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의 나라
지구는 다시금 나치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
미국을 필두로 모든 나라의 지배 계급은 총 단결하여 나치를 숭상했다.
기업의 출근 시간은 모든 업무가 준비된 시간을 지칭하지 그 자리에 나타나야 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기업의 퇴근 시간은 그때가 정시가 아니라 업무가 끝나는 시간이었다. 모든 업무는 인공지능 보조 로봇으로 감시되어 쉴 수 없었고 쉬는 시간이라도 늘어질 수 없었다. 기업에선 많이 회식을 했는데 대체로 그 자리에서 남자고 여자고 상사의 성기를 핥고 빨아야 했다.
해고되어 일정 기간 이상 실업자로 있으면 처형되었다. 업무 능력이 부족한 노인, 장애인, 정신병자, 환자, 장기 실업자는 가정에서 끄집어내 생체 실험된 뒤 처형되었다. 처형되면 팔다리의 고기는 정육점에 팔렸고 장기는 이식되었다. 3차원 프린터를 이용해서 장기를 만들어 이식하는 것 보다 더 싸구려로 먹혔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대체로 실업자로 밀려 나기가 더 쉬웠기에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는 일로 많이들 먹고 살았다. 이런 식의 거대한 아기 공장들이 곳곳에 세워져 우수한 자의 난자와 정자가 합쳐진 수정란들로 생식된 아기들이 대거 태어나 인류의 새로운 세대를 만들었고 나치로 교육되었다. 하지만 얼마못가 인공자궁이 생기자 아기 공장의 여자들은 학살되었고 인공자궁으로 복제인간들을 찍어냈다.
이런 세상이 열린 것은 우파가 지배 계급의 사탕발림에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우파는 자신들도 상대적 약자이기 쉽고 때문에 약자일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기본을 몰랐다. 이는 우파가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타인은 도구에 불과하며 약자는 그저 괴롭혀야 제 맛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치라는 지배 계급의 노예들이 죽인 사람만 수십억이었다.
이런 세상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곧 지배 계급도 패망했다. 지배 계급이 이런 세상을 연 것은 극소수 IT 부자들이 인공지능과 가상현실로 혼자서 먹고 사는 세상을 바란 데에 굴복했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로 혼자서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었고 모든 걸 혼자서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모든 일자리를 차례차례 제거했고 나치들은 일자리에서 쫓겨난 사람들을 윤간한 뒤 처형했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도 냉혹했고 자원을 많이 얻음으로서 얻어지는 더 큰 권력을 바랐다. 권력은 나눌 수 없는 것이고, 권력이 남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모조리 숙청하는 것은 자명했다. 가상현실은 친구 없어도 혼자 만족할 수 있게 했고, 뇌를 연결시킴으로서 인격의 독립성을 파괴했다.
그리하여 단 1명의 부자가 나머지 전 인류를 멸종시켜버렸다. 그 1명의 부자는 태어날 때 1조 달러를 증여받은 자였다. 혹자는 1조 달러를 증여 받을 수 있는 자는 없다고들 했지만 실상 대부분의 부는 숨겨져 있었다.
이는 니그라토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파가 돈이 목숨 보다 무겁다고 외치면서 모든 이의 삶을 계량화 수치화 타자화하는 것을 즐기는데 왜 우파의 삶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남의 고통과 불행을 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쾌감을 느끼고 더 나아가 남을 괴롭히는 행동도 하는 폭력배는 2살 이상은 몽땅 죽여야 한다는 니그라토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201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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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 전에 쓴 엽편SF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