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딱 일주일만인데 어째 그간 연재속도하고 비슷하네요?
좀 준비해보겠다고 오랫동안 시간잡으려 했는데
일단 저지르는게 좋겠다 싶어서 올려봅니다.
제 소설은 언제까지나 팬픽이며 2차창작이고, 활협전 본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심만 가득한 글임을 밝힙니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헉... 헉... 으윽... 으흐윽... "그의 말을 듣고 얼마나 달렸을까. 그녀는 제대로 눈물 흘릴새도 없이 그곳에서 가까스로 뛰쳐나왔다. 그녀의 경공은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뾰족한 바늘과도 같아서 그 누구도 자신의 옆을 지나쳤을 것이라 생각조차 못 했다. 그녀가 달려나간 자리는 흔적조차 알 수 없었으니 그들 중 두눈달린 고수들만이 그녀를 따라 추격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아무리 고수라 하여도 그녀의 경공을 따라가기 벅찼다. 거리는 점점 아득히 멀어져가고 따라잡지 못해 그녀의 궤적만 겨우 따라가는 것이 전부였다.그녀가 달려가 흘러들어간 곳은 어느 깊은 산 속. 그녀는 추격하려는 자들을 피해 숨어들어간 곳이었고, 정처없이, 빠르고 가볍게 숨을 장소를 모색했다. 그리고 안전하다싶은 그런 자리를 발견하면 재빠르게 높은나무 위로 뛰어올라 주변을 샅샅이 뒤져 미세한 움직임을 찾아 사방팔방을 둘러보고, 아니겠다 싶으면 얼른 다른 안전한 장소를 물색했다. 그렇게 안전한 장소를 찾으면 그곳에서 마른 낙엽을 여기저기서 모아 이불삼고 힘들었던 하루를 겨우 지냈다. 그리고 마치 맹수를 피하기위해 극도로 예민한 초식동물처럼 늦은 새벽에도 귀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켜 주변에서 좋지 않은 소리가 나면 곧장 일어나 이슬처럼 자리를 뜨고 피난처를 옮겨다니니 그렇게 지낸 세월만 어느새 이십구일이 지나 공동파에서 어느정도 가까운 남쪽 밑자락 산까지 당도했다.몸과 마음이 부서질 것 같이 고통스러웠지만 오로지 달리고 달릴 뿐이었다. 그가 외친 마지막 바램을 지키기위해서 숨고, 달리고, 뛰고, 입을 막고 숨을 죽였다.쏴아아아..."......!!"비가 부슬부슬 오는 아침. 그녀는 또 다시 악몽을 꾸고 놀라 깨어났다. 누군가를 잃는 꿈을 꾸었다. 마음 속 깊이 가두어놓은 기억을 다시 꺼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억을 꺼내게되면 또 다시 펼쳐질 지옥같은 악몽에 사로잡혀 반복되는 상황으로부터 벗어나지 못 하게 될지. 그녀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두렵다. 그날이 있은 뒤, 홀로 떠돌아 다닌지 어느 덧 삼십일이 흘렀다.삼십일 전. 당문은 새롭게 결성된 무림맹에 의해 멸문되었다. 그 결과, 장문인은 행방불명. 당문의 모든 사제, 사형, 사매들이 뿔뿔이 흩어졌거나 죽었다. 홀로 남겨진 자의 고독은 말로 형용 할 수 없는 것이니, 오로지 살아남은 자만이 그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살게 될 것이다. 그녀는 살아남았지만 그녀에게 이제, 더 남은 것이 없었다. 단지 하나의 외침만이 그녀의 머리 속에 각인되어 정처없이 떠돌았고 그 덕에 살아남기를 본능적으로 행동했다.' 살아남아...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 그렇게... 그렇게... '그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 또 다시 머리 속으로 흘러들어오자 눈 앞이 점점 흐려졌다.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고통 만이 지속된지 벌써 삼십일. 단지 살아남으라는 외침 하나만으로 꿋꿋이 버티고 버티고... 버텼지만 이제 더는 버틸 힘이 나지 않았다. 그대로 눈을 감으면 모든 것이 편해질 텐데... 그렇게 생각이 들기 시작했을 무렵, 그녀의 곁에 누군가가 다가왔다.바스락. 바스락."저... 저기..."" ......!!"이런 어두운 산 속 깊은 곳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리라는 것은 꿈도 꾸지 못 했다. 더군다나 너무 피곤한 나머지 인기척도 못 느끼고 다가왔으니 당황함에 어젯밤 흘렸던 식은 땀이 내리는 비와 함께 뒤섞여 났다. 그녀의 자그마한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고, 자신에게 다가온 자가 자신을 해 하려온 사람이겠거니 스스로가 착각하기까지 와버렸다. 하지만 그 걱정도 곧 상대의 이야기와 어투에 누그러졌으니 떨리는 방울소리와 함께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짤랑짤랑."괜, 괜찮으십니까??"자신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뛰어오는 그녀의 모습은 보통의 산 속에서 지내는 아낙의 모습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녀가 적이 아님을 알고는 그간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아쳤고 안색이 단박에 파래졌다. 급히 다가온 그녀가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맥을 짚고는 한시가 급하다는 것을 알고는 말했다."소저. 어디의 아가씨인줄은 모르겠으나 안색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그간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갈 곳이 없다면 함께 동행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상태를 보아하니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부디 경계를 거두시고 저를 따라 이곳에서 멀지않은 제 집으로 같이 가시지요. 그곳에는 저와 같이 사는 친구포함 셋만 있으니, 소저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지금같이 주변이 어수선한 때에 여기서 혼자계시면 발각되어 끌려가시거나 객사하실 겁니다. 소저?"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모습에 그동안 쌓여온 힘들었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사람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이 사람을 따라가면 무사하리라는 보장이 있는 것일까? 그것 외에는 다른 것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 모르는 타인은 믿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뿐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살고자하는 생존본능이 그녀를 살아남으라 떠밀었다."...으...으흐흑흑... 살려... 주세요... 제발... 흑흑..."그저 눈물만 흘러내렸다. 너무 힘들고 각박했다. 혼자된 자의 지독한 고독은 혼자된 자만이 알 수 있다.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그저 자신의 옷고리를 꽉 쥐고서 눈물흘리고 흐느끼는 소녀를 그대로 감싸 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가녀리고 작은 등도 두드려주었다. 차분히... 차분히... 그녀가 진정이 될 수 있도록..."이제... 괜찮을거에요..."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소죽. 소국은 어디갔어?"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키작은 여자의 곁으로 다가가며 묻는다. 키작은 여자는 두툼한 장갑을 껴고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 불을 켜는 중이었다. 조그마한 불씨를 가지고 천천히 장작속으로 밀어넣어 후, 후, 숨을 불어넣으니 조금씩 장작으로 불씨가 옮겨붙었다. 서서히 불씨가 타오를때 즈음 붉은 옷의 여자가 점점 아궁이 쪽으로 다가오니 키작은 여자가 얼굴을 찌푸리며 오지말라 하는데 마치 성낼듯 했다."장작불 떼는데 오지마. 옷 타는 꼴 보고싶어?"둘이 마침내 부딪혀 버렸다."뭐?""뭐."둘 사이를 소용돌이치는 묘한 긴장감. 말 그대로 광명속에 날개를 펼친 주작과 거친 대지의 그림자 속에서 웅크린 현무의 웅장한 눈빛이 그녀들이 있는 장소를 강타했다. 그러나 그런 대치도 오래하고 싶지는 않은 것인지 잔뜩 웅크린 현무 쪽에서 먼저 고개를 돌렸다."에휴... 아니다. 내가 너무 성냈나보다. 미안. 요즘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섰어."그렇게 이야기하고는 그녀들의 대치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왔다."소국은 밭에 갔다가 약초가 떨어져서 캐러간다고 했어.""그래?"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싫어서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둘 사이를 잠식한 좋지않은 기운을 천천히 흘려보내니 . 그리고는 계속해서 아궁이에 불을 떼면서 입을 열었다."네 분심화인 때문이지 뭐."우소매의 가슴 속 깊숙히 박혀버린, 생명을 갉아먹는 저주. 내공을 사용할수록 그녀의 내부가 활활 불타오르는 악성종양과도 같은 빌어먹을 저주가 그녀에게 걸려있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소매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는 바닥만 바라볼 뿐."소국은 사방팔방으로 널 고치려고 돌아다니는 것 같아. 그 미꾸라지같은 화룡선군도 그 난리통 속에서 불타죽었는데 그 저주는 안 풀리는게 신기하네."살짝 섬뜩했지만 설마하니라는 괜한 예감이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아직 살아있는거 아니야?""......무섭기도 해라."서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주고받고나서, 욱죽이 아궁이에 불을 떼니 나무가 자작자작 소리를 내면서 세월 좋은 소리와 함께 불타올랐다. 소매는 그런 불타오르고 있는 장작을 보고있자니 마치 자신이 분심화인으로 인해 내력이 불타오르는 것 같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잠시 섬뜩했지만 공동파가 무너진 후 갈곳 없어진 자신을 거둬준 위국과 욱죽을 떠올리니 이곳이 과연 자신이 있을 곳이라 생각하며 안심했다. 화룡선군이 심어놓은 분심화인 때문에 내력과 생명이 깎아먹히는 저주에 걸려 더 이상 무공은 일절 사용 못 하는 상황이 되어버려 답답했지만, 그 덕분인지 자신이 탈출한 극락교 암살자들의 발걸음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는 한숨돌리고 그저 이 숲 속 깊은 곳에서 평범하게 살고자 했다.깡! 깡! 깡!욱죽은 활활타오르는 아궁이에 제법 두툼한 철덩이를 집어넣다가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을 모루 위에 올리고 망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욱죽의 모양새를 보고 우소매는 간질간질거리던 호기심이 가슴 속에서 나왔나 본지 넌지시 물어본다."소죽, 뭐하는 거야?"욱죽은 그녀에게 망치질을 멈추고 하늘을 높이 바라보곤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에 다시 망치를 다잡고 내려치며 이야기했다."음... 그냥 세월보내기라고나 할까? 살림살이 차리는게 보통 일은 아니니 일단 공동서 가져온 자재로 뭐라도 만드는거야. 지금 가지고있는 망치도 거의 다 헤졌으니 새로 만들거고.""호오..."깡! 깡! 깡!망치질하는데 옆에서 뜨거운 줄도 모르고 활활 타오르고 있는 아궁이 불앞에 앉아있는 소매를 보고는 안쓰러웠는지 빨갛게 달궈진 철덩이를 담금질하러 그녀의 앞에 놓인 물통으로 가져갔다."뜨겁다. 소매. 잠깐 떨어져봐.""아, 응."우소매는 그저 어린아이처럼 순순히 숨 죽이고 욱죽의 작업을 지켜보았다. 그런 그녀를 슬쩍 바라본 욱죽은 예전에 알던 천방지축 소매와는 사뭇 다른 차분한 느낌이 들어서 이질적이었지만 조용한 것도 나름 운치있었는지 신선하다고 느꼈다.공동이 무림맹에 의해 그리 쉽게 무너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치 무림맹의 행보는 전 무림을 박살 낼 것같은 기세였는지 하나하나 문파들을 지우고 다녔다. 당문을 시작으로 전진, 점창, 아미, 공동이 지도상에서 사라졌고 그들을 필두로 송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이름을 금이라 칭했으니 아마도 금나라와 손을 잡은 무림맹이라고 볼 수 있겠다.무림맹이 공동파에 쳐들어 왔을 때, 이미 공동파는 내부적으로 썩어있었다. 탈백의 구혼수를 필두로 공동파 대부분이 무림맹에 결탁했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은 사로잡히거나 참 당했다. 그중에는 위국, 욱죽, 우소매가 있었으니 그녀들은 그저 사로잡혀 죽어갈 긴박한 상황이었다. 위국은 현공 장문인의 자리에 서서 어떻게든 대항하려 했지만 그녀는 공동파 안에서는 그들에 비하면 그저 힘 없는 여자일 뿐이었다. 그래서 결국 위국은 그녀들을 살리고자 자신이 지닌 현공문 장문직과 비전내공인 철비파공을 넘겨주고는 더 이상 무림인도 아닌 홀몸으로 공동파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공산이라는 곳으로 둘과 함께 내려갔다. 깊은 산 속, 과거 자신이 혼자 살던 작은 집으로 들어가 은거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보름이 지난 후의 지금이었으니 그녀들만의 지기로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소국이 늦네...""약초질이 어렵긴하지. 소매. 어두워지기전에 불 밝히자."집을 둘러싼 울타리 문 안으로 놓인 작고 투박한 호롱 안에 기름을 넣고 불을 붙이니 자그마한 불빛이 주변을 밝힌다. 아궁이의 불도 어느덧 시간이 지나 작아지니 욱죽이 남아있는 장작을 털어넣어 꺼져가던 불을 다시 밝히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어느덧 저녁 준비가 끝난 시점이 되자 아직도 오지않는 위국을 기다리자니 슬슬 걱정이 되는 우소매였다."많이 늦네...""그러게. 소매. 좀 살펴보고 올래?"그때 우소매가 누군가 집으로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는 나가는 것을 그만두었다."어... 괜찮을거 같은데?""그래?"저벅저벅.짤랑짤랑.위국이 누군가를 부축하면서오니 도움이 필요해보인 듯, 우소매가 달려나가 그녀들을 맞이했다."소국...? 누구를 데리고온.... 어? 어어??"소매는 위국이 부축해 데려온 소녀를 보고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위국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왜 그래요 소매? 혹시 아는 사람인가요?"한달 전. 이 소녀도 그곳에서 죽었으리라 생각했었다."무, 묵령?? 어, 어째서 이곳에... 살아있었던거야??"소녀는 오랫만에 듣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쳐다보았다."......매, 매 언니...!"묵령이라 불린 소녀는 간만에 얼굴을 보게된 우소매의 얼굴을 보고는 그대로 그녀에게 안겨 울기 시작했다. 우소매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충격에 휩싸여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위국은 그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당황했지만 그녀 둘이 간만의 재회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파하고 싶지는 않은 모양인지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때, 그 모습을 보던 욱죽이 달려와서는 물었다."뭐, 뭐야? 누구를 데려온 거야?"우소매가 묵령을 안고 토닥토닥 다독이며 말했다."그... 당문 장문인의 딸이야."...."네??""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코.... 코.....당묵령은 그녀들의 방 구석에 깔린 이부자리 안에서 곤히 잠들었다. 한달을 숲 속에서 숨어다니면서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다가, 사형, 사매들에게 배운대로 나무뿌리나 주변의 먹을 만한 것들을 찾아 그것들로 하여금 겨우겨우 목숨 줄을 연명하고 다녔다고 했으니 여태껏 살아남은 것이 용 할 정도였다. 묵령은 그녀들이 주는 간만의 따뜻한 음식을 먹고, 속에 가득찬 찬기운을 개워내고 따뜻함을 채워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어느정도 되찾았다. 그리고는 그간의 피로와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 잠에 드는 것도 일사천리였다.잠든 그녀를 보던 셋 중 욱죽이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 쉬었다."후우... 고생... 많이 한 것 같지?"우소매가 답했다."당문이 멸문됐다고 전해 들었을 때는 정말 끝났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당문의 피는 강인하구나. 게다가 멸문된지 한달이 다됐는데 주변을 피해 산속을 바꾸고 다니면서 살았다고 하니... 어린 나이에 꽤 힘들었을텐데..."위국이 우소매에게 물었다."그나저나 소매는 어떻게 저 분을 아시는 거죠?"뜨끔.욱죽이 자신의 손바닥에 주먹을 탁 치며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었는지 그 주제를 꺼냈다."그래그래. 그러고보니 너 이전에 공동파를 나간 적이 있었잖아. 그리고 나서는 어느 날 갑자기 공동파 뒷산 부근서 금오돼지가 끌고 온걸 우리가 봐서 다행이지... 그때 나와 소국이 겨우겨우 뜯어 말려서 데려오긴 했는데... 설마 그때랑 연관있는거야?"우소매에게 있어서 기억조차 하기 싫은 최악의 일이었다."윽... 기억하기도 싫은 과거를 들추다니..."당시 볼 일이 있어서 위국과 욱죽은 공동 밖에서 잔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금오상인이 우소매를 들쳐업고 가던 모습을 발견하지 못 했다면 지금쯤 그녀는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 생각만해도 아찔했다. 그리고 발견 당시 우소매는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정신이 나가 힘없이 늘어져 있는 상태였기에, 금오상인에게 무슨 일이냐고 따지고 들었더니 처음에는 호통만 오갔지만 계속되는 현공문 장문인으로서의 질책에 질색이 난 듯 단약을 건네 먹이라 하고는 소매를 놓고 사라졌다. 이후로는 단약 덕인지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한참을 울던 소매를 겨우 어르고 달래 현공문아래 그녀를 숨겨 보호 할 수 있었다."...그때 이후로 뭘 물어봐도 답을 안했었지요. 이번에는 그 앞일들을 꼭 들어야겠습니다."위국의 눈빛이 매섭게 소매의 눈을 쏘아댔고 그녀는 결국 올것이 왔구나 싶어 한숨을 쉬곤 입을 열었다."하아... 말하기 싫은데..."위국과 욱죽이 눈에 불을 켜고 그녀의 말을 경청하려하니 소매는 꽤나 부담스러웠는지 고개를 돌리고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그, 그래. 공동파를 나가서... 당문의... 제자가 됐었어.""다, 당문의 제자요??"그녀들의 놀람은 당연한 것이었다. 어느 날 니교가 쳐들어온 틈을 타 도망친 곳이 당문이었다는 것 자체가 놀랄 주제이긴 했다. 어디로 갔는지 그녀들이 얼마나 찾아다녔던지... 게다가 당문의 제자라니, 듣도보도 못한 그녀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어... 공동에 있을 적에는 따분하기만 하고 귀찮은 것들 투성이라 너무 싫었어. 그나마 같이 놀던게 화섬전 뿐이었는데 알다시피 새와 노는 건 한계가 있지. 그러다가 유학생 하나가 눈에 차들었어. 별거 아닌데도 심지만큼은 곧길래 호기심에 매번 따라다녔고, 그러다가 란 언니 제자가 되는 것을 봤을 때는 좀 정신없었지만... 그러고나서 강릉사변 이후 니교가 공동으로 쳐들어왔을때 당문으로 도망친걸 그 유학생이 받아줘서 장문인의 허락으로 제자가 된거야."욱죽과 위국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니 너무 놀라 그저 쳐다보기만 했고 소매는 그저 부끄러워 할뿐이었다. 그때 위국은 그녀의 이야기속 유학생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어 물었다."라, 란 언니의 제자요? 자, 잠깐. 그 당문의 유학생이라는게 설마..."공동파 유학생들 중 가장 소문이 자자했던 인물이 있었다. 촉중당문에서 유학온, 얼굴은 괴기스러우며 몸집은 작고 그냥 보기만 해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외모를 지닌 인물. 누구하나가 그에게 관심조차 주는 것을 꺼렸지만 유학생들끼리에서도 탈백문 하후란 아래에서 수련했던, 실력만큼은 인정했던 인물."맞아. 당문의 외성제자. 조활. 아마 우리 중 제일 먼저 만난게 소국이지?"위국은 그날의 그를 아직도 세세하게 기억한다. 누가 뭐라고 속삭여도 꿋꿋하게 자신의 정도를 거닐던, 현 무림에는 보기힘든 의기의 남자였다는 것을... 그녀에게 무림인의 외모 생김새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못 생겼다는 주변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평온하게 거닐던 그는 보통 기개의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고 그의 당찬 포부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분명히 유학생들 중에서는 마음가짐이 남달랐습니다. 오히려 그런 내면적인 부분에서는 장문인의 위치에 있었던 저라도 분명 배울 점이 많았던 사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이를 듣던 욱죽도 그를 마주한 적이 있었기에 가장 기억나는 때를 기억해 말했다."그... 그렇긴하지. 내가 눈이 잘 보이지않아서 나도 모르게 그를 집어던진걸 그냥 넘어가 주더라니까?"
우소매가 놀라서 물었다."아니, 네가 집어던졌는데 살았다고?"그녀는 열골마였다."......넌 뭐가 중요한거니."우소매가 한숨을 쉬고는 이어서 지난 기억을 더듬고는 말을 이어갔다."그렇게 당문에 들어갔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지. 그런데 당문은 정말이지... 살 맛나는 천국이었어. 누가 그들을 그렇게 협잡고 그런건지 이해가 되지않을 정도였지. 이래서 유학이란게 중요해서 널리 퍼뜨리려고 했는지 모르겠어. 공동은 비좁고 음침한데 당문은 전혀 아니었어. 장문인부터 기개가 곧고, 제자들은 아활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니, 공동파가 무림맹과 손잡고 멸파 되는 길을 선택한 것과는 다르게 당문은 지조가 있었어. 그래서 당문이 멸문당하기 전까지 필사적으로 무림맹을 막았다고는 했지만... 그게 벌써 한달이라니... 믿을 수가 없지..."그녀들은 우소매의 이야기를 듣고는 구석에서 곤히 자고있는 묵령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작은 숨소리가 너무나도 안쓰러웠다."그래서... 결국 그 조활은..."너무나도 안타까운 소식은 진작에 들었지만 다시금 그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마지막까지 버텼다고 해. 결코 쓰러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굳게 서서 죽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고... 시체를 그들이 수거해갔다고 들었어. 가져가서 대체 뭘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안타깝지. 알지도 모르는 곳에 소리소문없이 묻혔을지도..."그녀들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장차 무림의 중심일 수도 있겠다고 느낀지라 더욱 더 그의 말로가 비참하게 느껴졌다. 당시 당문은 무림맹에 맞서, 서무림맹만 결성하면 어느정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공동파는 그럴 여력이 이미 없어져서 도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당문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문파들에도 무림맹에 맞서 싸우자고 전갈을 보내고 사람을 보냈지만 결국 모든 준비가 틀어져 당문만이 새롭게 결성한 무림맹을 상대로 결사항전하게 되었다. 결국 당문은 멸문의 길을 갔지만... 그리고나서 당문의 멸문을 필두로 그들을 그저 방관만 했던 이름만 유명무실한 문파들 마저 무림맹에 의해 멸문되었다. 여기서 그녀들이 느낀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당문은 송나라 무림의 진정한 마지막 불꽃이었고 그 안에서 마지막 남은 기둥이었던 조활만큼은 이 시대 무림의 중심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는 것이다."후우... 괜히 어두운 이야기는 하기 싫었지만, 별수있나. 이미 지나간 이야기이고, 지금 금나라의 무림은 무림맹이 장악했으니 함부로 나갔다간 붙잡힐 것이 뻔하고... 좋지 않아...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아직은 숨어지내는게..."위국도 땅이 꺼지도록 크게 한숨을 쉬었다."저도 이젠 장문인도 아니고, 내공도 모두 잃은 신세에 무엇을 더, 어떻게 해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전처럼 그저 글을 쓰면서 살아가야 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할지가 관건인듯 싶습니다. 소죽과 소매는 어찌 할 것인지요?"욱죽이 말했다."언제까지 무림맹의 눈을 피해 이곳에 틀어박힐지는 모르지만,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알다시피 나는 무공수련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이 투박한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대장간 일이니 나는 이쪽으로 갈 것이야. 그나저나 소매는... 괜찮겠어?"그녀의 분심화인이 걱정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덕분에 무공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신세가 되었으니 무얼해야 할지가 막막한 상황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빌어먹을 저주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만은 간절했으나 전혀 진전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뭐... 나는 무공만 안쓰면 되니까... 답답하겠지만, 그래도 살아야지. 여태까지 했던대로 소국을 따라서 밭일을 하거나 약초를 캐는 일에 전념해야 할 것 같아. 이참에 농부가 되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지?"위국은 그런 생각을 하게된 우소매를 보고는 한편으로는 기특하다 여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를 보고도 도움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뿐 이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얌전한 사람이 되어버린 그녀를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여 아쉬움이 남아버린 위국이었다."일단 오늘을 넘기고 내일 생각해봅시다. 지금은 밤이 깊었으니, 오늘을 쉬어야 내일 또 움직일 수 있겠지요. 겨우 안정을 찾은 당소저의 몸도 살펴보아야 하고, 소매의 분심화인은... 제가 어떻게든 방도를 찾아보겠습니다."우소매는 위국의 말을 듣고는 크게 고개저으며 가로되."아, 아니야, 소국! 난 괜찮아. 괜히 나 때문에 시간을 할애하지마,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무리하게 내공을 끌어올리지만 않으면 될 일이야. 그리고... 이제 무림이라면 지긋지긋해... 괜찮으니까. 농업의 기초를 가르쳐주거나 필요한 일이 있으면 나를 쓰도록 해. 화섬전도 있으니까 도움될거야! 분명..."위국은 필사적으로 폐가 되지 않으려는 그녀의 발버둥이 그저 안쓰러웠다. 이는 그녀가 진정 원하는 바가 아닐 터. 위국도 최대한 그녀를 돕겠다 마음먹었으니, 그녀의 집념도 보통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그날의 밤이 천천히 지나갔다.
월영전(月鍈傳) (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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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짓기 가장 편한 건 원래 있는 이야기에 덧붙이거나 추가하는 것인데 이번엔 그걸 버리고 좀 어려운 길을 갔습니다... 아예 창작의 영역으로 들어가서... 일단 엔딩은 생각해뒀고, 조활은...글쎄요 ㅎ | 25.02.26 21:5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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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고 겨우 살아 도망쳤지요. 구 공동 매국죽을 만난건 그나마 기적중의 기적입니다. | 25.02.28 16:37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