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한글판으로 미리 플레이해본 '더 라스트 가디언'
SIEK는 TGS 2016 기간 동안 마쿠하리 멧세 부근의 호텔에서 '더 라스트 가디언' 한글판의 시연 이벤트를 진행했다. 시연 파트 자체는 지금까지 공개된 파트와 거의 동일한 내용이었지만 한글 자막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고 좀 더 완성 버전에 가까운 그래픽을 보여주는 버전이었다.
기나긴
세월을 기다려 드디어 한글판 더 라스트 가디언을 시연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구간이었고 스토리에 대한 것도 전혀 다루지 않아서
게임 자체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해보면서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과 조작
체계 및 시스템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라스트 가디언은 유적을 무대로 거대 생물과 소년의 신비한 모험을 다룬 게임이다. SIE WWS 재팬스튜디오와 젠 디자인이 함께 개발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그래픽 스타일은 개발자의 이전 작품인 '이코'나 '완다와 거상'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플레이어는 한 소년을 직접 조작하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화면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고 인터페이스
표시도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이벤트는 실시간으로 연출된다. 아주 가끔 조작에 대해 가르쳐주는 메시지가 간단한 아이콘과 함께 화면에 뜨긴 하지만 처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막막한 기분이 든다.
돌이나 나무 등으로 만들어진 발판이 소년의 움직임에 따라 하나씩 들썩이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토리코의 움직임에는 각종 배경이 매우 격하게 반응한다. 나비가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햇살에 먼지가 반짝이는 등 더 라스트 가디언은 매우 서정적인 분위기를 그려내고 있다.
개와 고양이, 새 등 주변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동물의 느낌을 혼합해서 집에서 기르는 애완 동물의 느낌이 나면서도 야생 동물의 흉폭함과 무서움도 느껴지도록 만들었다고 하는 토리코의 특징은 역시 온몸을 수북하게 덮은 깃털이다. 예전 E3에서는 대형 스크린으로 보았던 화면이고 이번 시연에는 일반적인 크기의 TV로 플레이한 것이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토리코 자체의 모델링은 꽤 세밀하면서도 물결 치는 듯한 부드러운 느낌의 깃털 표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리코를 직접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소년을 조작해서 토리코를 이끌고 퍼즐을 풀어야 하는 간접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원하는 장소로 토리코를 움직이는 것 하나도 처음에는 버겁게 느껴진다.
소년을
조작해서 토리코를 움직여야 한다.
사실 토리코뿐만 아니라 소년을 움직이는 것도 최근 게임과는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소년의 움직임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제 인간의 동작과 닮았다. 한편으로는 느릿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작을 하면 아주 약간 느린 템포로 반응하는 듯한 소년의 움직임은 최근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에겐 낯설지도
모른다.
완성 버전에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판정 등도 그리 너그러운 편이 아니었다. 적당히 위치를 잡고 점프 버튼 누르면 알아서 착 달라 붙어서 사슬을 잡고 올라가거나 벽 끝에서 대충 버튼 누르면 건너편까지 뛰어넘어가 벽을 미끄러지듯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본 작품에서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예전 완다와 거상을 플레이할 때도 느낀 부분이지만, 더 라스트 가디언에서 현실적인 존재인 소년과 비현실적인 존재인 토리코 모두 과장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서 버둥거리거나 먼 곳을 점프한 뒤 착지할 때의 후속 동작은 무척 자연스럽다. 다만 상당히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절뚝거리기만 할뿐 소년이 죽지는 않았다. 바닥이 없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재시작을 하긴 하지만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죽겠지 하고 일부러
뛰어내려도 적당히 절뚝거리더니 이내 소년은 건강을 되찾았다.
낑낑거리며
물건을 움직이는 소년.
어쨌든 대략적인 조작 방식을 익혔다면 퍼즐을 풀듯 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원래대로라면 갈 수 없는 곳을 토리코를 유도해서 이동해나가는 것이 기본적인 진행 방식이다. 소년과 토리코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사실 나도 소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따라서 둘 사이에는 소리를
지르면서 간단한 동작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더 라스트 가디언에서는 마치 나이를 먹은 소년이 옛 기억을 더듬어가며 이야기를 하면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파트를 설명해준다. 이러한 방식은 스토리에 대해 알려주는 동시에 약간의 힌트로도 작용한다. "토리코는
눈동자 모양의 문장을 무서워했었지"라고 나이 먹은 소년이 이야기하면 그 거울을 깨고, 토리코를 그 지역을 무사히 이동할 수 있는 방식이다.
눈동자
모양의 문장을 무서워 하는 토리코.
거울을
깨기 위해 달려가는 소년과 어서 깨라고 재촉하는 듯한 토리코의 눈빛.
소년만이 할 수 있는 행동과 토리코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은 확연하게 구분된다. 작은 몸집을 이용해서 소년은 토리코가 갈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가서 스위치를 조작해서 문을 열어주며, 도저히 소년이 올라갈 수 없는 곳에는 토리코 올라가서 꼬리를 늘어뜨려 소년에게 길을 만들어준다. 두 캐릭터의 협력 관계는 본 작품의 주요 테마이기도 하다. 데모 버전에서는 적과 싸우는 파트는 없었지만 소년을 공격하는 적은 존재하며, 적과 싸울 때는 역시 소년 대신 토리코가 활약하게 된다.
토리코의 몸에 박힌 화살도 소년이 뽑아준다.
토리코의 무게로 바닥이 내려앉으면 그곳을 통해 길을 만들어 가기도 하고 거리가 먼 곳은 토리코를 먼저 보낸 다음 소년이 뛰면 토리코가 입으로 낚아채거나 꼬리를 사용해 소년을 도와준다. 이렇게 소년과의 협력을 통해 토리코 역시 성장할 수 있다고 개발사에서는 밝힌 바 있다.
물론 판정이 그리 너그러운 편이 아니라서 조작 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초반부에는
적잖은 재시도가 필요하기도 했다. 사실 조작이 어렵다기보다는 마음이 급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데모 버전을 플레이했을 때는 사실 막막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편이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인데다 직접 조작해서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도 아니고 일단 소년의 동작을 통해 토리코가 움직이는 간접적인 조작이 동반되고 움직임이 미묘하게 느린 감도 있어서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퍼즐
풀이의 정답은 알고 있는데 그 과정이 좀처럼 생각대로 되지 않는경우도 있었다.
불친절한 게임이라기보다는 가끔은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어서 더욱 답답한 상황도 있었다.
데모 버전만 놓고 본다면 너무 오래 제작한 게임이다 보니 조작감이 요즘 게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였다. 그리 길지 않은 데모 시연에서 느낀
것은, 이코, 안다와 거상을 통해 느꼈던 개발자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어쩌면 최근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에겐 답답할 수도 있지 않을까란 불안감이었다.
긴 세월을 거쳐 발매 하드웨어도 PS3에서 PS4로 바뀌면서 개발되고 있는 더 라스트 가디언은 자막 한글판으로
2016년 12월 6일 PS4로 발매될 예정이다.
한글
자막은 조작 설명 정도로 그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과거를 회상하는 대사가 자주 나오는
편.
이상원 기자 petlabor@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