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미스는 사랑의 맛
-----------
「정화라기보단, 여과에 가까울려나? 가까이서 보면 분명 바닥까지 볼 수 있을 거야. 회색 콘크리트 밖에 없겠지만.」
그리고 커다란 다리가 그 거울 위를 지나가는 듯이 세워져 있다. 다리는 바다와 저 편에 있는 육지의 사이를 잇고 있다.
「저 다리가 레인보우 브리지. 저 다리 저편의 언덕이 오다이바야.」
「레인보우라니 저기 어디에 무지개색이 있다는 거야. 암만 봐도 검붉은 갈색이 섞인 흰색이잖아.」
하얀 도장에 이곳 저곳이 더러워지고 도장이 벗겨져 갈색이 되어있다. 너무 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무지개색이라 말하긴 어렵다.
「이름에 관해선 신경 쓰지 말아줘. 옛날엔 저런 대규모인 것일 수록 이름을 일반 공모로 지었었으니까. 도쿄 타워나 스카이 트리 같은 거…… 찾아내고 있으면 끝이 없어. 이름을 일반 공모로 지은다니 위기감이 정말 없네. 위험 행위를 거뜬히 하고 있으니까.」
렌코 왈, 이름이란 그 대상을 칭하는 중요한 존재이며 신중히 결정해야만 한다고. 그 이름이 대상의 운명을 정하는 일도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 같다. 어차피 칭하는 기호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나와는 정반대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전하니.
「옛날의 도쿄와 같아. 역시 메리는 구시대적인 케케묵은 인간이네.」
그런 답이 돌아와 버렸다.
「거기다 터무니 없게도 옛날엔 자기 아이의 이름을 취미나 분위기로 정해버리는 부모도 있었다는 거야. 코코로를 하트라던가 수정을 키라라라던가 여자애인데 고로라던가! 정말 지금와서는 믿겨지지 않는다니까.」
확실히 심한 얘기긴 하지만 내 이름을 멋대로 메리라고 붙인 렌코에겐 그 부모들도 그런 소리는 듣고 싶지 않겠지.
「일단은 중요 문화재로 지정 받아있어. 몇 번이나 개수 공사를 걸쳐 지금까지 살아 남았지만 중요 문화재를 개수 공사를 한다는 것도 뭔가 좀 이상하네. 안정을 지키는 것에 너무 필사적이라 역으로 불안정하게 되버렸기도 하고.」
방금 전의 아스팔트 길이 생각났다. 몇 겹이나 포장을 했더니 길은 불안정한 울퉁불퉁한 길이 되버렸다. 즉 그렇다는 건가?
「그럼 이제 슬슬 레인보우 브리지를 지나갈 쯤이려나.」
「그 다리를 지나가는 구나…… 무너지진 않겠지?」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간단히 부셔질리가 없지.」
『다음 역은 오다이바 해변 공원, 오다이바 해변 공원입니다. The next station is Odaiba-kaihinKouen. 차내에 수상한 물건이 있을 경우엔 손을 대지 말고 근처의 인터폰으로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유리카모메는 천천히 커브를 돌고 있다. 풍경이 점점 변화해가며 시야는 바다와는 정반대로 향해간다.
구부러진 도쿄 타워와 어딘가 어두컴컴한 빌딩 무리에 눈이 간다. 산뜻한 푸른 하늘과는 대립 되는 왠지 모를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다만 그 광경은 바로 가려졌다.
「뭣보다도 흠점은 유리카모메에서 보이는 풍경이 그다지 별로 안 좋다는 점이야.」
렌코는 불만스러운 듯이 말했다. 철골과 울타리가 시야를 거리며 다리에서 비치는 풍경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분명 여기서 보일 광경은 도쿄만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절호의 장소 일 것 같은데. 조금 유감스럽다.
「괜찮아. 나중에 좀 더 제대로 보이는 장소를 데려다 줄테니까.」
렌코는 웃으면서 말했다. 렌코가 그렇게 말한다면 분명 거긴 도쿄를 좀 더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장소겠지.
「기대는 하지 않겠지만 따라 가줄게.」
그런 말을 했으면서도 난 언제 가게 되나 기대해 무의식적으로 몸을 흔들고 있었다.
『곧 오다이바 해변 공원, 오다이바 해변 공원에 도착합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입니다. 문이 열릴 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유리카모메는 레인보우 브리지를 한동안 지나가며 우리들은 이제 항하게 될 곳 때문에 마음이 들떴다. 이윽고 레인보우 브리지을 다 지나가고 반대편 언덕의 매립지에 도착하니 차내에 안내음이 울려 퍼졌다. 이번 역에서 내릴 거야. 렌코가 그렇게 말해 우리들은 내릴 준비를 했다. 그리고 우리들은 정차한 유리카모메에서 내렸다.
「티켓은 제대로 가지고 있겠지?」
「물론.」
나는 주머니에서 티켓을 꺼내 팔랑팔랑 흔들어가며 말했다. 요즘 시대에 티켓이란 것도 생각해보면 전시대적이다. 유전자 코드로 뭐든지 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일부러 동전이나 지폐를 이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 말이다.
「도쿄에서는 지폐나 동전을 사용하는게 주류야. 그게 IC카드로 하는 지불인 거지. 동전이나 지폐라면 은행에서 뽑아 쓸 수 있고 IC카드라면 평범히 사거나 팔거나 할 수도 있고.」
「왜 유전자 코드로 정산이 되지 않는 거야? 그런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
「분위기의 문제야. 전시대적인 시골 마을에서 최신 기술이 이용 되는 것도 이상하잖아? 도쿄는 경제적으로도 초자연적으로도 성장하지 않는 곳…… 오히려 이 이상 성장하지 않도록 규제가 이루어져 있는 거야. 최신 기술을 포함해 새로운 건축물과 경관을 옛날 것을 파손 시키지 않기 위한 형색으로 모든 걸 규제하고 있어. 옛날의 멋을 보존 시킨다니 그야말로 과거에 사로 잡힌 발상이지만 뭐 그런 장소가 하나 정도라도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개찰구를 지나 중앙 광장으로 나온다. 거기서 보행자 전용 통로를 지나서 밖으로 나오니 뜨거운 햇빛이 내리 쬔다. 그걸 상쇄하듯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기분 좋다. 하지만 나와 렌코의 회화 내용은 그 발끝에도 닿지 않을 정도로 산뜻하지 않다. 뭐 평소대로라면 평소대로지만. 우리들은 걷기 시작했다.
「끝없는 과거는 이미 과거가 아니야. 그리움에 빠져들지 못하는 걸.」
옛 것은 본 적이 없는 신기한 것들 뿐이다. 그것이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으며, 오히려 발전해가는 아주 새로운 마을이 더욱 더 신선미가 없고 전부 눈에 익숙해진 과거의 산물. 실제로는 쿄토는 신 도시이며 도쿄는 오래 된 도시다. 하지만 내겐 아무리 봐도 그게 반대로 보인다. 언제나 새로운 것이 계속 되는 옛 도시, 도쿄. 예전이 좋았던 신 도시, 쿄토.
「메리는 정말로 아마노자쿠라 해야하나, 사고 방식이 뒤틀려있어. 옛 도시는 옛 도시지. 도쿄는 이미 오래된 곳이라고. 그 사실에 변화는 없잖아?」
렌코는 질린다는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그렇다. 실제로 도쿄는 오래된 도시다. 그래도 나는 이 마을을 새롭다고 생각해버린다. 그야 이렇게나 많은 빌딩 무리, 무색투명의 바다, 붕괴한 거대한 철탑과 IC카드, 지폐와 동전…… 이것들이 전부 내겐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멈춰 서고 뒤돌아봤다. 렌코도 걷는 걸 멈추더니……내 직감이지만……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그 이유는 난 모르겠다.
「쿄토도 옛날엔 낡은 도시였지 않을까?」
……나는 대체 뭘 말하고 있는 거지. 쿄토가 낡은 도시 였다고? 아니 확실히 쿄토는 눈에 익숙해진 낡아빠진 세계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건 그런 의미가 아니다. 대체 무슨 일이지? 하지만 렌코는 눈 앞에서 말문이 막혀 있었다. 초조해져 있는 것처럼, 어쩔 줄 몰라 망설이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었다. 말을 거니 렌코는 갑자기 제대로 돌아온 것 처럼 말을 꺼냈다.
「아, 그렇지…… 분명히 쿄토는 아주 먼 옛날에 확실히 낡은 도시였어. 도쿄가 아직 신선했던 시절의 얘기지. 하지만 시대는 흘러가는 법이야. 쿄토라는 옛날의 문화가 다시 활성화 되기 시작 했을 때 도쿄의 문화는 낡은 것이 되버린거야.」
저출산 문제의 대응으로써 일본인이 살 환경은 도쿄보다도 쿄토 쪽이 더 알맞았다. 도쿄라는 곳은 쓸데없는 오락거리가 넘쳐났다. 거기에 세례받은 신비성도 정신적인 풍족함도 존재하지 않았다. 쿄토는 그런 면에서는 딱 맞았던 것이다.
「시대의 흐름으로 과거와 현재가 변한다면 그건 오히려 사람이 변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내게 있어 본 적 없는 것이 넘쳐나는 이 곳은 절대 낡아 빠진 곳이 아니야.」
「………………그런 해석도 있을지도 모르겠네.」
렌코는 돌연히 빨리 걷기 시작하더니 엇갈리듯이 내 손을 잡았다. 뒤로 끌려가는 듯한 무너진 밸런스를 어떻게든 다시 잡고 렌코의 옆으로 갔다. 서로의 발소리가 섞인다. 소리가 제각각 나는 발소리는
에네르지코와 페르덴도시…… 마치 화난 것 같은 렌코의 태도에 나는 조금 당황해버렸다. 하지만 그냥 내 생각이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렌코가 내게 한 말은 쌀쌀맞지도 않았고 평소대로인 렌코였었다.
「이런 장소에서 서서 얘기하고 있으면 피부가 타버릴 거야! 저기에 가자. 수족관 인 거 같은데 저기.」
렌코가 가르킨 곳에 있는 건물. 바다를 향하고 있는 장소에 지어져 있다. 그 건물을 칭하는 간판에는 팝문자로 『도립 오다이바 수족관』 이라고 적혀 있었다.
자동문이 열리고 안에서 쏟아지는 차가운 공기에 이끌려 나와 렌코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시원하다. 기분 좋다. 렌코는 옷깃을 집어넣고 부채질을 하고 있다. 변함 없다고 생각과 동시에 저 호쾌함이 조금 부럽다고 생각된다.
도립 오다이바 수족관…… 수족관이란 건 이제는 희귀한 바다 생물의 실물을 볼 수 있는 시설인 듯하다. 자동문을 지나고 나서 보이는 건 로비였다. 렌코가 로비에 있는 안내 데스크로 간다.
「실례합니다, 학생 2명 부탁드립니다.」
「학생 2분, 알겠습니다.」
렌코는 카운터 건너 편에 앉아있는 안내 하는 분에게 말을 걸고, 그 여성 분에게 입관료인 600엔을 두 명분 지불했다. 티켓 2장을 받으니 여성 분은 작게 인사 했다.
「감사합니다.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안드로이드라 했던가? 정말 생김새로는 사람하고 구분이 안 되네.」
나는 뒤를 살짝 돌아보며 말했다. 안내원은 싱글싱글 웃으며 이 쪽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느 유명한 교수가 개발한 것이야. 왜 일부러 인형으로 만들었을까.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이족 보행 동물을 본뜨는 건 하지 않을텐데. 머지않아 정신이 깃들게 될 거야. 저거.」
츠쿠모가미라 하던가. 나는 접수원에게 작게 손을 흔들어주며 만약 안드로이드에 정신이 있다고 해도 그건 그거대로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수족관. 상당히 재밌는 장소였다. 벽에 깔려있는 커다란 유리 건너편을 헤엄치는 본 적도 없는 물고기들. 물 속의 세계가 거기에 펼쳐지고 있었다. 하나 하나 물고기의 설명문과 사진이 실려있는 것도 기쁘다.
「저게 다랑어? 꽤 크네. 저렇게 크다면 회로 해 먹어도 오래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우리들이 먹고 있는 건 진짜 다랑어가 아니지만 말야. 진짜 다랑어의 맛은 역시 다를려나?」
대부분의 식재료가 합성 식재료인 현재 천연 음식보다 합성 쪽이 필요한 영양이 밸런스에 맞춰져 있으며 보다 건강적인 것이 되었다. 천연이야말로 제일이라는 생각은 회고 주의자 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것과는 달리 난 천연을 호기심 때문에 먹어보고 싶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
「전갱이, 멸치, 청새치, 가물치, 잿방어, 전어, 복어, 청어, 삼치, 꽁치, 농어, 도미, 방어, 부시리, 넙치, 황새치, 쥐노래미, 붕장어, 뱀장어, 새우, 갯가재, 오징어, 문어, 전복, 개랑조개, 피조개, 가리비, 함박조개, 왕우럭조개, 소라, 새조개, 연어알, 성게, 날치알, 캐비어, 네기토로, 계란말이……」
「그거 그냥 초밥 얘기 아냐? 계란말이는 뭐야.」
「항구 같은데 가서 돈 좀 많이 쓰면 천연의 생선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 홋카이도 쪽이 좋을 거 같네. 역시 본고장에서 먹고 싶은 걸.」
「홋카이도인가…… 나중에 가보자. 둘이서 호쿠토세이를 타고.」
수족관에서 초밥 얘기를 하는게 괜찮은 건지 생각이 들지만 우리들은 많은 생선들 덕에 들뜨고 있었다. 생선들은 견딜 수 없겠지만.
더 안 쪽으로 가니 거기에 펼쳐진 광경에 우리들은 둘 다 감탄의 소리를 냈다. 그 곳은 속이 비어있는 것 같은 유리로 되어있는 길에서 상하좌우 어디를 봐도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 마치 바다 속을 걷고 있는 것 같다.
「뭐야 이거 뭐야 이거! 굉장해! 이것만으로도 여기에 온 가치가 있었네! 엄청 아름다워!」
유리 벽에 손을 대고 들러 붙는다. 눈 앞을 커다란 물고기가 가로지르고 있다.
「후후, 메리가 이렇게까지 기뻐해주니 나도 데리고 온 보람이 있네.」
렌코가 기쁜 듯이 말했다. 생각보니 이건 데이트 같은 것이 아닐까. 평소대로라면 뭔가 신기한 걸 찾고다닌다던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케이크를 먹고 있는다던가 그러는데 오늘은 평소와 다르다. 왠지 모르게 신선하다.
「메리! 다음 구역으로 가자!」
수중 통로에서 발밑을 지나가는 가오리를 바라보고 있던 나를 렌코가 불러왔다. 렌코의 옆으로 가서 렌코의 팔을 껴안았다.
「에헤헤~ 기다렸지~」
「왜 팔을 껴안는 거야.」
「괜찮잖아. 데이트 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래.」
「……정말.」
렌코는 뺨을 불그스레 붉혀가며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걷기 시작했다. 아아 왠지 모르게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여기는 도쿄, 도쿄니까 마음껏 놀아도 벌 받지 않겠지. 아름다움에 붙들리지 않고, 품위에 얽메이지 않는…… 그래 너무 물들지만 않으면 되는 거야, 너무 물들지만 않으면.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렌코가 뭔가 생각난 듯이 말을 꺼냈다.
「이 수족관 『도쿄만의 옛날과 현재』라는 전시 코너가 있어.」
「옛날과 현재…… 그렇구나, 그래서?」
「메리한테 좋은 사회 공부가 될 거 같다고 생각 되서 말야. 가보지 않을래?」
「사회 공부……말이지.」
그렇게 둘이 가게 된 곳은 수족관 길 도중에 있는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른 한 구석. 그 광경은 한 쪽 벽에는 투명한 물, 다른 곳엔 새까만 흙탕물이 있는 기묘한 광경. 혹시 여기가 도쿄만의 옛날과 현재…… 인 건가?
「이 무색 투명한 게 현재의 도쿄만. 이 유리창 저 편은 바다와 직접 연결 돼 있는 거 같아.」
생물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무색 투명의 바다. 60M 정도도 아닌 저 편이 끝 없이 보이는 아무것도 없는 바다. 왠지 모르게 흥미가 깨진다.
「그리고 이게 여과하기 전인 도쿄만의 바다야.」
대면하는 것 같이 반대편에 있는 벽에 걸려있는 유리창의 저편엔 새까만 탁한 물이 있었다. 이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것도 흥미가 깨진다.
「…… 서로 차이가 너무 심하잖아. 이거.」
「오염된 만큼 정수라도 할려고 했었나보지. 도쿄는 잘 모르겠는 장소니까. 이상한 사람도 많은 거야.」
뭣보다 자연에다가 인공적인 정수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렌코가 주장했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원인을 먼저 없애고 그 후로 자연의 힘으로 인한 천연 정화를 했어야 한다고.
「굴 같은 걸 양식 했으면 됐을텐데. 시간은 오래 걸릴지 몰라도 효과는 확실히 있으니까.」
「굴에 물을 깨끗하게 하는 능력이 있었구나.」
굴은 현탁태 물질과 플랑크톤을 거둬 들인다는 듯 하다. 그걸로 인해 수질 정화를 할 수 있다는데……현탁태 물질이 뭐야.
「뭐 양식을 너무 많이 해버리면 해저가 오염되겠지만 말야.」
「……………………그렇구나.」
솔직히 지금 렌코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적당히 대답 2개로 답하고 있다.
「그나저나 모처럼 데이트 기분을 내고 있었는데 이런 광경을 보여주면 시들해지잖아. 역사를 얘기하는 건 좋은데 이제 좀 떠났으면 하는데 이 코너. 부니기가 깨지잖아.」
분위기라고 렌코에게 지적 받았다.
이제 슬슬 수족관 탐방도 종반에 들어서고 있다. 렌코는 『성게, 불가사리, 해삼 만져보기 체험 코너』라는 그다지 만지고 싶지 않은 섬뜩한 것들을 만지는게 가능한 코너에 있다. 작은 수조에 들어있는 진짜 성게, 불가사리, 해삼을 만져볼 수 있지만 난 그 수조를 본 순간에 그 것들 하고는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같이 못있겠다고 느꼈다.
「으앗! 삐죽삐죽해 이거! 아 불가사리는 의외로 딱딱했구나!」
등 뒤에서 렌코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원래는 아이들을 위한 코너 였겠지만 천연 생물을 만지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 요즘에는 저 논리적인 우사미 렌코조차 기쁘게 만들 수 있다. 희귀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렌코 라던가……에겐 안성맞춤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거야말로 렌코가 도쿄 출생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야 저렇게 들떠있는 렌코를 쿄토에서는 좀 처럼 보기 힘드니까. 하지만 난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세계였다.
나는 카페와 일체화 돼 있는 테라스에서 도쿄만, 레인보우 브리지 사이에 있는 거리들을 바라보고 있다. 증식, 증축해가며 더욱 더 높은 곳을 향해 늘려지는 빌딩 무리. 지금은 이제 그 성장도 멈춰버리고 마치 빈 껍질이 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나는 하늘을 봤다. 인공물 투성이인 만들어진 광경 속에서도 유일하게 그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은 푸른 하늘. 역시 난 가상보다도 현재 진행형인 리얼 타임을 좋아하는 것 같다.
「메리 이거 봐봐! 해삼이야~」
나는 엉겁결에 폴짝 뛰어 바로 뒤에 있는 렌코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내가 봐도 놀랄 정도로 뛰어 올랐다. 렌코는 검고 미끌미끌한 물체를 양손으로 쥐고 있는 듯이 가지고 있었다. 이건 아니야. 이건 아무리 그래도 아니야! 나는 가속하는 고동을 참아가며 더 뒤로 뺐다.
「메리도 참 너무 놀라잖아. 괜찮아 물진 않으니까.」
렌코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문다던가 물지 않는다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어서 당장 그 시큐컴버를 제자리에 갖다 놓고 와!」
렌코는 마지못하다는 듯이 해삼을 수조에 갖다 놓으러 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녹초가 된 몸을 테라스의 난간에 기댔다. 렌코는 불가사리를 손에 슬쩍 쥐고서는 내 쪽으로 그것도 되돌려 놓도록 손을 돌려냈다.
「귀여운데~」
「귀엽지 않아!」
시간은 마침 오후 좀 넘었을 경. 태양은 바로 위에 떠오르고 있었다. 수족관을 다 둘러본 우리들은 로비로 돌아왔다. 렌코의 배에서 칠칠치 못한 소리가 들려오니 렌코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웃었다.
「슬슬 밥 먹을까.근데 어쩌지, 나 이 주변의 지리 하나도 모르는데.」
「그렇네…… 이 부근의 팸플릿 같은 건 없는지 물어보고 올게.」
렌코는 그렇게 말하며 안내 데스크 쪽으로 가버렸다. 안드로이드 안내원과 두 마디 세 마디 건네고 난 후 팸플릿을 받아 돌아왔다.
「받아왔어~」
렌코가 그걸 펼치고 나도 뒤에서 살펴 본다. 컬러풀한 오다이바의 지도가 실려있으며 관광 명소들이 세밀하게 실려있다. 하지만 난 어차피 잘 모른다. 이런 너저분한 건 좀 거북하다고 말한다면 렌코에게 늙은이 같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으니까 말 하진 않았지만.
점심밥은 렌코에게 맡기는 걸로 하고 나는 무료함을 때우기 위해 로비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선물 코너도 있는 것 같다. 한 번 둘러볼까나.
「……얘, 메리.」
참치 카레라는 레트로트 식품을 보고 있었을 때, 렌코가 말을 걸어왔다. 조금 흥미가 있었지만 나는 그걸 제자리에 돌려놓고 렌코 쪽으로 뒤돌아봤다. 펼쳐져 있는 팸플릿을 가르키는 렌코의 표정은 놀랄정도로 순진한 미소였다.
「왜 그래?」
달려들어 렌코가 가리키는 곳을 본다. 여기서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커다란 건물.
「덱스 도쿄 비치…… 이게 왜?」
「메리 말야, 중화요리 먹고 싶지 않아?」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