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부랴부랴 올립니다.
슬슬 더워지는데 더위 조심들 하세요.
재미없고 모자란 제글을 봐주셔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정진하겠습니다.
제글은 활협전 본편의 이야기와 이어지기만 하는 2차창작, 팬픽임을 알려드립니다.
루리웹 활협전 게시판에만 올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심하다 심해. 누가 너를 그렇게 만든거야? 평소에는 자신감 좀 있는 너였는데 이정도로 널 농락할 줄이야. 굉장해."어둡고 음습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빈 목조건물안에 여성 셋이 있었다. 한명은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고, 다른 한명은 열심히 그녀의 일들을 들어가며 잘했냐는 둥, 못했냐는 둥, 말을 이래저래 뿜어낸다. 부상당한 그녀는 자신이 질거라 생각치도 못 한 상황에 습격을 당해서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치욕이야. 이런 기분은 천등루에서도 느끼지 못했는데. 하후란... 탈백유란의 목숨은 다잡은 것이었는데. 그자가 나타나서는 다 망쳐놨어! 용서못해...""경공은 네 특기잖아? 그런데 막상 갑자기 난입한 자가 알고보니 비협(飛俠)인데다, 너보다 경공이 뛰어났을 줄 누가 알았겠어? 용케 살아남은게 다행이지 싶은데?"그녀의 뛰어나다고 하는 경공을 슬쩍 깎아내리는 듯 이야기를 했더니 그것이 귓가에 멤돌아 슬쩍 쳐다보게 만들자 상처고 뭐고 달려들 것 같던 기세를 다른 한명이 겨우 잠재우기 바빴다."동매(瞳梅). 그만. 서란(徐蘭)은 할만큼 했어. 그래도 서란의 기지 덕분에 그자도 어찌저찌 많이 당한 모양이니 우리하고 비등하거나 그 밑이겠지. 게다가 생각치도 못하고 등장한 고수인데 서란이 그를 당해낼 재간이 그리 있진 않았어. 일반적으로는 말이야. 오히려 유효타를 먹인게 대단한거지. 그래도 지금은 회복이 우선이야.""그렇다. 회복이 우선이지."어느 늙은 남자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들어와 다친 서란의 모습을 주욱 쳐다보자 그녀들은 서둘러 예를 갖추어 그를 맞이했다."장파인(掌派人)!""쳇...""......"다들 저마다 장파인을 부르는 반응이 다르니 대충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거대로 그렇다 생각한 모양인지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는 그리 달갑게 보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하였다. 부상당해있던 서란이 서둘러 예를 갖추려하자 아서라는 듯 손을 펴고 막았으니 그저 땅만보고 말문이 끊어졌다. 장파인은 혀를 쯧쯧 차고는 그녀들에게 이야기했다."천등루(千等樓)가 생각보다 작았나보군. 드넓은 무림에 강자 한 명을 만나니 이리 힘쓰기도 어려워서야. 뭐, 수확은 있었으니 괜찮겠지. 서란은 그렇다치고 동매(瞳梅), 남국(枏菊). 중원무림을 돌아다녀본 소감은 어떠한가?"동매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고는 퉁명스레 이야기했다."남궁(南宮)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선비의 무공이라니. 신선이라도 되려는 자들인 것입니까? 풍류와 부채술의 재간따위는 천등루의 발끝에도 못미칩니다. 무공은 자고로 신속. 암행. 일격필살입니다. 적의 목숨을 취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무림인에 적합치 않습니다.""그러다 서란처럼 조용히 끝내지 못 한다면? 구 매란국죽을 한꺼번에 잡아낼 기회였는데 상황이 갑작스레 바뀌어서 오히려 도망쳐오지 않았더냐?"서란이 그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항의했다."갑자기 그자리에 비협(飛俠)이 튀어나온 것을 어찌합니까? 그자는 오로지 깃털하나로 나를 농락하던데 그것이 마치 살아움직이는 것 같더군요. 그건 무슨 절기입니까? 당문에 그런 경지는 천등루에서도 들어본적이 없는데."구혼수는 깃털이라는 말을 듣자 순간 두 귀를 의심하듯 깃털이라는 단어를 다시한번 되뇌었다."깃털? 비연유성령(飛燕流星翎)을 사용했다고? 그 젊은 것이? 하긴 당문 대사형의 자리에 이르렀으니 당중령이 그것을 전수하지 않았을리는 없긴 하지만. 그런 막되먹은 절초를 쓰다니..."서란이 무슨 말인가 싶어 다시 물었다."비연유성...령? 뭐요 그건? 깃털(翎)? 방울(鈴)?"그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는 서란의 어이없는 질문에 시름시름 앓는 모습을 보인 뒤 답했다."깃털(翎)이다. 직접 봤다고 했다하지 않았느냐? 깃털이 시야에 날아들면 그 주변은 모조리 초토화된다고 하고, 그것에 당한 자는 수십조각으로 썰린다고 하니 심히 강력한 절초이다. 과거 극락교 우호법이 당중령 장문인의 그것에 당했다. 극락교에 그런 큰 사건이 있었는데도 정녕 그 이야기를 못 들었다고? 천등루에서 대체 뭘 보고 배운 것이냐?"남국이 조용히 손을 들고 말했다."서란은 그때 자고 있었습니다.""나, 남국, 너!""내가 뭘?"서로 앙숙같이 티격태격 싸우더니 장파인은 그모습을 보고는 헛기침을 하며 상황을 정리했다."흠흠. 여하튼 우호법이 그것에 당했으니 보통 절기는 아니다. 비협이라고 했던가? 그는 한번 죽고 살아난 자다. 이유는 이전 좌호법의 행방불명과 연관 있겠지. 하다못해 당시에 종사(從士)라도 살아있었다면 모르겠지만 비협무리들이 좌호법과 동시에 토벌했으니 아마 구전윤회대법을 탈취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그렇다면 설마.""그 설마가 맞을게야. 마존(魔尊)과 같은 경우로 되살아 난 것일 것이다. 나름 쓸모는 있던 금오사자가 당시에 마존과 함께 제거했다고 했으니 만약 구전윤회대법을 미리 익혀두었다면 죽은 뒤에 대법이 발동했을 거다. 물론 그가 살아날 수 있던 직접적인 원인은 그자가 직접 맞이한 마존의 내공이겠지. 어처구니 없게도 참으로 기이하구먼. 죽음을 피하는 자라..."남국이 이를 지켜보다 장파인에 물었다."그나저나 복죽(宓竹)은 어디갔습니까? 같이계신 것 아니셨습니까?""그 아이는 당문으로 다시 보냈다. 급파가 말하길, 당문에 지금 당가 따님이 혼자 있다는 구나. 우소매, 금향궁 살인마, 하후란의 제자까지 어디론가 떠났다고 하니 없는 상황이 곧 기회라. 이 참에 확실하게 정리해야지 않겠더냐?"동매가 그의 이야기를 듣더니 마치 감화된 듯 크게 말했다."그렇습니다! 하루빨리 무림평정을 완수해야 비로소 극락의 세상이 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목숨을 아끼지 않겠습니다!"남국은 그녀의 깊은 충성도에 감화된 어투를 듣더니 한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의 붉게 물들인 손톱을 슬슬 다듬으며 복죽이라는 자를 상당히 신뢰하는 듯 말했다."뭐, 소죽 혼자서는 괜찮겠군요. 당가 따님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으나 소죽이라면 겨우 되살아난 당문도 쪽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게다가 그 근방에는 서하를 좀먹던 악한(惡漢)들이 몰려있으니 구경 간다치면 제가 먼저가서 봤을 듯 싶군요. 그 쓰레기들... 하는 짓만 보면 구역질이나지만 이런식으로도 쓸수있으니 마냥 쓸모없지는 않군요. 단, 그와는 별개로 당 소저의 실력도 보고 싶고, 겸사겸사 토벌되는 그 놈들도 보고 싶으니 잘되는 꼴은 둘다 보고싶지는 않습니다."장파인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그 악한들이라면 안타깝게도 와해되었다. 당문 따님께서 힘 좀 쓰시나 보구나. 더불어 그들을 휘어잡고 있던 점창파 파문제자도 같이 토벌되었다고하니 그 주변은 깨끗해진 듯 하다. 다만 그를 잡은 것은 다른 인물이었고, 급파 조차도 그가 누군지를 도통 모르겠다고 하니 그 부분은 주의해야할 듯 하다."장파인의 이야기를 들은 남국이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당 사저의 일화에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정말... 굉장하군요. 당문 근처에 세력이 꽤나 팽배해 있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그 많은 놈들을 정리할 줄이야... 그래도 그 근처를 청소하면서 극심한 체력소모가 있었겠지요. 그래도 소죽이라면 가장 믿을만하니 당문 정리도 매우 수월할 것입니다."장파인은 혀를 차며 당문에서 있던 일을 떠올리자 그것은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았다."과연... 그럴까? 오히려 나는 당중령의 딸이라는 명패가 마음에 걸린다. 직접 보고 왔지만 역시 잠재력하나는 출중한 여식이었다. 만약 그 잠재력이 터져나온다면... 복죽은 위험해지겠지...남국이 조심스레 되물었다."그정도...입니까?""말해 무엇하겠느냐. 내가 느낀걸 이야기 한것 뿐이다. 불안함은 또다른 불안함을 불러일으킬 것이니..."그는 자신의 커다란 도를 닦고있던 그녀를 불렀다."동매.""넵, 장파인."동매는 열심히 닦고있던 대도를 어깨에 걸치고는 장파인의 명령을 기다렸다. 마치 그가 무엇을 말하려하는지 알고서는 움직이는 것 같았다."하명하시지요.""혹시 모르니 너도 가거라.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그 이야기를 듣고는 알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모든 것은 마존과 공동파를 위해."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그래서... 당신은... 누구란 겁니까?"당문 삼사형의 무덤 앞. 삼사형의 죽음도 제대로 기리지도 못하고 위험한 기운을 풍기는 한 여성이 묵령의 앞에 등장했다. 엽운주는 이미 자리를 떠난지 오래였고 조운 마저 그녀의 곁에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홀로된 자리에 불에 벌겋게 달궈진 송곳이 온몸을 후벼파는 듯한 아찔한 전율이 묵령을 감싸고 있었으니 그 여성의 기운은 범상치 않았다. 묵령은 그간의 일들에 힘이 풀려 반쯤 감긴 눈으로 갑자기 들이닥친 그녀를 마주했지만 정신이 평온하지 않아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묵령은 현재 반쪽짜리, 아니 그보다 더 반쪽짜리 당묵령이 되어 있었다. 이미 서로가 만나 무언가 소통을 한 것 같지만 묵령은 넋이 나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위험한 기운을 풍기던 상대방은 묵령의 모습을 보고는 한숨쉬며 입을 열었다."제 이야기가 귀에 잘 안 들어오신듯 하니 다시 설명드리지요. 무림맹 극락교단 공동파의 신(新) 매란국죽. 그중 복죽(宓竹)이라 합니다. 이정도 소개라면 제가 왜 당문에 온 것인지 아실거라 생각될 것이라 사료됩니다만."문득, 얼마전 당문에 들이닥친 무림맹을 자처하던 마교가 떠오르자 눈에 스멀스멀 빛이 차올랐지만, 역시 아직도 정신차리기에는 부족한듯 여전히 얼빠진 묵령이었다."얼마전에 오신 분들인 것이면 역시... 저를 처단하기 위해서 온 것 인가요?"간신히 입을 열고 대충 떠오르는 그들의 염원을 되뇌어보니, 그녀는 당문과 당가의 핏줄을 노리고 다시 돌아온 모양으로 보였다. 그것도 전투인원이 없을 순간을 노린 기습. 하지만 기습이라기보다는 홀로 자신 앞에 당도했고 공격보다는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의아해 했다. 그러나 그녀도 결국 마교. 묵령은 슬슬 정신을 차리고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반갑지 않은 손님이란 것을 잘 알고있던 그녀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당신을 포함한 당문의 모든 것을 청소하러 온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세력을 이끌고 급습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혼자 몸을 이끌고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것이구요. 대화는 좋은 소통 수단이죠. 저는 싸움 전, 도중에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끝이 났을 때는 이야기는 필요없게 되지요. 보통은 말입니다."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땅을 바라보고있던 묵령은 잠시동안 침묵을 지키다 한숨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뱉어냈다."그 이야기는 마치 제가 그다지 위협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다라고 들리는데 맞습니까?"복죽은 묵령의 위협섞인 어투에 흥미를 느끼곤 그녀가 자신을 더 잘 알수 있도록 자신감을 뽐냈다."제 능력에 스스로가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습니까? 저는 당신만 쓰러뜨린다면 당문을 멸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니 서둘러 당신을 죽이고 싶군요. 아, 제 이야기가 무례하단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름 제 신념이 '정정당당'이라서요. 이전에 구혼수 영감의 기습은 솔직히 마음에 안들었지만 당신이라는 존재를 봐버렸으니 그때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했습니다. 당신의 움직임, 당신의 절규, 당신의 무공. 저를 채워줄 것 같았거든요. 참으로 기대됩니다."무언가에 홀린듯 자신의 신념을 입으로 내뱉더니, 거기에 더해서 묵령을 향한 기분나쁜 이야기를 늘어놓자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사람 목숨을 너무 가벼히 하는 군요 당신. 마음대로 죽이겠다니 말겠다니... 살인에 정정당당은 없습니다. 그저 목숨을 빼앗는 행위일 뿐이에요."처음 사람의 목숨을 거두던 날이 생각났다. 소름끼칠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녀로서는 분명히 명분이 존재했기에 나름 정당했다고 여겼다. 당문의 일원으로서."하지만 당신도 서하에서 떠내려온 악한(惡漢)들을 죽이지 않았습니까? 물론 당문의 주변을 그렇게나 장악했던 더러운 쓰레기들이지만 그렇다고해서 당신 역시 그 손에 물들은 피의 낙인은 본인을 살인자가 아니라고는 말 못할 겁니다. 설령 그것이 무림인이라는 정당성이라고 해도요."심히 거슬리는 이야기로 묵령의 심기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복죽은 그녀의 풀린 눈을 어떻게든 살려보려 툭툭 던진 것에 가까웠기에 좀 더 싱싱한 먹잇감으로 되살아나 도망치거나 몸부림치길 원했다. 그리고 그것은 서서히 먹혀들기 시작했고 그녀의 눈에는 서서히 구석에 몰려 자신을 노려보기 시작한 먹잇감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입맛을 다셨다."이상한 곳에서 주장을 펼치는 군요 당신은. 당문의 식구들을 그리 만든 것도 모자라 당가의 땅에 쳐들어온 자들이었습니다. 그런 악한들을 청소하는 것은 당가의 핏줄로서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 자들에게는 명분이 전혀 없습니다. 당신들이 당문을 급습한 것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공격적이었고, 나는 그들을 처단해야했습니다. 죽어나간 사람들을 위해."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먹잇감이 눈을 부라리고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 가히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도 서서히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재미있군요. 좋습니다. 이제 좀 싸울 기분이 나신 것 같아 기쁩니다. 제 도발이 잘 들어맞는 것 같아 다행이군요. 천하제패(天下制覇). 극락통일(極樂統一). 이것은 천등루에서부터 전해왔던 제 삶의 의미이고 이뤄야할 목표입니다. 그러기에 당문은 눈엣가시이니 저는 당신을 쓰러뜨려야 겠습니다.""......"복죽은 한참을 떠들고나니 한결 시원해짐을 느꼈지만, 자신의 앞에는 이미 분노에 쌓여 한껏 또렷해진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묵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순간이 도래했다. 잠시 주변의 공기가 고요해졌다. 아무 것도 없는 것같은 분위기가 그녀들의 주변을 잠식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깨뜨리는 한마디."이름을... 가르쳐주시지 않겠습니까?""당가... 묵령(默鈴)..."짤랑짤랑."당신에게 어울리는군요. 잠잠한 방울이라... 춤이나 한번 추실까요. 소저?""용서하지 않겠어...!"허리춤에 손이 동시에 가고는 번개같이 빠르게 휘둘러 암기를 내던지니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기며 싸움의 시작을 알렸다. 복죽이 말한 쓸데없는 이야기에 정신이 팔린 덕에 싸움에 집중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이것이 복죽이 깔아놓은 덫이라면 기꺼이 걸려주겠다는 생각으로 싸움에 임하기 시작했다.펄쩍펄쩍!땅을 짚고 공중제비를 하며 뒤로 빠지던 묵령은 입에 무언가를 머금고 주변에 뿜어 독연(毒煙)을 흩뿌린 뒤 자신의 모습을 감추자 복죽은 그것을 겉돌며 암기를 수없이 쏘아댔다.휙! 휙! 휙! 휙!"암기를 팅기질 않으시니 맞지는 않으셨고...!"연막에 들어간 암기는 팅겨내는 소리 하나없이 조용했으니 재빨리 몸을 숨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냉정한 눈으로 주변을 샅샅이 확인하고 눈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경공의 실력자임이 파악된 복죽은 귀에 모든 청력을 집중시켰다. 그 어떤 작은 소음도 잡아낼 정도로.짤랑짤랑.미세하게 들리는 방울소리에 서둘러 뒤를 바라보니 묵령이 단검을 빼어들고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복죽의 얼굴에는 절로 미소가 터져나왔다.' 우, 웃어? 어?? '..."잡았다.""?!"묵령의 뻗어들어오는 단검을 손목의 아대로 방향을 흘려놓고는 재빠르게 그녀의 안면으로 달려들어가니, 겁도없이 들어오는 복죽의 기세에 순간 놀라 뒷걸음질 쳤다. 복죽은 완벽히 사냥꾼의 눈을 하고 있었으며 움직임 또한 거침이 없었기에 묵령이 뒤로 빠졌다 한들 결코 속도가 뒤쳐지지 않았다. 섬뜩한 기세에 묵령은 어쩔줄 몰라했지만 순간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그대로 얼굴을 들이밀어 복죽과 박치기를 했다.쾅!!"으윽...!!""하윽...!"서로의 이마가 깨질 듯이 부딪혔으니 둘의 고개가 크게 뒤로 빠지면서 접근전이 잠시 멎었다."이, 이 상황에서 머리를 들이민다고?""하아... 하아... 윽...!"새빨갛게 떨어지는 핏줄기가 서로의 눈앞에 보이니 그제서야 머리를 어루만지고 닦아냈다."마냥 작은 아가씨일줄 알았는데 담도 크시군요.""난... 당가의 딸이자, 그이의 아내이니까.""......호오?"그렇게 감탄을 하고나서 복죽은 허리춤에서 도끼를 꺼냈다.' 도끼? 부(斧)법이라니,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는 본적없어. 보통 내기가 아니야. 저사람. '여 무림인이 도끼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였다. 심지어 그것을 야만적이라며 배척하거나 무거워서 들고다니는 사례는 대부분 남성에게만 있었으나 여자, 게다가 무림인 여성이 들고 다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으니 그녀가 무슨 무공을 사용할지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묵령의 당황한 표정을 보아하니 복죽도 그 이유를 알아차린듯 설명하기 시작했다."검(劍), 도(刀), 주먹(拳), 무엇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요. 그나마 이게 가장 마음에 들어서 고른 무기입니다. 제 무공이 당 소저께 맞을지 모르겠네요. 다소 과격할 것입니다만."휭휭휭휭!도끼자루에 묶여있는 기다란 줄을 잡고 원을 그리며 돌리니 그 원심력으로 불어내는 바람이 주변에 퍼지기 시작했다. 듣도보도 못한 묵직한 소리에 처음 일합이 비로소 시작이겠거니 생각되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가 도끼를 자신에게 던지려는 찰나를 예리한 눈빛으로 잡아냈고 그 순간에 재빨리 달려들었다. 하지만 복죽은 이정도는 예상한 듯,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보통 일반적으로 던지기 전에 달려들더군요."복죽의 섬뜩한 말 한마디에 불안함이 몰려왔지다. 그러나 묵령은 자신의 경공을 믿었다. 무엇이든 피해보이리라.' 이초식 물향기! '물향기의 경공이 복죽을 감싸들어갔고 빠르게 뒤를 잡았다. 뒤를 잡고 들어가려는 찰나, 심상치 않은 미소를 보았고 불안함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자신의 행동을 읽은 것처럼 미소를 지었기에 방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내딛은 발을 물려 뒤로돌아가 상황을 볼 수는 없었다. 한 발을 내딛었으면 그 앞의 풍경을 반드시 보리라."이걸로 잡았...! 어?"복죽의 손에 있던 도끼는 어느새 보이지 않았고 언제 던졌을지 모를 기다란 줄만 팽팽히 잡고 있었다. 순간 그녀의 미소의 의도를 알아채고 복죽의 뒤를 노리던 묵령의 뒤를 저멀리서부터 도끼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서둘러 다가오는 도끼를 피할 틈도 없이 뒤돌아 막아내야 했다."어, 어느새!? 윽!""회선부(回線斧)."쩌어엉!!묵령의 단검이 도끼를 막아내니 묵직한 쇳덩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졌고 그 무게의 충격이 묵령의 손목에 그대로 전해졌다."아윽...!"파르르르 떨리며 손목에 통증이 몰아쳤고 이를 악물며 참아보려 했지만 살아서 겪어보지 못한 첫경험은 뇌리에 강렬히 새겨지기 충분했다. 한쪽눈을 감고 고통을 호소하는 묵령이 다시 자세를 잡기도 전에 복죽은 곧바로 도끼를 받아잡고는 뒤돌아 그대로 묵령의 얼굴을 향해 내리찍었다."역역부(力逆斧)!""윽! 잔(潺)걸음!"얼굴을 내려찍으려오는 도끼와의 위태로운 간격을 잔걸음으로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얼굴만큼은 온전치 못했다.주륵.얼굴이 도끼날에 베여 선홍색 피가 피부를 타고 떨어졌다. 복죽은 묵령의 재빠른 반응과 경공에 놀랐는지 그녀를 그저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이윽고 미소를 지으며 묵령의 신들린듯한 움직임을 평가하기 시작했다."과연. 당가의 피는 그냥 있는 것이 아닌 듯 하군요. 경공이 이정도 수준이라니. 대단합니다. 게다가 그 짧은 간격을 물아일체(物我一體)하여, 물 흐르듯 빠져나오시다니. 당문의 무공에도 꽤나 심오한 경지가 있군요. 조금만 늦었어도 당신의 수급을 챙길뻔했습니다. 다 즐기지도 못했는데 우울해질 뻔 했습니다.""허억... 허억... 당신. 정체가 대체 뭐야...?"묵령의 피가 묻은 도끼날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던 복죽은 천천히 음미하였고 그것을 입으로 되새김질하며 꽤나 마음에 든 듯한 표정을 짓더니 묵령의 말에 답했다."저는 그저 천등루 살수 일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당신과 춤을 추는 중이구요. 당신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묵령 사저. 자, 이어서 마저 춰볼까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아직 많습니다!""윽!?"복죽은 재빠르게 줄이 묶인 도끼를 직선상의 궤도로 던졌고 묵령이 정직하게 뻗어오는 그것을 한번, 두번, 세번 공중제비하여 뒤로 빠졌다. 거리가 상당히 빠진 것을 확인하고 줄을 잡아당겨 다시 도끼를 잡고는 도끼날에 공력을 실어 붉은 부기(斧氣)를 묵령을 향해 흩뿌렸다."적월파(赤鉞破)!"날카로운 붉은 부기는 정확히 묵령에게로 뻗어나갔고 그것을 본 묵령은 주먹에 기운을 싣고 가볍게 공중으로 뛰었다."낭아지세(狼牙之勢)! 송곳니!"빠르게 경공으로 다가가 날카로운 일격의 주먹을 날렸지만 복죽은 전혀 밀리지 않는 기세로 주먹을 흘린 뒤, 묵령의 팔을 잡고 그대로 관성을 이용해 바닥에 패대기쳤다."커헉!! 윽!!"등부터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그 충격을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 고통에 몸부림치던 묵령은 이를 악물고 죽지 않기위해 아픔을 생각하기도 전에 피해야 했다.쿵!복죽의 도끼날이 다시한번 그녀의 얼굴을 향해 떨어졌고 그것을 피하기위해 두손을 땅에 짚고 서둘러 빠져나와 몰려오는 고통도 잊은채 바로 주먹을 날렸다.턱!묵령의 주먹은 고통으로 인해 쇠약해져 있었고 그 강고했던 권장이 허무하리만치 쉽게 잡혔다. 뒤이어 아까전에 부딪혔던 등으로부터 고통이 밀려들어와 숨을 쉬기가 버거워지기 시작했으니 얼굴색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복죽은 고개를 좌우로 끄덕이며 고통에 힘겨워하는 묵령을 가여워보이는 표정으로 바라봤다."헉... 헉... 헉... 윽...""고통스러우시군요. 그 고통, 저도 잘 알고있습니다. 내상과는 전혀다른 느낌의 고통은 곧바로 뇌와 심장, 온몸에 각인되죠. 게다가 고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방금전 외상으로 기절까지도 할 수있는 수준입니다만, 제가 본 사람들중 외상을 정신력 하나로 버티는 분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칭찬할만 하군요."묵령에게는 외상의 고통에 대한 내성이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나마 지금껏 낭아지세의 기운을 온몸에 둘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어찌보면 그 고통을 받아가면서 일일이 피하는 것은 묵령의 강인한 정신력이 한몫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고통도 지금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복죽이 그녀의 주먹을 밀어내고 거리를 크게 벌린 다음 다시금 도끼를 집어들고 묵령에게 달려들었다."강력부(强靂斧)!"커다란 쇳덩이의 도끼가 벽력의 기운을 내뿜으며 간신히 서있는 묵령을 향해 날아갔고 그것을 보고는 겨우겨우 짜낸 기력으로 단검을 이용해 바닥으로 팅겨냈다. 여전히 도끼의 충격이 강고한지라 그것을 받아낸 손목의 뼈가 산산조각이 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콰창! 턱!"으윽!!"겨우겨우 힘을 짜내 도끼를 바닥에 박아냈지만 그녀에게 이이상 틈을 보이며 가만히 있을 여유따윈 없었다. 이를 악물고 전신의 기운을 간신히 쥐어짜 묵령보(默鍈步)를 사용했고, 무기가 없을 지금을 기회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거리가 좁혀진 시간은 실로 경이로웠을 정도였으니, 고작 눈을 깜빡하는 일순이었다."?! 뭐, 뭐야 이 경공은!?""으아아아악!!"뱃속에서부터 응어리진 분노어린 소리를 지르며 낭아지세(狼牙之勢) 송곳니의 날카로운 주먹을 묵령보의 속도를 추진력으로 이용하여 그대로 복죽에게 내질렀다. 갑자기 내질러온 그것을 두 손을 모아 겨우 막아냈지만, 놀라움과 동시에 경이적인 위력으로 인해 충격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 여파로 일정하게 냉정함을 유지하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으니 단검이 횡을 그리며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이, 이정도 쯤!"다리를 일자로 올려뻗어 단검을 든 손목을 하늘로 걷어찼지만, 묵령은 동시에 땅을 박차고 내딛으며 공중제비를 한바퀴 돌았다. 올려쳐 들어오는 손목의 충격을 상쇄시킨 뒤, 곧바로 공중에서 세바퀴를 돌아 발을 휘둘렀고, 동시에 복죽 역시 돌면서 발을 맞받아쳐 움직임을 멈췄다. 이에 늦을세라 서둘러 도끼의 줄을 끌어당겨 가져오려 했지만 묵령은 바로 그 줄을 밟아 딸려오는 도끼를 멈춰세운 뒤, 달려가 그녀의 얼굴을 걷어찼다."악!"보기좋게 멀리 떨어져나간 복죽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숨쉴 시간도 주기 싫어 또다시 달려들으려 했지만, 묵령 역시 쉬는시간도 없이 움직인 탓에 호흡이 가빠져 한걸음을 내딛기가 버거웠다. 복죽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무호흡 공격에 당해버린 것에 대해 너무 놀랐고 걷어차인 얼굴을 감싸안았다. 그저 얕보기만 했던 그녀는 이로서 묵령을 굉장한 고수라 머리 속으로 각인하는 순간이 되었다."허억... 허억...""괴, 굉장해... 강하군요, 당신."숨을 가쁘게 고르고 있던 묵령은 어떻게든 회복을 해야 했지만 방금전의 공격도 현재 제대로된 몸상태가 아니었기에 그저 타격을 준 것에 그쳤다. 그래서 그런지 복죽은 몸의 먼지를 털며 일어섰고 걷어차인 얼굴을 슥슥 닦더니 다시 이전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묵령은 경악스러웠다. 어찌되었든 자신이 현 상황에서 내지를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시도해 보았지먀 그녀에게 작은 타격으로만 그쳤기에 자신의 상태가 말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마음이 온전치 못해 천지무성세도 무너진 상황이라 최악이었다. 하지만 앞서 묵령이 계산한 시간이 곧 다가왔다."당신... 아직도... 그런 여유가 있는거...야?"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는 묵령이었으나 전혀 아랑곳하지않고 그저 냉정한 목소리로 입을 여는 복죽."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여유없어보이는 분은 아무리봐도 당신 뿐이..."흔들..."......어?"순간 복죽의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정신도 점차 몽롱해지는가 싶더니 눈이 풀리고 시야가 흐릿해짐을 느꼈다. 묵령이 놓은 덫에 걸린 것이었고 이는 시간이 적당히 맞아 떨어져 다행이라 여겼다. 약간의 도박이었지만 결국 이끌어내는데에는 성공한 것이다."대, 대체 무슨...! 마비독이라고? 독연은 내가 분명 날려놓고 스스로 점혈하여 독에 대한 대비를 했는데 이, 이게 어째서...?!""후우..."묵령은 숨을 고른후 심호흡을 하여 깊숙이 들이쉬고 내뱉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져 굳어진 피를 보았다."전 당문의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피를 이어받은 자 이기도 합니다.""......피?"떠올랐다. 그녀가 스스로 박치기하여 머리가 까져 피가 나올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순간과 도끼날에 묻어나온 묵령의 피를 음미했던 순간이."설마... 당문은 생활방식이 독극물이라더니 피 속에 마저도 독이 흐른다고?? 말도 안돼. 아무리 내성을 기르기 위해서라지만 자신의 몸 속에 독을 채워넣는다니... 정말 정신이 나갔... 헉..."슬슬 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기 시작한 복죽이 싸늘해진 눈빛으로 주변을 덜덜 떨며 기어가려 안간힘을 썼지만 마비독이란 것은 생각보다 강력한 효과를 보였기에 정신이 혼미해질 뿐이었다. 식은 땀은 얼굴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질 뿐, 그 누구도 이 상황에서 이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당문에서는 늘 독을 섭취합니다. 당신에게 중독된 독은 무영(憮影)이라고 합니다. 이는 독에 대한 내성을 기르기 위해서도 있지만 혹시 모를 일에도 대비하는 것이기도 하죠. 일반적인 독내성을 길러봤자 웬만해서는 소용없을 겁니다. 이것은 당문만의 독자적인 독이니 말입니다. 박치기는 의도한 것이었으나 도박이었고, 도끼날의 피를 섭취하시길래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저에겐 천운이었지요.""쿨럭... 으..."몸 안에서 나는 구역질나는 냄새를 느낀 것인지 구토를 하기 시작했고, 전세는 단 한방울의 핏방울로 인해 역전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묵령은 결코 잊지 않았다. 그녀가 당한 치욕을. 울분을 기억한다. 무림맹에 습격당한 그날의 기억을. 묵령은 고통에 괴로워하며 쓰러져있는 복죽에게 다가가 앉아 물었다."하나 묻겠습니다.""으으... 으..."묵령은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고 물었다."제 부군은 어디로 데려가신 건가요...?""부... 부군이라니...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짝!묵령의 원한가득한 손바닥이 얼굴에 뜨겁게 작렬했다.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충격이 그녀를 감쌌지만 도통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몰랐기에 당황한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묵령의 눈에는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원한의 눈빛만이 올곧게 응시하고 있었다"......""무림맹이 가져간 제 부군은 어디 있습니까?! 대답해주세요!!"짝! 짝!"제발......"복죽은 그녀의 원한 가득한 손바닥에 알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맞고 있는 도중에도 그녀의 말의 의미를 잘 몰랐지만 원망의 기운이 가득했기에 알 수 있을 것 같아도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묵령은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복죽은 의아해하며 쳐다보고 있었다."왜 우십니까?""......"그때 그녀들의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소죽!! 너 이자식!!""!?"커다란 검기가 묵령을 덮치려 날아왔고, 재빨리 그 자리를 박차고 피했으니 이 공격은 단순히 복죽과 묵령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위협일 뿐이었다."도, 동매?! 어째서 이곳에??""설명은 나중에! 설마, 네가 당할 줄은.""방심했어. 습관이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줄은...""뭐? 또 피 먹었어? 그게 어쨌다고??""도, 독이야... 그녀의 피속에 독이 흐르고 있어...""뭐?? 앗?!"짤랑짤랑.그녀들의 장소로 장(掌)이 날아와 덮쳤고 동매는 복죽을 업어들고 빠르게 빈자리로 옮겨 피해를 흘렸다."젠장. 방심할 수 없다는 장파인의 말이 맞았네. 어떻게 된거야?""독에 당한 것 뿐이야. 습관때문에 일이 이지경이 되다니...""뭐, 어때. 나도 있으니까 이제 괜찮아. 내가 대신 상대할게."복죽은 묵령에게 가려는 동매의 옷자락을 잡고는 길을 막았다."왜그래?? 내가 질까봐 그래?""그, 그게 아니야. 느낌이 안좋아. 저사람, 자기 부군을 찾고있어. 혹시 당문부수기 당시에 당문사람 누구 한명이라도 데려온 사실, 알고 있어?""무슨 소리하는거야? 당시에 데려올게 뭐가있다고? 죄다 시체들 뿐이라고만 들었는데?"그녀도 역시 아는 것이 없었으니 복죽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당최 알 길이 없었다. 그때였다.짤랑짤랑.등골이 오싹해지는 불길한 기운이 그녀들을 덮쳤다. 소름이 돋고 발은 움직이지 않으며 감히 고개를 뒤로 돌려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지가 두려울 정도였다. 입술을 깨물고 밀려오는 공포감을 뒤로한채 억지로 고개를 돌렸을 때는.짤랑짤랑.태양빛을 등에 진채 그림자에 가려진 묵령의 모습만이 보였다. 마치 원한에 사로잡힌 망령과도 같았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손에는 방울을 잡은 채로 그녀들을 바라보며 흔들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심연 속의 공포였다."뭐, 뭐야. 아까까진 멀쩡했잖아?? 왜 저래??""으윽... 일단 이자리에서 빠져나가자 빨..."짤랑짤랑."당신도... 극락의 매란국죽입니까?".....묵령이 입을 열었다."이제는... 나도 참지 않겠어... 더 이상 참지 않을 거야. 이 울분을, 이 고통을, 이 슬픔을..."묵령이 뿜어내는 저릿저릿한 기운이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고 동매와 복죽은 그 모습에 압박감에 억눌려 감히 몸을 가누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뭐야... 이 이질적인 기운은??""윽... 이 감각... 빨리 벗어나야..."짤랑짤랑.묵령의 손 위로 그녀의 전신에 묶어뒀던 방울들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고 바람의 기운이 방울에 전해져 자그맣게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방울이 그렇게나 바람에 흔들리는데 소리하나 나지 않는다. 방금전까지도 들려왔던 괴기스러운 방울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방울을 바라보던 묵령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천지무성세(天地無聲勢). 최종(最終)."..짤랑짤랑..."비연유성령(飛燕流星鈴)."
월영전(月鍈傳) (15). 끝.
이야기에 개연성이 있었나 계속 봤지만, 혼자 검수는 역시 어렵군요. 잘 모르겠습니다ㅜㅜ
무슨 소리를 적어놨는지 저도 헷깔립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급 최종보스 분위기를 풍기는 소사매였습니다. 저도 적응이 안되는 군요. 별일이 쌓이다가 이제서야 터졌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자를 잘 보세요. 다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