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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풍경이 어떻든 간에 중요한건 저들에게 나의 위엄을 보여주는 것이다. 감히, 나를 액귀를 잡기위한 제물로 갖다 바치려 들다니. 꾀를 부리려다 도리어 자기 꾀에 빠져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전래동화 속의 어리석은 군상들이 따로 없구먼. 나는 내가 만들어 낸 고유결계 속에서 과연, 무엇이 가능한지 부터 떠올려 보았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도 불가능한 것과 가능한 것들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과연, 정신간섭은 불가능하지만, 재액이 기상천외한 피조물들을 만들었던 것처럼 나도 그런 조화를 부리는 게 가능하다는 건가? 그렇다면 보여줘야지. 내가 창조해낸 최강의 피조물을! 「후후후후... 어리석은 자들이여 보아라!」 나의 세계에 초대된 자들을 향해 나는 양팔을 벌리고 외쳤다. 「이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의 위대함을.」 여기는 나만의 세계. 이곳에서는 오로지 나만이 왕이고 갑이다! 에코로 울러 펴지는 목소리로 그들에게 고했다. 「그리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나의 몸은 내 의지에 따라 천천히 허공으로 수직 상승했다. 최대한 위엄있게, 그리고 사악하게 웃음 짓는 지금의 내 모습은 누가 봐도 완벽한 악역이 따로 없을 것이다. 그래, 난 여태 이걸 바랬던 거야! 이 얼마나 마왕같아 보이는가? 이제껏 나이에 걸맞지 않게 하급 악마로 지내면서 받아왔던 설음이 순식간에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그간 재액으로 인한 고통이 드디어 보상 받는 구나! 신이 났다. 마구 들떠서 위엄 있는 표정이 깨질 뻔 했다. 사악한 미소가 헤벌쭉하게 웃는 낯짝이 되어선 안 되기에 들뜬 기분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감격에 젖은 감상을 나중으로 돌리기로 했다. 날 올려다 보던 시로가 '저 녀석 뭘 잘못 먹었냐.'는 얼굴로 말해왔다. 「어이, 쓸데없는 짓 해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마!」 그리고는 유카리 쪽을 향해 고개를 홱 돌리며 성난 목소리로 윽박을 질렸다. 「이 요괴년, 너 때문에 귀찮아지게 생겼잖아!!」 「이게 다 제 탓이라고 말하는 거에요?」 쥘부채를 펼쳐서 입을 가리고는 자신은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투로 답하는 유카리. 뻔뻔한 것도 저 정도면 국가대표급이다. 내가 이렇게 까지 흑화한 원인이 누군데? 시로와 유카리가 서로를 노려보며 무언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세이가가 나에게 동정 섞인 어조로 말을 걸어왔다. 「루키드 씨, 액귀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몰라도 우리와 적대해선 결코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거에요.」 당연히 그렇겠지. 상대는 무려, 환상향의 관리자인 야쿠모 유카리와 그 떨거지들인데. 물론, 세이가나 구미호 그리고 테루와 시로를 얕보는 건 아니다. 재액의 피조물이 습격해 오기 전에 토끼 아가씨들이나 히로코와 같이 피신하지 않은 걸 보면 다들 한 실력 한다는 자들이다. 그런데, 그게 뭐가 어때서? 난 지금 최고로 high한 기분인데? 지금의 나는 한마디로 말해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셈ㅋ'이다. 고유결계가 만들어진 이상 여기선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무한의 검제로 전승속의 신조병장들을 무한히 만들어 내는 건 못하지만, 날 괴롭혔던 피조물들을 만들어 내는 건 간단하다. 반격해 온다 해도 힘이 넘치는 지금의 나에겐 무다무다. 나는 킬킬 웃으면서 몸에 깃든 재액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흐아아아아압!」 기합을 주자 전신에 검은 돌풍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나의 모습 ─ 옷차림뿐이지만 ─ 이 변화해 갔다. 칠흑과 적홍이 조화를 이룬 라텍스 소재의 전신 타이츠. 그 위를 장식하고 있는 건 검은 색의 화려한 의장 갑주. 등에는 붉은 망토가 휘날렸다. 음. 객관적으로 보면 상당히 유치찬란한 쪽팔리는 의상이지만, 내 딴에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마왕의 옷차림이었다. 팔을 옆으로 뻗어내자, 펄럭-. 거리며 망토가 멋 드려지게 날린다. 이건 정말로 끝내줬다. 나는 속으로 '크으으으으'하며 형언할 수 없는 감격에 잠겼다. 나 멋져! 진짜 이거 간지 좔좔인데??? 엄화의 마신이자, 혼돈의 대마왕 여기에 부활이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싶을 정도로 감동하고 있는 나에게 거슬리는 말이 들려왔다. 「당신, 부끄럽지도 않아?」 가증스런 유카리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부끄럽다니? 어디가?? 나는 씩씩대며 그 말도 안 되는 개소리에 반박을 한다. 「네년이 뭘 안다고 그런 소릴 하는 거야? 이 멋짐을 이해 못하다니. 불쌍한 여자로고.」 겉모습만으로는 위엄이 안서는 모양이다. 그래, 힘을 보여주자. 힘이라 해봤자, 피조물을 창조해내는 정도인데 그러기 위해선 우선 강렬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했다. 언제나 망상만 하던 나에게 피조물 창조에 필요한 구체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나, 이왕 만들어 낼 거 이 몸에게 걸 맞는 녀석이 좋다는 판단이 들었다. 혼돈의 대마왕하면 그의 곁을 보좌하는 사천왕이 있었지. 나는 옛날에 썼던 흑역사 노트의 내용을 기억해 냈다. 소우시 다크, 코스모 렉터, 아나키 사이, 쿠베리아. 시공간을 넘어 대마왕 산하의 사천왕. 지금 이 자리에 그 모습을 드려내는 거다. 「와라. 마인왕, 사령왕, 마수왕, 흑용왕이여!」 하늘 높이 손을 쳐들며 외치는 부름에 돌연 마법진으로 이루어진 게이트가 열렸다. 파지지직. 마법진에서 전류가 거칠게 튀었다. 그리고 이윽고, 그 너머로 부터 차례대로 모습을 드려내는 사천왕. 아아... 꿈에도 그리던 나의 충신들이 실체화 되어 나타난 것이다. 사천왕들이 모두 모습을 드려낸 직후, 게이트는 소멸하고 없었다. 그들(사천왕)은 나를 향해 한쪽 무릎을 땅에다 붙이고 주먹을 가슴에 붙인 자세로 나에게 충의를 표하며 입을 모아 외쳤다. 「위대한 혼돈의 대마왕. 루키드 디드 레이시스님의 부름을 받아, 이 자리에 사천왕 대령했나이다.」 솔직히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세상에 살다보니 이런 날도 다 오는구나. 근데 어째 저 유카리는 그렇다 쳐도 다른 년놈들의 표정이 벙쩌보이는 건 왜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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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독자들도 있겠지만
루키드는 심각한 중2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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