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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내 가족을 같이 쏴버릴 정도로 그 늙은이를 싫어했다. 세상은 우지와 베레타, 9mm 기관총들이 거리를 지배하기 전, 센트럴 파크의 한여름날 이후부터 미쳐 돌아갔다. (중락) 그리고 매일 밤 난 밖으로 나가 세상을 제정신으로 돌려놓는다.
- 프랭크 캐슬, 퍼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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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카와 시로는 8년전 갚지 못한 빚이 있었다. 그의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마법의 숲에 있던 한 잡화점에 숨어들어가 점주가 취미삼아 모아두었던 무기들을 훔쳐간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점주에게 그 모습을 들켰지만, 그는 나중에 값을 치르겠다면서 점주의 제지를 뿌리치고 어둠속으로 사라졌었다.
"8년만이오."
지금 그 점주는 8년만에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죽일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쏴아아아아아아....
콰르릉!!
"당신...!"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특별히 조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모리치카 린노스케는 번갯물에 비친 모습만으로 재빠르게 방문자를 인식하고는 적의를 드러냈다. 머리 모양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향림당의 점주는 그 날 이후 8년 내내 그 얼굴을 잊을수가 없었다.
"제때 값을 치르지 못해서 미안하오. 지금이나마 값을 치르겠소."
후지카와는 등에 매고 온 자루를 카운터에 펼쳐 보였다. 하지만 반요는 차갑게 그를 쏘아보면서 평소의 그라면 절대로 내뱉지 못할 독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당신이 저에게서 가져간 그 무기들 때문에 수많은 자들이 희생되었는데, 당신은 거기에 감사를 표하면서 보상을 하겠다고 이러고 있군요.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제정신으로 이러고 있는 겁니까?"
"더이상 죄책감에 떨 필요 없소. 그게 당신이 가지고 있던 물건이란건 아무도 모르고 있으니 오명은 다 나한테 있는거요. 당신은 옳은 일을 도운..."
쿵!
"옳은 일? 요괴들을 학살한게 지금 옳은 일이라고 하는 건가?!"
콰르르릉!!
반요는 카운터를 양손으로 내리치면서 고함을 쳤다. 마음 같아서는 멱살이라도, 아니 목을 쥐고 꺾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는 분노에 몸을 맡기고 환상향연기의 한 페이지를 피로 물들인 전적이 있는 앞의 남자와 다르게 자신의 분노를 카운터에 금이 가는 정도로 제어할 수 있는 분별력 있는 인물이었다.
"내가 죽인 놈들은 다 죽어 마땅한 놈들이었소."
눈 앞의 남자는 담담하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했다. 백발의 반요는 그 모습에 소름마저 끼칠 정도였다. 그는 주먹을 풀고는 앞에 있는 남자를 쏘아보면서 차갑게 대답했다.
"이 세상에 죽어 마땅한 자는 없습니다. 괴물씨."
자신을 지칭하는 대명사를 들은 남자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린노스케는 알 수 없었다.
"...돈은 두고 가겠소. 쓰건 안쓰건 그건 자유요."
그 말을 끝으로 죄 많은 인간은 자루를 놔둔 체로 문 밖을 나섰다. 조금이나마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을 되돌리려 했다가 오히려 혹만 더 붙여 버린 체로.
'이해는 바라지도 않았어.'
'거짓말. 내가 한 짓거릴 정당화 하겠답시고 만들어 낸 변명 풀어놓고는 뭐가 어째? 이해 안 바랬다면 뭘 바란거야?'
'그가 죄책감을 덜길 원했지. 만약에 내가 한 일이 자기 책임이라고 여기고 있었다면 그런 생각 더이상 안 하길 바랬어. 양심상 걸린다고, 그런건.'
'양심? 나한테 양심이 남아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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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원하는게 뭐야?"
"당신 죽는거."
비옷을 뒤집어 쓴 요괴는 부들부들 떠는 오른손에 단검을 쥐고 있었다. 단검은 쇠붙이가 아니였는지 달빛에도 반사는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 요괴는 자기 앞에서 뒷걸음질 치는 마법사 앞으로 서서히 걸어오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가 뒤집어 쓴 비옷 사이로 긴 금발이 보이고 있었다.
'더는 못해. 못한다고...'
하지만 그의 입에서 말은 생각과 반대로 나오고 있었다.
"난 다 알고 왔어. 너와 그 녀석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제발, 제발 이러지 마. 난 네가 누군지도 몰라. 모르는 놈들 끼리 이러는건 아니잖아, 응? 죽이지만 않는다면 시키는건 뭐든지..."
마법사는 뒷걸음질을 계속하며 비굴하게 애원했지만 요괴는 이미 마음을 굳히고 온 듯이 말을 끊어버렸다.
'아니야. 이건 의무야. 그 자식들이 한 짓은 그냥 넘어가선 안돼. 댓가를 치러야만 한다고.'
"하지만 난 네가 무슨 놈인지 봐버렸어."
저벅저벅
투두두두둑
비옷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는 환상향이라는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소리인듯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마법사가 이승에서 들은 마지막 소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걸 봐버린 이상 난 그냥 넘어갈순 없어."
푸슉
결국 상아색의 단검은 마법사의 배를 꿰뚫었다. 마법사는 배를 움켜쥐고 바닥을 뒹굴었지만, 누가 도와주지 않는 이상 그는 5분도 못 버틸 것이다. 하지만 그 때는 폭풍우 치는 한밤중이었고, 쓰러져있는 그를 먹어치울 질 떨어지는 식인 요괴라면 모를까 도와줄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마법사를 찌른 요괴는 자신의 단검을 빗물에 씻어내고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 가뿐 숨을 몰아 쉬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자기는 이런 일을 하기 싫었다는듯이. 아까까지 그와 한 언행과는 모순되는 행동이었다.
"후욱, 후욱, 허억, 으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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