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반인입니다
요즘 활협전의 각종 기대들이 쏟아지는데 과연 업데이트가 빨리 오려는 걸까요...
보고싶다! 한글화! 다음 스토리!
여튼 잡설은 이쯤하고.
제 작품이 여태껏 별일없이 흘러가고 있는데 슬슬 무협지다운 모습을 보이려 준비하고 있긴 합니다.
평이해서는 재미가 없어요. 저도 알고 있는 부분이기에 이제부터는 딴 이야기로 안새고
월영전이란 제목에 맞게 묵령의 이야기로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참고로 월영(月鍈)의 뜻은 달의 방울소리입니다.
다시금 제 모자란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팬픽은 오직 루리웹 활협전 게시판에서만 연재중입니다.
원작 활협전 스토리와는 일절 관계없는 2차창작임을 밝힙니다.
저벅 저벅 저벅.드디어 그녀들은, 그녀들이 고대하던 장소에 도착했다. 대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어가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잠시 머뭇거렸다.끼이익바람결에 슬쩍열린 입구문 덕분에 안쪽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성한 공간이 남지 않은 연무장 공간. 길을 따라 서있는 부서진 석등. 그래도 아직 원형 그대로인 커다란 나무. 간만이지만 많이 변해버린 풍경이 그녀들을 가장 처음 맞이했다. 풍경이 변한 것도 있지만 무언가 이상했으니, 대문을 넘어가도 그가 말한 부동명왕의 위협이란 것은 도통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기라도 한 것일까. 조심히 입구문을 여니 끼이익 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역시나 위협의 움직임이란 일절 보이지 않아 의아했다. 길을 따라 연무장으로 들어가니 불타고, 부서지고, 핏 자국이 지워지지않아 얼룩이 남아있는 본문의 모습이 더욱 확실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묵령은 그 모습에 충격받았지만 더 이상 놀랄 가슴이 없는 모양인지 그저 다죽은 눈빛과 애처로운 호흡만 간신히, 천천히 쉬고 있었다.짤랑짤랑."괜찮아?""매... 언니...""그래. 천천히 호흡하자. 이제 다 왔어. 어디부터 가볼까? 정심당? 여제자방? 강경당?"우소매는 묵령의 부들거리는 손을 잡고는 천천히 움직였다. 그녀가 원하는 장소. 그곳을 향해 천천히 발길을 내딛었고 돌길을 걷다가 왼쪽을 슬쩍 보니 웬 풀밭이 보였다. 그냥 풀밭이었다면 그대로 지나쳤겠지만 특별한 것이 보이는 장소였기에 그대로 멈춰섰다."아......"묵령이 짧게 탄식했다. 무엇을 본 것일까.당문의 검 한자루가 풀밭에 외로이 꽂혀 있었다. 우소매가 누구의 검일까를 생각하기도 전에 묵령이 탄식하고 그대로 검 쪽으로 달려갔다. 검의 외형은 그다지 깨끗하지 못 했다. 주인 잃은 검은 마치 그날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었으니, 그 주인의 손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보이는 검이었다. 검 손잡이의 끝에는 끈으로 매듭이 되어 무언가가 장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시간이 그리 흘렀는데도 그다지 흐른 것 같지 않아보이는 물체를 본 묵령은 그것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그만 힘없이 주저앉아 무릎을 꿇었다. 우소매가 그 모습을 보고는 뛰어와서 상황을 살폈다......."종...이학? 설마......"우소매는 그것을 보고 비로소 깨달았다. 이곳이 그녀의 부군이 죽어간 자리였다는 것을... 묵령은 그저 뜬눈으로 그 검을 묵묵히 바라보았고, 그것에 다가가 손으로 어루만지니 외로이 남겨진 차가움에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장식되어 있던 종이학은 묵령이 부군을 위해 손수 접어준 투박한 모습의 선물이었고 아직도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나 기뻐했던 부군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 거렸으니 묵령은 차마, 꿇은 무릎을 쉽사리 펼수가 없었다. 그저 차디찬 땅에 외로이 박힌 싸늘한 검을 뽑아들고 가슴 깊숙이 안고는 어떻게든 그의 온기를 찾으려고 애썼지만 헛수고였다."제길..."우소매가 짧게 탄식하고 묵령을 그대로 놓고는 자신도 지나간 과거를 떠올릴것 같아, 잊기위해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남사제방도 둘러보고 대장간도 살펴보고 식당쪽도 살펴보았지만 특별히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둘러보고 소득이없자 묵령의 방향을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그대로 였으니 남은 자는 일단 무언가라도 발견하기위해 둘러볼 수 밖에 없었다. 그때였다.저벅... 저벅... 저벅...우소매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걸음걸이로 따지건데 묵령은 아니었다. 그렇다는 것은..."누... 누구시오?"".....그 목소리... 들은 적 있어."스릉. 스르릉.칼 두 자루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긴장감이 칼무더기로 쑤셔지는 듯 했다. 얼굴을 타고 땀방울이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어마무시한 살기. 당장이라도 뒤돌아보면 기다리고 있을 존재에 두려움이 파도처럼 몰아쳐 왔지만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거스를수는 없다. 우소매는 허리춤의 단도를 집어들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쌍검. 흰 의복. 투박하게 잘린 짧은 머리칼. 붉은 천으로 가린 두눈. 이 여자가... 부동명...왕? 하지만 그녀는 우소매가 아는 외형이었으니 짧게 자른 머리여도 얼추 파악이 가능했다. 그녀는 당문에 있을 적 외성에서 만났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본 순간은..."사, 상 언..! 꺄아아악!!! 어헉!!!"순간 그녀의 검이 우소매의 어깨를 꿰뚫고, 그녀와 함께 그대로 뒤에 있는 나무에 밀려박혀 고통을 호소했다."어, 언니!! 자, 잠깐만!! 아아악!!!"여협은 분노에 가득차 제대로 들리는 것이 없었다. 그저 우소매가 했던 말은 바람과 함께 쓸려간 넋두리에 불과했을 뿐, 과거의 사건의 연관자에 불과했다."너야... 그자리에 있던 그 여자... 너 잖아...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당포의... 그가!!!"그녀는 울부짖었다.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었다. 비협이 쓰러져 죽어가던 그날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던 그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그들을 습격하던 적의 곁에서 거들던 그녀의 얼굴도 잊을 수가 없고, 목소리조차 잊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당문으로 들어온 제자인줄 알았다. 입담도 좋았고, 붙임성도 있고, 거리낌이 없어 친해지기도 편했다. 외성안에 있을 당시 다가와서는 대뜸 검술에 대해 이것저것 묻더니 어느 덧 언니, 동생이 되어있었고 지기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 질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날. 그녀들은 마주쳤고, 당 비협이 죽고, 그녀는 당문을 배신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이자리에 귀를 씻어도 사라지지 않은, 머리속에 각인된 목소리가 들렸고, 그때의 그녀라는 것을 아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사, 상 언니!! 자, 잠, 아아악!!"분노에 가득차 어깨에 박은 검을 슬쩍 비틀어 버리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우소매를 감쌌고 그저 비명만이 그자리에 가득했다."용서 못해!! 용서 못해!! 네놈들만 없었다면!! 당포의는 살았을 것이고 당문도 멸문되지 않았을 것이야!! 용서 못해!!"우소매가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있을 때, 다급함이 느껴지는 방울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짤랑짤랑!"사, 상 언니 자, 잠깐!!""......?!"그녀는 묵령의 목소리를 듣고 검에 주었던 힘을 풀었고 눈을 감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귀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들었다."상 언니 잠깐만요!!""무, 묵령 소저??"당문이 멸문되어 모두가 죽었을 터인데 마치 이곳이 멸문 이전의 당문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다급하게 울리는 방울소리도 한 건 했으니 설마 했지만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당문 장문인의 외동 딸이라는 것을."묵령 소저. 사, 살아 있었습니까??"묵령은 다급하게 우소매를 찌른 손을 붙잡고는, 검과 함께 억지로 떼어냈고, 또 다시 고통으로 인해 우소매의 짧은 비명이 한차례 울려퍼졌다. 묵령은 얼른 우소매의 곁으로 가서 어깨에 생긴 자상의 상태를 보고는 자신의 옷 소매을 찢어내 상처부위를 묶고 압박해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지혈을 시작했다. 너무 당황한 여협은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자신이 가렸던 눈의 붉은 천을 벗었고, 지금 상황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몰라, 눈길이 이리저리 정신이 없었다. 묵령은 일단 우소매의 상처가 우선이었기에 여협에게 소리쳤다."상 언니! 빨리, 빨리 연단방으로 가줘요!""하, 하지만!""용상 언니!!""아, 알겠소!"묵령은 우소매를 치료하기 위해 용상에게 부탁해 당문 연단방으로 그녀를 옮겼다. 그리곤 어스러진 주변을 뒤지고는 금창약을 찾아 우소매의 자상에 뿌리고 상처부위를 압박하니 또 한차례 우소매의 단말마의 비명이 울려퍼졌다.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겨우 그녀들은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우소매도 고통 속에서 겨우 호흡을 되찾았다. 진정된 그녀들은 서로를 마주보았고 용상은 도저히 지금의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었기에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묵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상 언니..."용상은 한참 혼란스러운, 떨리는 눈빛과 함께 물었다."려, 령 소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묵령은 마치 모든 것이 자기 탓인 듯 했다."미안해요. 나 혼자 도망쳐서...""도, 도망치다니?? 나, 나는... 기절해 있어서 당문을... 지키지도 못했는데...""묵령! 네가 다 안으려고 하지마!"우소매가 소리쳤다. 용상은 그녀의 말이 여간 신경쓰여 뭐라고 한마디 받아치려고 했지만, 어째선가 그녀가 하려는 말은 자신이 생각한 느낌의 것이 아니었기에 입을 열다가도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매 언니...""다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흩어진 것 뿐이잖아. 어쩔 수 없었다고. 묵령도 묵령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던 거고, 상 언니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던 거야. 나도 마찬가지고. 이제는 우리가 다같이 만났으니 일단 상황 공유나 하자. 상 언니도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왜 당문을 홀로 지키고 있었으며, 어떻게 살아있었는지를 알아야겠어. 나도 내가 말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말해줄테니까. 그러니 일단은 정리부터 하자."그녀들은 알겠다며 서로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묵령의 사정, 용상의 사정, 우소매의 사정이 어느정도 모이니 그제서야 다들 겨우 납득을 하고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녀들 자신 혼자만의 사정에 대한 납득이었으니, 가슴 속 깊이 이해는 되지만 결과값이란 것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사람도 있었다."매 동생... 그대의 사정은 알겠으나... 역시 내 머리로는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는구나."소매의 이야기를 들어도 역시나 그때의 사건이 너무 강렬하게 박힌 탓에 의심을 거두고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필요했고, 소매는 그녀의 반응이 당연하다 여겼다."이해해요 상 언니. 그때의 본매는 비난받을 각오를 하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으니까. 단지 조활이 나를 기절시켜놓고는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어요. 나는 이미 그때시점으로는 공동파 현공문에 있었으니까... 무언가 반론할 시간조차 없이 살아가는 것에 급급했었어요. 그날은... 비협은 내가 없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묵령, 용상 언니.""......""......"용상은 아직 용서하기엔 아직까지 이해심이 그리 좋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었다. 눈앞에서 동경하는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크나큰 충격이었으니까. 물론 그녀가 그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관계자였기에 그 책임이 막중하다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당문의 딸인 묵령을 보살펴주었고, 이렇게 그녀와 함께 당문을 찾아왔으니 분명 과거는 과거였을 뿐이었다. 치가 떨리는 것도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음이었다."령아한테도 제대로 말 못해서 미안해... 비협의 죽음에는 나도 관여되어있어. 난 피할 생각없어. 네가 비난한다면 마땅히 비난 받을게. 입이 열개라도 모자라."
"매 언니..."묵령 역시 괜찮다고는 말하기 꺼려지긴 했다. 비록 자신을 어릴 때부터 수없이 괴롭혔던 대사형이었지만 마냥 괴롭힘만 당한 것은 아니었고, 여러모로 오라버니와 오랜 동생사이의 관계였으니 각별하긴 했다. 그래도 일단 우소매는 제대로된 사과를 하기도 했고, 자신을 살수있게 만들어주고 당문으로 돌아올수있게 도와준 원동력이었으니 커다란 문제점은 이미 풀었다고 생각했다.용상은 그녀들을 보고는 슬슬 그간의 피로가 몰려온 모양인지 그대로 주저앉아 휴식하기위해 벽에 기대었다. 묵령은 그런 그녀를 보고는 연단방의 약재들을 찾아 이것저것 조합하는 듯 하니, 본격적으로 약을 조제하기 시작했다. 우소매가 물었다."그 모습... 이사형에게라도 배운거야?""...아무래도 당문에 있어서 저에게도 필요한 소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때의 이사형은 다정했는데... 왜 그때..."쭈뼛쭈뼛."히익!""...?"순간 묵령의 이야기를 들은 우소매가 전신에 소름이 돋는 듯, 부르르 떨었다....' 다, 다정하다고? 그 공자가? 그 독사의 눈을 한 날수공자가?? 처음 오고나서 그렇게 독공수련으로 고생한게 얼마인데... 다정했다니... 설마... 나, 차별받은건가...? 이유가 뭐지?? 당문 소사매라서?? '..." 매 언니. 표정이 안좋은데, 약이 안맞나요?"묵령의 걱정어린 말에 우소매는 겨우 정신을 찾았다."아... 아냐. 별 것 아니야. 아... 하... 하하...""...?"묵령은 우소매의 처리가 끝나고 절대 안정을 취하라 일러두고는 쓰러져있는 용상의 상태를 확인했다. 맥은 정상. 조금의 영영실조말고는 어느정도 양호했으나 기력이 많이 쇠한 상태라 기력회복이 우선이었다. 묵령이 약 조제에 집중하고 있을때, 용상은 그녀의 허리춤에 장비해놓은 눈에 익은 검을 발견했다."령 소저. 허리춤에 그 검은...?""......"묵령은 차마 입을 열지 못 했다. 그녀의 침묵에 용상은 결국 알아버렸다. 거대한 모래폭풍에 맞섰지만 결국 휩쓸려 짖이겨진 그는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을..."......그런가요. 조 동생이... 결국..."용상은 짧게 말을 끊고는 눈을 감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와 함께한 당문의 마지막 맹세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날의 정심당에서 퍼져나온 결사의 향내음과 함께 죽음을 각오한 결사의 맹세. 하지만 그 맹세가 무의미하게도 이렇게 살아있으니 부끄러움이 우선이었다. 고개를 들어 묵령의 뒤를 바라보았다. 어깨가 흔들리며 조금씩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가슴 철렁한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차마 벙어리가 되어버린듯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콩.콩.콩.약재를 빻는 절구질 소리가 연단방안에 구슬피 울려퍼지고 그녀의 어깨는 억지로 참아내려 여전히 부르르 떨고 있었으나, 곧 슬픔을 참고 이겨낸듯 서서히 그 떨림이 사라졌다. 옷 소매로 얼굴을 문대고는 크게 심호흡하고 약 조제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작은 체구에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오늘따라 더욱 작아보이니 그녀의 비통함은 태산보다도 거대하니, 이로 말할 수가 없는 수준의 것 이었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겨우 평화를 되찾은 당문에서의 하루는 묵령에게 있어서 바쁘고 빠르게 흘러갔다. 두 부상자들은 회복 때문에 쉬느라 바빴고, 묵령은 어지러진 당문을 정리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부서진 문, 석등 정리, 핏자국 정리, 건물 정리. 이것만으로도 벌써 저녁시간이 다되었다. 식당으로 천천히 걸어가니 문득 생각나는 그날의 기억.당문 사제, 사매, 사형들이 외식으로 나갔을 무렵. 부군이 만든 음식을 아버지, 자신, 이사형이 맛있게 먹던 그 풍경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그 자리에 우소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여튼. 가족끼리 그렇게 모여 마주앉아 먹었던 기억이 이리도 생생한데 이제는 다 타버리고 부서진 식당만이 묵령을 반겨주니 이젠 더 무너질 가슴이 없었다. 조심히 식량창고를 들어가 문을 열어보니 과거에 부군이 시간내서 가지고온 식자재들을 보았고, 다시한번 가슴이 철렁해졌다. 입술을 악물고 다시 움직여 이것저것 가지고나오고는 간단하게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궁이에 불을 틀고, 식도구들을 이용해 만들기 시작하니 영 어려운 것 투성이더라. 음식넣는 순서라던가, 조미료는 무엇을 사용하는가, 어떤 타이밍에 하는 것인가. 부군이 하던 것을 기억해내 해보려하지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묵령이 요리하는 모습을 다보네. 잘 되어가?""어? 괜찮으세요?"우소매가 심심했는지 밖으로 나와 걷던 중 식당에서 소리가 들리길래 들어오니 묵령의 모습이 보여 들어온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그 부군의 그 아내랄까. 예전 조활의 실패한 요리를 겨우 살려 장문인들과 먹었던 아련한 기억이 났다. 비록 당문에 와서 딱히 별일이 없을 때 일어난 사건이었기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날이었다. 내심 그때가 그리워지는 우소매였다."자. 내가 도와줄게.""그, 괜찮으세요 상처?""다친건 왼쪽 뿐이야. 오른쪽은 멀쩡하니까 괜찮아. 재료를 보아하니 그거말고 이거부터 해야겠다."둘이서 나란히 요리를 시작했다. 한쪽 팔만이 멀쩡해 완벽히 그녀를 도울수는 없었지만, 그 손으로 이것저것 가리키며 어떻게해야 하는지 설명했고 묵령은 생각보다 말귀를 잘들어서인지 금방 괜찮은 음식을 만들 수가 있었다. 물론 몇가지는 태웠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만들어져 연단방으로 가져가 용상과 함께 밤을 지냈다........."......다들 잘 주무세요."깊고깊은 심연과도 같은 새까만 새벽시간. 본래대로라면 부동명왕으로서 용상이 당문을 지키겠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그녀들이 푹 쉬도록 차가운 눈발을 타고 누군가가 정심당 지붕 위로 올라왔다. 그대로 자리를 잡고 앉아 다리를 정갈히 한 뒤, 불어온 산 바람에 파란의복이 휘날리고 어둠 속을 우산으로 한꺼풀 더 덮으니, 더는 보이지 않는 그녀가 달 밝은 하늘아래에서 그녀들을 지켜주니, 그날 하루는 조용히 넘어가기 수월했다."내일은 비라도 오려나."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바깥에서 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문의 상황은 어제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으니 아침 비소리 덕분에 다들 잠에서 깨어났다. 굴뚝에서 연기를 뿜어내며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던 차에 반가운 얼굴이 그녀들을 반겼다."다들 계셨네요. 잠은 주무셨나요?""소천!"비 때문에 젖은 푸른 옷과 통, 통. 우산에 부딪혀 타악기처럼 독특한 박자로 어우러지는 빗 소리와 함께 그들의 환영을 받는 것은 탈백유란의 제자인 번소천. 용상도 당문에서 머물렀기에 그녀를 알고있었지만, 완전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여 상당히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모습은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여마두 탈백유란과도 같았기에, 그녀의 개방시절 모습이 완벽하게 사라져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놀라는 상황도 잠시. 하나같이 그녀들의 뱃 속 시계가 울리는 소리와 동시에 우소매와 묵령이 준비한 아침 식사를 함께 모여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렇군요. 그럼 주변의 시체들은..."용상이 말했다."난 그저 당문에 악의적인 의도를 품은 자들을 베었을 뿐. 추호의 후회는 없소.""매 소저의 어깨는...""......정당방위라고 생각합니다.""아하..."이 이야기는 잠시 뜸들이던 우소매가 직접 말했으니 다들 그러려니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어쩔 수 없다곤 해도, 용상도 과거에 습격받은 사건이었으니, 어제는 묵령이 조금만 늦었어도 우소매는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었다. 그녀의 천상검은 당시에 이미 우소매의 목을 노리고 있었으니... 용상은 별일 아닌 듯 고개를 세워 자신의 정당함을 내세우고, 우소매는 그저 땅을 바라보니 그 모습을 본 묵령은 당황하며 용상, 우소매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용상은 묵령의 어쩔줄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는 한숨 쉬며 입을 열었다."매 소저와 나의 일은 그 어깨로 전부 정산했으니 이제 그만하겠습니다. 묵령 소저도 걱정 놓으세요. 매... 동생은 이제 이전처럼 지내세나."겨우겨우 그날의 사건을 정리하는 둘이었으니, 이제 다시는 대립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오래된 문제는 뒤엉킨 쇠사슬과도 같았으나, 이제는 그녀들을 감싸는 엉킨 쇠사슬은 다 풀렸으니 과거처럼 돌아가기를 둘이서 부단히 노력해야할 과제가 생겼다. 그 모습을 본 묵령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이번엔 다른 주제로 번소천에게 물었다."소천은 설산파 당문지부에서 일은 끝난거야?"번소천이 가로되."네. 찾아달라는 물건도 찾았고, 마침 스승님께서 보낸 전서구를 통해 어떤 곳으로 모이라는 편지를 받았습니다.""어디로?"번소천은 가만히 손을 턱에 괴고는 생각을 하는 듯 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손을 떼고 입을 열었다."편지 본문에는, 전 현공문 장문인이신 위국 공이 계시는 곳에 당도하셨다더군요. 그리고 이미 저희가 만나리란 것을 알고계셨는지 우소매 소저와 같이 이쪽에서의 일이 끝나면 물건을 가지고 그쪽으로 오라는 명이 있었습니다만... 어떻게 설산에서 그곳으로 가신거지...?""뭐!? 라, 란 언니가??"우소매는 그녀의 소식을 듣고는 화들짝 놀랐지만 번소천은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하지만 스승님께서는 몸이 그리 좋지 못 하십니다. 어떻게 움직이셔서 그곳까지 당도하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건강하다고 하시니 아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원래 몸 성하셔도 그런 분이시기도 했고...""그... 그렇긴 하지... 그나저나 소죽, 국 언니가 란 언니를 봤다면... 나도 그자리에 있었다면 좋았을 걸... 뭐, 이미 나와버린거 후회해봤자 소용없지. 지금은 령아와 함께 당문을 더 살펴봐야 하니까. 그러고보니 번 소저. 언니가 챙기라고 하던 물건은 대체 뭐죠?"번소천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이 주머니를 가져오라 하셨지요. 내용 물은 절대 보지말라고 당부하셨으니 최대한 인내할 생각입니다."꽤나 비싸보이는 비단주머니가 그녀들을 반겼다. 내용물은 볼 수가 없으니 그 주머니의 겉만 뚫어져라 관찰하는 그녀들이었다."예사롭지 않은 냄새를 풍기는 주머니네. 그것도 아주 귀한 비단으로 만든 것이라니... 그것도 천잠사로 만든 비단으로 보이는군. 값이 꽤나 나갈 모양새인데..."비단주머니를 어느정도 그녀들에게 보이고는 곧바로 다시 품 안으로 주머니를 넣은 번소천. 스승의 명에따라 내용물은 볼 생각이 일절없었으니 내용물이 궁금한 우소매도 번소천의 눈초리에 더 이상 노려보는 것을 그만두었다."흠흠... 보아하니 령 언니께서 하고 싶은 게 있어 보이는데, 다들, 오늘은 무엇을 할 예정입니까?"번소천이 앞으로의 일을 물으니 우소매가 말했다."나는 묵령을 도울 생각입니다. 상 언니께서는?"용상이 말했다."평소와 같이 당문 주변을 지킬 것이다. 살생은 최대한 피하고."묵령이 말했다."저는 당문 정리를 하고... 대사형 묘비를 가볼 참입니다."어제부터 대사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더욱 그의 생각이 났던 묵령이었다. 묘비도 닦은지 오래되기도 했고, 이왕 다시 돌아왔으니 인사할겸 참배하고 싶었다."음. 그럼 저도 령 언니 따라서 일단 당문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주변을 봐주시는 것은 상 언니께 부탁드리겠습니다.그렇게들 이야기하고는 식당에서 해산하고 비가 오는 동안 최대한 그녀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용상은 이제 부동에서 벗어나 당문 주변의 위험인자들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묵령, 소매, 소천은 각각 정심당, 강경당, 대장간을 둘러보았다.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고자 했지만 영양가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정심당의 묵령은 아버지의 자리가 허전한 모습으로 남겨져 있는 모양을 보고는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강인해지리라, 이곳 저곳을 더 살펴보았다."......응? 저 책은 뭘까?"정심당 안, 이사형이 아버지를 돌보려 준비를 하던 작은 방 한켠에 아직 덜 집필된 책이 한 권이 있었다. 묵령은 조심히 책을 들고는 그 내용을 살펴보았다. 아버지의 어느 병에 대한 고찰과 연구에 대한 진척을 기록한 이사형의 것 이었다."시심...단에 대한 고찰과 연구? 시심단?""령아? 찾은 것 좀 있어?"밖에서 우소매가 부르니 일단 덜 집필된 책을 품안에 넣고는 그녀에게 갔다."이사형이 집필하던 책인 것 같아서 가지고 왔어요. 매 언니는 어때요?"우소매는 삼사형이 없는 중요 거점이었던 강경당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각종 종류의 책들을 볼 수 있었다. 대개는 대부분 꺼내어져 바닥에 불타버린 것들이 즐비했지만 강경당 깊은 곳에 아직 자리를 차지한 책들이 많은 것을 확인 한 후에는 당문 무공서라던가 시중에 팔리는 잡학, 무공서, 정치서, 소설, 인문서, 의학서 등 여러가지 책들이 아직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이사형의 책? 그런 것도 하고 있었나. 무슨 책인데?""의학서에요. 아버지의 병에 대한 것을 연구하고 해결책을 찾는 일지 비슷한.""의외로... 굉장히 진심이었던가... 그런 사람이 대체 왜... 어?"우소매는 희미하게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알 고 있는 기운이 미세하게 느껴진 것같아 이리저리 확인했지만 결국 알 수 없었다. 마침 등꼴이 오싹해진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기시감. 기억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이내 가라앉았고 기분 탓이라 여겼다."매... 언니?""아... 아니야. 별거 아니야. 상 언니가 봐주고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리가...""무슨 소리인겐가?"그녀들이 있는 강경당 바로 위에서 용상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녀에게 우소매가 상황을 설명하니 눈으로는 근처에 별일은 없어보였다. 단지 우소매의 당부에 근심걱정이 담겨있으니 좀 더 눈을 뜨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샅샅이 확인했지만 그렇게 큰 변화는 못 느꼈기에 다시 돌아와 상황을 보고했다."그런가요... 그냥 기분 탓이었나보네."저멀리 대장간에서부터 오는 번소천 역시 큰 발견은 없었다고 한다. 단지 무기류나 암기류는 아무래도 무림맹에서 회수한 모양이었다. 곳곳에 날붙이들이 긁고간 흔적이 있어서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대신에 아직 사용하지 않은 고철무더기가 있었으니 이를 녹여서 사용한다면 충분히 가치는 있어보였다."그럼 확인도 얼추했고, 이제 대사형 묘소로 가볼까요?"묵령이 앞장서서 그녀들을 데리고 대사형이 있는 뒷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들을 반겨 준 것은..."......""뭐, 뭐야 이 상황은??"......대사형의 묘소는 알 수 없이 파헤쳐져 있었다.
월영전(月鍈傳) (6)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