듬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게이머 입장에서 공부도 하고 판단을 해야 한다. 플레이를 하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권병수 = 일단 완성을 시켜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완결에서 얻어지는 경험의 폭이라는 것이 비교가 안 된다. 완성품을 보게 되었을 때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를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만들기 위한 철학이 있다면?

권병수 = 일단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시간, 40시간을 쓰게 되는데 그 시간 동안 플레이어를 붙잡아둘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지원 = 게임을 하는 사소한 행위에서도 모든 목적과 명분이 주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진승호 = 게임을 통해서 잊을 수 없는 한 번의 조작을 만드는 것. 바로 이것이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이상균 = 늘 특별한 도전들을 해왔다. 이번도 마찬가지인데 누군가는 이 시대에 최고의 작품에 도전을 한다. 하지만 저는 다음 세대의 게임. 문학적인 게임에 도전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전달 방식을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을 선보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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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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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보기클릭)183.104.***.***

BEST
오늘 세션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세션이었습니다. 이렇게 또 바로 기사로 올라오니 좋군요. 디렉터님들의 이야기도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모더레이터 이종범님의 진행이 너무나 대단한 세션이었습니다. 좋은 기사 리뷰 고마워요!
25.11.13 19:52

(IP보기클릭)27.110.***.***

에어리어88 극장판 엔딩은 진짜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전속력으로 날아가는 그 심정은 무엇이란 걸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25.11.13 17:53

(IP보기클릭)222.121.***.***

MyLittleBird
에리히 프롬 - 자유로부터의 도피 | 25.11.13 18:07 | | |

(IP보기클릭)211.234.***.***

승호형 게임 언제 나와요.. 검은방같은 깔쌈한거 내줘요
25.11.13 19:05

(IP보기클릭)183.104.***.***

BEST
오늘 세션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세션이었습니다. 이렇게 또 바로 기사로 올라오니 좋군요. 디렉터님들의 이야기도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모더레이터 이종범님의 진행이 너무나 대단한 세션이었습니다. 좋은 기사 리뷰 고마워요!
25.11.13 19:52

(IP보기클릭)121.153.***.***

내러티브? 닼소 베끼자
25.11.14 02:19

(IP보기클릭)116.39.***.***

루리웹-8744526932
닼소에 베낄만한 내러티브가 있냐? ㅋㅋ | 25.11.14 22:4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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