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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험준하지 않은 산세가 동쪽, 묘시 방향에서 부터 술시에 걸쳐 보듬듯이 감싸고, 그 아래 잔잔한 강이 흐르는 윤택한 땅. 풍수로 보면 이 보다 좋을 수 없는 지역에 새워진 마을은 크지는 않으나 모두가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런 곳이었다. 주민을 위협하는 요괴들의 존재만 없다면 낙원과도 같은 곳이리라. 마을의 촌장은 서른 중반의 남자로 이름은 이치구로 산페이. 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귀영화를 누리기보단 주민들의 안위를 신경 쓰는 선량한 사내였다. 이러한 그를 주민들은 성심 것 따르며 신임했다. 사람들의 신뢰와 풍족한 땅. 외부의 적만 조심하면 아무런 근심이나 걱정이 존재하지 않는 곳일 것이다. 하지만, 산페이에겐 한 가지 심각한 걱정거리가 있었으니. 자신의 뒤를 이을 장남과 같이 주민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할 장녀가 조신하지 못하고 저잣거리의 왈패와 같은 행동거지로 집안에 먹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문제 많은 장녀의 이름은 이치구로 유키노. 그녀는 유키노(雪乃)라는 이름과는 달리 혼기가 찼음에도 얌전하지 못했으며, 틈만 나면 밖을 나돌아 다니며 장정들과의 쌈박질에 여념이 없었다. 유키노는 마을의 장정들과 비교해 봐도 머리 하나 정도 더 컸으며, 힘이 매우 셌다. 만약,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한 세기를 풍미할 장군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타고난 육체를 이용해 힘 겨루기를 즐겼으며 그것이 도를 지나쳐 행패로 까지 번진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럴 때 마다, 아비인 산페이는 자신의 여식을 호되게 야단치며 주의를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의를 주는 그 때만 얌전할 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썽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산페이의 이마의 주름이 험준한 산세를 이루고 있는 이유는 단연, 그의 여식인 유키노 때문일 것이다. 망나니 같은 딸로 인해 매일이 골치 아픔의 연속인 산페이에겐 이제 한 가지 방법 밖에 없었다. 저대로 두고 있자니, 집안 망신만 시키는 꼴이고, 혼기도 찼으니 이제 적당한 남자를 찾아 그에게로 시집보내고자 한 것이었다. 지금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더라도 남자를 알게 되면 조금이라도 여자 게 굴지 않을까. 산페이는 그런 실 날 같은 기대를 갖고 부디 저 골칫덩이 여식을 여자로 만들어 줄 남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딸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인물 반반하고, 책임감 있는 성실한 남자를 데려올 때 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난, 나 보다 약한 남자에겐 절대로 시집가지 않을 거야!」 보통의 여자였다면, 매우 쉬운 조건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키노는 마을의 그 어떤 장정보다도 힘이 센 여걸. 당연히, 그 조건을 충족할 남자란 쉽사리 존재할 리 없었다. 혼담은 유키노의 행패에 의해 매번 와해되었고, 그녀에게 구혼하러 온 남자들은 저마다 멍 자국이 찍혀있는 얼굴로 쫒겨 났다. 산페이의 이마의 골은 그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어져만 갔다. 허나, 산페이의 걱정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마을에 불순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소문은 '촌장의 장녀인 이치구로 유키노는 요괴다'라는 터무니없는 헛소리로, 이는 어떤 의혹에서 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힘깨나 쓴다는 남정내조차 웃도는 힘과 호탕하고 괄괄한 성격. 유키노는 확실히 이치구로 집안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를 통틀어 찾아보기 힘든 인간이었다. 여자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유키노 만치 힘이 센 인간이 과연, 얼마나 존재 할까. 의심은 의혹이 되고 의혹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확신으로 이어졌다. 이 소문은 유키노의 아비이자, 마을의 촌장인 산페이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그는 소문을 믿는 주민마다 근거 없는 헛소리라 일축했지만,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산페이는 자신을 난처하게 만드는 괴소문을 어떻게 하면 잠재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하여 도달한 결론은 장녀. 유키노의 행동거지부터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으로, 산페이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철없는 딸을 조신하게 만들겠노라 굳게 마음먹었다. 만일, 그 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는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딸의 방으로 향했다. * 쿵쿵쿵. 강하게 내딛는 산페이의 발걸음에 마루 전체에 울러 퍼졌다. 캄캄한 어둠속에 달만이 밝은 야심한 밤중에 성난 걸음을 재촉하는 이유는, 결단을 내린 이상 한시의 지체도 없이 딸을 훈육 시키고자 한 그의 성급함 때문이었다. 딸의 방문 앞에 다다른 그는 곧바로 장지문을 부서뜨릴 요량으로 사납게 열어 재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단정함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흐트러진 딸년의 모습이었다. 배를 훤히 드려낸 체 드러렁드러렁. 우렁차게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유키노. 지아비가 잔뜩 화가 난 상태로 방안에 들어서 있는데도 세상물정 모르는 얼굴로 코만 골아 댔다. 열러진 문 밖으로 조금 쌀쌀한 밤공기가 불어 닥쳤고, 머리맡에 아비가 「네 이년. 유키노!」하고 이름을 불러 대는 데도 좀처럼 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참다못한 산페이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목도를 꺼내들고 방바닥에 세게 내리쳤다. 타앙! 타악기를 두드리는 소리에 잘 깨지 않던 유키노가 눈꺼풀을 끔뻑이며 잠에서 깨어나 머리를 들었다. 이제 막 깨서 그런지 상황 판단이 덜 된 그녀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려보다 위에서 부터 내려오는 따가운 시선에 그제야 아비인 산페이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유키노는 입을 쩝 하고 다셨다. 「어. 아버지.. 무슨 일이야?」 하아암. 하품을 하면서 자신을 찾아온 연유에 대해 묻자, 타앙! 다시 한 번 목도로 방바닥을 내리치는 소리가 울렸다. 유키노는 바로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은 자세로 정좌했다. 아버지께서 단단히 화나셨구나. 뭣 때문에 이 야밤에 자신을 혼내 키려 찾아오셨는지, 유키노는 짚이는 구석이 너무나도 많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이제 어떤 훈계가 이어지더라도 참고 듣는 수밖에 없었다. 무릎 꿇고 정좌한 유키노와 가만히 서서 딸을 노려보는 산페이. 둘 사이엔 긴장감이 감 돌았고,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운 시간이 흘렸다. 무거운 분위기에 공기마저 가라앉아 숨쉬기 힘든 상황이 이어져 갈 때 쯤. 드디어 아비인 산페이의 입으로 부터 노기 담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제 더는 네 마음대로 하게 두지 못하겠구나.」 큰소리로 친 윽박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날카로운 노성도 아닌, 차분하면서도 충분히 노기를 담은 시리도록 차가운 음성이었다. 유키노는 아버지가 저렇게 까지 노하신 모습은 생전 처음이었다. 어쩌면 정말로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앞에 이어질 얘기가 무엇일지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숙였던 고개를 들고 아버지의 성난 얼굴과 마주한 유키노는 입을 꾹 다문 체 그의 눈을 응시했다. 산페이의 눈썹이 높게 치켜세워졌다. 「마을에서 무슨 소문이 돌고 있는지 아느냐?」 「........」 「여태 혼사도 계속 미루고, 네 멋대로 행동한 결과가 아니더냐?」 유키노는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아비의 말처럼, 그 소문의 빌미를 마련한건 자신의 경솔한 행동 때문이니까. 혼사를 계속 미루는 것 역시, 그 경솔한 행동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였으니까. 「우리 이치구로 집안에서 어떻게 너 같은 자식이 태어났는지 궁금하구나. 아비가 촌장이라는 자리에 있음에도 왈패처럼 굴 다니. 그것도 넌 여자 잖느냐!」 아비의 노기 서린 질책이 계속 이어졌다, 「도대체가 얼마나 행패를 부리고 다녔으면 요괴 소릴 듣는 단 말이냐.」 「언제까지 집안 망신만 시킬게냐. 이젠 철 좀 들 때쯤 되지 않았더냐?」 「됐다. 어차피 한 귀로 흘려들을 것을, 내 입만 아프지.」 산페이는 등을 돌렸다. 무언가 결심을 한 듯 한 그 모습에 불안감을 느낀 유키노가 떨리는 입술로 묻는다. 「아버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지요?」 천천히 뒤를 돌아보며 곁눈질로 초조해 보이는 딸의 얼굴을 노려본 산페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난 요괴를 딸로 둔 적이 없다.」 그것은 곧 의절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 다음 날이 밝아왔다. 아직 이른 아침이지만, 유키노는 간소하게 싼 봇짐을 짊어지고 집앞을 서성였다. 그녀가 아비에게 의절 당해 집을 나가게 되었는데도 말리는 이 하나 없었다. 아비는 물론이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던 하인들도 이리 된 것이 당연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쓸쓸해 보이는 건 그녀의 하나 뿐인 남동생이자, 아비의 뒤를 이을 장남. 이치구로 유고. 오직 그 만이 누님의 발길을 붙잡고 싶어 했다. 천성적으로 강인하게 태어난 유키노와 달리 어려서 부터 연약했던 유고는 누님의 사랑을 받고 커왔다. 실제 또래에 비해 약했던 그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그를 괴롭히던 동네 아이들을 때려눕히고 그 이후로도 그를 지키기 위해 쌈박질을 계속해왔던 누나다. 유고는 이제 막 떠나려는 누님을 불러 세우고 싶었으나, 목구멍으로 부터 어떠한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이 나약한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죄책감에 조용히 눈시울을 붉혔다. 따지고 보면 누나가 쌈박질을 계속하게 된 원인이 다름 아닌 자신이니까. 그게 화근이 되어 요괴 취급 받은 것도, 급기야 집에서 쫒겨 나게 된 것도 모두 자기 탓이다. 유고의 눈가로 부터 굷은 물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유키노는 남동생의 우는 얼굴을 씁쓸하게 쳐다보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사나이는 함부로 우는 게 아니야. 앞으로 나 없이도 씩씩하게 잘 살어!」 누나가 아닌 형이 남동생에게 할 법한 말을 남기고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무 미련 없이 집을 떠나는 유키노의 등은 의절 당해 쫒겨 났다고는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당당한 뒷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딸을 떠나보내는 산페이는 안심했다. 집안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으나, 딸을 쫒아 보낸다는 것은 아비였던 자신에겐 매우 아픈 결단이었다. 그러나 의절을 당하고 쫒겨 나는 상황인데도 저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라. 아마,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맨몸으로 던져져도 능히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게 집을 떠난 유키노는 가장 먼저 이웃 마을 부터 들렸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소문이 이곳 까지 퍼져있는 통에 그다지 오래 머물러 있지는 못했다. 유키노는 자신의 소문이 닿지 않는 지역 까지 멀리 발길을 옮겼고, 그 사이 수많은 싸움에 휘말리는 등 갖은 고초를 겪게 되었다. 여자의 몸으로 거한을 때려눕히고, 요괴마저 쳐 죽이는 일이 계속되자. 발길이 닿는 곳 마다 자신에 대한 새로운 소문이 생겨났으니. 그 소문은 싸움을 세끼 밥 먹는 것 보다 즐긴다는 투귀. 사람들은 유키노를 투귀라 불렸다. 이후, 방방곳곳을 떠돌며 자신을 따르는 두 명의 인외를 아우로 맞이하였고, 자신도 인간을 버린 오니란 요괴가 되었다. 그리고 맹세했다. 절대로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고. 그것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 단 하나의 미련. 남동생에게 하는 자신 만의 약속이었다. * 내려붙는 빗줄기가 뺨을 때린다. 호시구마는 그것이 매우 따갑게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 보니 자신의 몸은 또 다시 차가운 땅바닥에 누워있었다. 인지도 못할 정도의 공격. 그것이 자신을 눕히고, 지나간 옛 일 까지 떠올리게 만들었다. 호시구마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양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 순간, 오른팔에서 강렬한 통증이 전해졌다. 조금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저릿하고,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보니 오른 어깨가 완전히 박살나 있었다. 호시구마는 그제 서야 슈텐의 공격이 어깨를 향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완전히 고장나 그 기능을 상실한 오른 팔. 남은 왼팔로 몸을 일으켜 세운 호시구마는 전의를 꺾지 않고 피로 뒤덮인 눈을 사납게 치켜떴다. 언제든지 덤벼 들라는 듯이 여유 있는 미소를 짓는 스이카. 호시구마는 왼팔에 전력을 실었다. 거친 빗줄기조차 머뭇거리게 만드는 광포한 포효가 내달린다. 모든 것을 실은 왼팔의 일격이 스이카의 얼굴을 향해 뻗어온다. 쿠웅-! 모두의 숨을 멈추게 만드는 굉음이 울렸다. 크고 작은 웅덩이에 고여있는 빗물들이 일제히 하늘 위로 솟아오른다. 그 순간만큼은 투귀암의 시간은 매우 느리게 흘려갔다. 빗줄기마저 고요하게 만드는 정적. 수많은 눈들이 놀라움으로 가득 찼고, 아깝게 비껴간 호시구마의 일격이 허공을 찢어 공간 자체를 일그러뜨렸다. 스이카와 호시구마를 중심으로 쏟아지는 빗물들이 일순 증발한다. 호시구마의 명치엔 그녀의 일격을 피해낸 스이카의 주먹이 꽂혀있었다. 호시구마의 몸이 파르르 떨리더니 공중으로 뛰워진다. 입에서 한 줄기 붉은 폭포를 쏟아낸 그녀는 이내 금강패력의 힘에 의해 뒤편으로 날려졌다. 날아가는 동안 호시구마의 몸은 몇 번인가 뒤집어지고 고꾸라진다. 겨우 멈춰 섰을 땐 온 몸의 뼈가 산산이 조각나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의 몰골이 되어 있었다. 호시구마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이제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그녀는 감겨오는 눈꺼풀을 견디는 것 외엔 어떠한 것도 불가능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스이카가 걸어왔다. 다가오는 슈텐의 모습은 흐릿했고, 귓가에 들려오는 빗소리도 점점 잦아들었다. 한계를 한 참이나 넘어버린 육체는 죽음을 고하려 까지 했다. 그러나 호시구마의 귀에 슈텐의 목소리만큼은 똑똑히 들려왔다. 「이번에도 이긴 건 나지만, 어째 승자는 너 인거 같아.」 그 말에 호시구마는 고개를 돌려 모두를 바라다보았다. 분명, 흐릿하게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모두의 얼굴은 왠지 모를 감격에 차 있었다. 호시구마는 힘겨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깨닫는다. 절대로 지지 않을 거라고 맹세했었지만, 이런 패배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그 만족해하는 얼굴에 스이카가 심술이 난 어조로 말했다. 「칫, 이래서야 내가 진 거 같잖아!」 스이카의 뿌루퉁한 얼굴을 보며 억지웃음을 지어보이는 호시구마. 「글쎄다. 난 줄곧 얻어맞기만 했는데 말이야.」 「맞아. 근데 저 새끼들... 왜 두령인 날 응원하지 않냔 말이야.」 「그야. 네가 두령 같지 않아 보여서겠지.」 씨익. 억지웃음이 진짜 웃음이 되었다. 스이카는 약이 올랐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같네. 어제 밤, 그렇게도 좋아해놓고.」 「호시구마... 호시구마 유기다.」 「응?」 삐친듯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스이카에게 호시구마는 아우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이름을 말했다. 아우와 보다 끈끈한 유대를 위해 구마라는 명칭을 붙인 호시구마. 그 뒤에 붙인 유기(勇儀)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용맹함을 나타낸 이름이었다. 호시구마. 유기는 슈텐을 유기란 이름을 밝혀도 부족함이 없는 상대라 생각했다. 단순히 강하기만 한 상대라면 절대 밝혔을 리 없겠지만, 그녀가 본 슈텐은 강함 이상의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뭔가 쉽사리 밝히는 이름이 아닌것 같았기에 스이카 역시 슈텐이 아닌 다른 이름을 말했다. 「유기? 음.. 좋아, 그럼 날 스이카라 불려줘. 그 쪽이 맘에 들거든.」 이를 한껏 드려내며 환하게 웃는 그 미소는 거친 폭우 속에서도 밝게 빛났다. 호시구마는 당장, 하늘이 개여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들 정도였다. 그 만큼 스이카의 웃음은 누구에게도 허심 없는 밝고 순진무구한 미소였다. * 싸움은 호시구마의 처절한 패배로 끝이 났다. 스이카는 어제에 이어 계속해서 두령의 자리를 이어갔고, 호시구마는 군말 없이 그를 두령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투귀 마을에서 호시구마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를 따르던 아우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들이 어디로 떠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투귀암의 호시구마는 그렇게 모두에게 잊혀 지지 않은 채 요괴들의 가슴속에 진정한 두령으로 남겨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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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귀암의 호시구마도 이걸로 완이네여.
처음 쓸 때는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음.
아무튼, 다음 에피소드는 코믹하게 갈 겁니다.
유우기도 재등장 하고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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