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야기가 점점 길어지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하지만 끝을 생각해 둔 것이 있으니 가는길은 편한데, 슬슬 지치는 것 같기도?
끝만 보고 가렵니다. 이야기가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편한편 글의 길이는 평균 12000자(띄어쓰기 포함)를 유지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제 글이 혹시 짧을까요?
제 글은 본작 활협전과는 줄기만 빼와서 가져온 이야기이니, 크게 관련없습니다. 2차창작, 팬픽이라는 점. 다시 알려드립니다.
루리웹 활협전 게시판에서만 연재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무너지네요... 너무 같은 레퍼토리만 나오는 것같아 고민입니다.
이야기가 점점 길어지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하지만 끝을 생각해 둔 것이 있으니 가는길은 편한데, 슬슬 지치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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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한편 글의 길이는 평균 12000자(띄어쓰기 포함)를 유지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제 글이 혹시 짧을까요?
제 글은 본작 활협전과는 줄기만 빼와서 가져온 이야기이니, 크게 관련없습니다. 2차창작, 팬픽이라는 점. 다시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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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진정이 되었는지 상관형의 얼굴에는 흐느끼는 모습이 어느덧 사라졌다. 서서히 고개를 들고 눈물범벅이 된, 망가진 얼굴을 보아하니 위국은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미소지었다. 그리고 옆에있던 천으로 상관형의 얼굴을 고이고이 닦아주고는 한번 더 등을 토닥였다."이제 좀 진정 되셨습니까?""위... 위초제...""후후. 그 이름은 너무 옛날 이름이잖습니까. 국 이라 불러주세요. 왜 갑자기 옛날 이름을 찾으셨습니까?""미안해요. 그저 옛 생각이나서..."왠지 과거의 상황보다 반대가 되어버린 것 같은 상황에 위국은 그저 감개무량함을 느꼈다."그나저나 어찌된 일입니까? 상관가에 계셔야할 분이 어찌 바깥에 계신답니까?"상관형은 우물쭈물하며 고민하다가 이윽고 입을 떼었다."아버지의 독단으로 일본에 혼인을 치르러 가고 있었습니다.""혼인이요?""무림맹의 난데없는 당문부수기가 실행되던 그 시점에서 뜬금없이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당문이 멸문되었고 그 이후, 근 몇 달간 계속해서 저를 혼례보내려는 이야기가 오가던 중, 저는 지금으로부터 얼마 전, 홀로 배를 타고 바다로 버려지듯 눈물로 땅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런데 바다 위를 거닌지 몇 시진 되지않고 멀리서 배 한척이 다가 왔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달콤한 냄새가 났고...""그 기억이... 마지막 기억이겠군요... 달콤한 냄새라면, 마취향이겠구요."상관형은 말없이 눈물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에 위국은 그녀를 잠시 포근하게 껴안고는 얼마안있어 몸을 떼어냈다."그런데 이상하군요. 제 기억에 상관아저씨께서는 형 아가씨에게 갑작스럽게 어딜 보내고 그럴 분이 아니실텐데..."위국의 이야기에 놀라서 상관형이 반박했다."예? 그, 그게 무슨... 아버지께서는 저를 그다지 좋은 눈빛으로 보신적이 없으십니다. 남궁가의 며느리도 되지 못한 저에게 늘 냉정하신 분이셨습니다. 헌데 어찌하여 그리 말씀하시는 겁니까?"위국은 슬며시 미소 지으며 답했다."상관아저씨는 자기 딸을 이렇게 매몰차게 어디로 보내고 그러는 분은 아니십니다. 그것만은 확실합니다. 항상 형 아가씨가 없는 자리면 언제나 저에게 아가씨에 대해 많이 묻는 분이셨지요. 영락없는 딸바보였다고 저는 기억합니다.""네, 네??"상관형은 위국의 이야기에 너무 놀라 얼굴이 붉어져 화끈거렸고, 그간의 차갑고 냉정한 아버지를 떠올리니 도무지 그녀의 이야기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위국의 이야기는 정말로 진실이었기에 그녀가 어떻게 이야기를 하던 계속해서 철통같이 반문을 하니, 그저 어안이 벙벙하여 혼자 이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후후후. 그나저나 어째서일까요? 갑작스러운 혼례준비와 홀로 그 먼 이국의 땅으로 아가씨를 보내다니... 정말 알 수 없군요. 제가 아는 한, 절대 그럴 분이 아니실텐데... 혹시 이상한 점 없었을까요?"상관형은 위국의 이야기를 듣고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때 무언가 떠오른 듯, 어렴풋이 이상한 점이 기억나기 시작했다,"아버지께서 몸도 괜찮으신데 언제인가부터 이상한 단약을 드시기 시작했습니다. 당문부수기 직전에 열렸던 무림맹 결성을 위한 무림대회때부터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삼일에 한번 꼴로 그 단약을 복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슴의 통증도 호소하셨으니 그 부분은 이상해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그것은 극락의 시심단(弑心丹)입니다."우소매가 곁에서 잠들어 있다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계속해서 엿들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그것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깨어났다."소매? 이제야 깨어났구나?""응. 국 언니. 차마 마주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야기를 들어버려서..."상관형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시심단이란 것의 존재를 물었다."시심단이요? 그것이 무엇이죠? 장사꾼인 제가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입니다만..."우소매는 작고 냉정한 어투로 조곤조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치 수백년간 쌓인 원한으로 점철된 느낌의 어조로 이야기하니, 그저 숨을 죽이고 경청할 수 밖에 없었다."천축국에서 발생하는, 갉아먹는 벌레의 알을 밀봉시켜 만든 극락교의 극약입니다. 입으로 삼킨 뒤로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부화하여 심장부근에 벌레들이 옮겨가고, 옮겨간 벌레들은 자연스럽게 심장을 갉아먹는, 살아있는 독이 되죠. 이것을 일정시간동안 막기위해서는 이 벌레들을 진정시켜야하는데, 그것이 당신 아버지가 복용하는 시심정단(弑心停丹)이라는 진정제입니다. 삼일에 한번씩이라고 하셨지요? 시심충(弑心蟲)은 활동시기가 복용일부터 사일주기입니다. 즉, 삼일뒤면 반드시 극심한 고통으로 천천히 죽게되는 극독약입니다."상관형은 우소매의 이야기에 그저 얼굴이 파랗게 질렸고, 그녀의 이야기가 진실인지 사실인지 여부가 필요할 정도로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다, 당신. 그 이야기. 책임질 수 있습니까?? 어찌... 아버지께서 그런 수모를..."우소매는 두 눈을 감고 지난 날을 떠올렸다."저는 극락교 출신 암살자입니다.""뭐...라구요?"상관형은 위국의 얼굴을 보았고, 위국 역시 고개를 저으며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 그녀의 혈색은 점점 하얗게 질려가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피가 거꾸로 도는 듯한 느낌이 머리속 깊은 곳에서 돌고있었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저는 극락의 암살자 출신이라서 극락교주의 방식을 잘 압니다. 그리고 그것이 극락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힘을 필요로 할 때는 시심단을 이용해 노예로 만들죠. 아마 그런식으로 주변 흡수한 문파들을 굴복시켰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특히 상관 소저의 아버님같은 경우는 말씀을 듣자하니 오래전부터 길들였을 것 같군요.""소매... 너."위국은 조심스럽게 우소매를 불렀으나 상황은 이미 오랫동안 굴러온 상태였다. 당문부수기 이전부터 준비되어온 것 같았으니 시간은 많이 지난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럼 지금 아버지의 상태는...""아가씨께서 그분의 안위를 여태까지 보셔왔다면 그간 시심정단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을테니 당장은 괜찮을 것입니다. 문제는 극락교주가 과연 그런 것을 순순히 주겠냐는 것인데..."위국은 벙쪄버린 상관형의 얼굴을 보고는 걱정이 앞섰지만 두 눈을 감고 어떻게든 터져나올 것만 같은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그녀에게 방해되기 싫어 그대로 뇌둘 수 밖에 없었다. 우소매 역시, 자신이 알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 하자니 미안함이 뒤에 몰려왔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스스로가 마주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닥칠 잔혹한 현실을 마주할때 지어야 할 표정을 버틸 수가 없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디 그녀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랬고, 이겨내기를 바랄 뿐이다."그럼 아버지께서 저를 혼인 보내려 했던 것이 설마...""좋지않은 모습을 보이기 싫으셔서 그랬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이 아니면 아가씨마저 그들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것만큼은 막았어야 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그대로 주저앉는 것 같더니 심호흡을 하고는 고개를 저으며 상황파악을 우선으로 하였다. 생각이상으로 냉정한 여장부였으니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을 정리했다."그, 그만... 알겠습니다. 참으로 잔인한 이야기입니다. 무섭군요. 사람을 부리기위해 당사자의 목숨 줄을 담보로 하는 몰상식한이라니..."위국은 덜덜 떨고있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진정시키며 이야기했다."형 아가씨. 일단은 이곳, 당문에서 힘을 기르시며 다음을 기다리시지요. 우리는 서로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됩니다."위국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마침 묻고 싶은 것이 생겼다."그, 그러고보니 위국. 이곳이 당문이라 하셨는데 어찌 이곳에 계시는 겁니까? 공동파가 완전히 새로 탈바꿈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어찌하여 이곳에..."위국은 그저 살살 웃으며 이야기할 뿐이었다."하하... 이제 공동파의 매란국죽은 없습니다. 사실상 과거 매란국죽은 무림계에서는 지워진 것과 다름이 없으며, 우리들은 그저 이름과 목숨줄만 가지고 있는 상황이지요. 여기 우소매도 매란국죽입니다. 그리고, 저는 더이상 과거의 현공문 장문인도 아닙니다. 현공문의 내력도 빼앗기고, 무공도 사용하지 못하니, 이제는 그냥 보통의 아녀자의 몸이지요.""어, 어떻게 그런... 괜찮은겁니까, 위국?""내력은 강제로 빼앗겼으나, 몸은 다행히도 건강합니다. 걱정할 부분은 없으니 안심하시지요."그때 바깥에서부터 하나, 둘, 여럿의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아까 나갔던 인원들이 차례대로 약방으로 들어왔다. 그 중, 상관형의 눈에 유난히 특별해보이던 얼굴이 보였으니, 그녀의 얼굴을 도끼눈을 뜨고는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흰...머리에 푸른 의복에 입술 밑 점...? 흰 머리는 그렇다치고,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용모인데..."하후란은 자신을 보고서 이야기하는 것을 알아채고는 재미있어하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군.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취미신가?""따, 딱히 그런건 아니지만... 신경쓰이는 외모이신지라..."상관형은 그리말하고는 다시 하후란을 쳐다보았지만, 역시 그녀를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장사를 하고 다니며 얻은 정보력은 나름 자부했지만, 자신이 기억하는 용모의 특징은 결코 모를리 없는 것이라 계속해서 자신의 정보와 대조해보지만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었다. 단지 신경쓰이는 것이라곤, 무언가 힘이 없어보이는 행동거지이며, 새하얗게 새어버린 머리. 그리고 옆의 청의를 입은 소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어?"잠시 탄식이 나왔다. 자신이 알고있는 정보와 가장 근접한 인물이 백발의 미녀의 옆에서 부축하고 있는 소녀와 가장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하후란은 그녀의 눈빛을 읽었고, 자신의 옆에서 부축하고 있던 번소천의 눈과 마주치니, 상관형도 곧 그럴싸한 해답을 놓았다."옆의 소녀분의 용모가 탈백유란과 흡사한데 어찌된 이유입니까?"번소천이 답했다."그야 저는 스승님의 직계제자이기 때문입니다."뜬금없는 스승이야기에 놀랐지만, 그녀와 옆의 하후란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니 서서히 그녀의 용모가 겹쳐지기 시작했다. 상관형은 순간 벙쪄서 말이 안나왔다."이...상하군요. 탈백유란이 이곳에 있을리...어? 잠깐. 그러고보니 탈백유란도 공동파의 매란국죽 일지언데, 한동안 행방불명이었고...어?"자신이 생각하는 하후란의 용모와는 전혀다른 인물이 서있었기에 예측할 수가 없었으나, 옆에서 그모습을 지켜보던 위국이 멋쩍게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하하... 형 아가씨? 이분이 탈백문, 하후란 소저입니다.""네?"위국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한번 대조해보니 그녀가 아차하면서 탄식했다. 그녀가 모를만 했다. 그녀를 본적도 없었고, 오로지 소문으로만 접한 것이 전부였다는 것이 혼란을 더욱 가중한 것이었다. 하후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흥미가 생겨 그대로 놔두었던 것이고, 보다못한 위국이 그만 대신 설명해주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었다."국. 좀 더 기다리지 그랬더냐. 이 아이의 표정이 재미있었는데 언니의 흥을 깨다니.""언니! 아무리 그래도 외모도, 행동도 완전히 바뀌신 분이 입만 닫고 계시다니, 너무 불친절하신것 아닙니까?"하후란은 콧방귀를 뀌며 위국의 지적을 그저 가볍게 넘어가려했다."문제를 직면하고 그것의 정보를 머리 속으로 찾아 해결한다. 본녀를 알아 맞추지 못하는 표정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과연 그 아비에 그 딸이니, 총명해보이는 표정이 제법 어두운 밤을 밝히는 반디불(螢)과도 같구나. 뭐, 그 아비는 미간에 표독한 주름만 가득했으니, 딸이 가진 매끈한 피부와는 또 다르려나?""언니!!""하하!"어안이 벙벙했던 상관형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고는 결국 그녀가 모습은 다르지만 탈백유란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다시금 표정을 엄숙히 고쳐잡고 하후란과 눈을 마주했다."안녕하십니까. 탈백유란이시여. 본녀는 상관세가의 고명딸. 형(螢)이라 합니다. 언젠가 꼭 제 두 눈으로 만나뵙고 싶었는데 이리 만나뵈어 정말 다행입니다.""? 재미있는 반응이군. 무엇이 본녀를 만나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 알고 싶소만...?"상관형은 그저 말없이 그녀에게 예를 표했고, 그 모습을 보고는 더더욱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상관형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탈백유란. 아니, 설산파 직계후손 하후매시여. 상관세가의 아버지 상관준을 대신하여 사과드립니다."하후란의 과거 본명이 이자리에서 들려오자 일동은 깜짝놀랐다. 본명이 알려지는 것을 그토록 꺼리던 그녀였지만, 이제와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하후란은 오히려 그 이름이 설산파 멸문의 관련자에 의해 불리어지니 감개무량하더라. 왠지 그리운 기분이 들었고,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도 궁금해지니 귓가가 슬슬 근질근질하기 시작했다."본녀의 본명까지 알고 있었다니. 여기 있는 식구들에게도 그 이름은 밝힌적도 아직 없지만, 이제와서 무슨 상관이겠소. 본녀를 이리 부르는 연유를 여쭙고 싶소만?"상관형의 뜻밖의 사과에 놀랐지만,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했는지가 궁금했기에 하후란은 그대로 그녀를 마주했다. 크게 심호흡하던 상관형은 무언의 각오를 한 듯, 엄숙하고 비장한 자세로 하후란과의 눈을 제대로 마주하고는 입을 떼었다."아버지는 제게 설산파의 멸문에 대하여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나, 과거, 그때의 일에 대하여 조사한 전적이 있습니다. 설산파 장문인께서는 아버지와 의형제 관계였으나, 본녀의 아비가 그 의리를 저버렸으니, 설산파가 멸문된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본녀는 비록 강호인은 아니나 그 의리라는 것 만큼은 두터운 관계라는 것을 지당히 알고있으니 이는 상관세가에 있어서 불초의 빚인 것입니다. 언젠가 한번 뵙기를 바랬는데 행방불명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으니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결국 이리 두 사람을 서로 마주하게 만들었으니 저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왔다 생각됩니다. 부디 가문의 잘못을 본녀를 통해 풀기를 청하니 탈백유란께서는 부디 가벼이 여기지 마시고 엄하게 꾸짖기를 바랍니다."그녀의 각오가 실린 말에 입이 굳게 다물어지는 하후란.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잠시 놀라서 동공이 커졌지만, 그녀의 정중하고 가지런한 몸짓과 언행에 두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계속해서 거만한 자세를 하려 했었지만 그녀의 진심어린 사과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는 듯, 이윽고 하후란도 두손을 공손히 한뒤 그간 거칠게 뱉었던 어투도 바로잡고, 그녀의 몸가짐과 같이 가지런하게 몸을 다잡고는 설산파의 대표로서 입을 떼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과거 설산파의 멸문을 다시금 이야기해주어 감사하오. 나 역시 그대의 가문에 원망이 가득했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당신 아버지의 어린 딸이 그날의 참상을 어찌 다 헤아릴수 있겠소. 원망을 하기엔 너무 멀리왔고, 이제와서 물으려니 그때의 상처는 이미 아물었소. 나 역시 원수를 갚은지도 오래였으니 본녀의 숙원은 그날 끝났다오. 지난 일은 지난 일이오. 더 이상 그날을 핑계삼아 그대를 탓하지도 않을 것이오. 상대가 그대의 아버지 상관준이라면 모르겠소만... 그러나 이리 사과를 받으니 뜻밖이군. 그렇지만 본녀가 느끼기를, 그대가 지난 과오에 대해 깊이 생각하여 내린 결론이라고 생각이들었고, 이제야 나도 과거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 다행이군."상관형은 벌을 받을 것을 각오하고 그녀에게 처우를 빌었으나, 하후란은 그녀의 각오에 오히려 감동받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설산에서의 일을 겪고난 뒤로는 애초에 복수는 끝이 나있었으며, 앞만 보고자 했었다. 그녀의 태도에 놀란 상관형이 물었다"저를... 벌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날의 하후매는 이자리에 없소. 본녀는 그저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이며, 설산파재건을 위해 움직이는 하후란이라네. 그대의 각오를 보았으니, 응당 본녀도 최선을 다해 예를 표하는 것이 도리아니겠소. 지난 시간은 돌아오지 않소. 이미 지난 일이오."상관형은 다시한번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그녀에게 고맙다고 예를 표했다."고...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을지 너무나도 걱정이 되는 군요. 되도록 제 집안에서 보고 들은, 알고 있는 정보를 알려드릴테니 무엇이든 물어보시지요. 성심성의를 다하겠습니다.""그렇다면... 일단 가장 궁금한 사람이 있을테니..."하후란은 모여있는 일동들의 뒤로 시선을 옮겼다. 모두가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고, 상관형 역시 드디어 그녀를 마주했다."아......"저벅.저벅."......오랜만입니다. 형 언니.""......"상관형은 그녀를 마주했고, 차마 눈을 똑바로 마주할 수 없었으니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살아있었구나... 묵령. 다행이야...""네."무엇이 궁금한지, 무엇을 물어보려는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의 아내였기 때문에......"제 지아비는 어디있나요? 그의 행방을 알고 싶습니다. 살아있다면 좋겠지만, 시체의 행방이라도... 알려주세요."상관형은 씁쓸히 묵령을 쳐다보았다."아니야.""......네?"묵령이 놀라 동공이 커다랗게 열렸다. 안다, 모른다라는 대답이 아니었다.' 아니다 '전혀 예상못한 대답이 묵령과 모두들을 놀라게 만들었고, 그녀는 그렇게 상관형의 앞으로 한걸음을 더 내딛였다."어... 어째서죠? 어째서 그런 이상한 표현을 쓰는거에요?"묵령은 한걸음을 더 내딛었다. 상관형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그는 살아있어.""...네?"모두가 수근대기 시작했다. 묵령도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이야기에 모든 신경을 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조활은 살아있어. 단지..."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그런 일이...""예상컨데, 제가 기억하는 그가 아니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시체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엽운주가 밖에서 알아온 정보를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비보와 함께."시체처럼 혈색이 창백했지만, 틀림없습니다. 조 형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를 멀리서 관찰했을 때 느낀 위화감이 있었으니, 사활을 걸고 당문을 지킨 자의 상처라기보다는 몽우리진 수포자국이나, 멍자국이 많았습니다. 거적대기로 대충 감아놓고 구속구를 채워놨었으니 무언가 이상해보였습니다."살아있지만 그 용모가 예사롭지 않다. 엽운주의 기억 속의 조활의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핏기가 없으며 피부는 탁하고 어둡다. 마치 익사체처럼. 온몸을 구속구가 잔뜩 휘감아 묶고는 있지만 숨을 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죽지 않았으나, 시체와 같다는 표현은 딱히 틀린 표현은 아니었다. 엽운주는 분노가 차오르는,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끓어오르는 기분이 가득했지만 그저 이를 악물고 참고 있으니 장문인이 보기에도 그가 진심으로 그를 위하고 있음이 보였다. 두 눈을 감고 그를 직접 마주하지 못 하는 것이 마냥 안타깝고, 과거 그를 무시했던 일들을 떠올리니 마냥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듯, 심한 갈증이 느껴졌다. 옆에 있던 양유시는 그런 장문인의 상태를 알아채고는 물을 떠다 그에게 건냈다."고맙구나.""예."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예상을 하지 못하겠다. 어째서 그들은 조활을 그런 상태로 만들었으며, 그를 이용하려 하는 것일까? 숱한 고생을 못이기고, 금방이라도 당문을 박차고 나갈 것이라 여겼던 예상과는 달리 꿋꿋하게 당문을 지키던 그를 좀 더 일찍 살펴보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했다."포의야."당포의는 그의 주변에 항상 있었다. 그와 밀접했고, 이야기도 자주 나누었으며, 지기는 아니었지만 그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대사형이었으니, 무언가 알고 있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에 그를 불러세웠다."말씀하시지요. 장문인.""조활은... 어떤 아이였더냐...?"당포의는 지난 날을 머리속으로 되새기기 시작했다."바보같은 놈입니다."짧고 간결한 그의 한마디. 그리고 숨을 들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하라면 하고, 붙잡으면 붙잡히고, 덤비라면 덤비는 일자무식이었지요. 정말 곧은 녀석이었습니다. 여자욕심도 없습니다. 오로지 소사매 뿐이었지요. 일편단심에 자신이 생각하는 정도(正道), 무도(武道)는 오로지 하늘아래 당문 뿐이었습니다. 세상이 그를 못생기에 조각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든 악착같이 버티던 돌부처같은 놈이었으며, 결국 무릎 꿇지않는 일편단심의 의지로 소사매도 취했습니다. 무공은 장문인의 허락아래, 망형편을 기초로 주변 여러무공을 통달했습니다. 비록, 당문의 무공을 익히지는 않았으나, 주변의 여러무공을 통달하고는 제가 없는 동안, 당문의 기둥이 되었습니다. 당문이 멸문하는 그 순간에도 당문을 지키던 최후의 전사였습니다. 조활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이었고, 오로지 한 우물만 계속파던, 집념의 당문인이었습니다. 마지막 무림대회에서 그를 감히 평가하길, 그는 당문 장문인의 재림이다. 라고 평가했으니, 당문의 무공을 모른들, 그는 진정 장문인의 뒤를 잇는 당문의 정신, 그 자체라고 생각되어집니다."당포의의 조활을 향한 생각은 너무나도 거대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당문의 외성사제였지만, 그 누구보다도 당문인이었음을 몸소, 이자리의 모두에 알려주니, 그 누구도 감히 그의 생각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는 장문인도 마찬가지였다."나는 그의 아비에게 작은 부탁을 받았다고 그것을 지키는 것에만 급급했구나. 난 역시 그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당문이 그지경이 되는 데도 끝까지 당문을 지키기위해 외성제자의 위치임에도 자신의 몸을 희생하다니. 나는 부끄럽구나. 나는 부끄럽구나. 나는 부끄럽구나......"마치 통곡과도 같은 장문인의 이야기가 주변으로 잔잔히 울려퍼졌고, 엽운주도 검을 잡은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손을 옆에 있던 양유시가 따뜻하게 잡아주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듯 했다."엽랑께서 이렇게 제 옆에 계신 것도 그분 덕이라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엽 아가씨도 그분 덕에 삶을 연장할 수 있었다고 들었으니, 이는 엽가에서도 크디 큰 은인이니 하루빨리, 조속하게 그분을 구해야한다고 생각되어집니다. 무슨 연유로 그런 모습을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제 의술의 힘이 닿는 곳이라면 어떻게든 그분을 되돌릴 것입니다."당중령은 그녀의 이야기에 든든함을 느꼈다. 이리도 주변을 이롭게 해줬으니, 그를 되찾아야하는 이유가 되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딸을 위한 목표가 되었다. 무림계의 원상복귀도 목표이지만, 누구보다 소중한 한 사람이니, 그를 원래대로 되돌려야겠다. 그리 생각했다."허나 어째서 그를 데려간 것일까? 어째서 그를 이용한 것이 되는 것이지?""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추론해도 되겠습니까?"당쟁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당중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당쟁은 두 눈을 감고 생각하다 입은 열었다."조활의 신체는 보잘것 없으나 의외로 특별하다고 여겨집니다. 아까 대사형도 언급했지만, 여러 무공을 습득하고 그것을 문제없이 사용했습니다. 문제는 이것입니다. 저도 그를 유심히 관찰했지만, 그는 당문암기총강에 의거한 망형편의 이치를 통달한 달인일 뿐, 볼품없는 골격과 신체능력을 지녔습니다. 문제는 그의 습득력, 흡수력입니다. 그가 어떤 무공을 어떤 출처로 익히고 습득을 했던, 그것을 구사함에 있어서 주화입마를 가볍게 피하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지만, 저는 문제없는 그의 신체의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되어집니다."당쟁의 이야기에 핵심이 보이는 듯 했다. 그저 머리속에는 불안한 생각만이 떠오르니, 마른 침만 꿀꺽 삼킬 뿐이었다."기골이나 신체능력은 보잘 것 없으나, 그 습득력과 흡수력은 일반인과 무림인을 초월한다. 그리고 단 한번도 주화입마하지 않았으니 조활의 신체는 비범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조활을 데려간 이유라는 것이냐?"당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극락교의 이인우는 딱 한번 그를 마주한 전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사형이 죽었던 그날이지요.""너...!? 그때 보고있었냐??"당쟁은 당포의의 이야기를 무시한채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당시 조 사제와의 짧은 합 속에서 무언가 느낀 것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무공은 제각각이며 정신없는데, 그것을 아무런 타격없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의 신체에 의구심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당중령은 말없이 수염을 쓸어내릴 뿐이었다. 당쟁은 그의 눈치를 보며 다음이야기를 이어나갔다."그가 조활의 외모를 어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연구할 가치는 있다고 여겨볼 것은 분명합니다. 여러가지 인체실험을 자행하겠지요. 그에게 지금 무슨 짓을 할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제 의견대로 조활은 인체실험의 제물로서 사용되고 있는 것인지, 다른 무언가의 이유로 인해 이용당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측에서 계속해서 정찰을 가던, 빠르게 마교도들을 치던 속단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의 신체가 어찌 훼손될지 전혀 감이 안오는 군요.""그, 그렇다면..."엽운주가 짧게 탄식하며 식은 땀을 흘렸다. 당쟁도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 나머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엽 사제가 본 것은, 실험의 잔재를 본 것일 확률이 높다. 조활의 구속구는 도망치지 못하게 할 조치일 가능성이 높고, 신체를 거의 시체 수준으로 굴렸을 거라 생각되는군.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 추측만으로는 그럴 확률이 높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또 한번 하늘이 무너져내렸다.
월영전(月鍈傳) (20). 끝.
자주 무너지네요... 너무 같은 레퍼토리만 나오는 것같아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