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큿...!”
무수히 쏟아지는 탄막에, 레이무는 잠시 공격할 생각마저 잃은 채 짧게 신음했다.
꽤 오랫동안 싸운 적이 없었기에, 그녀는 잠시 냉정하게 판단할 겨를도 없었다.
최근들어 탄막싸움을 여러사람과 하지 않은 점도 한몫 했다.
그러고보니, 최근에는 사나에와만 탄막싸움을 했었지.
코치야 사나에가 뇌리에 스치자, 레이무는 더욱 더 감정이 고조된 얼굴로 손에 쥔 부적들을 날려댔다.
“어머, 레이무. 공중에서 춤 추려고 부적까지 꺼낸 거였니?”
반면에 여유로운 표정의 야쿠모 유카리는, 우아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두 눈은, 웃고있지 않았다.
“아직 술기운이 덜 빠졌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레이무는 손에 쥔 부적을 구겨질 정도로 꽉 움켜쥐었다.
그대로, 그녀는 부적을 힘껏 야쿠모 유카리에게 던졌지만, 그녀가 몸을 한 번 기울이자 부적은 목표를 잃고 저 멀리 날아갔다. 레이무는 신경쓰지 않고, 작게 중얼거렸다.
“몽부.”
순간, 그녀의 주위로 하얀 빛이 일면서, 빠른속도로 퍼지며 정육면체의 형태를 갖추더니, 이내 유카리와 레이무 둘을 가둘 정도로 커졌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중대결계!”
손에 쥔 부적을 던지자, 손에선 금새 새로운 부적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을 유카리에게 닿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마구 내던졌다. 그러나 그 부적은, 첫 번째 벽을 넘자 이내 사라져버렸다.
“아~ 오랜만이네. 이 스펠.”
야쿠모 유카리가 여유롭게, 뒤에서 날아오는 부적을 피하며 말했다.
그녀는 들은 채도 하지 않고, 여전히 미친 듯이 부적을 던져댔다. 점차 정육면체 속은 부적으로 뒤덮여, 레이무 자신의 시야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찼다.
순간,
부적이 무언가를 맞췄다.
본능적인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깐일까, 거의 동시에,
“까꿍.”
등 뒤에서, 야쿠모 유카리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소ㅡ 비광충 네스트.”
작은 속삭임과 함께, 마치 세상이 무너지듯 공간이 찢어지며, 그곳의 무수한 눈들이 레이무를 바라보았다.
“... 졌네.”
레이무가 허탈하게 웃었다.
-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하늘은 고고고 거리던 하늘은, 이내 시원스럽게 가을비를 쏟아내고 있었다.
신사 정원에 드러누운 하쿠레이 레이무는, 전신에 쏟아붓는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러나 이내 눈 앞에 야쿠모 유카리의 양산이 드리우자, 유카리가 말했다.
“기분은 좀 풀렸어?”
“글쎄... 니 얼굴에 주먹을 때려박을 기분으로는 딱 맞는 것 같은데...”
“레이무도 참.”
레이무의 먼지를 털어주며, 야쿠모 유카리는 평소와 같이 웃었다.
“하나만 물어볼래.”
“응.”
“왜그랬어.”
“너희가 너무 재미있어보였거든.”
“... 우리? 나랑, 사나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며, 하쿠레이 레이무가 말했다.
“바깥세계든 환상향이든 많은 아이들을 지켜봤지만... 너희만큼 답답한 애들은 처음이야. 정말이지...”
“계속 무슨 소릴 하는거야.”
“그건 본인한테 물어보는게 더 좋지 않을까?”
“...?”
“아까부터 와 있었는걸. 이 아이는.”
“에...?”
그제서야 레이무는 지금까지 보지 않았던 신사의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코치야 사나에가, 그대로 비를 맞으며 서있었다.
“하아~ 난 그냥 미움만 받으려고 했는데...”
유카리는 한숨을 푹푹 쉬며 말했다.
“그러니까 무슨...”
“그러니까.”
그녀는 항의하는 레이무의 입에 검지를 대고, 조용해지자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레이무 널 뺏을 생각도 없고, 사나에를 괴롭힐 생각도 없어. 난 그냥... 너희 사이에 특별한 ‘계기’를 만들어줬을 뿐이야.”
“... 이런 미친.”
하쿠레이 레이무가 솔직담백하게 욕을 내뱉었다.
유카리는 그 말을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도, 내 덕분에 이제 너희 마음을 충분히 알고, 이제 이렇게 서로 확인까지 했잖니? 아, 역시 난 너무 똑똑해서 탈이야.”
스스로 말하기에 참으로 부끄러운 말을 입에 담으며, 야쿠모 유카리는 저 혼자 쿡쿡 웃었다.
“그럼 너희들끼리 좋은 시간 보내렴~”
그렇게 말하며 유카리는 틈새를 열고 들어가려 했다.
“유카리.”
“응?”
유카리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나, 하쿠레이의 무녀인데, 누굴 좋아해도 될까?”
자신에게 수없이 되물었던 질문. 하지만 남에게는 절대로 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 좋을대로 하렴.”
그녀는 여전히 레이무를 돌아보지 않았다.
“넌 하쿠레이 레이무이기 이전에 레이무야.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렴.”
그 말만을 남기고, 유카리는 틈새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그녀들 사이에는 잔잔한 빗소리만이 흐르고 있었다. 사나에는 조금씩, 레이무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레이무 씨.”
“응.”
“감기 걸려요.
“응.”
“들어가실래요?”
“아직...”
레이무는 팔을 뻗어 사나에를 붙잡고, 그대로 당겨 품에 안았다. 나란히 비를 맞으며 누운 채, 그녀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좋아해.”
“...저도 알아요.”
“그게 아니잖아.”
손가락을 내밀고, 그녀는 사나에의 입술을 만져보았다. 그녀는 어젯밤과 같이, 장난스러운 미소로 말했다.
“그래서 대답은?”
“저도... 저도 좋아해요.”
사나에는, 행복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어떤 아이보다 순수하고, 착한 아이였다.
그래. 이렇게나 좋은 아이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노력이라곤 하지 않는 무녀에, 성격도 모나고, 사나에처럼 예의가 바르지도 않았다.
레이무는 조금씩 미소지었다. 크게 울고 싶었지만, 이 아이 앞에서만큼은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
“잘 안들려.”
“네, 네?”
사나에가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레이무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좀 더 가까이 와서 말해줘.”
그렇게 말하며 레이무는 사나에의 몸을 좀 더 끌어당겼다.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그리고 서로의 볼이 닿을정도로 가까웠다. 사나에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작게 속삭였다.
“조, 조... 좋아... 한다구요...”
그녀의 상기된 볼의 온기가, 레이무의 볼에 그대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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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나와서 할 일 하나 : 이거 마지막 부분을 리메이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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