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위치크래프트, 스팀 선행 후 콘솔은 스위치부터
ㆍ스팀 판매 페이지 :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557410/_/
만들고 싶었던 것도 많았고 자유롭게 만드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워, 계속 만들고 부수고 고치고를 반복하다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현실적이랄까 합리적인 판단은 적절한 시점에서 끊고 마무리해서 출시한 뒤 못한 것은 후속작에서 하는 것이겠습니다만, 애초에 디렉터나 기획 팀장으로 있으면서 항상 현실적, 합리적, 효율적 판단을 우선 시 하며 15년 넘게 지내다 항상 콘솔 게임 만들고 싶다던 지인 분이 병으로 돌아가셨는데, 그걸 포함한 몇 가지가 계기가 되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독립했던 것이라 그저 내키는 대로 계속 만들고 부수고 고치는 개발 자체를 즐기는데 집중하였습니다.
지스타 2014 첫 발표 당시 모습과
현재의 모습
코로나 이전에도 주 2회 정도 세탁 등을 위해 집에 들어가고 그 외는 작업실에서 먹고 자던 삶이었기에 딱히 코로나에 영향 받은 부분은 별로 없긴 합니다. 코로나로 각종 오프라인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아예 나갈 일이 없어진 뒤에는 내내 개발만 했던 것 같습니다.
원래 플레이스테이션4과 스팀을 타겟으로 시작했습니다만, 현재는 스팀을 가장 먼저, 그 뒤 스위치 순서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는 그 뒤가 될 예정이며, 소규모이다 보니 동시 출시는 여러 모로 부담이 커서 그렇게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 본작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역시 고딕풍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한 에피소드도 있었을 법한데?
개발을 시작했던 2014년 당시만 해도 고딕 비주얼의 게임이 별로 없었기에 차라리 직접 만들어보자는 심정이었습니다만, 하도 오래 개발을 하다 보니 그 사이에 고 퀄리티의 멋지고 재미있는 고딕 비주얼 게임이 많이 나와 갈증이 다소 해소된 감이 있습니다. 그래도 고딕 비주얼을 좋아하는 게이머의 한 사람으로서 고딕 비주얼의 게임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전히 게임메이커 스튜디오를 사용 중입니다. 국내에서는 희안할 정도로 마이너한 분위기입니다만 글로벌 인디 씬에서는 매우 메이저한 엔진이랄까요. 윈도우, 맥, 모바일에 콘솔은 물론 심지어 HTML5나 우분투까지 지원하는 훌륭한 게임 엔진입니다. 저희 개발이 매우 길어져 설득력이 떨어지겠습니다만, 2D 게임을 빠르게 개발하기에 매우 좋은 엔진입니다.
● 작년 지스타에서 공개한 닌텐도 스위치 버전의 경우 당시 퀄리티를 줄여 로딩을 줄일 지, 퀄리티를 유지하고 로딩 시간을 추가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렸나?
스위치의 경우 비주얼 퀄리티를 다른 플랫폼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로딩하는 상황이 좀 더 있는 형태로 결정되었습니다. 다만 최적화는 시간을 쓰면 쓸수록 좋아지기에 조금씩이라도 계속 개선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지스타 2021에서 공개된 스위치 버전
오래 만들다 보니 이런저런 요소가 많이 추가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레벨 업 시 얻는 포인트로 원하는 능력치를 올릴 수 있고, 특성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중 입수하는 특수한 효과를 지닌 스티그마를 3개 부위에 장착할 수 있으며, 레벨 그리고 스테이지 진행 현황에 따라 스킬을 입수하거나 기존 스킬을 변형시키는 능력이 개방됩니다. 그 외에 1~2개 시스템이 더 있는데 그건 직접 확인해주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특성 포인트로 능력을 습득
고대 마녀들의 특별한 능력, 스티그마
웨폰 스킬
서포트 스킬
실은 앞에서 언급을 안 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보스 소환입니다. 모든 보스는 아니고 스토리 상 악마만 불러낼 수 있기에 악마 형태의 보스만 쓰러뜨린 뒤 불러낼 수 있습니다.
보스 중 하나인 '죽음'. 쓰러린 후 소환 가능
플레이 하신 분마다 다르긴 한데, 테스트 플레이에서는 대략 첫 클리어까지 8~1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스킬이나 문양, 특성을 입수했을 때 이런저런 조합을 시도하면서 하는가 여부에 따른 차이였습니다만... 그 외에 엔딩이 노멀 엔딩, 진 엔딩, 히든 엔딩의 세 종류이고 NEW+나 엔드 컨텐츠인 균열도 있으니 파고들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엔딩 후에도 좀 더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8세대 콘솔을 전제로 개발했지만 이미 PS5와 Xbox 시리즈 X|S 같은 9세대 콘솔이 나온지 2년이 다 되어간다. 혹시 이들에 대한 대응 방안도 있는지?
잠깐 생각해본 바로는 원본 리소스를 그대로 사용한 4K 버전 정도가 떠오릅니다만, 현재는 개발킷을 가지고 있는 스위치,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 원에 출시하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뒤에 차근차근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블랙 위치크래프트를 하루 종일 개발하다 지칠 때마다 다른 게임을 잠깐씩 만드는 것으로 기분 전환을 했는데, 개발이 길어지다 보니 오히려 그 게임들이 먼저 출시되었습니다. 하나가 한국 PSN에만 출시되어 있는 '딥어비스'라는 PS4 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모바일로만 서비스 중인 '로스트트리거'라는 게임입니다. 이들 중 로스트트리거를 크레스트 쪽에서 퍼블리싱을 해주셨는데, 그 때의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딥어비스 (PS4)
로스트트리거 (iOS/AOS)
현재는 없습니다만, 저 또한 물리 패키지에 큰 의미를 가지는 세대라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긴 합니다.
틈틈히 조금씩 만드는 중이긴 합니다만, 언젠가부터 '어차피 내 취향 100%로 만드는 건데 그냥 나 혼자 만들어서 즐기면 되지 굳이 출시할 수준까지 만들어야 할까' 싶기에 어찌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블랙 위치크래프트를 출시한 뒤에 본격적으로 만들지 아니면 지금처럼 저 혼자 즐기는 수준에서 멈출지 결정할 듯 싶습니다.
● 끝으로 본작을 기다리고 있을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사실 전 회사에서 대중성, 상업성을 우선시해서 만드는 것도 꽤 좋아했고 어찌 보면 그랬기에 승진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언제 갑자기 그 끝이 찾아올지 모르기에 한 번 쯤 그저 멋대로, 만들고 싶은 만큼 만들어 보기 위해 독립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즐겁다 보니 어느새 8년이나 지나버려 기다려 주신 분들께는 너무나 죄송한 마음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게임입니다만, 저와 취향이 비슷하신 분이라면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