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팬서비스 볼 수 있었던, 'AGF 2022' 게임 부스 탐방기
AGF는 매년 부산에서 진행되는 국내 최대 규모 게임쇼 '지스타'와 다른 의미로 국내 최대 규모의 쇼다. 지스타가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하고, 시연하는데 집중한다면 AGF는 콘텐츠를 좋아해주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팬서비스 성격이 강하다. 팬서비스하면 뭐니 뭐니 해도 현장 이벤트와 굿즈 판매다. 실제로 AGF의 대다수 부스가 시연보단 현장 이벤트와 굿즈 판매로 꾸며져 있다.
AGF는 2018년부터 시작된 행사로 2018년, 2019년 2회차 진행 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 2021년은 개최되지 못했기에 사실상 그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진행 규모 자체는 일산 킨텍스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니 꽤 큰 편이다.
애니 x 게임 페스티벌, AGF 2022
Anime X Game Festival, 약칭 AGF.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메인으로 하는 종합 행사다. 그런데 사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이름에 왜 G(게임)이 들어가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게임쪽 이벤트가 약했다.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닌데, 분위기에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앞서 언급했다시피 AGF의 경우 뭔가 시연보단, 함께 노는 '팬서비스'의 느낌이 강한 행사인데, 기존에 AGF에 참가한 게임 부스는 대다수가 게임 소개와 시연에 집중하고 팬서비스 측면에는 다소 약한 인상을 줬다.
2022년, 오랜만에 진행된 AGF 2022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애니는 물론 게임도 시연보단 팬서비스 형태의 이벤트에 집중하면서 전체 분위기를 맞춰나갔고, 그 결과 진정한 의미로 애니와 게임이 화합을 이룬 '애니 게임 페스티벌(AGF)'로 거듭난 것이다.
관련하여 이번 AGF를 취재하면서 특별히 눈에 띄었던 게임 부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게임을 포함한 AGF 2022 전체 풍경기는 이쪽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행사 분위기에 잘 맞춘 대표적인 게임 부스는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스튜디오비사이드의 '카운터사이드',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에버소울'이 있다. 네 게임의 공통점이 있다면 매력적인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캐릭터 게임이라는 점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만큼 굿즈로 표현하기 좋은 것이 없다.
블루 아카이브 부스는 현장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게임개발부 투명 포토카드와 틴케이스 세트', '흥신소 68 마스킹 테이프', '블루 아카이브 대형 쇼핑백' 등 푸짐한 굿즈를 선착순으로 지급했다. 부스 한켠에는 평소 게임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을 적을 수 있는 '메모리월'이 있어 많은 팬들이 자신의 생각과 염원을 담아 포스트잇으로 벽을 장식했다.
카운터사이드는 장패드, 망토 담요, 양면 아크릴키링, 머그컵, 입체 마우스패드 등 굿즈를 판매하고, 박상연 PD가 직접 운영하는 보급 트럭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사인과 굿즈, 음료를 전달했다. 엄청 화려한 이벤트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소통만 해도 즐거운 팬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부스 중 하나다.
우마무스메 부스는 쇼핑백과 클리어 파일, 온천 여행 상품권과 장패드, 그립톡, 머그컵 등 굿즈를 준비했다. 우마무스메 퀴즈를 맞추면 경품 추첨의 기회를 받을 수 있는 키오스크부터 인게임에서 즐길 수 있던 '파카푸치 인형 뽑기'를 구현해서 인형 뽑기에 성공한 팬에겐 추가 굿즈를 선물하는 등 흥미 위주 이벤트가 많았다. 여기에 다양한 현장 무대 이벤트도 진행되면서 많은 관람객이 모였다. 키오스크와 인형 뽑기는 정말 정성스럽게 준비했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키오스크로 게임을 알아가는 관람객들
무려 파카푸치 인형뽑기도 있다!
구출을 기다리는 귀여운 파카푸치들
정말 귀엽다
흥미로운 현장 이벤트로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에버소울도 간단한 굿즈를 챙겨서 수줍게 얼굴을 내밀었다. 대단한 무언가를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당당히 서브컬처를 표방하는 게임으로서 어떤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지 소개하고, 성우 이벤트, 드로잉 이벤트 등 현장 참여 행사와 우마무스메 부스와의 연계를 통해 관람객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네 게임 부스가 좋았다고 느껴진 것은 단순히 시연만 하거나, 굿즈 판매만 하는 식으로 행사를 진행한 것이 아닌, 정말 유저와 함께 노는 팬서비스 분위기를 잘 연출해서다. AGF에는 아직 게임의 참가가 부족한 편인데, 이들 게임 부스가 보여준 것처럼 유저와 함께 놀기 위해 참여하는 게임사가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사 진행이 특별하진 않았지만, 특성상 정말 행사 성격과 잘 맞아서 좋았던 게임 부스도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디앤씨미디어의 '나 혼자만 레벨업'과 메타크래프트의 '러브인 로그인', 테일즈샵의 '랜덤채팅의 그녀' 등이 있다.
나혼자만 레벨업은 소설로 시작해서 그 인기에 힘 입어 웹툰, 애니메이션, 게임으로까지 제작되면서 '장르의 다양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IP다. 특히 현재 넷마블이 개발 중인 신작 액션 RPG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는 3D 그래픽으로 소설, 웹툰 등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디테일을 더한 화려한 액션을 선보여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
디앤씨미디어 나 혼자만 레벨업 부스에서는 나 혼자만 레벨업 IP가 걸어온 역사를 살펴볼 수 있으며, 다소 작지만 직접 게임을 시연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대단한 굿즈를 준비하거나 특별한 유저 이벤트를 진행하진 않았지만, 나 혼자만 레벨업이 얼마나 글로벌한 IP이고, 일러스트의 차이를 통해 각 나라별로 나 혼자만 레벨업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소설·만화 전시대가 준비되어 있어서 굉장히 인상 깊었다.
소설, 만화, 애니, 게임, 다양한 장르를 모두 섭렵한 나 혼자만 레벨업, 특히 넷마블이 개발 중인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가 기대된다.
메타크래프트도 웹소설 플랫폼 노벨피아를 통해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곳인 만큼 AGF에 굉장히 어울렸다. 버튜버 '노벨'과 '피아'를 앞세워 관람객을 맞이했으며, 노벨피아 관련 굿즈는 물론 아직 출시되지 않은 신작 비주얼노블 '러브인 로그인'의 굿즈도 만나볼 수 있었다. 러브인 로그인 데모 시연기
메타크래프트 노벨피아 부스
좌 노벨, 우 피아 기념 사진 한 장
또 메타크래프트 부스에서는 러브인 로그인 데모 시연이 가능하고, 배치된 태블릿으로 노벨피아 웹소설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었다. AGF에 참가할 정도면 기본적으로 서브컬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은데, 모든 면에서 서브컬처를 어필하는 부스인 만큼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몰리며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첫 날 한정 현장 이벤트로 러브인 로그인 메인 히로인 '박다혜'를 연기한 장미 성우의 사인회도 진행됐다.
러브인 로그인을 시연 중인 사람들, 12월 22일 출시 예정이다
물론 직접 시연도 해봤다
게임 말고도 웹소설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시연대도 있다
메인 히로인 '박다혜'를 연기한 장미 성우의 사인회도 열렸다.
테일즈샵은 AGF와 잘 어울릴 수 밖에 없는 게임사다. 이야기 가게라는 이름에 걸맞게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핵심인 국산 비주얼노블을 개발하는 곳이며, '방구석에 인어아가씨', '당신을 기다리는 여우', '기적의 분식집', '그녀의 세계' 등을 출시하며 활약하고 있다. 이번 AGF 2022에는 '랜덤채팅의 그녀'라는 신작 게임을 공개했으며, 모펀과 콜라보하여 최근 출시된 '그녀의 세계'는 물론 과거 인기작이었던 '기적의 분식집'과 '썸썸편의점' 등 비주얼노블 굿즈를 판매하기도 했다.
비주얼노블 신작 '랜덤채팅의 그녀'를 출품한 테일즈샵
다양한 비주얼노블 굿즈를 판매했다
이처럼 다양한 게임이 행사 분위기에 맞춰 참가하면서 더욱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행사장 설계와 인원 통제 부분이다.
먼저 행사장 설계가 다소 잘못됐다고 느껴진다. 부스 간 거리가 매우 가까워 이동을 위한 통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또 각 부스가 규모에 상관 없이 마구잡이로 배치된 느낌이라 통행 흐름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특정 구간에는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단순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체 구간이 형성되기도 했다.
행사장 구조, 다소 정리되지 못한 느낌이며 부스 간 간격이 좁아서 통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다.
서브컬쳐 행사 특성상 지나가다 그 자리에 멈춰서 구경하는 경우가 많아서 좁은 통로는 치명적이다.
블루 아카이브 부스로 향하는 통로는 많은 관람객이 모이면서 아예 막히기도 했다
부스 간 충분한 간격을 확보하고, 부스 성격에 따라 배치를 달리하면 적절한 통행 흐름이 형성돼 이미 이동 중인 대열에 맞춰 내가 가고자 하는 부스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AGF는 이러한 원활한 통행 흐름이 확보되지 않아 원하는 부스에 방문하려고 하면 지나치게 빙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원 통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곳곳에 안내 요원을 배치해 행사 진행에 방해되지 않게 적절히 인원을 통제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문제는 사전에 합의된 룰이 부족했다. 줄이 지나치게 길어질 시 어디서 어디까지 서야 통행에 방해되지 않으며, 식사·화장실 이슈로 불가피하게 퇴장해야할 경우 재입장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
무엇보다 넓은 휴식 공간이 절실했다. 이번 AGF 2022는 퇴장 시 재입장이 힘들어서 쉬어도 안에서 쉬는 관람객이 많았는데, 정작 휴식을 위한 공간이 매우 협소해서 금방 가득찼다. 휴식 공간에 들어서지 못한 이들은 대충 넓어 보이는 공간에 앉아서 쉬게 됐고, 그로 인해 행사장이 점점 좁아져만 갔다. AGF 2022는 결과적으로 콘텐츠 구성 자체는 굉장히 좋았으나, 관람 경험은 그다지 좋지 못한 아쉬운 행사가 돼 버렸다.
이번 AGF 2022는 게임도 AGF의 일원이며, 애니는 물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충분히 즐기다 갈 수 있는 행사라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다음 AGF에서는 더욱 많은 게임사의 팬서비스가 있길 바라며, 강화된 룰과 행사장 설계도로 관람 경험도 뛰어난 행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