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켓몬 선보인 ‘하스스톤’, 카드 게임을 넘어 플랫폼으로
‘하스스톤’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2014년 론칭한 ‘하스스톤’은 종래의 복잡한 TCG 장르를 단순화하고 매력적인 IP를 접목하여 큰 성공을 이뤘다. 이후 다년간 서비스를 이어가며 화제성이 줄어드는가 했지만, 지난 2019년 오토배틀러 모드 ‘전장’을 선보여 다시금 화려하게 부활했다. 현재 ‘하스스톤’ 유저 가운데 정규전보다 전장을 플레이하는 인원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인기는 굉장한 수준이다.
카드 기반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인 ‘전장’이 게임의 수명을 크게 연장시켰다. 아마도 이 사건이 블리자드에게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긴 듯하다. 왜냐하면 오는 13일 정식 업데이트 예정인 ‘용병단(Mercenaries)’은 일개 모드로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들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전장’도 그랬지만, 그야말로 게임 속 게임이다. 완전히 별개의 작품으로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을 만한 완성도를 지녔다.
필자가 한 발 앞서 체험한 ‘용병단’은 한 마디로 RPG다. 저마다 고유한 능력을 지닌 용병을 모으고 현상수배를 수행하며 그들을 성장시키는 과정은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블리자드는 전통적인 RPG의 재미를 ‘하스스톤’ 카드 기반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각 용병 능력에 달려있는 길고 복잡한 설명문을 보면 근본이 TCG임은 분명하다. 아마도 여기가 RPG와 TGC 유저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될듯하다.
‘용병단’서 유저는 총 6명의 용병으로 덱을 구성한다. 모든 용병은 인게임 플레이만으로 획득 가능하다. 여섯 가운데 셋이 선봉에 서고 하나씩 쓰러질 때마다 예비 카드로 교체 투입된다. 각 카드의 행동은 주어진 속도 순위에 따라 발동하고 연계되어 최종적으로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전투를 벌인다. 승리측 용병들은 경험치를 얻고 최대 Lv30까지 성장한다. 이를 통해 용병 능력을 강화하고 장비를 착용하는 등 RPG다운 게임 플레이가 이루어진다.
어떤 면에서 국내 모바일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는 수집형 RPG와도 유사하다. 다만 크게 두 가지가 다르다. ‘용병단’은 어디까지나 ‘하스스톤’ 서브 콘텐츠기 때문에 용병을 다 모으는데 지나친 과금이 필요치 않다. 그리고 자동화 없이 상당히 복잡한 연계를 직접 소화해야 한다. 고수가 되려면 단순히 강한 용병을 소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저마다 지닌 종족과 속성을 파악하고 능력의 발동 순서까지 고려하여 작전을 짜야 한다. 이는 TCG의 향취가 진하게 남은 부분이다.
‘용병단’은 ‘하스스톤’과 카드 원화를 공유하긴 하지만 그 효과나 활용법은 완전히 새롭게 정립되었다. 이만하면 어지간한 모바일 수집형 RPG보다 더 공을 들인 셈이다. 아직 용병 숫자도 부족하고 밸런스도 완벽하지 않지만, ‘전장’에 이어 ‘용병단’까지 ‘하스스톤’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가는 중이다. 그 방향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게임 디렉터 벤 리·선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에반 폴레코프·UI 디자인 수석 로렌조 미나카와 이야기를 나눴다.
● ‘용병단’은 기존 ‘하스스톤’과 여러모로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준다
로렌조: 그렇다. ‘용병단’은 기존 ‘하스스톤’서 볼 수 있던 영웅 대신 용병 개개인이 능력을 지닌 형태로 기획했다. 좀 더 소규모 덱으로 용병들이 지닌 서로 다른 상성을 이용해서 재미있는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 덱빌딩 로그라이크 같기도 하고 ‘포켓몬스터’가 떠오르는 부분도 보인다
벤: 그 말처럼 덱빌딩 로그라이크와 닮은 면이 있다. 여러 능력과 다양한 요소를 카드처럼 조합하여 전략성을 즐길 수 있고 플레이하는 맵도 매번 조금씩 바뀐다. 또한 ‘포켓몬스터’에서 영감을 받은 것도 맞다. 개인적으로 90년대부터 ‘포켓몬스터’를 즐겨한 골수팬이기도 하다.
● 기존 콘텐츠와의 이질성을 고려하면 아예 스탠드 얼론 게임으로 낼 수도 있었을 텐데
벤: 게임 개발은 굉장히 어렵고 많은 시간이 드는 작업이다. ‘하스스톤’ 엔진은 다양한 것들을 가능케 하며, 게이머 여러분에게 신선한 경험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반이 된다. 또한 라이브 서비스되는 게임으로서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가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가령 넷플릭스를 구독하는데 더는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어떻겠나. 우리는 앞으로도 ‘하스스톤’을 통해 여러가지를 실험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로렌조: ‘용병단’을 모드로 출시함으로써 기존 ‘하스스톤’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고, 게이머 여러분 역시 이제껏 쌓아온 이해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는 게 가능해진다.
● 여러 용병 카드의 능력과 그에 따른 상성을 모두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듯한데
벤: 아마도 내가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 ‘용병단’ 경험이 풍부할 거다. 100시간 이상 플레이했으니까.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용병단’은 결코 어렵지 않다. 우리가 마련한 튜토리얼을 통해 전체 콘텐츠와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굉장히 많은 테스트를 거쳤다. 사전 학습도 없이 곧바로 PvP에 돌입한다면 좋은 경험을 하기 어렵지 않겠나. ‘용병단’은 1인 RPG스러운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PvE 콘텐츠에 신경을 썼다. 누구나 자신의 호흡에 맞춰 천천히 게임을 즐기는 게 가능하다.
로렌조: UI도 최대한 쉽게 여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전투를 벌일 때 게이머가 여러 카드의 효과를 퍼즐처럼 맞춰 나가는데 집중하도록 말이다.
● 용병을 성장시키기 위해 억지로 PvE를 반복하는 과정이 지루할까 우려스럽다
에반: 반복을 하긴 하더라도 최대한 재미있도록 설계했다. PvE, 그러니까 현상수배를 플레이할 때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다양한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도중에 치유사가 자리하여 죽은 하수인을 부활시키기도 하고, 특정 분류의 하수인 전체를 강화해주는 축복을 받기도 한다. 똑같은 맵이라도 어떤 경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는 셈이다.
● PvP는 평균적으로 한 판에 몇 분 정도가 소요되도록 밸런스를 맞췄나
에반: ‘용병단’은 기존 다른 모드보다 훨씬 더 짧게 설계했다. 한 판에 2~3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지만, 어떤 덱으로 플레이하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 새로운 게임판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기 바란다.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는가
로렌조: ‘용병단’은 게임 방식 자체가 다르므로 게임판도 이를 충분히 고려하여 제작했다. 기존에는 중앙 필드에 쌍방 카드가 놓여있고 그 아래로 핸드, 그리고 영웅 초상화가 보이는 구조였다. 즉 시선의 흐름이 중앙에서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식이다. 이걸 좀 더 일관되게 아래에서 위로 향하도록 바꾸었다. 그리고 심미적 측면에서 각 지역의 환경을 표현하기 위하여 다양한 요소를 넣었다. 가령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은 실제로 게임판에서도 그러한 시각 효과가 나타나고, 눈이 오거나 화산재가 날리기도 한다.
● PvP서 정규전과 같은 감정 표현이 가능한가, 혹은 전장처럼 별도로 지원하나
로렌조: ‘용병단’은 다른 모드와 달리 영웅 초상화가 없다. 그저 용병들만 게임판에 존재한다. 감정 표현은 아직은 디자인적으로 열려 있는 영역인 셈이다. 정식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후 들어오는 피드백에 따라 이런저런 것들을 추가하려 한다.
● ‘용병단’ 론칭 시점을 기준으로 총 몇 장의 용병 카드가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벤: 론칭 시점에는 총 51개가 준비될 것이고 주기적인 패치로 신규 용병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지역도 열릴 텐데 이 부분은 완전히 무료로 제공하려 한다. ‘용병단’을 즐기면서 새롭게 만나고 싶은 용병이 있다면 많은 피드백을 부탁한다.
● 디아블로의 등장이 퍽 놀랍다. 다른 블리자드 게임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열려 있는 건가
로렌조: ‘용병단’이 여러모로 RPG서 던전을 도는 경험을 연상시키지 않나. 그래서 농담처럼 ‘던전이라면 역시 디아블로 아니냐’고 하긴 했었다. 나중에 벤이 ‘용병단’에 디아블로가 진짜 등장한다고 알려줬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 얼마 전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이 출시되기도 해서 전체적으로 상황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장담은 못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충분히 합리적이라 판단되는 콜라보레이션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 장차 ‘용병단’이 흥행한다면 정규전처럼 e스포츠화까지 발전시킬 계획인지
벤: ‘하스스톤’은 풀뿌리 e스포츠를 중요시하는 작품이다. 우선 게이머 여러분이 ‘용병단’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기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반응이 굉장히 좋고 경쟁적인 흐름이 보인다면 그때 가서 e스포츠화를 고려해볼 수 있겠다. 현재로선 구체적인 계획까진 없다.
● 그간 전장, 모험 모드, 결투 등 여러 모드를 추가해왔다. ‘하스스톤’이 바라보는 비전이란
벤: 용병단을 기획하기 시작한 건 전장을 론칭할 즈음이었다. 우리가 바라보는 비전은 ‘하스스톤’을 카드 게임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전세계서 1억 명 이상의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그 개개인의 취향이 다르듯 우리도 ‘하스스톤’을 통해 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 계속해서 진화하며 신선한 재미를 주는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