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K 카와우치 시로 대표, 한국 떠난다
사실 올해를 끝으로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SCEK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간의 공적을 인정 받아 SCEJA 부사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마리오 사장님’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한국 시장을 위해 동분서주해온 그를 그냥 떠나 보낼 수는 없었기에, 사전 인터뷰를 신청한 기자들이 부산 시내 한 커피숍에 모였다.
“대표가 되고 6년, 실제 한국에 부임하고 3년 반이 지났는데, 이 기간은 나 자신에게도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이는 모두 여러분의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카와우치 대표는 “올해 4월 16일부터 일본과 아시아 지역의 소프트웨어를 총괄하는 직책을 맡았는데, 현실적으로 이 둘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아 후임을 인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PS4 발매 이후 한국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10월 가격 인하와 동시에 여러 타이틀이 발매되면서 SCE 내부에서도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가격 인하 효과를 언급할 때 항상 한국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지난 컨퍼런스 때 오다 부사장이 이를 언급한 것이다.”고 말한 그는 “3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한국의 시장성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좋은 결과를 남길 수 있어서 감사 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올 연말까지는 일본과 한국 양쪽을 모두 담당하겠지만 내년 초에는 일본으로 거점을 옮기게 된다. 하지만 내 업무 범위는 아시아이고, 여기에 한국도 들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 때 잘 부탁 드린다.”며, “특히 한국 유저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 부분은 퍼스트 파티 뿐 아니라 서드 파티에서도 로컬라이즈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용과 같이 키와미처럼 예전 같으면 로컬라이징이 어렵지 않을까 했던 게임도 한글화를 예정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힘을 낼 테니 여러분들이 많이 지원해주셨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아래는 이후 이어진 질의 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 유저 분들이 슬퍼해 주신다면 감사할 일이다. 한국 분들이 로컬라이즈 타이틀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이것을 실현하게 되어 뿌듯했고, 앞으로도 신경 써나갈 것이다. 사실 내 자신이 가장 서운해서 유저 분들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돌아오고 싶다. 그 때 나를 기억해주면 좋겠다.
Q. SCEK에서 유저 송별회를 할 계획은 없나?
그런 건 너무 뻔뻔한 것 같아 생각해본 일도 없다(웃음). 그래서 오늘처럼 가벼운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낸 것이고… 뉴스거리도 안 될 내 퇴임 소식이 화제가 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좋아서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없을까 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 그래서 훗날 유저 분들이 ‘이건 카와우치가 한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끔 로컬라이즈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요즘 다른 나라에 있다 서울에 오면 익숙한 거리 풍경에 안심하게 된다. 오히려 일본보다도 더 안심이 들어 나 자산이 이상하게 생각될 때도 있다. 앞으로도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다.
Q. 지난 몇 년 간 SCEK 대표로 재직하면서 가장 슬펐던 일과 행복했던 일을 하나씩만 꼽는다면? 혹시 가장 슬펐던 일은 PS3 발매, 가장 기뻤던 일은 PS4 발매(웃음)?
정답!(웃음). 농담이고, 한국에서 슬펐던 일은 없으며, 단지 회의 때문에 해외에 장기 체류할 때가 힘들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지만, SCEK에서는 정례 회의를 하지 않는다. 나 자신이 장시간 미팅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만 짧게 미팅하며, 사장실에는 문이 없고 개방되어 있어서 보고가 필요한 사람은 언제든 찾아오면 된다. SCEK에서 좋았던 점은 이처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였고, 이것이 가장 효율적이라 생각하는데, 해외에서는 그런 게 안 된다. 한국에서 가장 기뻤던 일은 역시 PS4 발매. 12월 엄동설한 속에 1주일 간 기다리는 팬을 보며 감사하게 생각했고, 많은 성취감을 느꼈다. 사실 한국이라기보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일이고, 현장 팬들의 열기를 느끼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Q. PS3 발매 때 카와우치 대표의 굳은 표정이 기억 나는데, 그 후 지금처럼 한국 시장이 달라진 것은 카와우치 대표의 힘이 컸다고 생각하는 유저가 많다. 이제 SCEK 대표가 바뀌면 도로 예전처럼 콘솔 게임의 불모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PS3 발매 당시 표정이 굳어 있었다는 것은 오해이며, 예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유저 베이스도 성장했고, 타이틀도 앞으로 계속 많이 나올 것이라 불모지로 돌아갈 일은 없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새로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론칭이 늦었던 것은 규제 때문이지, 한국 시장의 규모가 작거나 불모지였던 탓은 아니다. 내가 온 후 론칭이 앞당겨진 것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며, 내가 떠나도 한국에서 발매가 늦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Q. 용과 같이 키와미의 경우 평소와 달리 한국어 로컬라이즈를 위해 몇 년 동안 세가게임스의 나고시 토시히로에게 공을 들였다고 언급했다. 이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줄 수 있나?
도쿄에 있을 때 나는 중화권 로컬라이즈도 담당을 했는데, 중문화는 시장이 커서 세가가 선뜻 응했으나, 한국에 오기 전부터 나고시를 포함한 여러 세가 관계자에게 어필을 해도, 한글화는 세가 내부의 로컬라이즈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 이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비즈니스이다 보니 울며불며 매달린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키와미의 한글화 결정 후 나고시와의 식사 자리에서 앞으로 더욱 한글화에 힘쓰겠다는 발언을 들었고, 향후 전면적인 협력도 약속 받았다. 그래서 더욱 한글판 키와미의 흥행이 중요하다.
Q. 한국을 떠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쉬운 점은 한국에 계속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승진 이야기가 나오기 전, SCEJA 모리타 대표에게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승진 결정이 나버렸고, 어떻게든 남아 있고 싶어 양쪽을 병행했지만, 일본 시장의 부족한 점과 VR 론칭 관련 문제로 결국 한국을 떠나게 되는 것이 가장 아쉽다.
Q. 일본 본사에서 한국 지사로 부임한다는 것은 일반 기업의 경우 지방 전출이나 좌천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인 것 같은데 어땠나?
이전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케이스가 없었고, 한국 시장 상황을 잘 몰라 확인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그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있게 될 줄은 몰랐지만.
Q. 국내 콘솔 유저 중에 카와우치 대표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자상가 등을 자주 방문하는데 알아보는 사람도 있나? 혹시 팬들의 사인 요청을 의식하고 있지는 않나?
항상 사인펜을 갖고 다니지만 그 이유는 사실 반대다. 예전에 사인을 요청하는 팬이 있었는데 펜이 없어서 해주지 못하겠다고 하자 너무나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그 후부터 펜을 갖고 다니게 됐다.
Q. 키도는 넥스트플로어라고 하는 모바일 게임 전문 개발사의 외도(?)라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일본이나 중국도 그렇지만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레드오션 그 자체인 상황인데, 그런 점에서 하나의 탈출구로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바일과 온라인 유저에게 콘솔 게임에 대해 알린다”는 SCEK의 지스타 출전 이유에도 가장 잘 부합하는 것 같고. 콘솔 게임 제작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내 개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게임 시장에서 콘솔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콘솔만이 가진 몰입감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 이를 위해선 한국 개발사들이 게임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앞으로도 협력을 부탁하고 싶다. 한국 개발사들은 레벨이 높아서, 이들의 게임을 전 세계에 소개하고 싶다는 희망도 있다. 세계 진출을 위해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해외 시장에서 유저들과의 접점을 넓히기가 용이할 것이다.
Q. 발표회나 간담회 때 개그 욕심을 낸다는 사내 직원의 증언이 있다. 인정하는가?
해마다 각 지사에서 영상을 제작해 4월 본사에 모여 감상하는데, 거기서는 개그 본능을 발휘하고 있지만, 컨퍼런스에서 보여주는 것은… 전적으로 직원이 짠 스크립트다. 나.는.착.실.하.게.시.키.는.대.로.만.할.뿐.이.다(웃음).
Q. 한국 콘솔 게임 시장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PS4 유저 분들께 받은 성원을 계기로 한국 시장이 주목 받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한국도 로컬라이즈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그래서 이 상태를 꾸준히 유지해나가고자 하며, 앞으로 더 좋은 게임들이 나오고, 로컬라이즈와 더불어 한국 개발사들의 VR 게임이 나온다면 시장 전망은 아주 밝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 질문으로… 카와우치 대표에게 눈물이란? 그리고 당시 본사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나?
앤드류 하우스 대표는 ‘울보’라고 놀렸으나, 도쿄의 스탭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자신도 울컥했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는 창피해서 어떻게든 사람들 기억을 없애고 싶다(웃음). 당시 일본보다 먼저 PS4를 발매하느라 고생했는데, 단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니 전자상가 매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눈에 들어와 나도 모르게 그만 감동 받았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
보도자료 press@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