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본 눈 팝니다, ‘사이버펑크 2077’ E3 2019 비공개 시연
이번에는 심지어 더더욱 길어진 50여분 가량의 보다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를 담은 시연이었으니, 50분 간 긴장감 속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그 반응은 지난해와 같이 광란의 도가니였습니다. 이제 제가 오늘 씨어터 시연회에서 제가 본 것들을 낱낱이 남김없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편의를 위해 서술에 경어는 생략했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 E3 2019 미디어 시연
모든 시연은 실시간으로 현장의 CDPR 관계자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하며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시연에 앞서 붉은 네온으로 가득한 주점처럼 꾸며진 부스에서 대기하다 극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개발팀은 이처럼 미리 비공개로서 먼저 정보를 공개하고 추후에 대중에 공개하는 이유는 그만큼 더 정제되고 피드백을 통해 잘 다듬어진 상태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주인공 V의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보여주는 것으로 프레젠테이션의 문을 열었다. 먼저 V는 3가지 성장 배경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각각 노매드(무법자 출신), 스트릿 키드(거리 출신), 코퍼레이트(회사 출신)다. 이 선택에 따라서 V가 대화에서 쓸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며 때로 매우 효과적이다. 또 전통적인 RPG 처럼 능력치를 투자하게 되며, 능력치는 각각 Body, Intelligence, Reflex, Cool, Tech 의 다섯가지 스킬 갈래와 직접 연결된다. 스킬은 별도로 포인트를 투자해 해금하는 액티브 스킬들 외에도 장비를 사용하면 할수록 증가하는 숙련도 시스템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션은 부두보이즈라는 갱단과 접촉하기 위해 퍼시피카의 예배당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퍼시피카는 게임의 무대인 나이트 시티를 구성하는 6개의 구역 중 하나로 오래 전 개발이 중단되어 각종 도시 폐허가 늘어져 있는 무법 우범지대다. 부두보이즈가 지배하는 퍼시피카의 구역은 아프리카 갱단의 지역인 만큼 아프리카인들이 지배적이며 이들이 말하는 크리올 등 외국어 및 방언은 자막으로 실시간 통역이 이루어지는 듯한 표현이 등장한다.
퍼시피카는 우범지대라는 설정에 걸맞게 곳곳에서 총격과 파괴가 끊이지 않으며, 먼 배경에서 공격헬기가 아파트를 부수며 포화를 퍼붓는 등 배경에서 이런 부분이 계속 강조된다. 예배당에서 만난 이는 부두보이즈의 간부, 플라시드에게 안내하며 부두보이즈는 깐깐한 면접(?) 끝에 V에게 일을 준다. V 는 신체검사를 위해서 자신의 신체에 연결된 선을 부두보이즈의 기계에 연결하는데, 이를 ‘잭 인(Jack in)’ 이라고 하며 세계관 내에서 매우 위험한 행동으로 보여진다.
게임에 등장하는 상인들은 여러가지 아이템을 판매하는데, 이중 대표적인 장비로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 재킷 외에 일종의 프로그램 멀웨어로서 구입, 넷러너 능력을 강화시키는 대이몬(Daemon) 이 있다.
이 모든 스토리는 V가 입수해 장착하고 있는 미지의 바이오칩에 연결되어 있는데, 키아누 리브스가 분한 자니 실버핸드라는 캐릭터가 이 바이오칩 때문에 일종의 귀신 같은 느낌인 사이버 고스트로서 계속 플레이어에게 간섭한다. 그리고 이 연장선에서 V는 부두보이즈 갱단의 여두목 브리짓과 만나야만 하는데, 그 전에 부두보이즈가 주는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부두보이즈는 V에게 경쟁 갱단인 애니멀즈가 가지고 있는 전자기기로 가득한 밴을 탈취하라는 임무를 준다. 임무를 수락하는 과정에서 V 는 성장 배경에 따라 더 다양한 선택지의 협상을 할 수 있으며, 아니면 아예 미션을 받는 대신 부두보이즈에 잠입하거나 이들을 쓸어버려서 다른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할 수도 있다.
애니멀즈는 폐허가 된 쇼핑몰을 점거하고 있는데, 여기에 V가 잠입해서 밴을 탈취해야 한다. V 는 자신의 바이크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하는데, 바이크의 이름이 야이바 쿠사나기다. 바이크를 탑승하는 중에는 3인칭 시점으로 운전할 수 있고, 꽤 사실적이지만 밀도는 낮은 다른 교통수단들과 길을 함께 달린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애니멀즈가 점거한 쇼핑몰에 침입하는데, 다양한 플레이 선택지 중 이번 시연에서는 해킹을 위시로 한 넷러너 플레이와 신체 능력에 투자하여 전투로 해결하는 스트롱 솔로 두가지를 보여주었다. 먼저 넷러너는 특정 장소에 놓인 단말을 해킹하면서 시작한다.
사이버펑크 2077의 해킹은 기존의 게임과는 조금 다른 퍼즐이다. 예를 들어 해킹 패널에 접속하면 화면에는 25~30여개의 코드가 등장하며, 이 코드를 최대 6개(스킬에 따라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추정) 고름에 따라 이 해킹을 어떻게 사용할지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당 단말에서 5가지 기능을 해킹할 수 있다면 각 기능에는 이를 테면 A, B, C 같은 고유의 코드가 배정되어 있다.
1번 기능이 적을 자살하게 만드는 능력이고, 2번 기능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라면, 1번 기능을 사용하려면 A, B, C 코드를 해킹해야 하고, 2번 기능을 사용하려면 B, D 코드를 해킹해야 하고, 플레이어가 한번에 해킹할 수 있는 최대 코드 수는 정해져 있다. 즉, 자신이 원하는 기능에 맞추어서 한정된 수 내에서 코드를 골라 해킹해 각 기능을 해금할 수 있다.
이 해킹 기능은 경우에 따라 매우 강력한데, 가장 간단한게 그저 카메라를 켜고 끄는 기능 수준이라면 복잡하게 가면 상대가 자신의 무기로 자살하게 만들거나, 머리를 터트려서 주변의 모든 적에게 광역 피해를 주게 만들 수도 있다. 넷러너 플레이는 이런 다양한 선택지를 골라서 창의적인 전투를 펼쳐나가는 아주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스트롱 솔로는 Body 에 많은 부분을 투자해서 문을 강제로 열거나 적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방식으로 난관을 해쳐나간다. 이런 각각의 능력은 직업에 따라 정해지는게 아닌, 능력치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해당 플레이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잠겨있는 문과 상호작용할 때 이 문을 힘으로 강제로 열려면 Body 능력치가 8 이상이 되어야 하고, 해킹을 하려면 Tech 가 6 이상 필요한 식이다.
지역을 모두 일소하고 밴에 도달하면, 밴에 잭 인을 해서 이 밴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게 되는데, 사실 나이트 시티의 네트워크를 통제하는 정부기관 넷워치 소유였다. 곧 넷워치의 수사관이 V의 접속을 차단하자, 플라시드는 수사관을 찾아 처치하고 나이트 시티의 네트워크에 자신들을 연결시킬 것을 요구한다. 이 요구를 받아들여 V가 시설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진행하면, 마침내 보스 몬스터가 등장한다. 이 보스는 바닥에서 튀어나오는 패널 방호벽과 강력한 근접 전투 능력으로 무장했다. 이 적을 쓰러트리면 비로소 극장에 숨어있는 수사관을 찾아갈 수 있다.
극장에 들어서면 수사관이 무엇을 했는지 플라시드와의 통신이 끊기고, 곧 수사관과 대면한다. 여기서 또다른 선택지가 주어지는데, 넷워치의 수사관은 사실 부두보이즈와 플라시드는 항상 이런식으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더러운 잡일들을 적당히 용병을 데려다 이용해먹고 나중에는 똑같이 처치해서 소모품으로 버려버리는 식으로 유명했고, 지금 플라시드를 돕고 있는 V 또한 결국 이용 당하고 있는 것이며 요구를 들어줄 경우 V도 함께 처형 당하고 끝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플레이어는 여기에 동감해서 넷워치에게 도움을 주거나, 아니면 플라시드를 계속 도울 수도 있다.
시연에서 V 는 부두보이즈와 플라시드의 말을 들어 넷워치 수사관을 처리하고 나이트시티 네트워크에 연결해주는 방향을 고른다. V가 수사관을 제압하고 잭 인 하여 네트워크에 연결시키자, 부두보이즈가 네트워크를 모두 장악함과 동시에 V도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잠시 뒤 키아누 리브스, 즉 자니 실버핸드의 환영이 V를 깨우는데 옆에는 뇌가 모두 타버린 넷워치 수사관이 누워있다. 넷워치의 말이 맞았고, V 또한 이용당하고 팽 당하여 뇌를 태워버리는 공격을 받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살아남은 것.
V는 건물을 나가 남아있는 부두보이즈의 똘마니들을 만나고, 아직 V가 살아있다는데에 놀란 이들은 V를 플라시드에게 데려간다. 곧 V 에게 한대 얻어맞은 플라시드와 부두보이즈의 리더는 V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V 의 머리속에 있는 정체불명의 바이오칩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결론으로 함께 이 바이오칩을 조사하기 위해 유명한 넷러너 알트 커닝햄을 만나보기로 한다.
하지만 알트 커닝햄은 사실 사이버 스페이스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고, 소재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존 시까지 알트 커닝햄과 연인관계였던 자니 실버핸드를 미끼삼아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알트 커닝햄을 꾀어내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V 가 사이버 스페이스에 들어가고, 같이 들어온 브리짓과 대화를 나누다가 무엇인가 사이버 스페이스의 벽을 뚫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시연이 끝난다.
올해의 시어터 시연은 지난해보다 더 길면서도, 튜토리얼스러운 부분 하나 없이 밀도 있게 게임의 핵심을 잘라다 보여준 것에 가까웠다. 때문에 전투나 해킹 뿐만 아니라 도시 탐방, 미션 수락 과정에서의 협상 등의 모습과 최초로 보여진 사이버 스페이스의 모습 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나 발매일을 기다리기 힘든 플레이였다. 이번 시연 또한 지난해처럼 게임스컴 기간까지 비공개라고 공지 하였으며 E3 미디어 시연 내용이 게임스컴 시기에 맞춰 공개된 영상과 완전히 같았던 지난해처럼, 게임스컴 시기에 맞춰 이번 시연 내용의 플레이 영상을 발표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