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발매된 ‘페르소나 3 리로드’는 과거 원작을 즐겼던 팬에게 추억의 울림으로, 새로이 입문한 세대에겐 되려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어느덧 20년이 흘러 낡아버린 시스템 및 그래픽을 일신하면서도 작품의 요체인 감동적인 스토리를 잘 살려낸 덕분. 후일담 ‘에피소드 아이기스’는 DLC를 통해 추가됐으며 호평 속에 누적 판매량 200만 돌파라는 쾌거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오는 10월 23일 스위치 2 이식이 결정돼 곧 언제 어디서나 간편히 ‘P3R’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아틀러스 페르소나 팀 프로덕션 매니저 와다 카즈히사 제너럴 프로듀서와 스위치 2 이식을 담당한 코모리 요시히로 디렉터를 만났다.

'페르소나 2 리로드' 스위치 2 버전 디렉터 코모리 요시히로, 제너럴 프로듀서 와다 카즈히사

● 와다P와는 1년 반 만에 인터뷰입니다. 그간 어떻게 보내셨나요

와다 카즈히사 프로듀서(이하 와다P): 오랜만입니다. 돌이켜보자면 우선 ‘에피소드 아이기스’를 열심히 제작하고 있었고, 이번 작품의 스위치 2 버전을 릴리스하기 위해 여러 곳에 협력을 요청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시리즈의 다양한 활동들도 진행되는 중입니다. 내년이 ‘페르소나’ 30주년이라서 말이죠. 가능한 한 성대하게 전개할 예정이라 당장은 그 준비로 무척 바쁘네요.

●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하자면, 구작 리메이크의 대원칙이란 무엇일까요

와다P: 내가 있어 올바른 리메이크는 원작을 즐겼던 사람의 시선에서, 그들이 당시 느낀 게임의 분위기와 감각을 재현하고, 그러면서도 제대로 개선해내는 것입니다. 사실 창작자들은 리메이크를 통해 이야기를 바꿔버린다든지 그림을 교체한다든지 뭔가 화려한 변화를 주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하지만 ‘P3R’에서 그러한 과격한 변경은 NG라는 게 대원칙이었습니다. 여기서 새로움이란 어디까지나 보환과 심화여야 합니다. 과거 부족하다고 느꼈던 묘사의 추가, 그래픽이나 연출 향상에 의한 캐릭터의 매력 상승, 그리고 스토리로의 몰입을 강화해 당시보다 더 깊게 ‘페르소나 3’를 체험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 ‘P3R’의 흥행에 놀라셨나요, 아니면 워낙 명작인 만큼 당연하다고 여겼나요

와다P: 나 개인적으로는 절대로 잘 될 것이라는 생각도 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역시 20년 전 작품의 리메이크라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많았어요. 그래서 회사에 이 기획을 통과시키는 게 어려웠던 건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P3R’이 많은 분들께 잘 받아들여져 이만치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데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결코 당연한 결과라 여기지 않으며 바라 마지않던 좋은 평가를 받았음으로 안심하는 중입니다.

● ‘에피소드 아이기스’가 익스팬션 패스로나마 추가됐는데,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와다P: ‘에피소드 아이기스’를 전해드린다면 ‘P3R’ 발매로부터 최대한 빠른 시기여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다만 본편 제작과 병행하긴 어려웠고 솔직히 아예 실현 자체가 힘든 지경이었어요. 그럼에도 내심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길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본편 제작 종반에 제작진도 납득할 만한 신뢰할 수 있는 개발 파트너와 만났습니다. 더욱이 운 좋게 제1프로덕션의 우수한 디렉터 핫스쿤(하시즈메 유 디렉터)이 도와줘 마침내 실현 가능했죠.

● 첫 발매로부터 1년 8개월 만에 닌텐도 스위치 2 이식, 어떻게 성사됐나요

와다P: 원래 닌텐도 하드웨어에 ‘P3R’을 전개하고 싶다는 생각은 강하게 있었지만, 본편 개발 당시에는 아무래도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스위치 2의 출시 동향을 주목하고 있었죠. 개발 환경이 보이기 시작하면 최속으로 대응하자는 방침으로 회사에 허가를 받았고, 가능한 한 빨리 낼 수 있도록 이식 노하우를 가진 제1프로덕션에 협력도 부탁했습니다. 역시 유저층이 넓고 특히 젊은 세대가 많이 즐기는 닌텐도 하드에 전개하는 것은 ‘페르소나’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데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 스위치 2 이식에 있어서 목표한 사양과, 그 과정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코모리 요시히로 디렉터(이하 코모리D): ‘P3R’ 스위치 2 버전은 거치와 휴대 모드 양쪽에서 1920x1080, 30fps로 동작합니다.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도 동등한 고정밀 비주얼 체험을 제공하는 셈이죠. 기술적인 어려움은 역시 스위치 2의 특징인 거치, 휴대 모드를 언제든지 순간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었죠. 그걸 제대로 해내는 게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언제든지 전환할 수 있어야 하므로 중간에 로딩 같은 걸 넣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같은 그래픽 에셋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TV 모드에선 그래도 더 고품질이 되도록 화질 설정 등을 변경함으로써 양쪽 모드에서 최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었습니다.

● 거치와 휴대 양쪽 모드에서의 최적화, 라는 부분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시길

코모리D: 역시 PS5나 PC처럼 하드 성능이 높은 쪽에서 스위치 2로, 그것도 휴대 모드를 고려해 하드 리소스가 제한되는 쪽으로 다운 그레이드하는 작업이니까요. 그 가운데 아주 세밀하게, 예를 들어 타르타로스의 이 층만이라든가, 이 장면, 이 이벤트 신만이라든가, 정말 세밀하게 하나씩 조정하며 가능한 한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 스위치 2의 또다른 특징은 역시 컨트롤러입니다만, 관련하여 신기능은 없나요

코모리D: 기본적으로 새로운 추가 기능 같은 건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 거치 모드에선 가능한 한 높은 품질의 그래픽을 유지하고 휴대 모드에서도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최적화에 집중했습니다. 어떤 환경이든 부드럽고 아름다운 영상 표현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연구했으므로 안심하고 즐겨주시길.

● 그렇다면 기존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P3R’ 스위치 2 버전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코모리D: 역시 휴대 모드로 통근이나 통학 시, 또는 침대에 누워서 편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TV에 거치해 큰 화면으로 플레이해도 좋고요. 즉 언제 어디서든 ‘P3R’을 플레이 가능하다는 게 최대 매력입니다.

와다P: 스위치 2를 통해 새롭게 입문할 분들이 19년 전 게임의 낡음을 전혀 느끼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페르소나’ 신작처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자부합니다.

● ‘P33’하면 역시 음악이죠. 스위치 2 유저들을 위한 추천 곡이 있다면 꼽아주시길

와다P: 키타조 씨(아틀러스 사운드 팀 키타조 아츠시)를 대신해 답하자면 ‘Mass Destruction’의 두 번째 랩 파트에 주목해주시길. 단숨에 몰아치듯 랩을 정말 멋있어서 로터스 주스 씨의 엄청난 실력이 전해질 겁니다. 또 개인적으로 'Full Moon Full Life'가 마음에 든다고도 합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새로운 보컬로 타카하시 아즈미 씨를 내정했을 때 그걸 모르던 로터스 주스 씨가 마침 그녀가 노래하는 영상을 보내왔어요. 정말 우연히 말이죠. 거기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타카하시 씨가 린(Lyn, ‘P5’ OST 보컬) 씨와도 지인이더라고요. 여러모로 깊은 인연이 느껴졌습니다. 그들이 꾸려가는 ‘페르소나 라이브 투어’는 올해 처음으로 해외로 나섰는데, 다행히 크게 호평받아 더 많은 지역으로 전개를 검토 중입니다. 우선 내년 초 LA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 그러고 보니 코모리 요시히로 디렉터가 ‘Burn My Dread’ 영어 가사를 지었다고요

코모리D: ‘페르소나 3’는 시리즈 최초로 보컬 OST를 전면 도입했던 터라 모든 걸 처음 경험하는 와중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전문 현지화 인력과 작사가까지 다 있지만 그때는 우리끼리 해결하려 했죠. 그래서 고등학생 때부터 유학을 떠나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제가 ‘Burn My Dread’ 영어 작사를 지시받은 겁니다. 참고로 일본어 가사는 코모리 시게오란 분이 지었는데 정말 우연히 성이 같을 뿐 서로 아무런 혈연 관계도 없습니다(웃음).

이제와 20년 전 직접 쓴 가사를 돌아보면 무척 나다울 뿐더러 ‘페르소나 3’의 본질을 잘 담았다고 자부합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중학생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고, 워낙 내향적인 성격이라 홀로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보충했으니까요. 그래서 가사에도 홀로 조용히 싸움의 결의를 다지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가령 조용한 방에 시계 바늘 소리가 울린다는 건 경험담입니다. 눈을 감으면 스스로는 물론 소중한 사람과도 더 깊이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내가 남을 대할 때 실제 태도이고요. 결국 ‘페르소나 3’는 내가 쓴 노래 가사처럼 세상과 마주할 결의를 주는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 ‘P3R’ 스위치 2 발매를 기념해 SNS에 공식 만화를 무료 공개하기도 했습니다만

와다P: 작가인 소가베 슈지 씨와는 ‘페르소나 3’ 원작부터 긴 인연입니다. 당시 ‘페르소나’ 매거진에 그가 장기간 만화를 연재했고 나 역시 디렉터로서 감수를 맡았죠. 그런데 이번에 프로모션 팀의 제안으로 그 만화를 현지화까지 해서 SNS에 무료 공개한 것입니다. 역시 만화는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매체이므로 이를 계기로 ‘P3R’에 흥미를 갖는 분이 조금이나마 늘어나면 기쁘겠습니다. 이외에 미디어믹스로서 극장판 애니메이션 4부작도 있으니 기회가 닿는다면 감상해주시길.

● ‘P3R’ 완성, 익스팬션 패스, 스위치 2 이식까지의 큰 보람 또는 아쉬움이 있다면

와다P: 먼저 보람 찬 순간은 세 가지가 떠오르네요. 최초 공개 때 수많은 팬들이 뜨겁게 성원해줬습니다. 그리고 ‘P3R’ 출시 후에도 여러분께 제대로 받아들여져 높은 평가를 받았죠. 끝으로 상당히 열악한 상황에서 ‘에피소드 아이기스’까지 제대로 만들어 출시했습니다. 반면 마음에 남은 아쉬움이라면 역시 ‘페르소나 3 포터블’ 여성 주인공입니다. 시간과 자금이 좀 더 여유로웠다면 여성 주인공까지 내고 싶었거든요. 매번 같은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만 정말 죄송하고 매우 마음 아프게도, 향후 ‘P3R’에 여성 주인공을 추가할 일은 단호히 없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끝으로 ‘P3R’ 스위치 2 버전을 기다리는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합니다

코모리D: 앞서 말씀드렸듯 오래전 'Burn My Dread' 영어 가사를 쓴 내가 이렇게 20년이 흘러 ‘P3R’에 관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인연입니다. 스위치 2 이식에 앞서 저 역시 한 명의 팬이자 게이머로서 ‘P3R’을 즐겼는데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감탄이 나왔습니다. 개발자의 혼이 깃들었달까요. 단순히 그래픽 퀄리티를 올렸다는 게 아니라 캐릭터 각자의  개성이 더욱 돋보이도록 만들어졌죠. 메뉴 UI도 단지 사용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그 주인공의 마음속을 표현했고요. 원작 개발부터 있던 스태프와 리메이크를 통해 새롭게 합류한 스태프 모두 ‘페르소나 3’에 감동했던 마음을 소중히 여기며 현대에 되살렸을 겁니다. 나 역시 그 감동을 스위치 2로도 제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와다P: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게임을 개발하는 건 모두 팬 여러분의 성원과,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서도 아틀러스 게임을 좋아하는 팬들이 계시다는 게 무엇보다 행복하고, 앞으로도 여러분에게 성원 받을 수 있도록 좋은 게임을 만들며 ‘페르소나’ 시리즈를 키워가겠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