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좀 빨리 왔습니다.
간혹 그런일이 있습니다. 각성요.
느낌받으면 술술 써내려가는데 그만큼 즐거운 일이 또 없거든요.
여러분들도 있으시죠? 그런 때가.
이번편은 본편에도 나오지 않은 다른 세력을 가져왔습니다. 최대한 복잡하지 않게 이끌려고 하지만, 과연 이 전개가 개연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판단은 직접해주시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그저 제 재미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이것을 가지고 재밌다고 여기실까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그대로 모험입니다.
글이 생각 이상으로 길어지고 있습니다. 부담되지만 이왕 시작한 것. 열심히 써보려고 합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글은 2차창작, 팬픽입니다. 활협전 본편과는 다른 것을 추구하는 제 사심가득한 글입니다. 덧붙여 루리웹 활협전 게시판에서만 연재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수고했소. 엽공자."엽운주와 당중령 장문인. 엽운주는 그 동안의 정보수집을 보고할 목적으로 그들에게 와있었고, 깨어나있는 당 장문인의 모습을 보고는 다행이라 여겼다."몸은 좀 괜찮으십니까?""그대의 부인 덕을 많이 보았소. 나도 점차 회복 중이니 슬슬 일어서야 하긴 하지만서도 걱정이 앞서는 군. 엽 공자의 말에 따르면 공동(崆峒), 아미(峨嵋), 남궁(南宮), 상관(上官), 숭산(嵩山)은 마교 쪽으로 흡수된 것이 맞겠군. 세력이 생각 이상으로 강고하니 이쪽도 조속히 세력을 모아야겠소.""하나 좋은 소식은 니교인 인간도이자 금향궁(琴響宮)은 저와 긴밀히 소식을 주고받는 상황입니다. 이것도 사실상 조 형 덕분이지요."당중령은 그저 수염을 살살 쓰다듬고는 생각에 잠겼다."그나마 다행인건가. 내가 잠든동안 그가 큰일을 해주었구나."엽운주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어갔다."점창(點蒼), 청성(靑城), 전진(全眞)은 멸문된 것이 기정사실이며 그들 중 아직 살아있는 자들이 있습니다. 만나보니 칼날을 부단히 연마 중이며 조만간 다시 얼굴을 보기로 하였습니다.""그 정도면 됐소. 그러나 세력은 여전히 작군. 보충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오."생각보다 무림맹의 세력은 거대했다. 명문 정파의 으뜸이라 일컬어지는 남궁과 상관세가. 불법(佛法)류의 숭산파, 4대 문파를 합친 공동파, 강고한 전통의 아미파. 그리고 극락교와 천등루의 살수집단.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역시 그들에게 대적하기에는 절대적으로 세력이 부족하기에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당중령의 표정에는 굳건함이 묻어났기에 어찌보면 적당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생각되었다."생각이 있으십니까?"마치 준비라도 한 듯,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둘. 힘이 될만한 세력을 알고 있소.""설마 니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당중령은 고개를 저었다."니교는 우리와는 결이 다르오.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에나 관심있지. 우리를 쉽사리 도우려 하지 않을 거요. 나는 강호, 무림에 숨어들어 살고있는 또 다른 세력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그대는 들어본적이 아마 없을 것으로 사료되오. 이들은 숨어 지낸지가 백년은 되었으니...""제, 제가 모르는 또 다른 세력...?""그들은 이곳에서 가장 먼 곳에 존재하고 있소. 어느새부터인가 스스로의 자취를 감춘 자들이지. 나는 과거 한 때, 그 집안 어르신께서 위험에 처한 것을 구해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 답례로 그들의 집안을 소개 받은 적이 있소. 백년간 오로지 구전으로만 존재하던 성을 지닌 자들이었지. 본인도 처음에는 의아했으나 존재를 알고서는 매우 놀랐었소.""구전으로만... 누군지 감히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세력이 존재하다니..."당중령은 바위 탁자에 펼쳐진 지도를 펴고 손가락으로 짚어 위치를 가리켰다."하북보다 더 멀리 존재하오. 그리고 그들은 탄지공(彈指功)의 달인이라고 전해지는 과거의 명문세가라네.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은 당시에 검술로 유명했던 곳이지. 지금의 점창파에 비견되거나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오. 물론 지금은 무명무실 하지만, 당대에 손꼽히는 명문세가라는 것만 알고 있소. 뭐, 그들이 우리를 도와줄지는 모르겠지만..."그 이야기를 듣던 양유시가 발끈하여 당중령에게 고했다."또 제 지아비를 심부름 보내시려는 것입니까? 그것도 그 먼 하북 방향으로?""부, 부인. 나는 괜찮소만."양유시는 쩔쩔매는 엽운주의 손을 꽉 붙잡고는 말을 이어갔다."여태까지는 제 목숨을 담보로 였지만 이 이상 제 부군을 이용하려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것에 대해 정당히 항의하는 바 입니다. 장문인, 부디 소첩의 청을 거두어 주시지요.""부인..."당중령은 그녀의 당찬 이의제기에 간만에 함박웃음을 지었다."하하하! 설마... 내가 부부의 연을 끊어버릴 정도로 막되먹어 보이시오? 엽 공자와 양 부인께서는 대체 누구와 계약을 맺으셨소?""그...... 야......"반대편에서 팔짱끼고 앉아 이 상황을 지켜보던 당쟁이 나지막히 말문을 열었다."이미 엽 공자와 양 부인은 저와의 계약이 종료 되었소. 본인은 장문인의 생사를 온전히 전달 받았고, 주변 정보를 얻었으며, 소사매의 소재파악을 했으니 얻은 바는 전부 이룬셈이오. 그대들은 자유요. 허나 이 이후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그대들의 몫이니 알아서들 하시오."당중령이 그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엽 부부들의 당황한 모습을 즐겼다."본인은 령아가 당문에 있음과 생각치도 않게 나머지 제자들의 상황까지 확인했으니, 이는 실 계약보다 초과된 달성을 했다고 보는데, 쟁아의 생각은 어떻느냐?"당쟁은 장문인의 이야기를 듣고는 무언가가 들어있는 함을 가지고 엽운주에게 전달했다."당쟁 사형. 이것은 대체...""당가독보단(唐家毒輔丹)이라 하오. 몇 알 안되지만 엽 공자나 그녀에게 주면 웬만한 독에 대한 내성을 챙길 수 있을거요. 단, 복용시 모든 내력을 잠시 끊어놓아야 하니, 이점은 주의하시오. 당문사람 즉, 당문의 독에 통달한 자가 아니라면 문제없을 터이나, 그대들의 뿌리는 점창이오. 잘못 복용하면 주화입마할 것이니 참고하시오.""고, 고맙습니다. 쟁 사형."그러고는 무심히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은 당쟁. 함을 잘 챙긴 엽운주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당중령에게 물었다."그럼, 다시 여쭙겠습니다. 다른 세력이라 함은... 어딜 뜻하는 겁니까?""허허. 이미 그대들의 계약건은 끝나지 않았소? 이 일에 발을 떼도 좋소만."엽운주는 애초에 이 상황에서 발을 돌릴 생각은 없었다."놈들은 부인의 재능을 탐하고 있습니다. 과거 붙잡혀가던 그녀를 겨우 구했는데 또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게 놔둘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비단, 부인 때문만이 아닙니다. 어지러운 무림도 되돌려야 할 책임감을 무림인으로서 느끼고 있으며,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엽운주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의 뒤에서 양유시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다독이니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본인의 무림인으로서 해야 할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이 목숨은 당문의 조 형께서 구원해준 목숨입니다. 그 과정에 당문사람들은 물론이고, 그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를 원상복구 시켜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를 위해서도 저는 이 사태에서 눈을 떼지 않을 것 입니다. 본인은 당문인은 아니나, 이제는 점창인도 아닙니다.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기꺼이 당문인이 되겠습니다. 조 형 덕분에 그에게서 의(義)와 협(俠)을 깨우쳤고, 당문으로부터 제가 무림인으로서 해야할 본분을 깨우쳤으니, 제 본문은 촉중당문이나 다름없습니다. 조 형과 같은 외성제자라도 괜찮습니다. 부디, 저를 거두어주십시오. 장문인."엽운주의 진심어린 각오를 들은 당중령은 몸가짐을 근엄히 하고 당쟁을 쳐다보았다. 당쟁은 장문인의 의도를 알아차린듯, 그에게 다가가 불편한 몸을 부축하여 일으켜세웠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엽운주와 양유시의 앞에 당당히 섰고, 그 둘은 고개를 숙인채 장문인을 기다렸다."비록 약식이긴 하나, 엽 공자. 그대를 당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겠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부디 이 어지러운 무림재건을 위해 한 몸 바치게나. 그리고... 양 부인께서도 무릎을 꿇으신 것을 보아하니, 그대도 생각이 있으신가보오?"양유시는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고개를 들어 장문인을 바라보았다."부군이 가는 길은 곧, 제가 갈 길입니다. 제 의술은 조국인 금나라에서 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비록 당쟁 사형의 도움이 있었으나, 이렇게 깨어나셔서 제 방식을 받아 주신 분은 장문인 뿐이니, 제 기술은 곧 당문의 것입니다. 그리고 나약한 몸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낌없는 지원을 드릴 것을 약조드리며, 부군과 함께 무림재건을 위해 힘쓰겠습니다."당중령은 이 둘의 결정에 또 다른 벅차오름을 느꼈다. 아직 무림의 정도(正道)는 끝나지 않았다. 의와 협은 조활을 통해 이어지고 있었으니, 지난 날 그를 무시했던 모든 시간들을 후회하였다. 그 험난한 세월들을 이악물고 버티고 지켜주었던 그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지원한다 했지만, 결국 그가 염원했던 것을 못 이루게 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이 먹고도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으니 자신도 그의 자취를 따라 나아가리라 생각했다."알겠소. 그대들의 청이 그러하다면 둘을 당문인으로 받아들이겠소. 하지만 그대들의 뿌리는 남겨두고 싶구려. 부디 조활과 같은 외성제자의 지위를 하사 하겠으나, 더이상 배움에 있어서 차별하지 않겠다 이자리에서 선포하겠소. 이제는 당의 이름을 잇고 싶은 자들은 당의 성을 부여할 것이며, 뿌리를 다른 곳에 두고 있는, 뜻 있는 자들에 한하여 외성제자로서 받아들이겠소. 둘의 입문을 환영하오. 부디 이 어지러운 무림에 힘을 보태주시게.""감사합니다. 장문인. 제자가 되어 정진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장문인. 제자가 되어 정진토록 하겠습니다."그때 마침 바깥에서부터 서신을 가져온 전서구 한마리가 날아들어왔고, 당중령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전서구의 앉을 곳을 만들어준 뒤, 그것의 서신을 수거했다."전서구...?""아아, 조금전 이야기한 세력들에 이미 전서구를 보냈었소. 이제 답신이 온 것 같으니 확인할 것인데 같이 보시겠나?"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귀찮다. 귀찮아. 당문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먼거 아니오?"숲길을 걸어가던 긴 말총머리의 청의의 공자가 빈둥대며 궁시렁대자 옆에 있던, 자신의 키보다 길고 큰 칼을 차고있던 여협이 그를 다그쳤다."할아버님의 부탁을 귀찮음으로 대충 넘어가시려는 겁니까?""아니 그래도, 우리는 그간 숨어지내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전서구 하나 왔다고 다짜고짜 지원을 간다는게 영 꺼림칙하잖소."여협은 그의 철없는 행동에 손으로 머리를 쥐고는 고개를 저었다."당신! 진짜 이러기에요? 할아버님도 그렇게 부탁하는 걸 봤으면서... 이렇게 나오면 그냥 저 혼자 가겠습니다?""아으... 알겠소. 알겠다고. 모처럼 강호행인데 너무 멀어서 그러오. 게다가 안그래도 세상이 뒤숭숭한데 더 숨어 있으면 좀 좋소?"여협은 인내심이 한계가 온 듯 했다."모용랑(慕容郎)!!"그녀의 다그침에 공자는 결국 두 손 들었다."미안합니다...""여하튼 저도 이토록 긴 강호의 길은 처음이라 걱정은 되지만, 조심해야할 것입니다. 듣기로는 마교가 전역에 깔렸다고 하니 서둘러 당 장문인께 당도해야..."그때 그들이 걷던 주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고, 그 인기척들은 그 둘을 적대적으로 인식한 듯 했다. 검을 뽑아들고, 암기를 쥐었으며, 다들 복면이나 가볍고 어두운 복장으로 조용히 포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저들이 좀 더 빠른거 같은데... 벌써부터 우리를 맞이하다니. 손님 대접하나는 빠릿빠릿 하군."그때 그들의 가장 앞에서 다가오던 자가 경계를 하며 그 둘에게 물었다."누구냐 너희들은? 이 근처에서는 못 보던 인상착의인데?"공자는 아무 생각없이 그들의 질문에 답하려 했다."아, 소생은...""악한(惡漢)에게 대답해야할 의무는 없습니다."여협은 또 다시 그의 철없는 행동을 가로막고는 자객무리들을 향해 대답했다."저기... 부인? 날 무시...""얼른 준비나 해요! 비(枇), 숫자가 많습니다.""하... 알겠소... 시작부터 난관이로세..."그 무리들의 대표로 나온 자객이 무시로 일관하는 그들을 곧바로 적으로 간주하고는 공격할 채비를 했다."이놈들이 우릴 무시한다고? 다들 이분들을 정중히, 그리고 좀 과격하게 모셔라!"그들 중 일부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기들을 무수히 출수 하여 두 남녀를 덮쳤고, 그것을 확인한 여협이 제일먼저 앞장서서 그것들을 맞이했다. 곧게 뻗은, 긴 은빛 장검을 들고 그녀가 가진 진기를 검날에 집중하니 밝은 기운이 모여들어 출수할 준비를 마치자 크게 휘둘렀다."광풍파(光楓破)!!"태양빛을 머금은 검기가 넓은 범위로 퍼져나가 두 남녀를 덮치던 검기와 자객들을 맞이했고, 공중에서는 지상에서부터 퍼져 올라온 눈부신 빛줄기로 인해 잠시 시야가 차단되어 그들을 멈춰세웠다. 떨어져 내려오던 수많은 검기들도 단숨에 와해되어 사라졌다. 큰 위력은 없었으나 갑자기 들이닥친 일초식은 그들을 당황시키기 딱 좋았다. 게다가 그녀가 내지른 초식은, 그들의 눈을 피하기위한 것이었으니 자취를 감추기도 좋았다."뭐, 뭐야. 어디갔어?"밑에서 상황을 살펴보니 철없어 보이는 공자를 제외하고 여협만이 사라졌다.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자, 공자가 미소지으며 손짓으로 위쪽을 가르쳐줬고 그와 동시에 모두가 위를 쳐다보니."......""거짓인데 말을 참 잘듣는 구먼."남자의 손짓은 거짓이었고, 그들의 뒤에서부터 갑자기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으니, 공중에서는 무방비 상태로 당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자객들은 거짓을 고한 철없는 공자를 바라보며 눈빛을 부라렸다."너, 너 이자식!!""적의 말은 함부로 믿지 않는다! 기본이오. 그리고 극락왕생하시오들!""광풍섬아(光楓閃牙)!!"여협의 커다란 횡베기가 자객들의 뒤에서부터 덮쳤고, 모두가 단숨에 속수무책으로 뒤를 잡혔으니, 죄다 성치 못한 시체가 되어 공중에서부터 떨어졌다. 공중에서부터 떨어지는 파편에 이리저리 피하는 공자의 모습은 생쥐와도 같았다."아으! 이럴줄 알았으면 우산이라도 가져오는 것인데. 읏! 엇!"그리고 아무 일이 없었는 듯, 옷메무새를 탁탁 털어내고 가지런히 한 뒤 고개를 끄덕이며 공중의 여협을 미소지으며 쳐다보았다. 그때 그의 주변으로 또 다른 자객무리들이 하나 둘씩 다가왔다. 공자는 주변의 낌새를 느낀 것인지, 아닌 것인지 관심없는 표정으로 일관하며 주변의 자객무리들이 자신에게 들어오기 편한 일부러 상황을 만들었다. 이는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신뢰의 함정이었다."죽어라!... 억!!"...이라는 외침과 동시에 대여섯명이나 되는 자객 일동이 검을 든채로 그대로 굳어버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공자는 그대로 뒤를 돌아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자객들을 보며 미소지었다."마신향(痲身香)! 무색무취(無色無臭)! 오로지 마비 하나만을 노리고 배합한 내 자신작이오. 개인적으로는 육탄접근전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우리 모용(慕容)세가가 비록 독을 쓰는 가문은 아니지만, 나 혼자만은 이런 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기에 사용한다오. 후후! 부디 노여워 마시고 극락왕생하시구려. 소월! 이정도면 되었... 헉! 자, 잠깐!!"여협은 그 모습을 보고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자쪽으로 번개처럼 날아와 달려들었다."광풍영살(光楓影殺)!!""자, 잠깐이래도!?"그의 다급한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공자는 그래도 이런 상황이 익숙하기라도 한 듯, 가볍게 땅을 박차고 올라 그녀가 거합의 베기를 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마침내 굳어져 있는 자객무리의 한복판에 도착하여 크게 횡으로 베어버리니, 그들을 모조리 일격으로 베어버리는 진풍경을 선사했다. 제법 숫자가 되는 그들을 단, 일격으로 베어버릴 수 있다는 것은 그녀가 한 손으로 들고있는 길고 커다란 장검과 더불어, 뛰어난 완력이 뒷바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고수라는 뜻이었다."후우... 매번 이런다니까. 좀 봐주면서 베면 안되겠소? 이러다간 나까지 베겠소 그려."여협이 말했다."모용랑을 믿기에 그런거지요. 그리고 아직 적들이 남아있습니다. 잔말말고 거들어주시지요.""에휴... 모처럼이니 도와드리리다."공자는 그렇게 귀찮은 듯이 이야기해놓고는 크게 호흡을 하며 오른손 검지를 치켜들어 진기를 모으기 시작했다."모용세가식 소요심법(少要沁法). 흐읍!"그들을 덮치는 무리들은 어림잡아 스물은 되어보이는 숫자였지만, 그것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검을 검집에 넣는 여유를 보이는 여협이었다. 호흡이 끝난 공자는 눈을 뜨고는 진기가 모인 손가락을 그들에게 겨눴고 짧은 말과 함께 그들의 선봉을 향해 쏘았다."탄영심심(彈影心審)."그들의 선봉에 서있던 자의 시야로는 이리보였다. 눈앞에서 빛이 번쩍여 시야를 빼앗기고는 머리가 꿰뚫리는 잠깐의 고통과 함께 뒷통수에서부터 여러갈래로 튀어나오는 탄지공(彈指功)이 그들 모두의 이마를 순서대로 꿰뚫어들어가 무엇하나 남지 않게되었다. 이것이 바로 모용세가의 공아탄영무(孔牙彈影武)의 초식이었다. 단 한번의 탄지공으로 더 이상 자신들을 덮치려하는 자객들이 하나 남지않게 되자 모용비는 밝게 웃으며 여협에게 다가갔다."휘유! 다 잡은건가? 소월. 괜찮소? 다친 곳은 없소?"소월이라 불리는 여협은 자신의 키보다 길고 큰 장검을, 전용으로 만든 검집에 넣고는 심호흡하며 그의 환영을 받아들였다."본녀는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그들이 무림을 정복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할아버님께서 황급히 우리를 지원보내신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말로는, 우리 모용(慕容)가문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그저 그림자 속으로 숨어지내는 것이지만 그분 역시, 무림이 이상한 방향으로 물드는 것은 결단코 좋은 것은 아니라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물론 제 가문인 팽가(彭家)도 마찬가지구요. 게다가 그 악명높은 당문을 도우라니. 진위가 매우 궁금해집니다."만족의 미소를 보이며 그녀에게 다가가는 모용비."후후... 부인은 참 진중하시구려. 그래서 내가 반했지만.""......쉿."그때 팽소월은 모용비의 입을 한 손가락으로 막고는 조용히 시켰고,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은 것을 감지했다.저벅. 저벅.저 멀리서부터 다가온 그림자는 천천히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완전히 그들의 범위안에 도착한 사내는 흰 옷, 말총머리, 검집에 들어간 검, 깔끔하고 단아한 듯한 귀공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누구시오? 당신이 이 자객들의 우두머리인가?""......"그는 말이 없었고, 그렇게 다가오기를 일관하니 팽소월이 모용비를 막아서고 검을 뽑아들어 그를 경계했다."당신은 누구십니까? 이 자들과는 다른 기운을 풍기십니다만.""비켜주십시오. 제가 용무가 있는 것은 뒤의 공자십니다.""에? 나, 나요?"스릉.검을 뽑아든 그의 표정은 무표정이었으며, 마치 의미없는 멍한 눈빛을 했기에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가 분간이 잘 안되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기운을 뿜어대니 주변의 바람이 칼바람처럼 날카롭게 변하여 주변을 갉아먹기 시작했다."본인은 모용공자를 시험하라는 명을 받고 이자리에 왔소. 잠시 비켜주시겠소? 팽 소저?"흰 옷의 공자가 날카로운 기운을 풍겼지만 그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을 읽어내고는 검집에 검을 집어넣고 모용비로의 길을 비켜섰다. 이때 모용비는 당황하며 그녀에게 물었다."부인? 어째서 길을 터는 것이오?""보면 모르시겠습니까? 무림초출이신데 시험은 쳐야 나가지 않겠습니까?""아니, 그러는 부인도 초출아니었소?"팽소월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으로 일관했다."저는 진작에 무림인이었습니다. 당신은 그냥 천재라는 이유만으로 시험에 든 적이 한번도 없지 않습니까?""아무리 그래도, 저런 고수를 상대로 갑자기 대련이라니...""아마 저분이 이야기하는 시험이란 목숨을 거셔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대련이 아닙니다. 제 부군이시라면 긴장이라는 것을 해보시지요.""하지만..."쉭!!"??!"짧고 간결한 찔러들어오는 검기가 모용비의 얼굴을 스쳐지나갔고, 그 자리에는 베인 듯한 상처와 함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생각보다 진땀 날 것 같소. 부인.""본래 시험이란 그런 것이지요."자신이 날린 검기를 그 짧은 시간사이에 간단히 고개를 돌려 피하는 모습을 본 백의의 검사는, 검집을 잡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마치 싸움을 갈망하는 자의 눈빛이 절로 내비쳐졌고, 그것에 관심이 전혀 없는 듯, 모용비는 뾰루퉁한 얼굴표정을 일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기습에 기분이 많이 언짢은 모양이었다."당신. 내 이름은 어찌 알고 있으며, 왜 나를 시험하려 하는 것이오? 이유나 좀 압시다.""별거 아닙니다. 당신이 진정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겁니다. 지금처럼 얄팍하게 저를 상대하신다면 죽을 수도 있으니 각오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이자들은 저와는 아무 관련없는 마교의 쓰레기들입니다. 오해는 안하셨으면 합니다."그 이야기를 들은 모용비는 슬쩍 식은 땀이 흘렀다. 이것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는 증거였다."무시무시한 말들만 늘어놓는군. 소월? 진짜 이래야하오?"팽소월은 고개를 돌려 그와 눈빛을 마주치지 않고 피했다. 그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라는 심정으로 그에게 일갈했다."여기서 진다면 본녀는 저분을 따라갈 겁니다?""윽... 이거... 본격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만."그러고는 앞으로 세걸음을 떼고 싸울 준비를 했다. 백의의 공자 역시 검을 그에게 겨누며 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호흡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지면서 다시한번 바람이 칼바람처럼 불기 시작했고, 나무의 껍질들이 살살 갈려나가기 시작했다. 투기를 뿜어대고 있던 백의의 검사는 아무것도 들지 않는 모용비를 의아해 하며 보면서 물었다."당신은 무구가 없습니까?"모용비는 그다지 하기 싫은 설명을 해야했지만, 오히려 지금 상황이라서 그런지, 하기 싫다는 생각은 그다지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모용세가의 공아탄영무(孔牙彈影武)는 무구의 사용이 거의 필요없습니다. 딱 일부만 사용하긴 하는데 그것 마저도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권(拳), 각(脚), 지(指). 이렇게만 사용하니 그리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그럼 시작하기전에 통성명이나 해도 괜찮겠소?"..' 그렇다고 장갑도 아닌, 맨손으로 상대가 가능하다고? 그 정도로 천재인가? '백의의 검사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물러서지도 않았고, 그의 물음에 그가 들을 수 있도록 확실히 말했다."고운산...... 아니, 행화림(杏花林). 서생(瑞笙)입니다.""행...화림? 뭐요, 그 이상한 이름은? 신선(神仙) 조직이라도 되오?""말 수를 줄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지금의 저는 진심입니다."퓩!"?!"아주 작은 소리로, 작은 공기 파동이 서생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얼굴에는 작은 상처가 나서 피가 살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모용비의 손가락이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린 극 최속의 탄지공이었다. 실로 알기 어려운 공격에 서생은 한층 더 긴장하기 시작했다."......""아, 이건 아까전의 복수라오. 너무 비겁하다고 말은 하지 마시오. 이건 그대가 먼저 시작한 일이오."그리 이야기 하고는 본격적으로 분위기를 무겁게 잡았다. 천재라 불린다는 그의 실력을 확인하려 온 서생은 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온몸이 쭈뼛쭈뼛 소름돋는 느낌. 자신도 하늘에게 선택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세월 덕에 남들과 대적하는 것 만큼은 자신이 있었지만 이토록 전율이 느껴지는 상대는 그의 친우 이래로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절로 썩은 미소가 지어졌다.모용비가 자세를 가다듬고 엄숙히 손짓했다."나도 이제 농(弄)은 접지. 덤비시오."본격적으로 모용비도 만만치 않은 기운을 뿜어댔다. 서생은 간만에 맞닥뜨리는 강고한 기운에 식은 땀이 났고, 순간, 과거에 유학갔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그것 덕분에 서생의 입가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아생(兒笙)! 넌 정말 강해! 하지만 나도 결코 지지 않아! 두고봐? 무의 정점은 내가 되겠어! 넌 이미 잘 생겼기 때문에 나에겐 어찌 되지 못 할거거든! '....."바보같긴... 왜 지금 네가 생각나는 거냐... 나는..."...서생은 생각하는 것도 잠시, 짧게 호흡하고 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그리고 자세를 잡은 것인지, 아닌지 모를 투기를 알게 모르게 발산하고 있었고, 모용비는 그의 행동에 의아함이 잔뜩 묻어났기에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강한 투기를 발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군. 이리 부드러운 투기라니... 싸울 생각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있는 것인가? 저런 숨 막히는 부드러움은 본적이 없다. 저게 진정 무림인이라니... 저런 경지를 볼 수 있는 곳이 무림이라는 것인가... 감탄이 절로 나오는 군... 그는 진짜로 고수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긴장감에 소름이 돋은 모용비는, 본인은 천재라고 받들던 집안의 자랑이 마냥 진실인줄 알았었다. 하지만 서생을 만났고 그의 패서공(敗絮功)을 보고는 깨달았다. 오히려 우물 안 개구리는 자신이었다는 것을. 합을 주고 받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압박감을 느낀 것은 모용비만이 아니었다. 서생도 이미 그의 강렬하고 음습한 투기에 목젖이 타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서행(瑞杏)의 이야기로는 중원무림에는 숨겨져있는 두개의 명문가가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탄지공의 모용세가, 자신의 키보다 큰 장검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하북팽가. 이들을 당문 장문인이 어떻게든 끌어들일 것이라 하여 이들이 과연 그럴 재목인지 확인하라 했는데, 직접 눈앞에 마주하니 무너트릴수 없는 커다란 산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구나. 이자들은 강하다. 일합따위 마주하지 않고도 알 수 있다. 저 팽가의 여협 또한 만만치 않다. 단지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나를 신경쓰이게 만들다니... 아마 이자리에서 혹여나 모용공자를 죽인다면... 살아남지는 못하겠지... 허나... '서생은 자신의 패서공의 심화단계를 펼치고는 더욱 싸움의 의지를 불태웠다.' 이들을 시험한다. 그것이 지금의 내 사명이니, 반드시 확인해드리겠소. 모용공자. 이 어지러운 무림에 일조할 인물인지를...! '....모용비도 생각했다.' 적당히는 안되겠구만... 즐겁겠어. 이번 시험은... 시험이 끝나면 부인을 안을만한 객잔으로 가야겠군. '
월영전(月鍈傳) (17).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