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신화, 중앙신화의 사이에 현인신이 있었다
1.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질문에 답했다.
“신 님이 되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내게 의문이 잔뜩 들어간 표정으로 물었다.
‘어째서 신이 되고 싶은 거야?’
누군가가 그리 되묻자, 나는 기침을 잠깐 했다. 큼, 크흠. 간단한 답이었다. 양 팔을 벌리면서,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
“모두를 보살피면서 지켜 주시잖아요!”
그 때의 나는 분명,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았다.
* * *
……아.
작은 호흡과 함께 눈을 떴다. 눈을 뜨니 꽤 늦은 시각이 된 모양이었다. 해는 이미 정오에 가까울 정도로 떠 있었으니까. 뭐, 그건 아무래도 좋다. 방금 꾼 꿈. 꽤 지루하고 싫은 꿈이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주 꾸었던 꿈이었다.
맴, 맴. 매미 우는 소리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렸다. 햇볕이 뜨거웠다. 방 안을 가득 메우는 바람에 깨고 말았다. 적당히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한 번, 두 번. 여전히 통제가 되지 않는 몸을 흐느적거리며 일어섰다.
“아직 일어나지 않으신 걸까….”
의외로 잠이 많은 두 분을 깨우러 방에 가 보니 이게 웬 일, 없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곧장 두 분의 방으로 가보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이러실 분들도 아니고 실제로도 이런 일이 곧잘 있진 않았기에 조금은 의아한 기분도 들었다.
쨍쨍하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이런 날에 어디론가 나가는 건 분명 곤란한 일이다. 그것 또한 말없이.
짤랑, 짤랑. 바람이 살짝 불었다. 틀에 걸린 풍경이 움직였다.
“으음, 어디로 가버리신 걸까?”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지만 그럴 날이 없었다. 심심하면 가출을 해버리는 두 분 덕일까. 한숨이 나왔다.
“…어딜 가셔선 말도 없는 건데요.”
그리 속으로 생각하며 세안을 했다. 차가운 물의 느낌이 너무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오늘은 두 분을 모시지 않아도 되니, 확실히 시간적 여유가 많아졌다. 평소였더라면 분명 스와코 님이 칭얼거리고, 카나코 님이 그런 스와코 님을 보며 어린아이 같다, 며 조롱을 한다. 그리고 스와코 님은 그런 무심한 말에 카나코 님께 반항하고…
“아…?”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을… 정신 차리자. 아무도 없는 때에 훨신 노력해야만 해. 풍축이라고 불리는 자라면 몸가짐을 언제든지 단정히 해야 한다. 두 분이 없어도 해나갈 수 있어.
점심을 준비하자. 오늘따라 늦게 일어난 일은, 기분 탓일 지도 몰라. 두 분이 계시지 않는다고 해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멍하니 있을 시간에 어서 준비하자. 적당히 식사를 준비했다.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준비해서 탁에 내어가면, 당장이라도 두 분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숨어서 지켜보고 계시는 걸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 잡았다. 나는, 야사카와 모리야를 모시는 신사의 무녀. 두 분은 언제나 내게 있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었고,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그 것과는 달리 두 분 다 곧잘 어디론가 사라진 적은 없었다. 혹여 어디를 가더라도 말을 하고 가거나, 하다 못해 자필로 쓴 글이라도 간단히 적어둔 후 가는 일이 태반이었다.
그런데도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아무런 언질도, 서찰도 없었다. 혼자가 된다는 느낌은 이런 걸까. 조금 쓸쓸한 기분도 들었다.
적당히 요리를 마치고 탁에 올려 두었지만, 아직도 오지 않는 두 분의 신이 너무나도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
짤랑, 짤랑. 다시 한 번 풍경이 울렸다. 산에 있는 신사여서 그럴까,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이 곳, 환상향으로 올 당시의 일이.
왜 이런 과거의 이야기가 생각난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생각났다. 친구들과 함께 나란히 학교에 다니고, 즐겁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을.
'상식' 이라는 것이 존재하던 세계의 이야기를.
‘있잖아, 사나에는 그럼 뭐가 되고 싶어?’
친구의 아련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물론, 쉬이 '친구' 라고 불리는 이들의 말에 답했다.
‘응, 나는 신 님이 될 거야!’
어려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상한 아이라고 놀림을 받았다.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어째서 이해해주지 않는 걸까…?’
이해하지 않아도 좋다. 내 꿈은 신 님이 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지키고, 수호하며 떠받들어지는 신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신은 죽었다. 세계에서, 사람들이 믿었던 '신' 은 죽었다. 오직 진보적이고 더욱 앞서 나가는 과학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나는, 신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렸던 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절망이 온 몸으로 번져갔다. 될 수 없다는 마음에, 치기심이 나 자신을 망가뜨리는 기분이었으니까.
“사나에, 여기서 뭐 해?”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말을 걸어주는 이가 있었다.
“아, 스와코 님….”
“무슨 일 있었어?”
“…아니에요, 돌아가죠!”
침울했던 얼굴을 버리고 살짝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헛된 꿈을 꾸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냥, 되고 싶었던 건데.
그런 꿈조차 비웃음을 받아야 하는 걸까.
문득 생각해보면 나는 어리석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엔 더 할 나위 없이 웃음거리가 되었겠지. 누가 신을 믿겠느냐고.
나는, 믿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신은 그 자리에 있었다. 신은 죽지 않았다. 신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불렀어?”
“스와코 님? 카나코 님?”
…아니었다. 주변을 돌아봐도 나의 신 님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누군가 말했다. 익숙한 목소리로. 들었다. 분명히 내 귀로. 하지만 그들은 그 자리에 계시지 않았다.
쓸쓸한 마음에, 고개를 잠깐 숙였다. 탁 소리가 나게 합장을 한 후 젓가락을 들어 식사를 했다.
평소였더라면 이런 무미건조한 느낌은 들지 않았을 텐데. 왠지 모를 비참함마저 느껴버렸다. 아무래도 혼자라는 느낌이 강해서 그런 걸까.
혼자서 먹는 밥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른 기색이 없었다. 맛조차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행복함은 전해지지 않는다.
두 분이 없는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인 걸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이야, 뭘 그렇게 궁상맞게 있으신 건가요?"
“…당신은.”
매일매일 지겨울 정도로 호외라 떠들며 있는 사실 없는 사실을 적당히 섞어서 날조된 자료를 퍼뜨리는 분분마루 신문 발간인 겸 까마귀 천구, 샤메이마루 아야였다.
"넵! 그렇습니다! 왠진 모르겠는데 코치야 씨의 표정에서 강한 기삿거리가 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예! 예!"
특유의 행동과 제스처. 이미 익숙해져 버릴 대로 익숙해져버린 터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아야라는 사람과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이상한 곳에서 뭔가 집히기 마련이라, 대화를 포기하는 셈일까.
“차라도 한 잔 내주세요!”
“정말이지, 당신은 언제 봐도 교양이 부족한 것 같아요.”
“뭐, 아무래도 천구니까요?”
귀여운 포즈를 취하면서 혀를 내밀고 데헷, 같은 소리를 내며 눈을 감으며 윙크를 하곤 그대로 좌석을 실행하는 천구의 기자.
정말이지, 이 요괴 씨는 얼마만큼이나 양심이 없는 건데….
“사실, 제가 여기에 온 건 간단해요. 꽤 재밌는 소리가 들려서 말이죠!”
“…재밌는 소리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이거나 마시고 갈 길 가시길.”
무정하게 내 몫과 천구 기자 몫의 차까지 내오면서도 그대로 자리에 안착. 눈을 감고, 최대한 무시하는 형식으로 가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무시할 수는 있었다. 그 뒤에 나온 말만 아니었더라면.
“이야, 차 잘 마실게요. 제가 할 이야기는 별 거 없고… 그래, 듣자하니 야사카 님과 모리야 님이 사라지셨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그 순간.
탁상을 강하게 내려치고 말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그런 용건이라면 어서 돌아가심이 어떨까요.”
매서운 말투. 상대에 대한 적대감 까지. 그 모든 걸 태연하게 있던 천구 기자 씨에게 향했다. 당연하지만, 그런 건 헛소문이다. 지금 나와 농담 ㅁㅁ기나 하자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기에, 조금 화를 내버리고 말았다.
“이런이런, 사실이 아니면 사실이 아닌 거죠! 하여간… 차 잘 마셨어요? 저는 그냥 그런 소문이 있었다고 카더라! 같은 느낌이죠. 예이!”
…비아냥거리는 것도 적당히 해둬야 하지 않나?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화는 내지 않기로 했다. 조급하게 구는 건 결국 상대방의 입장에 말려든다는 것. 그런 일은 피하고 싶었다. 적어도 이 요사스러운 천구 기자에게 휘말리는 상황을 썩 탐탁스럽게 여길 수는 없으니까.
“뭘 말하고 싶은 건진 모르겠지만 그 쯤 해두고 돌아가는 게 어때요?”
“하하, 이거 참 실례를. 잘 마시고 갑니다!”
유유히 사라져버리는, 환상향의 최속 최강을 자랑하는 까마귀 천구 기자는 그대로 사라지고 없었다.
확실히 지금, 카나코 님과 스와코 님은 없었다. 어디론가 가버린 걸까. 말도 없이 가버리실 분들이 아닌데.
이런 우문이 떠도는 건, 결국 환상향에 벌써 이야기가 퍼져버렸다는 것이겠지. 대체 누가, 어째서. 왜? 이런 이야기를 퍼뜨려봐야 이득은 없을 텐데.
생각하는 걸 그만 두었다. 평소처럼 식사를 마쳤으니, 마당을 쓸고, 청소를 해야.
“태연해질… 리가….”
곤란했다. 이게,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면 안 된다. 두 분이 없는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아니지만… 외로웠다.
언제나 같이 있었던 두 분이.
살고 있던 세계에서 외면 받던 나 자신을 돌봐주며, '신' 이라는 존재를 믿을 수 있게 해준 나의 님이었다.
그리워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 분들은 내게 있어서 빛이었고, 삶이었고, 하나의 기원이었다. 동력이었다. 존재하는 것으로도 힘이 나고, 행복해지는 마술이었다.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는, 그런 분들이었다.
“…꿈이겠지?”
꿈일 거야. 이렇게 혼자서 먹는 식사도, 까마귀 천구 기자가 와서 비아냥거린 것도.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볼을 꼬집었다. 아파. 입으로 음성이 절로 나왔다. 곤란했다. 이게 현실이면 안 되는데. 꿈이어야 하는데. 꿈이어야.
“그래야… 하는데….”
갑자기, 내 눈으로 본 환상향의 풍경은 전부 색이 바래서, 더 이상은 즐거운 감정이 들지 않았다. 어깨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다리가 풀려서, 그 자리에서 쓰러질 것 같았다. 언제든지 도와주시던 그 분들이 계시지 않아서.
왠지 모르게.
무너질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옛 과거를 회상하면서.
‘괜찮아, 집으로 돌아가자! 사나에!’
손을 내민 소녀는, 개구리 모양의 모자를 쓴 소녀였다. 금색 단발에 보라색으로 수놓아진, 소매는 하얗게 물든 원피스의 소녀였다.
‘스와코… 님?’
‘저 아이들이 뭐라고 하던 괜찮잖아. 너는 너야, 사나에.’
그런 그녀의 말에, 울고 있던 나는 내뻗은 작은 손을 맞잡았다.
다른 감각이 밀려왔다. 목 안이 가득 차서, 무엇인가 내뱉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커흑, 쿨럭. 기침을 몇 번 하다가도 다시 과거의 회상이 밀려왔다. 그만, 그만 둬. 그런 울림과는 달리 회상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나에는 거짓말쟁이! 어른들이 신은 없다고 그랬어!’
‘맞아! 선생님들도 신 같은 건 없다고 그랬잖아!’
아이들의 말에, 나는 필사적으로 반박했다. 신은 존재한다고.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말했다.
‘그럼 그 신이라는 거, 보여줘! 없잖아!’
그런 말에,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야… 있단 말이야… 있어….’
소녀는, 기어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자신의 옆에 항상 있는데. 너희들이 볼 수 없는 건데. 자, 봐. 당장 옆에 계시잖아. 듣지 않는 목소리를 내었다. 나는 볼 수 있는데 어째서 너희는 보지 못하는 건데. 소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이 믿는 신을 바라보았다. 그 분들은 너무나도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녀는, 나는. 더 이상 사람들 앞에서 신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사회는, 세계는. 더 이상 신을 믿지 않는다. 올바른 신이 아닌, 만들어진 신을 신봉한다.
과학을 믿는다. 그랬기에 어렸던 나의 이야기는 고려해볼 가치는 물론이요, 논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분했다.
분명 있는데. 내 옆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데도――.
“…아.”
나는 언제 정신을 잃었었지. 청소하기 전에 이런 걸까? …이러면 안 되는데. 몸을 가누면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일어나지 마. 누워 있어.”
“…당신은, 적무녀?”
“적무녀가 뭐야, 적무녀가. 기왕 부를 거면 레이무라고 부르든가….”
적당히 투덜거리면서 물에 적신 수건을 머리 위에 올려주는 그녀. 확실히 머리가 불덩이같이 뜨거웠다. 너무 아파서 생각하기조차 싫었을 정도로.
“몸이 이런데 카나코나 스와코는 어디에 간 거야?”
하쿠레이의 무녀가 물었다. 하지만 그 말에 답해줄 수 없었다. ―모른다, 라고 밖에는.
"…뭐야, 그 표정. 말하기 곤란한 거면 진즉 그러던가. 하여간 뭐한다고 현인신이라는 작자가 이리 아파서야 어디 가서 신 노릇 해먹겠어?"
하쿠레이 씨의 도발인지 뭔지 모를 말에도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정말… 이러면.
“하핫… 진짜… 신으로서 실격이네요 이거….”
“에?! 뭐, 뭐야. 울어?! 너 우는 거야?!”
추태인 건 나도 잘 안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감정이 복받쳐서 이럴 수밖에 없다는 말도, 눈앞의 적색 무녀에게 할 염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랬다.
지금의 나는, 울 수밖에 없는 걸까. 더 이상 흔들리고 싶진 않았다. 전에도 이런 적은, 없었다. 내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바깥 세계에서의 모두가 나를 정신이 나갔다며 비웃어도 나는 웃었다. 이단이라며 손가락질을 해도 묵묵하게 내가 할 일을 했었다.
그 분들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건가요.”
손으로 눈물이 맺힌 동공을 스윽 닦으면서도 하쿠레이의 무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매우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이변이 생긴 것 같아서.”
“이변… 이요?”
“환상향에 존재했던 두 명의 신이 사라졌잖아? 이변이라면 이변이겠지, 뭐.”
담담하고, 해야 할 말을 확실하게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더 이상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버렸다.
두 분은, 나를 버린 거라고.
나는 아직 한 명 분의 제대로 된 신 님 조차 아닌데도, 어째서.
“그런…거죠 역시?”
“아아, 안심해. 딱히 카나코나 스와코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 지령이변 때에도 그랬으니까. 항상 어디선가 나쁜 일을 꾸미고 있지만, 막상 들춰보면 꼭 나쁘다곤 생각하진 않아.”
그녀의 말을 들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여전히 불온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별로 느껴보진 못한, 뭐라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정말 카나코 님과 스와코 님은, 나를 두고 어디론가 사라지신 걸까? 환상향에서, 나 혼자를 남겨둔 채로?
“사실 잘은 모르겠지만, 오는 길에 이런 게 떨어져 있더라고?”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말 할 뻔 했지만, 하쿠레이의 붉은 무녀가 손에 들고 있던 건 확실하게도 그 분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종이. 편지였다.
“어, 어서 이리 줘요!”
“누가 안 준댔나… 자, 받아.”
하쿠레이의 무녀에게서 서찰을 받아 그대로 읽었다. 조금 씁쓸한 말이어서 차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전략.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우린 아마 신사에 없을 거야. 사나에. 너라면 우리가 없어도 신사를 잘 지키고 있겠지.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으면, 하고 이야기를 꺼내.
우리는 아마, 여행을 떠날 지도 몰라. 아무런 말도 없이 고작 이런 편지만을 두고 가는 우리를 용서하려무나. 어떤 방식이든 간에 끝내야 할 일을 끝내러 갈 뿐이니까.
아마 이런 말을 한다면 데려가 달라며 조르겠지. 그러지 않아도 된단다, 사나에.」
내용은 여기에서 끝이었다. 그 뒷내용이 끊기기라도 한 듯 편지는 중간에 잘려나간 흔적이 보였다. 혹시나 해서 눈앞의 여성, 적무녀에게 편지의 잘린 부분에 대해 물었지만.
“…이 것뿐인가요?”
“응, 일단은.”
하쿠레이 무녀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내용은 더 있었겠지만, 아마 누군가가 적당히 잘라내었으리라. 그리고 이렇게 빠른 시간 내로 소문이 퍼졌다면, 역시 누군가가 한 일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 분들이 이런 짓을 할 리는 없다. 단순히 그런 거라면, 이런 편지를 남기고 갈 필요성도 없을 뿐. 효율성에서 나쁜 일이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요."
나는 멍하니 무표정의 붉은 무녀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요. 전혀 말이 안 된단 말이에요. 그녀에게 그런 투로 호소하는 눈치를 보였으나, 무녀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가 뭐라고 해줘야 하는데? 신경은 없어. 이변이 아니라면 딱히 문제도 없고. 나는 그럼, 이만 돌아갈게.”
적색의 무녀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덮어두는 하쿠레이의 무녀. 이변이 아니라며 괜찮다는 듯 말하는 게 썩 좋지만은 않았다.
묻고 싶었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이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이 사라진다면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일까, 하고.
하지만.
“뭐, 문제라도 있어?”
도저히 말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해서 상대방의 화를 돋구는 것보단, 차라리 내 쪽에서 어떻게든 해보는 편이 바람직하리라.
“없으면 가도록 할게.”
“…조심히 돌아가세요.”
영 미덥지는 않았지만 무녀의 입장에서 고려해본다면 스와코 님과 카나코 님이 사라진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을 테지.
“아, 그리고 말이야.”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적무녀는 뒤돌아섰다가도 잠깐 돌아보며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만 해. 도움 정도는 줄 테니까….”
그러고선 빠르게 신사의 토리이를 지나 사라졌다. 나 참, 정말이지.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는 사람이라니까요….”
잠깐 고개를 숙였다.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어. 어떻게든 심증은 잡혔기 때문에 나는 스와코 님과 카나코 님에 대해 탐색하기로 했다.
수소문은 좋은 방법은 아닐 거야. 작정하고 숨어버리신 걸까. 무슨 의도로, 무슨 심정으로 이런 걸 하신 걸까.
내가 정말 싫어서 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스와코 님과 카나코 님은 언제나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셨다. 그런 분들이 나를 버리실 이유 따윈―
“없어. 그런 건 있지도 않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 기분과는 달리 너무나도 파랗고 하얀 하늘이 너무나도 얄밉고 싫었다.
여름의 더위가 가셨나 싶었지만 목덜미에 땀이 맺혔다. 조금 더웠다. 현기증이 났다. 잠깐 핑, 하고 어지러움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들에게 있어 무슨 존재였던 걸까.
“생각하지 말자….”
생각에 빠져들수록 고통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들에게 있어서 그저 '무녀'로써 신을 대행하는 존재였던 걸까?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어. 그럴 거야. 나에게는 말하지 못 할 상황이라도 있는 걸 거야. 조금 생각해보자.
그 분들이 내게 숨길만한 일이라… 조금 실마리가 잡히는 기분이었다.
“확실히 하나밖에 없지, 역시….”
내가 기억한 것은, 아득히 오래 전의 일. 세계에는 하나의 신앙이 있었다. 그 이름을 토착신화土着神話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신화와 다르게 존재한 것은 중앙신화中央神話.
지상에 깃든 신과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격전.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였다.
중앙신화, 토착신화. 그 사이를 가로막고 내건 싸움의 이름은- 스와대전諏訪大戦.
다시금 두 분이 싸운다면 분명 어떤 결말이 기다린다한들 그 끝에는 파멸만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여겼다.
“안 돼…!”
나도 모르게 말을 흘리고 말았다. 나는 두 명의 신이 싸우길 원치 않았다. 그랬기에 나는 그녀들에게 반항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순종'했다. 무슨 말을 하던 괜찮았다. 두 분이 내 곁에서 웃어주는 것으로도 족했으니까.
“싸움은… 안 된단 말이에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신 님의 기운이 감지되지 않았다. 환상향에 없다는 소리가 되리라. 그렇다면, 현세인 걸까.
나는 곧장 떠날 채비를 하고 움직였다. 움직여야만 했다. 두 분이 하실 재전이라는 건, 자신들의 싸움에 결착을 내겠다는 의미. 그렇기에 나는 이해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기다리세요.”
두 분이 싸운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단순한 탄막놀이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성미 상 그런 걸로 만족하진 않으실 분들이었다. 실제로도 예의 낙원의 붉은 무녀와 상대할 때에도 이걸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금제禁制를 해방시킬 뻔 했지만 가까스로 말렸기에 망정이었지.
토착신화냐, 중앙신화냐. 두 분은 확실하게 결단을 짓고 누가 우위인지 겨루고 싶을 뿐이다. 그런 행위는 아무리 해도 나아질 리가 없다는 걸 두 분 본인들도 알고 계실 텐데. 어째서 나아질 리도 없고 잘못된 일만 번복하는 걸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싸우지 않겠다고 다짐하셨던 그 날의 약속은 잊으셨던 걸까. 분명히 내게 속삭이셨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내가 바랐던 것은 두 분이 싸우지 않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같이 지내는 것. 그게 내가 바라며 같이 해나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다.
당장 하쿠레이 신사에 머무는 경계의 요괴에게 부탁한다면, 나의 신 님이 계신 곳으로 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갈 수 없더라고 해도 포기하지 않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들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다짐했다.
그녀들은, 나의 신 님들은 나의 인생. 나의 우상. 나의 정신. 나의 마음. 나의 일상. 나의…
모든 것. 전부였다. 그랬던 그 분들의 대립은 나를 화나게 하기엔 충분했기에.
“이번엔 두 분 다, 가만 두지 않을 거니까요. 장난이 너무 심했으니까.”
굳센 결의를 마음에 품고 이내 모리야 신사의 바깥으로 향했다. 아직은, 늦지 않았을 지도 몰라.
2.
“호, 그래서 여기까지 힘든 걸음을 해주신 거야?”
“…저는 용건을 말했습니다. 도움을 주실 순 없는 건가요.”
사실 여기까지 와서 도움을 청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아무래도 곤란할 테니까. 하지만 내게는 그래야만 했다. 그럴 이유가 충분해.
그 분들이 싸우는 걸 원치 않았다. 단지 모든 일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을 뿐이야. 여태껏 이런 일 없이 잘 왔잖아. 그 분들이 뭘 하던 나는 지지하고 응원했지만, 이번만큼은 안 돼.
제대로 설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부탁하러 온 셈이 되겠다.
자, 그래. 그럼 그 부탁의 당사자가 누구냐 하면.
“그러면 내가 아니라 물어 볼 사람이 따로 있지 않아?”
하쿠레이 신사의 붉은 무녀.
그녀에게 부탁한다면 요괴의 현자도 쉬이 손을 빌려줄 터.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무래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게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저는 요괴의 현자께서 어디 있는지 모르니까요. 그나마 그녀의 행방을 아는 건 당신이 아닐까, 해서.”
“…끙, 하긴…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네. 유카리라면 우리 집에서 눌러 앉고 있으니까. 하지만 번거롭게 해서 미안한데, 사실 나도 잘은 몰라. 기분파니까.”
“에?”
“정말로 몰라. 당장 너와 나의 이야기를 유카리가 다 듣고 있는지, 유유코와 놀고 있는 건지, 그게 아니라면 대체 뭘 하는지는 나도 잘 몰라. 적어도 여기에 유카리가 있진 않다는 건 보증해줄 수 있어.”
“그걸 어떻게….”
“감이지. 더 말이 필요해?”
도대체 그걸 믿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진 모르겠다만, 적어도 저 말에는 거짓이 없는 듯 했다.
적무녀와 나의 관계는 사실 적대관계라면 적대관계겠지. 신앙이 있어야만 사는 건 비단 모리야 신사뿐이 아닌, 이 하쿠레이 신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가 내게 도움을 줄 이유도 없고, 사실 상 득이 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적무녀는 적어도 그랬다. 이해 타산적이면서, 타인에 대한 일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이 귀찮지 않고 해가 되는 일이라면 하는… 그런 게 내가 알고 있던 적무녀의 실체.
과연 그런 그녀가 순수한 이유로 나를 도와줄까? 같은 생각도 하면서 모리야 신사 주변에 있던 버섯과 약초 등을 채집하고, 쌀도 조금 챙겨 와서 공양한다는 의미로 조금 챙겨오긴 했지만. 이 정도로 도와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귀찮은 일이라고 인식되면 딱히 할 의지는 없겠지. 그게 정답이다. 원론적으로 인간다운 점이다.
“뭐, 그렇다고 도와주지 않을 생각은 아니야. 그렇게 나를 냉혹한 사람으로 생각 했다면 조금 실망인걸.”
꽤 순순히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꺼낸 건 의외였다. 물론 적무녀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태도로 나올 이유는 없었기에 놀란 것뿐이었지만.
“그나저나 유카리는 왜 찾는 건데?”
“환상향이 아니라, 바깥의 세계로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러려면 경계의 현자가 필요해서.”
“그녀들이 자력으로 환상향을 뚫고 나갔단 소리야?”
“…진위는 잘 모르겠지만, 여부 자체는 확실한 것 같으니까요. 일단 제 신력으로도 두 분이 감지되지 않아요. 환상향에서.”
적색의 무녀는 조금 어이가 없었는지 픽 하고 웃었다. 확실히 그녀의 상식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법 했다. 경계를 다루는 요괴, 유카리의 힘이 없다면 환상향의 안과 밖을 드나드는 일은 쉽지 않을 거라고 여길 테니까.
공교롭게도 우리는 경계의 요괴를 통해 환상향에 들어온 건 아니었기 때문에, 나가는 일 또한 우리 입장에선 간단했다. 그녀가 아무리 강하더라고 해도 결국 카나코 님이나 스와코 님보다 강하다곤 생각 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그녀에 비하면 충분히 약하다고 생각하기에 그녀의 힘과 지혜를 빌리러 온 거고. 그 이외에 여길 들릴 일은 없겠지. 아마.
“그래서, 뭔가 바칠 공물 정도는 가져 왔겠지?”
“에?”
“공물 말이야, 공물. 설마 가져오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았는데.”
신을 모시는 무녀가 그런 간단한 법칙조차 잊고 온 건 아니겠지? 같은 말을 덧붙이는 적무녀. 역시나 얄밉다니까. 나는 어깨에 두른 띠를 가볍게 풀며 건네곤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드실 진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가져올 수 있는 공물을 가져 왔어요.”
보따리에 든 버섯, 약초, 식용 풀꽃, 쌀… 공물이라고 하기엔 부족해보이긴 하겠지만, 나름 성의를 담아서 가져온 물건들이니 이해는 해주겠지, 뭐….
그러나 건넨 물품을 보더니 적무녀는 웃었다.
“내 마음엔 들지만 적어도 그녀 마음엔 들지 않는 모양인데.”
“…누구죠, 그게?”
“누구겠어?”
적무녀는 잠깐 고개를 숙이더니 한숨을 후, 하고 내쉬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들어 내 뒤를 가리켰다. …누가 있는 걸까? 잠깐 생각하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녀가 이런 말을 할 대상이라면 단 한명. 경계의 요괴, 유카리.
“나는 딱히 배가 고픈 게 아니라서 말이지… 왜 여기에 당신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신사의 손님이니 환영 정도는 해도 괜찮겠지.”
“당신은…!”
뒤에서 소리도 없이 말을 걸어온 여성은 요괴의 대현자라고 불리는 경계의 요괴였다. 과연, 언제 어디서나 나타나며 행방불명의 주범이라는 이명이 붙은 건 괜히 붙은 게 아닌가.
“으음, 레이무.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아서 그러니 차를 부탁해도 될까?”
“…나 참, 귀찮은데.”
“그러지 말고, 부탁할게?”
경계의 요괴가 살짝 눈웃음을 치자 적무녀는 꽤 질린다는 표정을 내지으며 살짝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악취미네요, 정말.”
“어머, 그런 말은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것도 부탁할 일이 있어서 찾아온 사람이 부탁하는 당사자에게 대하는 태도 일까나?”
고고한 자태.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도발하는 말투에 나는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경계를 다루는 요괴는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태연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지독한 여자. 그게 내 앞의 여성에게 해도 좋을 만큼 표현이 정말 좋았다. 더할 나위가 없다고 해야 할까, 아니. 그래. 이게 맞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당연한 걸 말할 뿐인데요, 뭘 그런 걸 가지고는.”
“산의 신사에 지내는, 풍축風祝을 자처하는 아이가 그렇게 속이 좁을 줄은 몰랐는데.”
이런 대화나 하자고 요괴의 현자를 찾은 게 아니었다. 나는 환상향에 있지 않는 그 분들을 찾기 위해서 여기에 왔단 말이지. 그러니까 답을 위해서는.
“저를…!”
입을 열려던 순간, 경계의 요괴가 입을 열었다. 나의 대답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먼저 선수를 친 셈이었다.
“알아, 현세로 가고 싶은 거지?”
“…네. 그렇지만.”
“물론 네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물건을 주어야만 해. 내가 네게 받을 공물은 그거야.”
소중한 물건?
내게 더는 소중한 물건이라곤 없었다. 물건이라고 말하기엔 뭐하지만 그 분들은 물건이 아니야. 내게 있어서 소중하지만, 그 분들은.
“누가 사나에나 카나코같은 신 님을 달라고 했어? 애초에 여기에 없는 걸 아는데 그들을 달라고 할 이유도 없고, 받아봐야 쓸 일도 없어. 나는 네가 가진 '마음'을 받고 싶은 거야.”
“그럼… 대체 뭘 원하는 거죠?”
비릿한 시선이 느껴졌다. 무언가를 원하지만 딱히 입을 열진 않았다. 경계의 요괴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혀로 입술을 살짝 핥았다.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더러운 시선이었다.
무언의 응시. 딱히 손조차 들을 필요가 없었는지 그녀의 손을 감싸는 하얀 장갑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차려버린 나는.
“농담…이죠?”
“농담하는 걸로 보였으려나?”
내어줄 수 없다. 분명 경계의 요괴가 말한 '소중한 물건'에 부합되는 물건이나, 넘겨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안 된다. 이건, 이 머리핀들은.
개구리는 스와코, 뱀은 카나코. 두 명의 신이 내 안에 깃들어있는 소중한 물건. 남에게는 단순한 장식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겐.
“소중하다고 하지 않았어? 그녀들이?”
“…정말이지, 악취미네요. 토가 나올 정도로.”
고개를 잠깐 숙였다. 구역질이 터져 나오는 기분이 들어서 자리에서 그대로 멈췄다. 잠깐 손을 들어 머리에 꽂혀 있는 비녀와 가지런히 장식된 머리핀을 만지작거렸다. 분명 내게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그 분들이 내게 '우리들처럼 되어주렴' 같은 말을 하며 주셨던 소중한 물건. 인연이 담긴 물건. 하지만 그 분들이 없는 삶은 의미 또한 없기에.
“좋아요, 주도록 할게요. 하지만 그 분들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는 건가요?"
“뭐, 네가 한 추측이 정답이라고 보면 돼. 지금 환상향엔 카나코와 스와코, 두 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하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는 걸.”
“이걸 주면, 저는 그 분들에게 갈 수 있는 건가요?”
그런 질문을 하자 경계의 요괴는 마녀의 꾐에 빠진 인어공주에게 말하듯 어두운 목소리로 답했다. 바라 본 표정이 뭔가 너무나도 어두운 흑막을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위험하고 달콤한 표정이었다.
“그럼, 갈 수 있고말고. 하지만 그녀들을 말리는 건… 네가 하기 나름이야.”
“자, 잠깐만요. 벌써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우선 대답은 거기에서부터.”
경계의 요괴는 손을 내밀었다. 무언가를 원하는 자세. 나는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더 이상은 망설일 틈이 없어. 더 이상은 두 분이 싸우지 않았으면 해. 그런 생각이 들어서, 머리카락을 휘감고 있던 뱀 모양의 머리장식을 풀고, 머리 위에 떡하니 놓인 개구리 머리핀을 떼어내 경계의 요괴가 내민 손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그녀는 만족. 싱긋 웃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 약속은 약속이니까… 잘 해봐, 풍축 아가씨. 기왕이면 바깥 세계에 다녀올 때 선물도 사오는 거, 잊지 말고! 현세의 마음이 담긴 선물 하나 쯤은 받아보고 싶거든!”
경계의 요괴가 손을 들어 내게로 향했다. 그러자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었다. 시야가 보랏빛 안개구름으로 뒤덮이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생각에 빠져 들었다. 유체이탈?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공간에 있는 '나'는 자리에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쿠레이 신사의 내관 풍경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공간을 초월한다는 느낌은 카나코 님과 스와코 님, 두 분과 함께 환상향에 왔던 때와는 전혀 다른 이질감이었다.
다시 만날 수 있어. 두 분을 다시 만나면, 혼내줄 거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고작 편지 한 장만 남겨두고 이런 일을 벌일 줄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 했으니까.
3.
낯이 익은 풍경. 소녀가 올려다 보았던 원풍경은 이러한 느낌이었을까?
오래간만에 볼 수 있었던 풍경. 붉은 석양이 져가는 모습은 나름 장관이라면 장관이었다. 물론, 환상향에서 볼 수 없는 외관은 아니지만 괜스레 나도 모르게 그리워지는 세계라고 해야 할까.
마치 이 곳으로 돌아오길 기다렸다는 듯 잔잔하게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멍하니 그 자리에서 표류해버리고 말았다. 움직일 생각도 없이, 그저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바라본 풍경의 반대편은 거대한 건물이 있었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환상향에서는 볼 수 없는 거대함, 그리고 어쩐지 낯이 익은 풍경에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아름답고 쓸쓸한 도시의 외관에 주눅이 들어 버리고 말았다.
도시에서 일어나던 일을 신경 쓰지 않았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나는 등을 돌렸다. 외면했었다. 두 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그런 생각을 했다.
실제로 나는 그랬다. 카나코 님과 스와코 님이 없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했을 뿐.
소녀가 바라보았던 원풍경에는― 언제나 두 명의 여성이 있었다.
개구리 모자를 쓴 작은 소녀.
금줄을 등에 두른 장신의 여성.
두 분이 없다면, 나는. 나는.
“아, 아아. 아아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 분들이 계시지 않는 나의 삶에는 일말의 희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신 님들을 위해 살아 온 몸. 그렇다면, 신들의 유희에 맞춰주는 것 또한 풍축으로서의 존재 가치. 여부.
바람이 콧잔등을 살짝 어루만지자, 두 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모리야 신사가 있던 한적한 산골의 마을이었다. 기억하는 장소를 바라보곤 몸을 움직이며 땅을 향해 가볍게 발로 두 번, 툭 툭. 몸이 살짝 떴다.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금새 넘어지고 말았다. 마음이 급해서 였을까, 발이 꼬여서 그만 땅을 굴렀다. 흙먼지가 입 안에 들어온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괜찮아. 나는.
“가야만 해요…!”
불길한 예감이 심장을 두들겼다. 쿵, 쾅. 쿵, 쾅. 멈춰 줘, 멈춰 달란 말이야. 제발. 나는 속도를 내었다. 달렸다. 하늘을 박차고.
날았다.
그 분들이 계신 곳을 향해, 날아가는 거야. 공중을 향해 다리를 움직였다. 붕, 하고 뜨는 감각. 상식 따윈 전부 날려버려. 나는 그 분들을 위해서라면 내 모든 것을― 바치겠어!
“날아라아아아아아―!!”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며 하늘로 날아간 순간, 나는 보고 말았다. 두 분이 고고한 자태로 서 있는 모습을.
한 명의 여성은 금줄을 두르며 거대한 기둥의 위에서 앉아 자신보다 작은 소녀를 내려 보는 모습에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주변의 경관은 이미 폐허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외관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한 것보다 더욱 심각할 줄은… 그런 생각이 먼저 앞섰다. 두 분을 중재해야만 해.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갔다.
하지만 접근을 하고 있었다곤 해도 사실 들어갈 수 없었다. 카나코 님과 스와코 님이 그리는 대전의 흐름에 풍신의 소녀는 간섭조차 할 수 없어서.
“그만 둬요, 제발! 두 분 다!”
목소리를 내었다. 닿지 않는 소리를, 마음을 담아.
하지만 닿지 않았다. 여전히 숨을 내어 본 목소리는 두 분에게 닿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만이 가득했다.
혹시, 어쩌면. 이 싸움을 막을 방법이 있다면.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두 분의 화려한 탄막 사이로.
몸을 던졌다.
““사나에?!””
아아, 두 분의 목소리가 들려.
그 어느 때보다 더 와 닿는 염려의 음성. 나는 그걸 듣고 안심할 수 있었다.
두 분은 나를 버릴 생각 따윈, 없었구나. 언제까지도 나를 생각해주시고 계셨었어. 나는, 그런 두 분에게 심려를 끼쳐버린 걸까. 미안해요. 죄송해요.
생각했던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몸을 추슬러야만 하는데. 일어나야 해. 나는 두 분을 말려야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덜컹. 무언가 바닥에 부딪히는, 그런 둔탁한 소음이 들렸다. 힘이 나지 않아서 나는 일어나는 걸 포기하고 말아버린 걸까. 차가운 흙이 피부에 닿아, 조금은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이야. 두 분이 싸움을 멈춰서.
"정신 차리렴, 사나에!"
처음, 조금 높은 고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카나코 님의 목소리였다. 따뜻하면서도, 어머니와 같은 부드러운 말씨. 훈화가 아닌, 그런 잔잔한 울림.
“흐앙, 흐아아앙!! 사나에, 괜찮아? 아파? 많이 아파아!?”
다음은 작고 귀여운 목소리였다. 물론 그 음성은 울음소리로 가득 찼지만. 분명 이 목소리는 스와코 님이겠지. 코맹맹이처럼 울어대는 소녀의 가성에 알 수 있었다.
정말이지.
“바보 같은 분들… 괜한 짓은… 하지 마시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한결같은 분들이었다. 여전히, 나를 생각하고 계셨었구나. 먼 발 치에서 날아오는 두 분의 신 님을 보니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괜찮아. 이걸로 충분해. 내가 할 일은 했어.
“…하지만 나는 싸움을 그만 둘 생각이 없어, 사나에.”
“왜 싸워야만… 하는 건가요?!”
“그건 우리의 숙명이야. 결착을 내야만 하는 일.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슬퍼 보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 본 장신의 여성은 여전히 애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싫으면, 싸우지 않으면 되잖아요. 더 이상 싸우지 않으면 잃을 것은 없어요. 당신은 이기적이에요. 카나코 님, 당신이란 여자는 나빠요. 어째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가요? 그런 건, 거짓말이에요…!”
물론 그녀도 알고 있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마음조차 이해해줄 수 없는 건 아니다. 당연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이나 원수지간이었던 사람과 바로 근접한 거리에서 지낸다면,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겠지. 그런다 해도, 그런다고 해도.
“사나에.”
“스와코 님…?”
“사나에는 씩씩한 아이니까, 나 없이도 잘 해낼 수 있지?”
“안 돼, 그만 둬요!”
스와코 님은 웃으면서 등을 돌렸다. 카나코 님 또한 마찬가지. 거리를 벌려, 서로가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신력을 꺼냄으로, 서로에게 대적.
내가 바라던 일이 아니었다. 이런 건 거짓말이야. 나는 이런 결말 따위는 바라지 않았어.
바꿔야만 해. 어떻게? 방법론을 생각했다.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상식이 엇나간 기적을 일으켜내는 것으로!
4.
태초에 신이 있었다.
모든 것을 창조하고, 모든 것을 파괴하며. 만물의 생과 사를 조절하며 절기의 흐름을 순환시켜, 세상의 옳고 그름을 바로 잡아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신들이 창조한 생명체중 가장 오만한 것이 있었는데, 그 것의 이름은 ‘인간’이라고 한다.
자신들의 편협하고 아둔한 공간에 자신을 가둬 자신들이 곧 지고의 지성체이며 정답이라고 외치는 존재들일 뿐.
하찮은, 상대할 가치도 없을 사람들이었다. 분명, 그랬을 터였다.
“사나에!”
소녀가 말했다. 소녀는 그런 작은 소녀에게 답했다.
“스와코 님!”
“스와코 님 이라고 하지 말랬잖아! 놀자, 놀자!”
어린아이처럼 활기찬 그녀는 소녀에게 고독이 아닌 즐거움을 주었다. 애써 웃으려는 아이에게 거짓 웃음이 아닌 진심으로 웃는 법을 가르쳤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사나에는 결국 천천히 무너지고 말았다. 현실은 사나에의 감각을 무뎌지게 만들려고 했고, 그런 유혹에서도 사나에는 지지 않았다.
분명 코치야 사나에라는 소녀는 모두의 비판에 신을 믿는 걸 그만두고 싶었을 때도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자신이 보는 세계에서부터 등을 돌리지 않았다. 시선을 바꾸지 않고, 나아가야 할 길을 향해 나아갔다. 남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이 보아야 할 올바른 길을 선택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사나에, 우린 언제나 네 곁에 있단다.”
산의 신이자 비와 바람을 주관하는 호수의 권화, 야사카 카나코가 말했다.
“물론 나도 함께야!”
토착에 머무른 신, 모리야 스와코도 같이 말했다.
“저는 너무 행복해요. 두 분이 같이 있어주셔서…!”
나는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걸까. 눈을 떠보니 몸은 조금이나마 움직이고 있었다. 두 분은 여전히 싸우고 계셨다. 나의 힘으로는 두 분을 막을 수 없는 걸까. 나는 두 분이 싸우지 않았으면 하는데, 어째서 두 분은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손을 들었다. 나의 힘은 어차피 두 분에게 통하지 않아. 내가 몸으로 막아냈지만 두 분은 결코 화해하실 생각은 하지 않아.
나는… 기적을 만들고 싶어. 계절이 지나가고 상식에 얽매이지 않으며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인생 최고의, 일생일대의 모든 것을 담은 기적을.
그래서,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서.
외쳤어.
“제발, 싸움을 멈춰줘요!!”
나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하늘을 향해 울리는 순간, 두 분은 격돌했다. 그리고 두 분은, 꼴사납게도. 그 자리에서 모든 힘을 소진해버리셨다.
“어… 어라라…?”
“이게, 어떻게 된…!”
여전히 스와코 님과 카나코 님은 자신들이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나의 기적이 두 분의 싸움을 멈췄다. 그런 사실이 너무나도 기뻐서, 나는 제대로 일으킬 수도 없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
“그만 싸우라고 했잖아요, 두 분 다! 이 바보들, 언제까지 싸우실 생각인 건데! 제 생각은 하나도 해주지 않는 건가요?!”
미웠다. 너무나도 슬펐다. 두 분은 나에 대한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하지만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두 사람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사나에….”
“…그게, 그러니까.”
“변명은 받지 않아요! 이 바보 신 님들이!“
나는 그대로 움직여서, 카나코 님께 몸통 박치기. 이어서 스와코 님에게는 꿀밤을.
“다시는… 다시는 싸우지 않았으면 해요… 저는 두 분이 너무나도 소중하니까….”
그런 말을 남기고, 나는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눈을 감기 전에 볼 수 있었던 건, 스와코 님의 눈물 가득한 표정과 카나코 님의 미안한 기색이 담긴 표정이었다.
5.
풍경 소리가 들렸다. 짤랑, 짤랑. 여전히 정겨운 음색이었다. …잠깐, 풍경?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알고 있던 천장에 나는 안도감을 표했다.
여긴, 나의 방이었다.
“아, 일어났어? 사나에. 몸은 좀 어때? 내가 물어본 거지만 조금 염치없는 질문인가. 흠, 일단 요깃거리라도 들고 왔어.”
카나코 님은 손에 든 죽을 내게 건넸다. 몸을 조금만 움직이려고 해도 전신이 삐걱거리는 것 같은 이질적인 느낌 탓일까. 역시 움직이는 게 조금 어색할 정도로 몸이 아픈 탓에 죽을 엎어버릴 뻔 했다.
“괜찮아?”
“괜찮을 리가 있을까요.”
나도 모르게 카나코 님의 말에 퉁명스럽게 답했다. 물론 이런 대답이나 하려던 건 아니었다. 묻고 싶은 이야기는 얼마든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투정을 좀 부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면목이 없구나, 우리. 살아 온 세월이 있는데도 틈만 나면 서로 싸우려고 들고….”
“알면 고쳐주세요. 제가 이렇게 아프잖아요?”
그 말을 하면서 그대로 이불 안으로 숨어버렸다. 카나코 님께서 이렇게 나에게 사과한 적이 몇 번이나 될까. 진심어린 목소리로, 한 자 한 자 발음해서 진심으로 사과해준 건 그만큼 전례 없는 일이기도 하니까.
“사나에! 사나에!! 미안해 잘못 했어 아프지만 마아아!!”
카나코 님과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스와코 님께서 달려 들어와 내가 덮고 있던 이불 안으로 들어와서 나를 전신으로 끌어 안았다. …자, 잠깐만. 아직 덜 나았는데. 이러면, 읏. 으흣.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우리가 다 잘못 했어! 다시는 카나코랑 싸우지 않을 테니까 용서해줘 사나에!!”
“…나 참. 이미 두 분을 용서한 지 오래라고요. 앞으로는 그러지 마요.”
“와아, 사나에. 헤헤헤. 용서해줘서 고마워!”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분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모습에 감탄을 하게 될 정도였으니까.
“저, 사나에.”
“그 이상 말씀하지 않으셔도 되어요, 카나코 님.”
나는… 어쩌면, 소중한 가족을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를 아껴주시던 두 분은 여전하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왠지 모르게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아이는 커서 소녀가 되었다. 소녀는 자신을 보살피던 여성들의 싸움을 막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니.
그 곳에는, 토착신화와 중앙신화의 사이에 현인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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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작품이었던 환상소녀기담의 '풍신록 단편' 파트인 '토착신화, 중앙신화의 사이에 현인신이 있었다' 라는 제목의 팬픽입니다.
방년소녀탄막제에서 완매했었던 책의 일부분이고, 온라인에서 공개하는 부분은 이 정도입니다. 나머지 내용은 죄송스럽지만 공개하지 않습니다 :3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추후 초소량 재판할 [환상소녀기담] 을 사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무척이나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즐거운 감상 되시길 바라시면서, 미흡한 글쟁이는 인터넷 공개분만 따로 올리고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