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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들이 활활 타오르는 푸른색에 잠식되었다. 여우불과 혼불이 별빛과 달빛을 대신하여 요마들의 밤을 밝혔고, 그 아래 수많은 요괴가 즐거운 기분을 만끽하며 요란하게 떠들고 있다. 이날 새로운 두령의 탄생을 축하하는 연회의 자리는 온통 붉게, 푸르게 장식되어 있어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있었다. 마을 전체가 들썩인다. 마경이었다. 요마들이 춤춘다. 오니가 술잔을 들고, 외발의 츠쿠모가미가 재주를 넘는다. 축제가 열린 투귀 마을은 마을에 살던 요괴들뿐만 아니라 근처에 살던 요괴들 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들어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들은 흥에 겨운 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새로운 두령이신 슈텐을 칭송하라!」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스이카는 시종역인 요괴가 따라주는 술을 마시고는 기쁘게 웃음지었다. 그동안 스승을 제외하곤 상대가 존재하지 않았던 스이카는 호시구마라는 강자를 상대로 원 없이 치고받은 것만 해도 만족이었다. 헌데, 두령 취급까지 받으면서 연회의 주인공이 되다니. 딱히 두령자리를 바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마을의 원칙을 따라 순순히 두령자리를 이어받기로 한 그녀는 이게 과연 잘 한 걸까 하는 고민도 해봤으나. 역시, 이런 자리에선 주인공인 자신이 즐기지 않으면 안 되지. 무르익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어느새 채워져 있는 술잔을 기쁘게 들이켰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도 즐겁긴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요괴들과 매일 술 마시며 노는 일상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 스이카는 축제를 보다 떠들썩하게 만들기로 했다. 술잔을 든 채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럼, 새로이 두령이 된 내가 재미난 장기를 보여주도록 하지!」 술잔을 앞으로 내밀고 요력을 모은다. 수많은 요괴들이 숨죽였고, 시끄럽게 웅성대던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져 침묵이 유지되었다. 시선들이 자신에게로 집중되자, 스이카는 슬며시 입가를 당겨 올리고는 조용히 심호흡을 한차례 했다. 「술도 춤추는 즐거운 밤이로다.」 넓직한 자신 전용의 술잔에 무채색의 술들이 모여든다. 어디서 모여 드는가? 발아래 술병에서, 저기 북적이는 요괴들 사이에 있는 나무 술통에서, 저마다 허리춤에 끼고 있는 술병이 마개를 밀어내고 솟아오른다. 여기저기서 역류하는 폭포수 같이 세차게 솟구쳐 오르는 술줄기들이 전부 한곳으로 모여드는 광경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장관이었다. 코를 찌르는 주향이 장내를 뒤덮는다. 요괴들은 그 희한한 광경과 쓰고 달달한 주향에 술 한 모금 마시지 않았어도 흠뻑 취해 버릴 것만 같았다. 스이카의 술잔에 모여든 술줄기는 거대한 줄기가 되어 하늘 높이 솟구쳤다. 용이 승천하듯이 구불구불 허리를 비틀어대며 올라가는 술은 곧 여러 갈래로 흩어지더니 비가 되어 내리기 시작했다. 와하하하. 스이카를 포함한 요괴들은 술로 된 비를 맞으며 즐거운 웃음을 내뱉었다. 홍등가와 같이 붉게 물든 세계에서 흥겨움에 젖어 술에 젖어. 이 더없이 즐거운 분위기에 온통 취해만 갔다. 그들은 취해가는 와중에 이렇게 생각했다. 이번 두령은 정말 유쾌하고 재밌는 요괴라고. 마침, 술을 벌컥벌컥 들이 킨 스이카의 입으로 부터 대미를 장식하는 불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불줄기는 길게 한도 끝도 없이 나아가다 용의 형상을 취하고는 하늘 높이 승천한다. 나선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솟구쳐 오르는 불의 용을 보며 요괴들은 모두 탄성을 내질렸다. 「어때? 이만하면 불타오르지 않아? 불타오른다면 보다 더 즐겁게 놀아 보자고!」 스이카가 쾌활한 어조로 떠들었다. 그에 호응하듯 요괴들의 흥겨운 외침이 이어졌다. 투귀 마을은 이전에 없던 유쾌함으로 산이 떠나가라 떠들썩했다. * 그러나 그 떠들썩하고 흥겨운 분위기에도 전혀 즐겁지 않은 삼인조가 있다. 7년간 투귀 마을의 두령으로 있었던 호시구마와 그의 두 아우인 토라구마와 구마였다. 그들은 이 축제 분위기를 몇 걸음 떨어진 장소에서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원래는 자신을 꺾고 새로운 두령이 된 슈텐을 축하해줘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호시구마는 도저히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슈텐과의 싸움에서 들었던 참을 수 없는 모욕.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그녀에게 들었던 모욕만큼은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즉, 두령 자리는 기쁘게 양보하겠지만 자신에게 주었던 모욕만큼은 용서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니로서 맹세하지 않았던가.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고. 호시구마는 사납게 이를 갈면서 손마디를 뚜둑거렸다. 지금이라도 당장 뛰쳐들어가 저 얄미운 면상을 함몰시켜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가 즐기는 흥겨운 분위기를 깰 만큼 호시구마는 악날하지 않다. 거기다 한번 싸워봐서 뼈저리게 알게 된 슈텐의 강함. 지금의 자신으로서 도저히 이길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분하지만, 지금은 참기로 하는 호시구마. 두 아우와 함께 축제로 부터 멀어져 갔다. * 다음날. 미(未)시가 훌쩍 지난 오후. 모두가 취해 뻗어버린 와중에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스이카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주변을 둘려보았다. 어젯밤 있었던 축제의 여파로 온갖 기물과 술, 요괴들이 뒤죽박죽 얽히고 설켜 뒷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흡사 태풍이라도 훑고 지나간 듯 어질러져 있는 모양새에 쓴웃음이 절로 지어지지만, 그래도 즐거웠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지. 매일 이렇게 노는 것은 무리겠지만, 자신이 두령으로 있는 한 이 즐거움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툭툭 흙으로 더럽혀진 손을 털어낸 스이카는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해장이 될 만 한 술을 찾았다. 다행히도 바로 옆에 마시다만 술이 반 정도 술잔에 담겨져 있었다. 그걸 단숨에 꿀꺽 삼키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몸을 좌우로 비틀어서 몸을 풀고, 하품을 크게 내쉰다. 뜨뜻미지근한 공기가 폐를 깨우고 남아있던 졸음을 몰아냈다. 잔뜩 취해 뻗어있는 요괴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서 요의를 해소하기 위해 뒷간으로 향했다. * 「어이. 일어나.」 뒷간에는 누군가가 하반신이 노출된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단순히 술에 취해 뻗어있는 행색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스이카는 쓰러져 있는 그를 발로 툭툭 차서 깨운다. 끄응. 쓰러진 요괴의 입에서 힘에 겨운 신음이 새어나오더니 바닥에 붙이고 있던 얼굴이 옆으로 돌려졌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스이카는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너 분명, 기무라라는 이름이었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야?」 멍하니 자신을 부른 스이카의 얼굴을 쳐다보던 그는 갑자기 복받쳐 오르는 서러움에 끄윽끄윽대며 울음을 터트렸다.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길래? 스이카는 궁금증이 일어 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뭔 일을 당했기에 우는 거야? 별말 않고 들어줄 테니까 얘기 해봐.」 「다 두령님 때문입니다...」 「나 때문이라니. 그게 무슨?」 「그저께 절 남색가라 단정 짓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잖습니까!」 억울함이 묻어나는 호소에 스이카는 잠시, 내가 그랬었나? 하고 생각에 잠겨들었다. 그리고 이내 '아!' 작게 열린 입에서 집히는 데가 있다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분명히 그랬었지. 스이카는 그날 자신의 코를 썩게 만든 사소한 앙갚음으로 그가 남색에다 여자역을 즐긴다는 소문을 은근슬쩍 퍼트렸었다. 그런데 설마 그게. 그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을 정도로 효과를 보이다니. 투귀 마을은 그런 쪽의 취미인 요괴가 많구나. 새삼 깨닫는 스이카였다. 지금 자신의 발밑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그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머릿속에 자동적으로 그려진다. 달아오른 축제의 분위기 속에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고자 하는 수많은 남색가들에 둘려 쌓인 기무라가 부질없는 저항을 하다 결국, 차례대로 범해지는... 풉. 크캬캬캬! 스이카의 입으로 부터 폭발하듯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분명 기무라에겐 괴로우면서도 억울한 일이었고,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에도 말이다. 웃음은 절제 없이 계속되었다. 기무라는 자신의 호소가 웃음으로 돌아오자 보다 더 서럽게 울부짖었고, 그럴수록 스이카의 웃음소리는 커져만 갔다. 그러다 문득, 뒷간을 찾아온 목적을 떠올린 스이카는 「비켜!」라는 한마디와 함께 바닥에 찰싹 붙어있는 기무라를 밖으로 집어 던져버렸다. 던져져 바닥을 뒹군 기무라는 처절한 음색으로 외쳤다. 「정말 너무 합니다요!」 그런 그에게 갑자기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기무라는 등 뒤로부터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자 장신의 인영이 사나운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새끼 존나 얄밉지 않냐?」 자신에게 말을 건넨 인영의 정체는 전(前)두령이었던 호시구마였다. 그녀는 기무라의 억울함을 공감한다는 듯이 말했다. 「두령이 어디 힘만 가지고 되는 자리였던가? 근본이 돼 먹지 않은 요괴에겐 어울리지 않는 자리가 두령이란 자리다.」 사실. 투귀 마을의 두령 자리는 강함만이 기준이 되어 결정된다. 그렇기에 지금의 두령은 슈텐이라 칭하는 스이카가 가장 어울리지만, 호시구마의 생각은 좀 달랐다. 그녀는 뒷간으로부터 볼일을 마치고 나오는 시원한 표정의 스이카를 노려보며 이를 빠득 갈았다. 「저런 얼간이가 두령이라면 이 마을은 머지않아 끝장날 거다.」 이글거리는 두 눈에 따가움을 느낀 스이카는 자신을 기다리는 행색으로 서있는 호시구마에게 무슨 일로 찾아왔냐는 듯 약간 귀찮다는 어조로 물었다. 「응? 어제처럼 나랑 또 한판 붙어보고 싶은 거야?」 「그래, 이 짜샤! 누가 이곳의 두령인지 확실히 해주겠어!!」 스이카는 씨익. 말없이 입가를 찢어 올리는 것으로 호시구마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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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내용 지어내느랴 힘들었음.
이대로 끝내기엔 아직 호시구마의 임팩트가 약하다 생각되어 2차전을 시켜봅니다.
힘으로는 당할 수 없는 스이카를 맞아 과연 어떤 대결을 벌일지
그건 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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