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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 ─. 긴장감이 감도는 투귀암에 거센 비가 쏟아져 내린다. 아침까지만 해도 구름 한 점 없었는데, 오후가 되자마자 비구름이 형성된, 징조도 없이 내린 폭우였다. 이 비로인해 투귀암엔 크고 작은 연못이 생겨나 있었다. 전부 이틀에 걸쳐 만들어진 장대한 싸움의 결과들이었다. 중간 중간 생겨나 있는 거대한 물웅덩이를 피해 두 오니가 싸운다. 이번으로 두 번째인 이 결투는 어제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다. 도전자였던 스이카가 두령, 두령이었던 호시구마는 도전자라는 서로 뒤바뀐 입장이었고, 구마와 토라구마 외엔 아무도 없었던 결투장에는 수많은 요괴들이 매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제만 해도 두령의 싸움에 휘말리기 싫어했던 요괴들이 투귀암에 몰려든 이유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것이었다. 자칫하면 저들의 싸움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보고 싶어 했다. 전(前)두령 호시구마의 의지를. 절대로 굴하지 않는 그 강인한 정신을! 승패는 당연히 지금의 두령인 슈텐이겠지. 그러나 이곳, 투귀암에 모여든 수많은 요괴들은 승패의 결과 보다, 슈텐의 강함 보다, 호시구마의 투지를 두 눈에 새겨갔다. 쏴아아. 거친 빗소리 말고는 스이카와 호시구마가 치고 박는 소리만이 투귀암에 울려퍼진다. 그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수많은 요괴들 중에 입을 열고 떠드는 자 한명도 없었다. 그 토라구마 마저도 침묵을 지켰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은 매우 무겁고, 경건하기까지 한 분위기가 흘렸다. 흡사, 장례라고 치루고 있는 유가족들의 모임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엔 스이카가 있고, 호시구마가 있었다. * 오고가는 주먹 속에 혈액이 튀어 오른다. 튀어오른 피는 두 오니의 몸을 붉게 물들여간다. 빗줄기는 거칠었지만, 이 진한 피를 씻어내는 덴 무리였다. 그리고 그 피의 주인은 호시구마였다.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스이카가 주먹이 뻗을 때 마다 호시구마의 입안으로 부터 검고 붉은 핏줄기가 솟구쳤다. 피하려 하면 급소에 강력한 주먹이 쇄도해 들어온다. 그 주먹을 막으려하면 돌연 발차기가 날아든다. 피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는 스이카의 공격은 무자비한 괴패의 구타였다. 그래도 치명타를 내주지 않고 있기에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어디 몸 성한 곳 없었지만, 방어를 풀지 않는 것으로 간신히 버텨나가는 있었다. 호시구마는 양 팔을 머리 높이까지 치켜들고 곧 있을 공격에 대비해 안면을 가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이카의 발차기. 확실히 방어했지만, 발차기에 담긴 어마어마한 힘에 밀려 그만 휘청거리고 말았다. 방어 자세가 풀어지자, 곧 바로 다음 공격이 이어졌다. 깨끗하게 명치에 꽂히는 주먹. 「컥!」외마디를 내뱉은 호시구마는 얼굴을 고통스럽게 일그러뜨렸다. 당장 쓰러질 듯 비틀거렸고, 입 밖으로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간신히 자세를 다잡는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듯. 호시구마는 주먹을 휘두르는 것으로 반격에 나섰다. 허나, 가벼운 몸동작으로 피해내는 스이카. 몇 번을 내질려도 결과는 같았다. 이리저리 머리를 트는 것만으로 간단히 피해버린다. 싸움이 여기까지 일방적인 양상이 된 것은 호시구마의 몸이 어제의 결투로 부터 아직 다 회복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진 힘에 비해 너무나 미약했던 요력도 이젠 손톱만큼도 남아있지 않다. 철벽을 자랑하는 육체도 스이카가 가진 귀신의 힘 앞에서는 무력하다. 그 동안 입은 피해가 너무나 커서 상처의 재생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반면, 만전의 상태가 아닌 호시구마를 상대로 스이카는 봐주지 않았다. 어제와 같이 장난식이 아닌 진심을 담아 상대했다. 어째서일까. 스이카는 그런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무모한 결투를 걸어온 그녀에게 결코, 장난을 치고 싶은 기분이 될 수 없었다. 만전이 아닌 호시구마에게 스이카는 싸움에 진심으로 임하는 것으로 자기 나름의 예의를 지키기로 한 것이었다. 퍼억. 호시구마의 주먹을 피해낸 스이카가 순간 무방비해져 버린 그녀의 관자놀이에다 주먹을 명중 시켰다. 머리뼈를 뚫고 뇌까지 전해지는 충격에 눈이 풀려버린 호시구마는 그대로 쓰러지는가 싶더니. 빠득. 이를 악물고 흐려졌던 동공을 바로 세웠다. 『절대로 꺾이지 않는 그 의지는 불굴.』 입가에 흘려 내리는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는 호시구마. 스이카는 잽싸게 그 품속으로 파고 들어 섬광 같은 공격을 가했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에 수십 방의 주먹이 호시구마의 가슴과 복부에 박혀든다. 퍼퍼퍼퍼퍼퍼퍼퍽-! 그 충격으로 인한 소리가 울려 퍼진 것은 나중이었다. 스이카의 주먹이 소리 보다 빨랐던 것이었다. 마치, 벼락과도 같았다. 호시구마의 눈이 빠져나올 것 같이 튀어나왔다. 충격은 철옹성과 같은 몸을 뚫고나가 등뒤로 부터 빗줄기를 가르며 일자로 한없이 뻗어나갔다. 콰쾅-! 그 뒤에 위치해 있던 수십의 요괴들이 충격의 여파에 휩쓸려 하늘 높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커다란 원형으로 파여 있는 암벽. 그 중심부엔 정확히 호시구마가 받은 충격의 수만큼의 크고작은 구멍이 새겨져 있었다. 요괴들 사이에서 신음이 새어나온다. 제아무리 천하의 호시구마라도 저 엄청난 위력의 공격을 정통으로 받아내고서는 무사할리 없을 테니까. 그 순간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 이어졌다. 자신의 몸을 뚫고 나오는 충격마저 견뎌낸 호시구마가 빈틈을 보인 스이카에게 일격을 먹인 것이었다. 정확하게 턱에 직격한 올려치기였다. 이어서 공중으로 살짝 뜬 스이카의 안면에 정권을 먹이는 호시구마. 퍼엉-! 혼신을 담은 정권에 스이카의 몸은 무서운 속도로 뒤편으로 날려졌다. 『철벽의 육체에 금강의 패력을 두르고』
허억허억. 호시구마는 간신히 쥐어짜낸 힘으로 드디어 그 얄미운 면상에 한방 날렸다는 사실에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웃었다. 그리고 수많은 눈들이 크게 뜨여진다. 방금 펄쳐진 광경은 숨죽여 지켜보던 요괴들에겐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 슈텐을 상대로 보여준 호시구마의 의지는 지켜보던 수많은 요괴들에게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었다. 「방금 건 꽤 아팠어! 아직도 그런 힘이 남아있었다니..」 호시구마의 혼신의 정권을 안면으로 받아낸 스이카는 코끝이 살짝 붉을 뿐인 얼굴로 쾌할하게 외쳤다. 자신의 공격을 연달아 맞은 호시구마가 이런 공격을 해 올 줄이야. 스이카는 호시구마의 집념에 놀라했다. 단단한 몸만큼이나 그 정신력 또한 강철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정신력만으로는 부족하지. 씨익 사나운 얼굴로 입 꼬리를 찢어 올린다. 가볍게 땅을 두어 번 차는 것으로 대포알 같이 튀어나가는 스이카. 그 앞에 있는 것은 허리를 굽힌 자세에 불끈 쥔 주먹으로 자신과 격돌하는 호시구마. 『꿋꿋이 서있는 두 다리는 거송.』 주먹과 주먹이 교차한다. 엇갈려 지나간 일격이 서로의 턱에 명중되었다. 퍼어억! 두 일격 모두 깨끗하게 꽂혔지만, 고개가 돌아간 건 호시구마 뿐이었다. 턱이 산산조각 나는 강한 충격에 비틀거리는 호시구마. 몇 발자국 옆으로 쏠리면서 휘청댔으나 강하게 내디딘 한 걸음으로 간신히 땅바닥에 쳐 박히는 신세를 면했다. 퉷. 피와 함께 부셔져 나간 이빨을 두세 개 뱉어낸 호시구마는 사납게 미소 짓는 스이카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렸다. 「덤벼.」 「으아아아-!」 호시구마의 주먹이 빗속에서도 육중한 소리를 내며 휘둘려진다. 그것을 스이카는 우습다는 듯이 한 손으로 쳐내고는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말아서 호시구마의 안면에 박아 넣었다. 빠악! 두개골이 박살난다. 호시구마는 피범벅이 된 얼굴로 부셔진 투귀암 바닥에 뒷머리를 찢었다. 어디 성한 곳이 없이 엉망진창이 된 그녀의 몸 위로 차가운 빗줄기가 사정없이 쏟아져 내린다. 『호시구마는 무패를 자랑하는 투귀로다.』 시체처럼 누워있는 호시구마에게 아우의 외침이 들려왔다. 「형님-!」 「우우워- 우우!」 그 소리가 응원 처럼 들렸던 걸까? 미동도 않던 호시구마가 꿈틀대더니 몸을 일으켜 세운다. 또 다시 들려오는 아우의 외침. 「이러다 죽겠소! 이젠 그만 누워계시오. 충분하지 않소이까-!!」 형님을 생각하는 토라구마의 간절함에 호시구마는 웃었다. 이마는 깨지고, 광대는 주저 않고, 코는 찌그러져 있는데다 이가 죄다 나가있는 얼굴로, 비에도 씻겨나가지 않는 피칠갑의 얼굴로, 웃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을 걱정하는 두 아우에게 아직 싸울 수 있다는 무언의 말을 전하고는 양 주먹을 들어 올린다. 이미 요괴로서의 재생력을 완전히 상실해 더 이상 싸웠다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도 호시구마는 개의치 않는다. 토라구마와 구마에게 그 확고한 의지가 전해졌다. 아우는 울음 섞인 음색으로 외쳤다. 「절대로 꺾이지 않는 그 의지는 불굴!」 빗소리를 제외하고 무음이었던 세계에 투귀암의 호시구마를 칭송하는 소리가 울려 펴진다. 「철벽의 육체에 금강의 패력을 두르고!!」 하나였던 소리가 여럿이 되었다. 이윽고─ 「꿋꿋이 서있는 두 다리는 거송-!!!」 모든 요괴가 입을 모아 합창하는 거대한 외침이 되었다. 그들을 입을 모아 노래한다. 「호시구마는 무패를 자랑하는 투귀로다─!」 7년 동안 무패였던 그녀를. 투귀암의 호시구마를 칭송하기 위한 찬미가를. 자신을 향한 요괴들의 아우성에 호시구마는 더할 나위 없이 유쾌했다. 이 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딨겠는가. 새로운 두령에게 형편없이 얻어맞기만 하는 자신인데, 저렇게까지 입을 모아 칭송하다니. 정말이지 자신은 행복한 두령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모두의 기대에 보답을 해 볼까?」 승패야 이미 정해져 있다지만, 조금 더 자신의 투지를 모두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호시구마는 얼마 남지 않은 이를 악무는 것으로 투지를 불태웠다. 그리고는 아주 먼 옛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 절대로, 아무에게도 지지 않을 거야! 자신이 아직, 인간이었던 시절의 기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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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토요일이라 동게이들 많은 거 같으니 지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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