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미스는 사랑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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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찾아가는 것은 첫경험이었다. 처음이지만 그러기에 내게 있어 도쿄라는 것은 자주 말하는 시대의 흐름에서 격절된 폐도시라는 정반대의 인상이었었다. 줄지어있는 빌딩 숲은 컴퓨터 교재의 지리역사 항목에 떠오르는 홀로그램 화상보다도 더 낡아보이고 담쟁이덩굴등의 식물에게 침식 돼 있는 건물도 여기저기 보인다.
쓸데없이 폭이 넓은 길에는 틈이 벌려져있으며 거기엔 수많은 경계의 틈새가 보인다. 도로가 초원이 된 지금 이제는 이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존재하지 않으며 애초에 자동차같은 전시대적인 탈 것 자체가 감소하고 있으며 길은 길로써의 기능을 잃고 길이라는 존재 의식조차 없어지고 있다.
문자 그대로 미지의 세계다……길을 한해서만 그런게 아니고……본 적이 없는 세계가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충격적 사실에 나는 자연스럽게 감탄의 한숨을 쉬었다. 이 감동에 취해버린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가! 내가 보고 있는 이 세계는 그야말로 시간의 흐름에서 끊어져 버렸으며 내게 있어 이 세계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인 것이다! 거길 이렇게 당당하게 걷고 있다. 내 발로! 바로 옆에서 먼저 가고 있는 렌코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이 구 수도에 감동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모르고 있겠지. 도쿄 태생은 알리가 없는 이 기분. 이 감동은 분명 월면이라도 가지 않는 이상 맛볼 수 없을 것이다.
「바다? 바다라면 그 바다?」
렌코의 말에 나는 대답했다. 분명 나의 말투는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차있겠지.
「그래. 과거에 해면의 상승이 있고 그 때문에 모래사장에 해발 0M를 메운 땅이 수몰해 거기다 메운 땅 위에 콘크리트를 추가해 자신들이 더럽혀온 속죄라 하면서 해수의 정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바다야.」
렌코는 예상한 대로 득의가 가득 찬 것 같이 대답을 해왔다. 내게 뭔갈 설명하려고 하는 렌코는 언제나 눈이 빛나고 있다. 알려주는 걸로 우위한 위치에 선다는 쾌락. 다만 내 쪽으로 뒤돌아서서 얘기를 하는 도중에 도로의 울퉁불퉁한 곳에 다리가 걸려 호쾌하게 구르지만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아으.」
렌코가 방금 전의 되풀이를 하지 않으려고 일어나면서 엉덩방아를 찧은 곳을 손으로 떨치는 렌코의 옆으로 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일어난 해면 상승. 그로 인해 일본의 바다엔 해수욕장이 사라졌다……일본 뿐만이 아니라 해외도 같은 상태다. 전부 가라앉아버린 섬도 있을 것이다……그 뿐만이 아니라 도쿄의 많은 곳에서 바다에서 생겨난 빌딩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능해지기도 했다. 현재 일본에서 볼 수 있는 모래 사장은 어느 곳이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 뿐이다.
그리고 도쿄의 바다. 도쿄항에 있던 많은 매립지는 바다에 잠겨버리고 그 모습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그 잠겨버린 매립지 위에 콘크리트를 굳혀서 새로운 토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거기에 지은 시설이 『도쿄항 수질 환원 정수장』이다.
렌코가 대강 설명했다. 내가 반응을 보이니 렌코는 더욱 더 기뻐하면서 말했다.
「어때? 벌써 정화 작업이 제법 진행 돼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밑까지 살펴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렌코. 나 말야 바다라곤 하와이나 사이판 같은 무색투명한 느낌인 것 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도쿄의 바다는 그렇게 까지 심각했었어?」
렌코는 어깨를 움츠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심각하지 그건 마치 폐수야. 무색투명이 아닌 검은색에 한없이 가까운 녹색인 느낌이지. 뭐 사이판 같은 그런 바다가 무색투명인건 바다 안에 플랑크톤의 수가 극단적으로 적은게 원인이야.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있는 거지. 때에 따라선 60M 깊숙히 보일지도 몰라.」
그리고 우리들은 그 바다로 향하고 있다. 렌코의 친가에 짐을 두고 가장 가까운 신바시역까지 도보로 가고 있는 중이다.
포장이 되있음에도 울퉁불퉁해서 걷기 힘든 길. 몇 겹이나 포장에 포장을 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풍화가 됐기 때문인건가. 구르지 않도록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가며 앞을 걸어가며 안내하는 렌코의 뒤를 따라 걸었다.
「아으.」
또 렌코가 굴렀나 생각했지만 렌코는 앞을 평범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봤지만 울퉁불퉁한 길에 맨홀이 있을 뿐이었다.
「………………?」
「메리,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냐.」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 폐수를 보러 가는게 뭐가 재밌는 거야? 왠지 몸에도 안 좋을 것 같은데.」
「도쿄항 수질 환원 정수장이 생기기 전 까진 그랬지. 지금은 그 정수장 때문에 꽤 깨끗해졌다는 거 같아. 다만…… 수질이 좋아졌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
그건 무슨 의미인 걸까. 깨끗해졌다면 폐수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그 이야기가 그 이상 진행되기 전에 렌코가 멈춰 서고 뒤돌아섰다.
「자 도착했어.」
도착한 곳은 빌딩에 덮힌 지구. 하지만 그 빌딩의 대부분은 사람의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 폐빌딩만 있는 것이 용이하게 알 수 있다. 출입구의 셔터는 닫혀있고 몇 년이나 문을 연 흔적이 없다. 신바시역 앞의 광장에는 뭔가 바퀴들이 전시 되어있다. 만남 장소의 표시로는 최적일지도 모르겠다. 분명 옛날엔 여기서 몇 명이나 만남을 했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사람 없는 광장을 빙 둘러본다. 마치 유령 도시같다. 그리고 시선을 역 앞으로 돌려 둘러봤다.
예전엔 택시들이 잔뜩 주차 되있었을 그 장소엔 많은 폐차가 주인을 잃은 상태로 방치 되어 있었다. 전부 상당히 옛날 것들이며 비바람을 맞아 벗겨진 도장 아래에 녹슬어버린 철이 눈에 띄고 있다. 그런 짙은 갈색이 여기저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방치 되어있다. 하지만 도로가 제 기능을 하지 않게 된 지금 그것들을 철거할 이유 같은 건 없다. 그 비용조차 아까운 것이다. 이렇게 도쿄는 시간이 멈춘 채로 외벽만이 풍화해 벗겨 떨어져 나가고 있다. 흥미가 가실리가 없다. 마치 현실 세계가 아닌 것 같다.
내가 지닌 도쿄로의 흥미는 아마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왠지 쓸쓸한 장소네.」
「시골은 다 그런 거야. 사람이 없으면 이용자도 없게 돼. 이용자가 없는 가게는 이윽고 사라지게 되지. 그런 운명인 거야.」
유리카모메에 타는 거야. 렌코는 그렇게 말했다. 목적지인 바다로 향하는데 최적인 공공 교통 기관이 무인 모노레일 「유리카모메」라고 한다. 정식명은 모노레일이 아닌 걸로 알고 있지만 난 그 차이를 잘 모르겠다. 그보다 뭐든 상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거기다 거기다 정식 명칭은 『도쿄 임해 신교통 임해선』라는 것 같다 더욱 더 더욱 더 아무래도 좋았다.
이걸 타서 목적지인 신 오다이바 지구에 간다고 렌코가 말했다. 그저 그 정보만이라 좋았다. 고 생각했다.
역의 계단을 즐거운듯이 두 계단씩 뛰어 올라가는 렌코의 뒤를 한 계단씩 천천히 올라간다. 계단을 다 올라갔을 즘엔 이미 렌코가 2명분의 티켓을 사뒀다.
「메리. 잃어버리면 안 돼. 그거 뭣하면 내가 가지고 갈까?」
렌코는 티켓을 넘겨주면서 웃었다.
「걱정 안 해줘도 돼. 바보 취급 하는 거야?」
설마라 하며 코웃음 치는 렌코에게서 티켓을 받고 고맙다고 말했다.
승강장으로 유리카모메가 들어오니 선로와 승강장의 사이를 가로막던 스크린 도어가 열린다. 유리카모메에 올라타 4인석에서 마주 보며 앉았다. 안은 텅 비어있으며 다른 승객은 없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무도 없네. 당연한 것 일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도 당연한 거야. 인구의 감소로 인해 이용객 수가 현격히 줄었으니까 아직 운영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야. JR로 한하면 폐선이 차례차례 생기고 있는 정도 인 걸. 하루에 몇 대 밖에 달리지 않게 됐을 정도니까.」
차내에 안내음이 울려 퍼진다. 무인인데 안내음이 있다는 건 이 안내음은 녹음 된 거겠지. 대체 언제부터 쓰고 있었던 걸까.
『신 교통 유리카모메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열차는 카치도키행 입니다. Thank you for riding for Yurikamome This train bound for Kachidoki』
벨소리가 승강장에 울려 퍼지며 문이 천천히 닫힌다. 움직이기 시작한 유리카모메. 나는 가만히 있질 못하고 창 밖을 들여다 본다거나, 차내를 이 쪽 저 쪽 둘러봤다. 렌코는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뭐야 뭔가 말할려고? 라 물어봤더니, 그런 거 아냐. 라는 답이 돌아왔다.
「근데 왜 인구가 감소한 걸까. 베드 타운으로 쓴다면 상당히 좋은 풍경이지 않아? 히로시게도 다니고 있는데.」
「근본적인 인구의 감소야. 저출산이 원인인거지. 도쿄에 한하지 않고 일본, 아니 전세계에 일어났던 거야. 뭐 지금이 되어선 문제조차 아니긴 하지만. 거기다 문제라고 지적 받았을 쯤엔 전부 해결 됐었었지. 그래도 뭐 실제로 도쿄는 베드 타운화 되고 있어. 그래서 낮엔 인구가 대폭 감소하고 그 때문에 도쿄도 쇠퇴해간 거야. 지금은 도쿄에 거주 지구와 보존 지구가 존재하고 있어 알고 있어?」
「뭐야 그게?」
설명 할게. 렌코는 단번에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 가까워. 난 그렇게 말하고 밀어냈다.
「거주 지구는 도쿄에서는 주로 인간이 거주를 구성하고 있는 장소. 주거의 밀집 지역은 기본 거주 지구야. 그리고 보존 지구는 거주 지구와는 반대 되는 곳. 예전에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폐빌딩이 잔뜩 모여 있는 장소를 말하는 거야. 즉 이 주변을 말하는 거지.」
「그렇구나.」
내가 흥미가 별로 없는 것 같은 대답을 해서 그런지 렌코는 이야기를 끊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흥미가 있던 건 아니었지만. 언제나 느끼지만 렌코는 가지고 있는 지식의 수비 범위가 넓다고 생각한다.
『다음 역은 타케시바, 타케시바 입니다. The next station is takeshiba. 유리카모메에는 노약자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의 우선석과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분들을 위해 페이스를 설치해뒀습니다. 승객 분들의 협력을 부탁 드립니다. 우선석 근처에서는 휴대 전화의 전원을 꺼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그 이외의 장소에는 매너 모드로 바꾸고 통화는 자제 해주시길 바랍니다. 매너 향상에 협력을 부탁 드립니다.』
안내음이 차 안에 울려 퍼진다.
렌코는 멍하니 전광 표시판에 표시 되고 있는 정차역 이름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창 밖을 바라보며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에 몇 번이나 시야를 가리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풍경도 또 도쿄의 참 맛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가상 화면보다 실제로 보는 건 좋네…… 풍경이 어찌 됐든간에 가상 화면은 단색이 너무 많아서 눈이 좀 지쳐버리게 돼.」
가로 질러가는 콘크리트. 그 사이에서 알른 거리는 정경. 히로시게에서 보이는 광경과 비교하자면 이 정경은 전혀 재밌지 않지만 그 재밌지 않은게 역으로 재밌었다. 내가 말한 거지만 이 얼마나 모순인가.
「메리는 정말 늙은이 같은 건지 구시대적 같은 건지…….」
「어머, 말이 너무 심한 걸. 인간의 신체 구조를 생각하면 당연한 거 잖아? 모니터 화면을 장시간 바라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눈이 피로해진다고.」
「뭘 모르네 하나도 모르고 있어 메리. 그 『가상 화면 = 모니터 화면』이라는 발상이 구시대적이라는 거야.」
렌코는 내 쪽으로 몸을 들이대며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가깝다니까. 밀어냈다.
「알겠어? 육체를 지니고 있는 시점에서 인간의 한계라는 건 그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거야. 그야 근육도 피곤해지지. 자신의 신체 하나로 공중을 비행하는 것도 그런 『육체가 간섭하기에 불가능한 사상』이라는 건 즉 이 육체를 버리고 정신만인 상태가 아니면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거야.」
「…………아~ 상대성 정신학 전공인 나도 알아 들을 수 있는 친절한 설명 가능해?」
어쩔 수 없네. 라 말하며 한숨을 쉬는 렌코는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왠지 짜증난다.
「예를 들면 꿈. 수면 중에 전기 신호에 의해 뇌에서 보여주는 가상 영상, 즉 꿈은 그래도 그건 결코 허상인게 아닌 거야. 그 이유를 알겠어? 왜냐면 그건 분간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들이 체감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야. 육체가 간섭하고 있는지 아닌지 결국은 그 차이 정도 밖에 없다는 거야.」
「그 말은 즉 뒤섞여있는 현실과 가상이 육체와 정신 양 쪽 때문에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세계…………라는 거야?」
렌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난 도저히 납득 가지 않았다.
분명히 나나 렌코는 현실의 안에 가상을 찾아내고 있다. 하지만 히로시게의 창문에서 보이는 카레이도 스크린에 비치는 정경은 그 이론에 의거하면 현실도 가상도 아니게 되버리잖아. 비쳐지고 있는 현실 속의 가상. 가상을 볼 수 있는 현실. ……하지만 기다려봐. 그건 혹시…….
「내가 달과 별을 보면 시간과 장소를 아는 것과 같이 메리가 경계의 틈새를 볼 수 있는 것 같이 일반인도 히로시게가 만들어내는 가상 세계가 마치 현실처럼 보이는 것이 가능한 거야. 그게 카레이도 스크린 인거지.」
「그렇, 구나…… 그런 거 였군.」
내 뇌내에 경계의 틈새가 투사 되는 것이 즉 일반인에게는 카레이도 스크린의 모니터 였던 것이다. 우리들은 어떠한 인과에 의해 그 눈으로 가상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인은 그저 그 사이에 모니터가 개입 해있을 뿐. 그저 그 뿐인 차이이기에 평범한 모니터와 비교하면 확실히 현실감이 늘어난다.
하지만…… 그렇다면 카레이도 스크린을 악용한다면 뇌내에 직접적으로 악의가 있는 걸 투사한다는 염려스러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가상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야. 가상은 반드시 전자 세계인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정보 세계인 거야. 그걸 알아 줬으면 해.」
「그렇다기보단 가상 세계에 가깝지 않아?」
뭐든 상관없어. 렌코는 조금 화난 것 같이 말을 끊었다. 이 발언은 사족이었지만.
「즉 우리들이 눈치 채지 못한 새에 우리들은 현실 속에서 가상을 보고 있던 거야. 우리들 인간은 도저히 처리 불가능한 차원도 가상에는 존재하고 있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우리들에겐 너무 높은 레벨이라 판별 못할지도 몰라. 실은 우리들이 이렇게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 자체가 가상일지도 모르고 초자연 현상이 현실 속에 섞인다던가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상태로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지. 결국 세계같은 건 우리들이 만들어낸 영상 정도 밖에 없는 것 일지도 모르는 거지.」
렌코는 자기의 눈을 가르키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몸을 의자 등받이에 딱 붙이면서 한숨을 쉬었다.
「결계가 보인다던가 시간이나 장소를 알 수 있는 우리들은 누구보다도 가시 범위가 조금 더 넓을지도 모르겠네. 경계의 틈새나 달의 도끼도 분명 가상이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주관이야말로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어떤 비현실적인 광경이여도 내가 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인 것이다.
……하지만 내 눈엔 렌코가 보고 있는 풍경은 비치지 않는다. 저 빌딩의 저 편에는 과연 세계가 펼쳐지고 있을까. 그것이 주관에 의해 밝혀지지 않는 이상 객관이야말로 사실이라는 렌코의 주장이 조금이나마 납득 되는 것 같았다.
『곧 타케시바, 타케시바에 도착합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입니다. 문이 열릴 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옛날엔 이 아래에 차가 욱시글거렸었지? 그래서 일부러 이런 고가 철도를 만들었을테고.」
타케시바 역에 정차 중. 나는 창문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예전엔 도로였던 곳엔 지금은 잎이 없는 새빨간 기묘한 꽃이 몰려있다. 균열 사이에 자라고 있는 꽃이 내 눈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그리고 너무나……요염했다.
「아, 지금은 이미 형태가 많이 없어졌지만 저게 도쿄 타워야.」
렌코가 갑자기 이야기의 요점을 끊었다. 출발하기 시작한 유리카모메. 렌코가 가르킨 곳에는 빌딩 사이에 크게 꺾여 부러져 있는게 보인다…… 확실히 듣고보니 타워같이 보이는 게 있었다. 수많은 철골이 맞춰져 있는 구조 인데 도중에 꺾여있는 것이 지면을 향해 아래로 뻗어있다. 하지만 타워는 보통 바람에 꺾이지 않는다. 마치 예술 작품 같다.
「꽤 예전에 전파탑으로 사용 했었던 거야. 노후화로 붕괴했다고 한 것 같아. 이것도 건들지 않고 방치. 뭐 딱히 피해는 없었지만 말야. 보존 지구니까.」
다시 빌딩에 가려진다. 나는 렌코에게 돌아섰다.
「이야기가 좀 새겠지만 저 꽃은 뭐야? 왠지 모르겠지만…… 저 꽃 주위에서 경계의 틈새가 보여…….」
「아, 저건 만주사화야.」
렌코는 창문으로 아래를 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다른 이름으론 피안화, 사인화, 유령화, 지옥화, 체도화, 사자화가 있어. 거기다 묘지에 자주 피어있는 꽃이라 죽음에 상당히 관련이 있는 꽃인듯 해.」
「죽음에 관련됐다라…….」
「뭐 실제로 동물이 묘에서 시체를 파내지 말려고 묘에 심어둔 것이 계기가 됐다는 거 같아. 저 꽃, 독이 있으니까.」
먹으면 안 돼. 렌코는 못을 박듯이 말했다. 누가 그런걸 먹을 거 같나요. 나는 그렇게 답했다.
「뭐 그래도 그런 이야기엔 그런 사실이 적잖이 따라다니니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던가 뭐 그런 느낌으로…… 그래서 메리라면 왜 여기에 이 꽃이 피어 있는지 알겠지?」
「연결 되있네. 『저 편』하고…….」
「과연 이 꽃은 현실일까? 아니면 가상?」
렌코의 말로는 저 꽃에는 또 상사화라는 이름도 있는 듯 하다. 꽃이 피고 있을 때에는 잎이 나지 않고 잎이 나고 있을 때엔 꽃이 피지 않아 『꽃은 잎을 잎은 꽃을 생각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름이 붙어진 듯 하다. 매우 로맨틱하지만 다른 이름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너무 심하다.
「혹시 명계와 현세……. 이것도 현실과 가상에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어라, 메리 치고는 감이 좋은걸.」
은근슬쩍 심한 말을 하는데.
「현실과 가상의 경계. 난 그걸 짊어지고 있는 것이 경계라고 생각하고 있어. 음양사같은 사람이 결계를 깐 것이 아니야. 그건 즉 가상스러운 존재인 『요괴나 유령』을 퇴치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요괴. 유령. 전부 가상의 존재이니 우리들같이 현실에서의 육체 간섭을 받지 않는다. 일반인은 경계의 틈새를 건들이는 것 조차 못하는 것 처럼.
「우리들의 눈은 좌표가 어긋나 있는 거야. 그래서 경계의 틈새가 보인다 거나, 시간과 장소를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알 수 있거나 한 거야. 다른 사람과는 다른 장소를 보고 있으니까.」
「현실과 가상의 좌표인 거네.」
렌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야를 가로 질러가는 회색 덩어리. 전부 낡고 추레하다. 예전에 창유리가 있었을 테두리는 허구가 됐으며 벽면에는 균열이 눈에 띄고 있다. 세례받은 신비성도 없는 그저 무기질한 무의미한 분위기만이 느껴지는 세계.
「………………아.」
그리고 광경이 당돌히 사라졌다. 그 순간 내 시야에 펼쳐진 것은 푸른 하늘과 그걸 반사하는 커다란 거울. 흔들흔들 파도 치는 예쁜 거울.
「어라, 이건 또 상상 이상으로 굉장해졌네.」
렌코가 창 밖을 몸을 내밀면서 바라보며 말했다. 렌코의 옆모습은 놀란 것 보다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에 가까운 것 같았다.
그 거울은 바다였다. 완벽할 정도로 무색투명. 불순물을 일절 포함하지 않은 무서울 정도로 투명한 바다. 렌코가 말했었던 검은색에 한없이 가까운 녹색이랑은 너무 다르잖아.
「순수한 물 안에는 물고기는 살 수 없다고들 하는데 말이지. 거기다 인간이 마신다면 속을 망쳐버릴 거야.」
「그럼…… 이미 이 정화를 하는 의미가 없는 거 아냐.」
환경 파괴로 인해 오염된 바다를 정화해 그 결과 이 바다엔 물고기조차 살지 못하는 사해가 되버렸다. 과연 그게 환경 파괴의 속죄가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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