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XS1-EP009 "어번 팰리스의 고양이"
"오빠? 둘이서 나가더니 둘이서 들어온 거야?"
집으로 들어오는 세이아의 옆에 있는 소라를 본 아스카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어."
"나도 어번 팰리스로 이사나 올까~? 그렇게만 되면 그것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마치 자기 집에 온 것 마냥 눈치고 뭐고 바로 소파에 바로 앉아버리는 소라의 모습에 세이아는 그만 피식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정말로 자신을 형제로 여기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버릇이 나빠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가감없고 솔직한, 그러면서도 제멋대로인 소라의 모습은 말썽꾸러기 동생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런데, 가방은 뭐에요? 오늘 밤은 여기서 하룻밤 자려는 거에요?"
"그럼, 그럼. 어차피 내 집, 여기서 그리 멀지도 않아. 걸어서 한... 20분 정도?"
사야카가 소라가 챙겨온 가방을 보고 묻자 그는 그렇다는 대답과 함께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콘솔 기기의 전원을 올리고 있었고, 세이아는 그 뻔뻔함에 오히려 소라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아스카, 사야카. 아카데미아에선 너희 선배지만, 앞으론 밖에선 너희 작은 오빠로 생각해."
"그거야 당연하지 않아? 이젠 형하고는 형제나 다름없으니까, 안에서나 밖에서나 아스카랑 사야카 둘 다 내 여동생이나 다름없는 거라고."
"정말 속 편하게 사는구나... 그래, 그래, 앞으로는 작은 오빠로 생각하고 대할게."
이제는 편하게 말까지 놔버리는 소라의 모습에 쌍둥이 모두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러던지 말던지 게임 목록을 뒤적이며 할 만한 게임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는 소라를 보며 세이아는 그런 뻔뻔함을 자신도 본받아야하나 싶어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아, 별 건 아니지만 너희들한테도 선물."
그러다 세이아가 쌍둥이를 보고서 생각난 것이 있었는지, 여동생들에게 각각 고양이귀와 듀얼 디바이스로 만들어지는 카드에 에보니 & 아이보리의 프로텍터를 적용할 수 있는 리딤 코드가 적힌 기프트 카드를 건내주고 있었다. 아스카는 검은 색, 사야카는 하얀 색의 고양이귀를 받았다.
"고양이 귀에... 에보니 & 아이보리 프로텍터 리딤 코드까지?"
"어. 에보니 & 아이보리에서 산 거야. 다음엔 좀 더 좋은 선물로 가져올게. 아, 소라한테도 선물."
그리고 소라한테는 까만 얼룩이 있는 하얀 고양이귀를 씌워주고, 역시 기프트 카드를 선물로 주었다.
"헤에~! 내가 여자였으면 결혼해달라고 했을 것 같아!"
"하하, 가끔 사람들이 남자치고 의외로 섬세하다고 놀라더라."
그렇게 소라가 고른 게임은 '과자 나라의 마돌체'. 고전적인 도트 그래픽을 사용하면서도 생동감을 부여하는 HD-2D 기술이 적용된 어드밴처 게임이었고, 과자나 초콜릿같은 군것질거리를 특히나 좋아하는 소라에게 더할나위없이 어울리는 게임이기도 했다.
"아스카랑 사야카가 소라 옆에 좀 있어줘. 나는 저녁 식사를 준비할테니까."
"혹시 초코 시럽도 있어?"
"밥먹는데 이상한 짓하면 혼난다?"
그 와중에 소라가 꺼낸 '초코 시럽'이란 말을 듣자마자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것인지 눈치를 챈 세이아는 가볍게 경고를 해준 후, 오므라이스 요리를 위한 재료들을 꺼내들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여동생들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방랑 생활로 인해 몸과 마음 모두가 지치고 힘든 와중에도 어떻게든 요리책들을 구해서 열심히 배웠던 만큼, 요리와 식사에 진심인 세이아는 먹을 것에 장난을 치는 짓이나 소위 말하는 '괴식'같이 요리나 식사에 관한 일탈 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못 했다.
"무슨 생각을 했던 거야. 요리를 망칠 셈이었어?"
"그런 거 아냐. 그저 나는 당분이 많이 필요해서 그럴 뿐이라고."
"그럼 소라 오빠, 차라리 우리 오빠한테 초콜릿 케이크를 사달라고 부탁해서 그걸로 식사한 셈 치면 어때? 우리 오빠는 먹을 걸로 장난치면 진짜 엄청 화내거든."
"장난치는 거 아닌데..."
요리를 하는 와중에도 아스카와 사야카, 그리고 소라의 대화를 들으며 그가 단 것에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세이아였지만 설령 그렇대도 먹을 것에 진심을 담는 자신의 입장에선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벌이는 건 요리에 대한 일종의 반기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절대 용인해줄 수 없는 일이었다.
"에이... 나는 단 것이 없으면 힘을 못 쓰는데."
하지만 무작정 찍어누르면 반드시 그 반작용이 일어나는 것도 알고 있었던 만큼, 세이아는 투덜거리는 소라를 보며 나름의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거 다 먹으면 이거 다 줄게."
"오오? 그거 꽤 비싼 초콜릿 아냐?"
금박지로 정성스럽게 포장된 고급 초콜릿 12개가 들어있는 상자를 꺼내며 소라를 살살 달래주는 세이아였다. 원래대로면 이걸 쌍둥이들과 함께 하나씩 까먹으며 오늘 저녁을 보낼 생각이었지만 대다수의 고양이들은 집사 사정에는 관심이 없는 법이었다.
"소라도 이건 알아야 해. 나는 다른 것은 그렇다쳐도 먹을 것에 대해서는 아주 진심이야. 그만큼 나도 진심을 다해 요리를 하고."
초콜릿에 정신이 팔린 소라의 눈 앞에서 초콜릿을 치우며 세이아는 자신의 사상을 밝히고 있었다.
"네가 단 것에 진심인 건 알겠어. 그렇지만 식사 시간만큼은 내 성의를 오롯이 확인해줬으면 하는게 내 바람이야."
"밥에 초코 시럽 뿌려먹으면 안 되는 거야?"
"그러다 너, 이가 썩어버린다? 아니면 네 몸 어딘가가 망가질 수도 있어. 그래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눈 앞에선 절대 안 돼."
소라의 괴식 성향을 지적하는 세이아는 문득 이민 이후에 가졌던 부모님과의 마지막 식사 시간을 떠올리고 말았다. 그 때도 어머니가 자기 밥에 메이플 시럽을 한 가득 뿌리려는걸 아버지가 필사적으로 뜯어말리고, 어머니는 자기만 먹을건데 괜찮지 않겠냐고 하고, 아버지는 자식들이 그런 걸 보고 배우면 애들 건강을 헤친다고 반박하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뭐가 재밌었는지 세 명이 웃음을 터트렸던 그 마지막 식사. 평소에 말수는 많지 않아도 섬세하며 손재주도 좋고 때론 친구같았던 아버지와 엉뚱한 면모가 있었지만 언제나 활발하고 친화력 넘치는 성격으로 집안의 밝은 분위기를 책임졌던 어머니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이제는 자신이 어느샌가 아버지의 자리에 서 있었다.
"우리 엄마도 꼭 그러더라. 몸에 나쁜 것만 골라먹는다고 하는데, 나는 당분이 있어야 사는 사람이란 말이야."
"열에 아홉은 다 그렇게 생각할 걸. 그리고 나도 그 아홉 중의 하나고. 대신 뿌려먹어도 될 땐 네가 그만 뿌리라고 빌 때까지 뿌려줄 수도 있어."
그 말과 세이아의 눈에 어린 약간의 슬픔을 본 소라도 일단은 수긍하는 눈치였다. 어차피 비싼 초콜릿을 눈 앞에서 보여준 것도 있겠다, 자기 먹으라고 온갖 군것질거리들을 사다준 것도 있으니 이번엔 자기 주장을 꺾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당분이 없으니 영 못마땅한 것인지 밥을 먹는 내내 세이아가 꺼내줬던 초콜릿에 눈길을 주고 있었고, 그런 소라를 보는 세이아는 이 철부지를 어떻게해야 사람으로 만들까하며 속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너무해... 취향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거 하나 존중 못 해주고 말이야."
그래선지 식사 후에 소라는 제대로 뒤끝을 부리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물론 그의 입은 솔직해서 이미 세이아가 준 초콜릿을 잘만 음미하고 있었으므로 세이아 입장에선 단순한 투정에 지나지 않았다.
"아까 말했잖아. 우리 오빠는 먹을 걸로 장난치면 엄청 화낸다고."
"나는 진심이라니까. 당분이 부족하면 힘이 안 나고, 머리가 안 돌아가. 세상 모든 맛 중에서 가장 최고인게 바로 단 맛이란 말이야."
사야카의 말에 소라는 진심으로 자신만의 당분 예찬을 하고 있었고 아스카는 초코 시럽을 밥에 뿌려먹을 생각을 했던 소라를 보다 세이아를 보며 말했다.
"그러고보니까... 우리 엄마랑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지 않았어?"
"돌아가시기 전 날이었지. 우리 어머니도 소라만큼은 아니어도 단 거 참 좋아했잖아. 아버지는 우리 건강에 안 좋다고 밥에 메이플 시럽 뿌리지 말랬는데... 이젠 내가 아버지 자리에 서게 되었어."
그렇게 말하고도 뭔가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살짝 눈물을 훔친 세이아였다. 자신이 없을 때를 노려 쌍둥이를 ㅁㅁ하던 친척이라는 이름의 인간 폐기물과 엮이기 싫어 자신의 원래 신분인 '타카기 유우타'의 이름을 버려서까지 새 시작을 하기로 작정했던 세이아였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부모를 배신하고 등져버린 것같아 마음이 서먹해지고 쓰라린 것도 사실이었다.
"우는 거야?"
"그래, 우는 거야. 부모님 생각나서."
과거의 아픔은 하루라도 빨리 내려놓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운 법이었지만, 갑작스러운 부모의 죽음과 그 이후에 등장한 인간 폐기물의 패악질, 그 패악질에 분노하다 자신을 주체하지 못 하고 그를 뒤에서 찌르고 그로 인해 여동생들에게 온갖 고생을 안겨준 지난 5년하고도 몇 개월의 시간들이 안겨준 크고 깊은 상처는 열배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과연 아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세이아의 눈물을 본 소라도 아차하는 마음에 이제 막 두 개째를 벗기려던 손이 일순 멈추고 있었다.
"형의 부모님은... 좋은 분이었나봐?"
"좋은 분이었어. 처음부터 여기로 왔다면 더 좋았을 정도로."
그런 세이아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꺼내 돌아오니 손에는 부모님과의 추억이 담긴 작은 앨범이 들려있었다. 방랑 생활의 고됨 속에서도 악착같이 챙겼던 소중한 기억들이었다.
"이거,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에 찍었던 사진들이야."
"헤에... 형의 그 눈은 엄마를 닮았구나..."
갈색 머리와 보라색 눈동자를 지닌 아버지와, 짧게 다듬은 적갈색 머리와 카데트 블루의 눈동자를 지닌 어머니가 어릴 때의 남매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은 세이아가 부모님을 또렷이 기억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고,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 없는 추억이었다. 소라는 세이아 가족의 사진들을 흥미롭게 살펴보다 그 중 한 장의 사진을 꺼내려 했지만 세이아가 그것을 막았다.
"뒷면은 안 봐도 돼."
"안 되는 거야?"
"응. 안 돼."
사실 사진의 뒷장에는 사진에 찍힌 가족들의 이름들이 어머니의 손글씨로 적혀있었지만 어번 팰리스의 이웃 몇몇 이외에는 자신의 과거를 누구에게도 드러낼 마음이 없던 세이아는 소라의 호기심을 가로막았다. 의동생의 호기심 때문에 의형제의 사이가 망가지는 건 원치 않았다.
"그리고...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간직하는 사진들."
뒤이어 세이아는 어머니와 자신의 둘만이 찍힌 사진들을 소라에게 보여주었다. 그 당시에 찍힌 세이아는 멜빵과 조합된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군청색 반바지, 하얀 색의 긴팔과 하늘색의 외투, 그리고 두 줄의 얇은 빨간 스트라이프가 그려진 하얀 하이 삭스 등 현 시점으로 보자면 뭔가 시대착오적인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이건 어머니가 나와 둘이서 외출했을 때 찍었던 사진이야. 사실 이것도 원래는 빨간 옷을 입히려했는데, 그건 너무 촌스러우니까 봐달라고 해서 하얀 옷을 입힌 거야."
"왜 그렇게 입힌 거야?"
"우리 어머니가 좀 엉뚱한 구석이 있었거든. 이 땐... 맞아, 우리 어머니가 옛날 만화 주인공처럼 입히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되었지."
"잘 어울리는데, 뭐."
소라의 그 말에 세이아는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말하는 소라 자신도 다소 특이한 스타일의 외투와 검은 옷, 니커보커 스타일의 회색 바지와 하얀 하이 삭스 등으로 치장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사진들 보니까 생각나네. 우리 엄마가 오빠 옷을 사줄 땐 꼭 양말은 니삭스로 샀었단 말이야."
"맞아, 맞아. 우리 오빠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 그렇지, 어지간해선 이게 뭐냐고 따졌을 걸."
"왜 그랬었는데? 잘 어울리긴 하지만."
"그래서 샀대. 우리 엄마가 정말 좋은 분이었는데, 좀 기묘한 부분도 있었어."
"우리 엄마가 소라 오빠를 만났으면 엄청 좋아했을텐데."
"나도 너네 엄마를 만났다면 정말 좋았을거야. 왠지 잘 맞았을 것 같거든."
세이아의 어머니의 엉뚱한 구석은 종종 본인의 고집과도 맞물렸고, 그런 어머니의 고집을 잘 알던 세이아는 어머니가 좋아한다니 그걸로 되었고, 이것도 나름의 개성이라면 개성이라는 생각으로 어릴 때부터 항상 하이 삭스를 신으며 다녔다. 방랑 생활을 끝내고 스틸볼 시티에 정착한 이후로도 어머니와의 추억을 기리는 의미에서 남성용 하이 삭스를 주문해 신고 다니는 중이었다.
"형은 틀림없는 미소년이니까, 인기 많았을 것 같은데."
"하하... 나는 그다지 티를 잘 내진 않아서 꼭 그렇지도 않았어. 오히려 몇몇은 나보고 계집애같다고 놀렸지."
"그렇게 말하는 녀석들은 밥에 스테로이드를 섞어먹기라도 하는가보네?"
"글쌔. 그 동네 사람들에겐 나같은 남자는 마초다움이 없어서 싫었나봐. 동네 분위기가 그랬으니 별 수 없지만."
그렇게 말하는 세이아는 정작 그 "계집애"같은 외모로도 온갖 마경을 버티며 살았던지라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미묘하기 그지 없었다. 이렇게 세이아의 옛 추억들로 시간을 보내던 네 사람은 어느새 신작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인 "골드 프라이드"를 골라 4인 플레이로 재밌는 시간을 보냈고, 쌍둥이들을 먼저 방으로 보낸 소라와 세이아는 조금 전에 하던 "과자 나라의 마돌체"를 이어가며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멋대로 잠들었잖아."
하지만 막 스토리를 진행하며 보스전에 들어선 상황에서 잠깐만 게임을 대신 해달라던 소라가 조용히 잠들어버리고 보스전을 시작한 이상 중간 저장도 불가능했으므로 소라를 대신해 컨트롤러를 잡은 세이아가 보스전을 클리어해야만 했었다. 그렇게 보스전을 클리어한 이후의 대화까지 본 세이아는 게임을 저장하고, 먼저 잠이 든 소라를 빈 방 중 한 곳으로 옮기고 있었다. 건물주이기도 한 애이미 블랙이 아주 통큰 설계 제안을 했던 만큼 세 사람이 사는 방임에도, 그것도 자신과 여동생들에게 각자의 방을 배정했음에도 세이아의 호실에도 빈 방이 제법 있었다.
"정말이지... 멋대로 잠들면 어쩌란 말이야."
소라의 외투를 벗긴 후, 묶어놓은 머리를 풀어준 세이아는 잠든 소라를 침대에 눕히고선 이불을 적당히 덮어준 후 에어컨의 온도를 조절해주는 성의를 보여줬다.
"소라... 정말 미안하다."
그런 와중에 온갖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질렀던 '타카기 유우타'의 신분을 버리고 '무라이 세이아'라는 이름으로 신분 세탁을 마친 자신과 멋대로 의형제 사이를 맺은 소라에게 오히려 깊은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 세이아였다.
"무라이 세이아라는 신분에 속아서... 나같은 흉악한 전과자 따위와 의형제를 맺었으니... 내가 큰 죄를 졌어... 소라..."
잠이 들어 아무 것도 듣지 못 하는 소라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낸 세이아는 재차 눈물을 훔치고선 방의 전원을 끄고, 조용히 문을 닫으며 나왔다.
"너도 나같은 전과자와 엮여선 안 됐는데..."
그렇게 조용히 읊조리며 자신의 방으로 조용히 돌아간 세이아는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서 잠자리에 누워 두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세이아!
엘리노어 셸비.
세이아 형!
시운인 소라. 세이아는 자신의 전과가 드러나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알게 된 두 사람이 자신을 미워하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그런 모습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럴 리 없을텐데. 자신이 너무 사람을 터무니없이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것인가싶어 자신의 전과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둘의 반응을 상상해보았다. 그러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런 자신을 두둔하는 모습만이 떠오르고 있어, 그런 자신이 뻔뻔하고 가증스럽다는 생각마저 들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지인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브라이언조차 앞으로는 농담 좀 작작하라는 핀잔만 들릴 뿐, 자신을 증오하거나 혐오하는 반응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짧다면 짧은 6년 가량의 방랑 생활에서 세이아는 사람의 치졸함, 편협함, 아집, 맹목적 추종과 증오, 변명, 이유없는 혐오 등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에 끝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자신은 그 모든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보호받아야한다는 이기심에 사로잡히며 살아간다는 것도, 이성을 논하며 타인의 비이성에는 비판적으로 다가가지만 자신의 비이성에는 놀라울 정도로 관용적으로 대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랬던 만큼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자신을 향한 비난과 증오, 혐오, 혹은 침묵 등등을 예상해보던 세이아는 자신도 자신에게 놀라울 정도로 관용적인 것인지,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사람을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도 그런 위선적인 인물인건가 싶어 마음이 심란했다.
"허억... 허억..."
그리고 세이아의 의식이 무의식에 잠기고, 꿈 속의 소년은 비내리는 어느 거리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누군가에게서 달아나고 있었다. 몸 곳곳에 관통상을 입어 흘러나오는 피로 젖어버린 듀얼 아카데미아의 교복 차림인 소년은 필사적으로 자신을 쫓는 누군가에게서 도망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아악...!!"
그러나 뒤에서 총이 발포되는 소리가 들려오고, 양 무릎에 총상을 입어 쓰러진 소년은 뒤이어 여러 손들에게 붙잡혀 골목 어딘가의 음침한 건물로 맥없이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건물의 지하로 끌려가다보니 소년은 여기저기서 자신과 크고 작은 관계가 있었던 범죄자들이 자신을 향해 못 알아들을 욕지거리를 떠들어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현금과 귀금속들을 털렸던 수많은 ㅁㅇ상들, 지하 듀얼에서 자신에게 패배한 것에 앙금을 품고 패거리를 끌고 자신에게 보복하려다 역으로 팔다리가 부러졌던 온갖 잡범들, 심지어 큰 돈을 잃은 것에 대한 보복으로 흉기로 무장하고서 자신을 살해하려다 역으로 살해당하거나 큰 부상을 입은 라틴계 갱스터들까지 모두가 자신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다는 걸 소년은 느낄 수 있었다.
"커흑...!!"
그리고 수상할 정도로 크고 넓은 지하실의 끝자락에서 그들은 소년을 향해 폭력을 휘둘렀다. 누구는 칼로 자신의 배를 찌르고, 누구는 망치나 파이프 렌치 등의 둔기로 자신의 팔다리를 분지르고, 누구는 마체테를 들고서 자신의 손목을 베어버리고, 심지어 누구는 아예 전기톱을 들고와 자신을 반으로 갈라버리고 있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각자 크고 작은 총들을 손에 쥐고서는 그것들을 일제히 소년에게 갈기며 자신의 앙금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직도 저항하는 거냐? 엉?"
그렇게 한참을 무기력하게 살해당하던 소년의 귀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카기 토시유키. 그는 어울리지도 않는 정장 차림으로 길쭉한 회칼을 쥔 채 소년에게 다가갔다.
"타카기 유우타. 사람 말을 안 듣는데엔 아주 일가견이 있구나, 엉?"
"네가... 사람이라니... 사람 다 죽었냐...?"
소년을 조롱하는 그의 말에 소년, 타카기 유우타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오히려 눈을 부릅뜨며 그를 매섭게 째려보고 있었다.
"너같은 놈... 교도소에서... 엉덩이를 대주는게 어울리는데 말이야..."
"말 조심하라고 했을텐데, 꼬마야?"
"웃기지 마... 자기보다 약한 어린 여자애를 ㅁㅁ하는 놈 따위... 몇 번이고 씹어줄거니까..."
자신도 흉악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일지언정, 그래서 빈민가에서 경찰의 시선들을 피해 하루하루를 불안과 걱정 속에서 살아왔을지언정, 이웃들에게 무력을 휘두르며 위협하거나 약한 사람들을 자신의 밑으로 두며 얄팍한 지배감을 충족하는 식의 비겁한 짓은 절대로 하지 않았던 소년은 토시유키를 피가 흐르는 눈으로 그를 직시하며 말했다.
"나도... 알아... 도둑질하고... 사람을 패고... 지하 도박에 손을 대고... 사람을 죽였어... 나도 위선적이고, 나쁜 놈이지만...!! 무력한 여자애를 ㅁㅁ하고 더럽혔던 넌 나보다도 더한 놈이야! 너같은 놈은 그저 교도소에서 하루하루 엉덩이 대주는 기계일 뿐이라고!"
"이 건방진 놈...!!"
자신을 의심하던 빈민가의 이웃들도 시간이 지나며 그와 그의 자매들에게 나름의 친절을 베풀거나, 최소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는 등, 다소 의도적인 면은 있었을지언정 진심을 다해 이웃들과 조금이라도 좋은 사이로 지내고자 행했던 자신의 노력들이 무의식의 심층에서 조금씩 스며나오는 것이 느껴진 소년, 타카기 유우타는 그 회칼을 자신의 몸 속으로 찔러넣어 자신의 배를 갈라버리려는 토시유키를 마지막까지 노려보고 있었다.
아아악!!
그리고 곧, 생각치도 못 했던 총성이 그들의 뒤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풀 오토로 갈겨버리는 7.62mm의 총성을 시작으로 9mm의 총알비가 흩뿌려지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유우타!! 우리가 갈게!"
"형!! 조금만 더 버텨!!"
엘리와 소라였다.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준 기억이 없음에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원래 이름을 부르며 총격전을 벌이는 두 사람에 이어 이번에는 산탄이 발사되는 소리, 펌프가 앞뒤로 움직이며 재장전되는 소리, 그리고 권총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지금 갈게!"
"다 비켜! 비키라고!!"
아스카와 사야카가 유우타를 구하고자 합류하고, 그 이후로 지하실은 총성으로 가득히 울려퍼지고 있었다.
"어이! 내 꼬마 친구에게 인사나 하시지!"
뒤이어 40mm 유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5.56mm 고속탄을 사방으로 흩뿌리는 소리도 선명히 들려왔다.
"빨리 따라와, 형님! 시간이 없어!"
"나도 아니까 좀 기다려 봐!"
"힘내, 유우타! 조금만 더 힘을 내줘!"
45 구경의 권총을 양 손으로 쏘는 듯 두 발의 총성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울려 퍼지고, 점점 더 많은 총성이 지하실에 모여있던 수많은 범죄자들을 향해 거대한 파도처럼 덮쳐오는 것이 가까이서 들려오고 있었다. 12구경 산탄을 풀 오토로 갈기는 소리도 들려오고, 구경이 조금 다른 7.62mm를 사방으로 퍼붓는 소리도 들려왔으며, 다시 한 번 40mm 유탄이 터지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네 놈들 따위가 우릴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그러고 싶으면 군대라도 끌고 와라, 이 버러지들아! 우리가 네 놈들을 죄다 지옥으로 보내줄테니까!"
"이게 무슨 영화인 줄 알아?! 폼 그만잡고 계속 갈겨!"
매니가 영화 속의 대사를 따라하는 걸 아유무가 핀잔을 주는 것도 들려오고, 쌍둥이가 오빠는 어디에 있냐고 필사적으로 소년을 찾는 소리도 들려왔다.
"루카, 루아! 아무 걱정말고 따라와! 우리가 지켜줄테니까!"
"얼른 뛰어! 유우타 오빠가 죽어가고 있다잖아!"
"그렇게 말해도 귀가 아파서 잘 안 들려!"
"그리고 나도 총 있거든!"
그리고 이 시끄러운 공간 속에서도 소년의 귀에 조니와 유키가 루아와 루카를 호위하며 후발대로 오는 것도 들려왔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구경의 사격음으로 보아 일단은 자신을 구하러 온 것 같았고, 소년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이 자식...! 도대체 어느 틈에...! 죽여주마, 이 ㅁㅁ!"
"저리 가, 이 해충아!"
그 모습에 기겁한 토시유키가 소년의 배를 갈라죽이려하자, 엘리의 총에서 발포된 7.62mm 탄환 2발이 그의 오른쪽 어깨와 날개죽지에 정확히 꽂히며 그의 손에 들리던 칼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유우타에게서 썩 떨어져, 이 버러지 자식!"
그리고 아유무가 개머리판으로 토시유키의 뒤통수를 찍어버리며 그를 잠시 쓰러트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소년은 마지막 기력을 짜내 그가 떨어트린 회칼을 그의 몸 한가운데에 기생하는 벌레가 있는 자리에 찍어버리고는 그대로 턱이 있는 곳까지 쭉 그어버리며 몸을 갈라버린 후 최후의 일격으로 그 칼을 그의 뇌가 있는 곳까지 깊숙이 찔러넣는 것으로 그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버렸다.
"잘 가라... 버러지 자식..."
그 말이 끝난 직후, 소년은 더 이상 몸을 가눌 기력도 없어 그대로 쓰러져버렸고 이대로 죽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눈을 감은 채 누군가와 키스를 나누고, 그 사이에 두 알의 캡슐형 약이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년이 겨우 눈을 뜨니 엘리가 자신에게 키스를 하는 것이 보였고, 시간이 좀 더 지나 주변을 살펴보니 소년의 주변에는 그가 지금까지 만나고 알게 되었던 얼굴들이 보이고 있었다. 두 자루의 9mm 기관단총을 쥐고 있는 소라, 짧은 총신의 샷건과 두 자루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사야카, 두 자루 리볼버와 등에 맨 카빈으로 무장한 아스카, 카빈으로 무장한 아유무와 두 자루의 45구경 권총으로 무장한 유키츠, 언더배럴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소총으로 무장한 매니, 드럼 탄창을 물린 7.62mm 기관총을 들고 있는 코이치와 45구경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유즈루, 드럼 탄창을 물린 자동 샷건으로 무장한 카인과 일명 '데스 머신'이라 불리는 대용량 급탄 체계를 적용한 다목적기관총으로 무장한 알렉세이, 4.6mm 기관단총을 쥐고 있는 요한나, 5.7mm 구경의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애이미와 그녀의 가족들, 민수용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유키와 바나나 탄창형 자동 샷건으로 무장한 조니, 심지어 한 손에 [크리본]의 그림이 그려진 응급가방을 든 와중에 언제 찼는지 모를 홀스터에 권총을 집어넣은 상태의 루카와 자동권총 치고는 강력하지만 소년의 손으로는 다루기 어려울 은색의 10mm 권총을 든 루아, 짧은 총열의 7.62mm 돌격소총을 들고 있는 유즈, 체코산 32구경 기관권총으로 무장한 미하일과 러시아산 5.45mm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그의 아버지인 안드레이, 거기에 .300 구경을 물린 특수한 구경의 미국산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크리스 등등, 현실에서는 절대 볼 일이 없고, 봐서도 안 되는 모습들이 소년의 눈에 똑똑이 보이고 있었다.
"엘... 리...?"
"유우타, 괜찮아?"
소년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르는 엘리의 옆에는 레일과 신형 개머리판 등을 장착한 현대화 사양을 적용한 7.62mm 구경의 전투 소총이 놓여있었고, 소년의 좌우에는 아스카와 사야카가 자신의 안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오빠...!"
"괜찮아...?!"
"괜찮아... 그런데... 내 이름..."
"응? 네가 가르쳐 준 이름이잖아. 타카기 유우타. 맞지?"
자신이 가르쳐 준 적이 없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르는 엘리에게 당황하던 소년은 이내 그녀의 소총에 장식처럼 달린 작은 [여우불] 인형을 보고서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 그랬지... 맞아..."
"괜찮은 거 맞지? 그치?"
"어..."
괜찮다고는 했지만, 아직도 상처가 욱신거리고 있었다. 그런 소년의 모습을 본 아스카와 사야카도 곧장 루카의 구급 상자에서 상표를 알 수 없는 진통제를 꺼내 오빠의 입에 넣어주고 있었고, 소라와 아유무도 같이 그 진통제를 소년에게 조심스럽게 먹여주고 있었다. 그 마음이 통한 것인지, 게임 속에서 힐을 받은 것처럼 소년의 아픔은 점점 가시고, 상처는 어느새 아물어가고 있었다.
"[크리본]... 루카와 루아는 왜 여기 있는 거야...?"
그 와중에 소년의 눈에 띤 쌍둥이, 루카와 루아를 본 소년은 있어선 안 될 자리에 있는 쌍둥이의 모습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소리가 들렸어요... 고통받고 죽어가는 선배의 신음 소리가..."
"그래서 온 거야. 루카가 믿는 사람이라면, 나도 믿을 수 있거든."
그렇게 말하는 루아의 왼손에 쥐어진 10mm 권총을 본 소년은 비록 그것이 쌍둥이 동생을 지키기 위한 마음일지언정 그걸 루아가 들고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루아. 그게 네 마음인거야?"
그러나 루아의 권총 손잡이에 묻어있는 피를 본 소년은 총을 가져가는 대신 자신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루아를 안아주고 있었다. 자신 역시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그 마음을 빼앗아갈 순 없었다.
"하지만... 루카, 난 솔직히 이해가 안 돼. 아니, 솔직히... 다들 이해가 안 돼. 왜 이런 위험한 곳으로 온 거야?"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당연히 형을 구하려고 온 거잖아."
소년의 말에 소라가 핀잔을 주듯이 대답하고 있었다. 어느새 공간은 아까의 지하실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호실로 변해있었고, 지인들의 손에 들려있던 총기들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리고 자신을 구하러 온 지인들과 함께 아까의 자리에는 없었던 지인들까지 함께 거실에 옹기종기 있었다.
"이력이 아주 화려해. 본명, 타카기 유우타. 현 나이 17세. 생일은 3월 11일에, 신장 175.3cm, 체중은 65.2kg, 혈액형은 B형. 현재 사용하는 덱은 [플로지스타] 덱이지만 원래 쓰던 덱은 [사이버 드래곤] 덱.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 '제이크 브랜든'의 덱을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원래 쓰던 덱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음. 일본에서 태어났고, 8세가 되던 해에 부모님과 쌍둥이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 11세에 부모님을 먼저 떠나보내고, 며칠 후에 쌍둥이를 ㅁㅁ하던 친척, '타카기 토시유키'의 등을 칼로 찌르는 살인 미수로 쌍둥이를 데리고서 떠돌이 생활을 시작. 다수의 폭력 혐의에... 돈많은 약쟁이들을 12명이나 털어먹고, 14명의 라틴계 갱스터를 그들의 흉기를 이용해 살해하고, 22명의 갱스터에게 중상을 입혔다고 나와있네. 그러다 애이미 블랙을 만나 신분 세탁을 마치고나서 그 변태 친척과 엮이기 싫어서 '무라이 세이아'라는 새 신분을 받아 스틸볼 아일랜드로 이주해 듀얼 아카데미아에 전학의 형식을 빌려 편입했다고 나와있네. 특기 사항으로는 전미 지하 격투 대회의 최연소 우승자로 나와있고, 일명 '드래곤'이라는 별명으로 지하 듀얼에서도 탑 클래스의 전적을 보여준 희대의 천재 듀얼리스트. 이 정도면 교도소에서도 한 덩치하는 아저씨들이 설설 기겠어."
"엄청난 깡이군. 도박과 폭력은 원래 절친한 친구야. 그런 곳에서 잘도 살아남은데다 칼과 총으로 무장한 갱스터를 상대로 혼자서 14명이나 죽이고서 살아남았다면, 이 녀석은 진짜 남자야. 이 정도는 되어줘야 마초라고 불러줄 수 있지. 안 그래, 매니?"
"형님 말이 맞아. 게다가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감싸주면서, 양아치들과 깡패들에게 맞서 싸웠다고도 나와있는데, 그게 듣기에는 단순해도 보통 일이 아니야."
그리고 소라의 손에는 어느새 자신의 신상 정보와 전과가 적힌 정체불명의 파일이 들려있었고, 그걸 아유무와 엘리, 매니 등도 함께 보는 중이었다. 소년의 입장에선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이미 양 팔을 쌍둥이가 잡고 있었고 그 옆에는 루아와 루카, 조니와 유키가 있어 차마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이걸 좀 봐봐. 그 길고 긴 방랑 생활에서도 이웃들하고는 정말 잘 지냈던 것 같아."
"바가지 가격이었을텐데도 꼬박꼬박 집세는 다 내고, 이웃들하고도 싸운 적 없고, 손재주가 좋아서 고쳐줄 수 있는 것은 고쳐주면서 신뢰도 얻고, 그런 와중에 온갖 몸에 해로운 것에는 일절 손을 안 댔다고 나와있어."
"이것도 한 번 봐, 형님. 지하 듀얼의 그 엄청난 고문을 버티면서 돈을 악착같이 벌었다고 되어있어. 그나마도 이걸로도 다소 부족하다면서 지하 격투에 뛰어들어선 자기보다 덩치가 배는 클 남자들을 자기 힘으로 때려눕혔다고 되어있잖아."
"능력 한 번 대단하군. 그 버러지같은 친척만 아니었어도 모두의 친절한 이웃이나 뭐 그런 좋은 인상으로 살았을 녀석인데, 아쉽게 되었어."
네 사람의 반응에 소년은 어쩌다 자신의 과거가 이렇게나 훤히 드러난 것이냐며 당황하고 있었다. 서류로 남길 수 없을 기록들까지 모두 남아있었으니 더더욱 당황할 일이었다.
"야, 임마. 왜 굳이 네 이름을 숨겨가면서 우리랑 만났던 거야?"
"넌..."
이런 예상 외의 상황에 당황한 와중에 여동생들을 포함한 아이들과 함께 있던 소년의 눈에 문득 자신에게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브라이언이 보였다. 그는 '무라이 세이아'의 가짜 인적 사항이 적힌 서류를 눈 앞에서 구기며 따져들고 있었다. 악의는 없었지만, 약간의 배신감 정도는 느껴졌다.
"네 이름이 쪽팔려서 바꾸기라도 한 거야, 뭐야?"
"아까 얘기 못 들었어? 자기 친척이 터무니없는 ㅁㅁ마라잖아. 그러면 나라도 부끄러워서라도 이름 바꾸고 싶겠다."
그리고 옆에 있던 그의 여동생, 로라의 핀잔에 소년은 언제 자신의 과거사가 드러난 것인가 싶어 다소 당황스러웠다. 분명 자신이 밝힌 적도 없었을 자신의 과거사였을테니, 더욱 당황스러웠다.
"정말 안쓰럽지. 그 친척인지 뭔지 때문에 대체 몇 년씩이나 도망치면서 피를 본 거야."
"안쓰럽다고...? 무섭지도 않아?"
새미의 말에 소년은 더욱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의 전과를 알았을텐데, 왜 자신을 안쓰럽다고 부르는 것인가. 그 반응에 루카가 대신 답해주고 있었다.
"이야기는 들었어요. 다수의 불법 침입 및 절도, 불법 지하 도박, 심지어 살인까지도. 그 범죄들은 분명 잘못된 것이 맞고, 벌을 받아야 맞는 이야기지만..."
루카의 눈을 바라보는 소년의 마음은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봤다면 자신을 멀리하는 것이 맞을텐데, 왜 그런 자신을 보면서도 피하지 않는 것일까. 그 대답은 다음에 이어졌다.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아스카와 사야카를 위해 한 것들이니까, 미워하려고 생각해도 미워할 수가 없었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면죄부 같은 거야?"
소년은 자신의 전과를 이해해주는 주변의 지인들을 보며 마음이 더욱 심란해졌다. 왜 그런 자신을 피하기는 커녕 자신을 이해해주고 용서해주는 것인가. 자신 같은 흉악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에게 너무 자비롭게 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있지도 않은 지인들을 만들어내며 자기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인지. 소년은 이해할 수 없었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런 소년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인지, 루카는 자신의 정령인 [크리본]을 소년의 어깨에 앉혀주고 있었다.
"정령들은... 날 뭐라 생각하고 있어?"
"어둠 속에서 빛을 찾으려 분투하는 강인한 영혼.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루카의 그 말에 소년은 기분이 묘해졌다. 정령들은 자신을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니까. 뒤이어 루아도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뭐냐... 원래대로면 정말로 나쁜 짓이고, 혼나야 맞는 건데... 나도 형하고 똑같은 처지에 있었으면, 똑같은 짓을 했을거라서... 솔직히, 그래서 형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루아의 말에 소년의 기분은 더욱 묘해졌다. 자신과는 비교도 못 하게 고결한 영혼이 느껴지는 루아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며 소년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핑계로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 것이 정말로 합당한 것인가 싶어 마음이 아팠다.
"이러면 네 가짜 이름으로 붙은 대결들은 전부 무효 처리야. 우리 대결은 다시 원점인 거 알지?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제대로 승부를 보자고, 타카기 유우타."
"하여간 승부욕 하나는 확실하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전과도 이미 알고 있을 브라이언이 굳이 둘과의 대결을 들먹이는 모습에 소년은 뭔가 뻘쭘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겨우 웃을 수 있었다. 이것이 자신의 죄책감을 피하기 위한 환상일지언정, 이렇게라도 웃을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라 생각한 소년이 다시 눈을 감았다 뜨니 어느새 듀얼 아카데미아의 정문에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역시 자신의 지인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어이, 유우타! 거기서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넘어와!"
그리고 정문 너머에는 자신의 친구, 제이크가 있었다. 분명 반가웠지만, 자신이 이렇게까지 환영받아도 좋은 걸까. 소년은 확신할 수 없었다.
"나같은 전과자가... 왜 이렇게까지 이해를 받고 위로를 받는 거야...?"
저 너머에 있는 듀얼 아카데미아로 차마 들어갈 수 없었던 소년의 말에 동생들과 엘리, 소라, 브라이언, 새미, 그리고 자신의 지인들이 그를 듀얼 아카데미아로 데려가며, 혹은 그런 그를 듀얼 아카데미아로 밀어주며 한 마음으로 말했다.
"혼자가 아니니까!"
"아...!"
세이아가 다시 눈을 뜨자, 그 옆에는 새곤새곤 잠이 든 소라가 자신의 팔을 밴체 자신의 옆에 있었다. 분명 빈 방에 뉘였을 소라가 자신을 찾아 자신의 방을 찾아와 자기 옆에서 도로 잠든 것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묘하게 종잡을 수 없는 소라의 모습에 세이아는 그런 그의 머리를 쓰담어주고 있었다.
"제멋대로네..."
아직 동녘이 트려면 한참은 남았을 시간, 세이아는 자신의 의형제를 자처하는 소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도 자신의 죄에서 도망치려는, 자신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고 하는 자신의 비이성이 꿈의 형태로서, 자신의 지인들의 형태로서 나타나 이런 죄많은 자신을 위해 변명을 해주는 것인가 싶어 마음이 씁쓸했다. 자신의 비이성에는 놀라울 정도로 관대한 사람의 마음은 자신에게도 예외가 없는 것같아 이렇게 죄를 또 다시 쌓아가는 것같아 마음이 아팠던 세이아는 소라의 잠꼬대를 들으며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혼자가 아니니까..."
꿈에서 깨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었던 그 말. 혼자가 아니라는 그 말에 세이아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같은 마음의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며 잠든 소라를 향해 하다못해 의형제를 자처하는 소라만이라도 자신의 곁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속으로 부르짖는 세이아였지만, 이내 그것은 결국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일 뿐 자신의 전과를 모두 알게 된다면 그 역시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 자조하고 있었다.
"어차피... 너도 곧 내 곁을 떠날거야... 그러니까,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내 곁을 지켜줘..."
"뭐라는 거야..."
"응...?"
자신의 속마음을 조용히 드러내던 세이아의 눈에 소라의 눈빛이 어렴풋이 보이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크게 당황한 세이아는 어떻게해야 이 상황을 얼버무릴 수 있을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누구 죽이기라도 했어? 왜 내가 형 곁을 떠나네 마네하는 거야."
"음... 그게... 그냥 밤중이라서 나도 모르게 감성적으로 변했나봐..."
일단은 그렇게 얼버무리긴 했지만 소라는 그런 세이아를 순순히 놔둘 의향이 없어보였다.
"전혀 아닌데? 그 말에 엄청 진심이 담겨 있었다고. 내가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로 보이는 건 아니지?"
한밤중, 두 사람이 누운 대형 사이즈의 침대 위에서 소라의 추궁이 시작되고, 세이아는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걸 알려고 하는 소라를 어떻게든 떨쳐내고 싶었다.
"가끔 그럴 때 있잖아... 나도 모르게 감성에 젖어서 괜한 말 한 두마디 하는 그런 거."
"그런 거 전혀 아니라니까?"
그러나 세이아의 회피 시도를 읽었는지 소라는 냅다 그의 몸에 올라타 마운트 포지션을 잡은 후, 양 어깨를 자신의 양 다리로 누르며 추궁을 이어갔다.
"지금부터는 동생한테 거짓말하면 안 돼. 그러니까 솔직히 대답해. 진실이라면 놔주고 거짓말이면 진실을 말할 때까지 괴롭힐 거야."
"아니, 꼭 이래야 해...?"
"뭐래, 본인이 자기 속 다 털어놓고서 그걸 대충 얼버무리면 안 되지."
여동생들과 같이 놔도 키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작은 키에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 것인지 소라의 마운트 포지션은 생각 이상으로 압박적이었고 세이아는 그런 소라에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꿈을 꾸었어. 수많은 사람들이 날 지하실로 질질 끌고서는 칼에 뭉둥이에 전기톱에 총에... 아무튼 별 방법으로 날 죽을 때까지 괴롭혔지."
"그 다음엔?"
"그리고나선... 정체 모를 녀석이 눈 앞에 나타났어. 하나도 안 어울리는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지."
꿈이라는 것은 일상과 비일상이 역전되는 기묘한 반전 세계였고, 그 점을 이용해 세이아는 최대한 소라의 추궁을 회피하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었다.
"그러더니... 어디서 왔는지는 몰라도 내가 알던 사람들을 죄다 끌고와선..."
"어허, 또 거짓말."
"야... 꿈 이야기인데 그게 사실인지 거짓말인지 어떻게 알아..."
"형 눈을 보면 다 보인다니까? 형이 암만 거짓말해도 눈을 보면 다 보여."
그래도 소라는 세이아가 끝까지 변명을 시도하는 것을 눈치챘고, 결국 그에게서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세이아가 꿈에서 들었을 그의 이력을 하나씩 읊기 시작하는 소라였다.
"그러면 하는 수 없네. 어디 한 번 형의 화려한 이력을 좀 읊어볼까?"
"화려한 이력... 너, 설마...!"
"본명, 타카기 유우타. 올해 나이 17세, 생일은..."
"으으...!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해...!"
도대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꿈에 소라도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세이아는 결국 항복 선언과 함께 진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 꿈인지 뭔지는 알 수 없으나, 보통 일은 아니었기에 소라는 '꿈'의 내용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세이아도 그 시점에서 별 수 없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있었다.
"그랬었구나."
"그래... 그게 도대체 무슨 꿈인지 나도 이해가 전혀 안 되지만..."
마운트 자세를 풀고 다시 자신의 옆에 붙은 소라의 머리를 쓰담아주며 세이아는 어렵사리 자신의 본심을 밝히고 있었다.
"네가 봤다시피, 나는 착하다고는 말할 수 없어. 그 버러지같은 친척을 등 뒤에서 찌르고, 아무리 ㅁㅁ나 스마일 월드 따위의 위험한 것들을 잘도 팔아먹는 암적 존재라지만, 그런 인간들을 12명이나 털어먹었으니 그 시점에서부터 이미 나는 좋은 사람이라 불리기엔 틀려먹었지."
"그래?"
"뭐야, 그 태연한 반응은. 안 무서워?"
"아니, 왠지 전혀 안 무서운데?"
소라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세이아의 눈을 재차 바라보며 말했다.
"꿈에서 본 그 기록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분명 흉악한 전과를 가진 게 맞아. 그런데 말이야, 형의 눈을 보잖아? 무서운게 아니라 오히려 듬직하고 멋진 사람으로 보여."
"네 인지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거 아냐?"
"전혀 문제 없는데?"
세이아의 시니컬한 반응에 소라는 '메롱' 한 번을 해준 후 다시 말했다.
"그걸 형이 면죄부니 자기위로니 하면서 스스로를 자조하는건 아는데, 진짜 나쁜 사람은 그런 건 전혀 생각 안 해. 그런 걸 자기 업적이라 생각하고, 도전과제라고 생각해."
"원래 자신의 비이성에는 놀라울 정도로 관대한게 사람이거든."
"형은 좋은 사람 맞다니까? 내가 보증이라도 설 수 있어. 나는 살면서 진짜 악질을 여러번 봤어. 그런 내가 보기엔 형은 틀림없이 좋은 사람이야."
그렇게 말하는 소라의 머릿속에서는 화려하게 빛났어야 할 도시를 불태우는 수많은 몬스터들의 행렬과 그 행렬을 주도하는 무언가에 맞서는 자신의 친구의 모습이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세이아도 소라의 눈빛을 보며 그게 진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 너도, 나도 힘든 시간을 보냈던 건 알 것 같아. 소라, 그래서 좀 이기적으로 하는 말인데..."
그런 소라를 안아주며 세이아가 조심히 말했다.
"소라, 너만이라도 내가 힘들 때 함께 해줄 수 있겠어?"
"언제라도."
그 말에 세이아는 자신의 삶이 조금은 보답받는 기분이 들어 이기적이지만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세이아는 아침을 맞이했고, 소라가 앉은 자리에 메이플 시럽을 꺼내 그것을 접시 옆에 놓아주고 있었다. 원래대로면 자신이 하지 않았을 일이었지만, 부모님과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것도 있었고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들여다 본 소라에게만큼은 예외로 해두고 있었다.
"오빠? 원래 먹을 걸로 장난치는 거 싫어하잖아?"
"그러게. 혹시 우리 엄마가 생각나서 그랬어?"
"하하. 그렇지. 원래대로면 내가 할 일은 아니지만, 어머니라면 소라 접시에 메이플 시럽이라도 듬뿍 뿌렸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서."
쌍둥이와 세이아의 대화를 들은 소라의 얼굴이 밝아지는 것이 보였다. 비록 초코 시럽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어머니의 취향을 떠올리며 메이플 시럽을 놔준 세이아를 보며 이 정도만 해도 엄청 많이 양보해줬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헤에~. 나는 초코 파지만, 메이플 시럽도 나쁘지 않으니까."
"너무 단 것만 먹으면 안 돼. 먹고 싶은 걸 못 먹는게 얼마나 서러운데."
"알았어, 정말."
덕분에 아스카와 사야카 모두 밥에 메이플 시럽을 맘껏 뿌리는 소라의 기이하기 그지없는 식성을 목격하며 잠시동안 추억에 잠기면서도 일순 정신이 멍해지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던 세이아 가족에게 어김없이 이웃들이 찾아와 놀러오고 있었다.
"어라라? 왜 소라 선배가 여기에 있는 거에요?"
"놀러왔으니까."
소라를 제일 먼저 발견한 유키는 세이아의 호실에 있는 그를 발견하며 조금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늘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 자신의 초콜릿을 건내주었다. 그걸 맛있게 먹는 소라를 보며 세이아는 소라는 정말로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안녕, 세이아. 어제는 손님이 온 것 같아서 찾아가진 않았지만, 데이트는 잘 하고 왔어?"
"아, 네."
그리고 아유무의 뒤를 따라온 유키츠를 본 소라는 뭔가 생각난 것이 있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유키츠에게 자기 소개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세이아 형과 의형제가 된 시운인 소라라고 해요! 앞으로 잘 지내봐요!"
"그래, 잘 지내보자. 아사쿠라 유키츠야. 내년에는 후지모리 유키츠가 될 예정이지만 말이야."
"헤에~? 결혼인 거에요?"
"그렇지. 내 약혼자고, 훌륭한 여성이며, 숨은 실력자이기도 하지."
"달링이 그런 말하면 부끄러운데 말이에요."
아유무의 말에 소라가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외모도 훌륭하고, 성격도 다정해 소라가 보기에도 좋은 여자였지만 여기에 더해 그 후지모리 아유무가 인정한 실력자라는 말에 듀얼리스트로서의 승부욕에 불이 붙었다.
"그렇다면 그 숨은 실력자의 실력 좀 볼 수 있을까요?"
"에헤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부끄러운걸. 그래도 좋아. 네 실력을 좀 볼게."
아사쿠라 유키츠 LP 8000
시운인 소라 LP 8000
그렇게 즉석에서 듀얼이 이루어졌고, 서로가 서로의 덱을 모르는 상황에서 유키츠가 선공을 잡아 자신의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었다.
"어디보자. 일단 필드 마법, [아시티아의 천상 사령부]를 발동하고, 이 효과로 덱에서 [운명의 아시티아]를 패에 넣을게."
일단 자신의 패에 잡힌 필드 마법을 발동한 유키츠는 그 효과로 [운명의 아시티아]를 패에 넣었고, 이것으로 간단히 세팅을 마친 유키츠는 뒤이어 1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먼저 패의 [법황의 아시티아]를 일반 소환하겠어."
법황의 아시티아 / 천사족 / 빛 / ★4 / ATK 1500 / DEF 1500 / 효과
유키츠의 필드에 목을 덮을 정도로 풍성하게 자란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과 금색의 테가 홍채를 두르고 있는 하늘색 눈을 지닌 자애로운 모습의 미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시티아] 카드군의 몬스터답게 머리에는 천사 날개를 형상화한 반사판이 달린 초소형 위성이 궤도 비행을 하고 있었으며, [아시티아] 카드군에 속한 소년 캐릭터들의 공통 복장인 반장 매듭 장식으로 고정한 군청색의 망토가 달린 하얀 블레이저, 흰 넥타이와 조합한 검은 드레스 셔츠와 하얀 조끼, 허벅지가 거의 다 드러날 정도로 짧은 흰색 핫팬츠, 세잎매듭 장식이 달린 검은 로퍼화 차림에 금실로 세잎매듭 무늬를 새겨놓은 흰색 장갑으로 구성된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다만 여기에 하얀색 타이츠로 다리를 모두 가리고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오른손에는 카두세우스의 형태를 본따 만들어진 금지팡이가 들려있었고 왼손에는 물병자리의 형태를 이루는 동전이 그려진 흰색의 태블릿 PC가 성서마냥 들려있었다. 소년은 곧 자신을 불러낸 주인을 향해 몸을 돌리고선 정중히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환에 성공한 [법황의 아시티아]의 효과로 패의 [태양의 아시티아]를 특수 소환하겠어."
태양의 아시티아 / 천사족 / 빛 / ★8 / ATK 2900 / DEF 2900 / 효과
이번에는 풍성히 자란 금발과 주황색의 눈동자를 지닌 활발한 모습의 미소년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색의 하이 삭스 이외에는 공통 복장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으며, 손에는 금장식이 붙어있는 단궁이 쥐어져있었지만 화살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 자신을 소환한 주인을 향해 손인사를 하며 반가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소환에 성공한 [태양의 아시티아]의 효과로 나는 내 필드의 천사족 몬스터 1장당 800의 라이프 포인트를 회복할 수 있어. 총 1600 라이프 포인트야."
아사쿠라 유키츠 LP 8000 → 9600
라이프 포인트의 우세 자체는 현 듀얼에선 큰 의미가 없었으나 그래도 라이프 포인트가 의미없이 소모되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어서 마법 카드, [물병자리의 길]을 발동. 내 필드의 [법황의 아시티아]를 릴리스하고, 2장 드로우야."
그녀가 드로우한 카드는 [사달멜리크의 궤적]과 [사다크비아의 인도]. 좋은 카드였다.
"계속해서 지속 마법, [사달멜리크의 궤적]을 발동하고 마법 카드, [사다크비아의 인도]를 발동하겠어. 이 효과로 덱에서 [백장미의 아시티아]를 패에 넣고, [아시티아의 대변인 세릴론]을 묘지로 보내겠어. 그리고나서 [아시티아의 천상 사령부]의 효과로 [백장미의 아시티아]를 릴리스없이 일반 소환하겠어."
백장미의 아시티아 / 천사족 / 빛 / ★6 / ATK 2300 / DEF 2300 / 효과
백장미의 아시티아 ATK / DEF 2300 → 2900
태양의 아시티아 ATK / DEF 2900 → 3700
이번에는 검은색의 머리카락과 회색의 눈동자를 지닌 조용한 인상의 미소년이 유키츠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복장 자체는 흰 장미가 그려진 검은 망토와 가터로 고정한 흰 장미 무늬가 그려진 검은 하이 삭스외에는 공통된 복장을 유지하고 있었고, 손에는 하얀 장미 장식을 달아놓은 큰 낫을 들고 있었다. 소년은 자신을 불러낸 주인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자, 간다. 먼저 [태양의 아시티아]의 효과를 발동하고, 거기에 패의 [운명의 아시티아]를 버리고 그 효과로 정위치의 효과를 확정적으로 발동하겠어."
"정위치의 효과라면...?"
"네 라이프를 절반으로 하는 효과야."
시운인 소라 LP 8000 → 4000
효과 발동의 선언과 함께 유키츠의 필드에 있던 [태양의 아시티아]가 활시위를 당기자 금빛으로 타오르는 불의 화살이 만들어졌고, 그것을 하늘을 향해 쏘아오르자 곧 거대한 별이 되어 소라의 필드를 직격하고 있었다. 시작부터 단숨에 4000의 라이프가 날아가는 아찔한 경험이었지만, 아직 소라에게는 4000의 라이프 포인트가 남아있었다.
"이어서 [백장미의 아시티아]의 효과를 발동. 자, 내 운을 테스트해볼까나."
아직 유키츠에게는 [아시티아의 천상 사령부]와 묘지에 있는 [아시티아의 대변인 세릴론]의 효과가 남아있었지만 아직은 아낄 필요가 있는 효과였고, 어차피 소라의 묘지에는 몬스터가 1장도 없었던 만큼 역위치의 효과로 상대 필드의 몬스터를 늘려줄 위험도 없어 마음 편히 효과를 발동할 수 있었다. 효과 발동의 선언과 함께 [백장미의 아시티아]의 머리를 배회하던 위성에서 홀로그램을 띄우고 자신이 그려진 카드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치사하게도 결과는 정위치였다.
"좋았어. 이 효과로 내 묘지의 [운명의 아시티아]를 부활시키겠어."
운명의 아시티아 / 천사족 / 빛 / ★5 / ATK 2000 / DEF 2000 / 효과
운명의 아시티아 ATK / DEF 2000 → 2500
이번에는 세이아와의 듀얼에서도 모습을 보였던 하늘색 단발의 미소녀가 방패와 투창을 쥔 채 모습을 드러냈다. 소녀는 자신의 주인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해주고 있었고, 소라는 그런 유키츠의 몬스터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먼저 [운명의 아시티아]의 특수 소환에 성공했으니 내 묘지의 [법황의 아시티아]를 패에 넣고, [사달멜리크의 궤적]의 효과로 덱에서 1장 드로우하겠어. 이어서 [운명의 아시티아]의 효과를 발동하고, [아시티아의 천상 사령부]의 효과로 정위치의 효과를 확정 발동하겠어. 이 효과로 나는 덱에서 2장 드로우할 수 있지."
두 장의 카드의 효과로 덱에서 카드 3장을 드로우하고, 묘지의 [법황의 아시티아]를 회수하여 자신의 패를 5장까지 다시 늘려놓은 유키츠는 드로우한 카드를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묘지의 [사다크비아의 인도]를 제외하고, 이 효과로 다시 한 번 [법황의 아시티아]를 일반 소환하겠어. 그리고 [법황의 아시티아]의 효과로 나의 쁘띠 달링, 메이저 아르카나의 정점, [대우주의 아시티아]를 패에서 특수 소환하겠어!"
대우주의 아시티아 / 천사족 / 빛 / ★8 / ATK 3100 / DEF 3100 / 효과
법황의 아시티아 ATK / DEF 1500 → 2000
대우주의 아시티아 ATK / DEF 3100 → 3900
그리고 유키츠의 에이스 몬스터이자, 자신만의 작은 달링인 [대우주의 아시티아]가 [법황의 아시티아]의 인도를 받으며 그녀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한 번 유키츠의 메인 몬스터 존이 5장의 몬스터로 들이찬 모습에 세이아는 어제 새벽에 유키츠에게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고 그대로 허망하게 당한 것을 떠올리며 소라도 곧 그렇게 되겠구나 싶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자, 내 앞에 나오렴. 운명을 이어주는 나의 서킷. 소환 조건은 [아시티아] 몬스터 1장."
이번에는 링크 소환 선언과 함께 유키츠의 [법황의 아시티아]가 황금색의 빛이 되어 비어있던 엑스트라 몬스터 존으로 흡수되었고, 뒤이어 그 자리에서 갈색 머리와 초록색의 눈동자를 지닌 미소년이 금화가 가득한 주머니를 든 채 모습을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머리에는 작은 위성이 궤도 비행 중이었고, 복장은 [아시티아] 카드군의 소년들의 공통 복장에 하얀 하이 삭스가 포함된 정도였지만, 다른 [아시티아] 카드군에 비해서도 피부가 조금 더 새하얀 것이 눈에 띄었고, 특이하게도 거대한 독수리 위에 올라탄 것이 눈에 띠었다.
"링크 소환이야. 링크 1, [아시티아의 귀공자 브리메데]."
아시티아의 귀공자 브리메데 / 천사족 / 빛 / ATK 400 / LINK-1 / 링크 / 효과 / ↓
아래쪽을 가리키는 링크 마커를 가진 [아시티아] 카드군의 링크 몬스터의 등장과 함께 유키츠는 계속해서 카드의 효과를 발동하고 있었다.
"[브리메데]의 효과로 패의 [아시티아 무브먼트]를 버리고, 덱에서 [아시티아의 신검-히도르]를 패에 넣겠어. 그리고 장착 마법, [아시티아의 신검-히도르]를 [대우주의 아시티아]에게 장착."
대우주의 아시티아 ATK / DEF 3900 → 4300
이번에는 [대우주의 아시티아]의 빈 손에 한 자루의 검이 들리고 있었다. 황금의 잔을 연상케하고 붉은 벨벳으로 손잡이를 감싼 검의 자루와 물병자리의 별자리 형태에 맞춰 작은 다이아몬드를 여러개 검신에 박아놓은 형태의 화려한 검이었다. 비록 능력치 상승 자체는 별 볼 일없는 수준이었지만, 그 효과가 핵심이었다.
"[히도르]를 장착한 몬스터의 공격력, 수비력은 400 올라가지. 그리고 [히도르]의 발동에 성공했으니 [브리메데]의 효과로 덱에서 1장 드로우하겠어. 추가로 묘지의 [아시티아 무브먼트]를 제외하고서 덱에서 [절제의 아시티아]를 패에 넣겠어. 그리고 [브리메데]의 효과로 다시 한 번 1장 드로우야."
"우와아... 진짜 숨은 실력자라는 말이 전혀 거짓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아직 선공 첫 번째 턴임에도 불구, 소라는 자신이 뭘 할 틈도 없이 바쁘게 플레이를 선보이는 유키츠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제한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쓸 생각이었는지 유키츠는 또 한 번 [아시티아의 귀공자 브리메데]의 효과를 발동하고 있었다.
"[브리메데]의 효과를 발동하고, 묘지의 [세릴론]을 제외해 그 효과를 확정적으로 발동하겠어. 이걸로 덱에서 2장 드로우야."
"분명 처음에는 일종의 관상용 덱이었는데, 어느샌가 코인 토스 덱 치고는 의외의 잠재력을 가진 덱으로 변해있더라고."
아유무의 말마따나 코인 토스라는 불확정 요소를 카드의 효과를 이용해 안정화시킴으로서 나름의 잠재력이 있는 덱으로 탈바꿈한 [아시티아] 덱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덱이었다. 또 다시 패를 5장까지 불려놓은 유키츠는 제한 시간이 다 되기 전에 서둘러 피니시 무브를 보여줬다.
"그리고 [대우주의 아시티아]의 효과를 발동하고, 이 카드에 장착한 [히도르]의 효과로 정위치의 효과를 확정 발동하겠어."
"정말 끔찍하시네요..."
"미안. 카드 3장을 세트하고 엔드 페이즈를 진행, [브리메데]를 릴리스하고 네 다음 메인 페이즈 1을 스킵하겠어."
할 것 다하고서 심지어 메인 페이즈 1까지 스킵해버리는 악랄함에 소라는 정말로 치가 떨렸다. 하필이면 소라의 [퍼니멀] 덱은 후공 지향이었던데다 그 와중에 자신의 메인 페이즈 1이 스킵당했으니 후공 첫 턴임에도 할 것이 전혀 없었다. 결국 소라 역시 서렌더를 선언, 그걸 본 아유무는 어제 새벽의 듀얼이 재현된 것같아 할 말이 없었다.
"이래저래 무서운 여자야... 정말로."
"미안한 말이지만 원래 듀얼은 이기려고 하는 거잖아요, 달링?"
맞는 말이었지만, 세이아와 소라 모두 선공 첫 턴에 할 것 다하고서 아무 것도 못 하게 손발을 꽁꽁 묶어버리는 유키츠의 악랄한 듀얼에 기가 질려버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라... 실은 나도 똑같이 당했어. 듀얼 로그는 조금 달랐지만, 결과는 똑같았어."
"형도...?"
"나도..."
그리고 덕분에 둘은 서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의형제가 되어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이래저래 시간을 보낸 소라는 세이아를 데리고서 자신이 사는 곳으로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재밌었어?"
"재밌었지.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
약 20여분 거리를 걸어 스틸볼 시티의 거주 구역인 '팰컨즈 뷰'의 중앙에 위치한 고급 다층 주택에 도착한 소라와 세이아는 뒤이어 소라의 '어머니'가 자신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하얀 머리띠를 찬 검은색의 길게 늘어진 생머리와 짙은 붉은 색의 눈동자를 지닌 여인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어보임에도 불구하고 겉모습으로는 나잇대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젊은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 젊은 인상에 더해 제법 풍만한 가슴을 지닌 것은 덤이었다.
"다녀왔습니다!"
"네 의형제 분도 같이 왔구나."
"그럼요. 얼마나 좋은 형인데요."
그리고 소라의 뒤에 있는 세이아를 맞이하는 여인은 그의 카데트 블루 색의 눈동자를 잠시 바라보다 웃으며 그에게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해주고 있었다.
"반가워요. 소라의 어머니되는 쑹 화링(宋華鈴)이라고 합니다."
"무라이 세이아입니다. 제가 한참 연하니까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헌데 그 이름... 중국에서 건너오신 건가요?"
"그럼 편하게 부를까. 그렇단다. 미국으로 건너오고서 남편과 사별했다가, 어떤 계기로 소라를 거둬서 지금에 이르게 된 거야."
뭔가 다른 사정을 숨기는 것 같았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세이아는 쑹 화링에게 인사를 하고서, 그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것같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나저나... 어디서 그 이름을 들은 것 같은데..."
"지금은 SF 인터내셔널에서 수석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거든. '에스더 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데, 알려나?"
"아... 알겠네요."
그녀의 예명을 들은 세이아는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이 주먹으로 자기 손바닥을 탁 치고 있었다. 수석 일러스트레이터이며 [붉은 눈] 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중국계 일러스트레이터. 그게 바로 자기 눈 앞에 있는 쑹 화링이였다.
"아무튼 이렇게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도 또 볼 수 있다면 좋겠군요."
"다음 기회에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럼, 또 보자."
"네."
그렇게 소라를 보내주고 혼자가 된 세이아는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겸 일부러 걸어서 자신이 사는 어번 팰리스로 돌아가고 있었다. 서서히 노을이 지는 스틸볼 시티의 일요일을 걸어가던 세이아의 눈에 처음보는 남매가 보였다. 말하는 것을 얼핏 들어보니 여자 쪽은 좀 더 침착하고 담대한 느낌이었던 반면 남자 쪽은 그런 여자의 뒤를 우물쭈물하며 따라오는 중이었다.
"분명 여기였었지...? 루아랑 루카가 사는 곳이."
"맞아. 그리고 좀 긴장 풀어. 어떻게 된 게 남자라면서 누나보다도 겁이 많은 거람."
세이아가 루아와 루카의 이름을 거론하는 둘을 좀 더 살펴보니 지퍼가 달린 검은 후디에 검은 색의 사이하이 삭스를 조합한 핫팬츠 차림을 한 있는 누나 쪽은 옆머리를 길게 늘어놓은 상태에서 뒷머리를 짧게 쳐놓은 형태의 민트색 머리를 가졌고, 베이지색 카디건과 하늘색의 드레스 쳐츠, 거기에 군청색의 면바지 차림을 한 동생 쪽은 루아처럼 포니 테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 꽁지가 더 짧았고, 아래쪽으로 늘어놓은 것이 차이였다.
"아, 누나... 저기 좀 봐봐. 루아랑 루카가 말했던 그..."
"아, 보이네. 저 사람이 그 무라이 세이아같은데."
그런 와중에 쌍둥이가 세이아를 알아보고 다가오고, 이어서 세이아도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나되는 쪽은 루아와 비슷하게 자신감이 느껴지는 눈을 하고 있었지만, 동생되는 쪽은 루카 이상으로 연약하고 겁이 많은 느낌이 들었다.
"누구야?"
"아, 처음 뵙네요. 저는 루나라고 하고, 옆에 있는 애는 제 쌍둥이 동생인 루이라고 하죠."
"루이에요... 잘 부탁할게요..."
"어... 그래. 무라이 세이아야."
자신을 루나와 루이라고 소개하는 둘의 눈동자를 본 세이아는 순간 이 둘이 아닌 그 안에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같은 기이한 느낌에 잠시나마 가슴 속이 서늘해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것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루아와 루카 이야기를 한 걸 얼핏 들었는데, 어떤 사이야?"
"사촌 사이에요. 얼마 전에 이 곳으로 이사왔죠."
"그, 그리고... 이번 주부터 듀얼 아카데미아에서도 매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루이 말대로에요. 며칠 후에 전학할 거라서, 별 일이 없다면 매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렇구나..."
그렇게 말은 했지만, 이 둘을 보내준 후 세이아는 아까 느꼈던 또 다른 시선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 시선에 대해 생각해보던 세이아는 문득 이 세상 어딘가에, 혹은 이 세상 너머에 이 둘을 일종의 VR 캐릭터마냥 조종하는 누군가나 무언가가 있어 둘의 눈을 통해 자신을 바라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살아있는 생명을 일종의 가상 현실의 아바타로 취급하는 악의가 느껴져 불편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루나와 루이...랬던가..."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세이아는 부디 자신이 느낀 그 불길한 느낌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 있었지만, 대개 불길한 느낌은 기어이 현실로 다가오는 만큼 세이아는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모를 재앙과 그것을 몰고 올 악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사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고생길이 또 열리는 건지... 끄응..."
세이아는 자신의 처지에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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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카 목록]
-아사쿠라 유키츠-
[효과]
(레벨 4)
법황의 아시티아 / 천사족 / 빛 / ★4 / ATK 1500 / DEF 1500 / 효과
①: 이 카드의 일반 소환시 발동할 수 있다. 패의 "아시티아" 몬스터 1장을 특수 소환한다.
②: 이 카드가 몬스터 존에 존재하는 한, 상대는 자신 필드의 다른 천사족 몬스터를 공격 / 효과의 대상으로 선택할 수 없다.
③: 1턴에 1번, 자신 메인 페이즈에 발동할 수 있다. 코인 토스를 1회 실행하고, 그 앞뒷면에 따라 이하의 효과를 적용한다.
● 앞면 : 다음 턴 종료시까지, 이 카드의 원래 공격력 / 수비력은 배가 되고, 상대 카드의 효과를 받지 않는다.
● 뒷면 : 다음 턴 종료시까지, 이 카드의 효과는 무효가 된다.
(레벨 8)
태양의 아시티아 / 천사족 / 빛 / ★8 / ATK 2900 / DEF 2900 / 효과
①: 이 카드의 일반 소환 / 특수 소환시 발동할 수 있다. 자신은 자신 필드의 천사족 몬스터의 수 × 800 LP를 회복한다.
②: 1턴에 1번, 자신 메인 페이즈에 발동할 수 있다. 코인 토스를 1회 실행하고, 그 앞뒷면에 따라 이하의 효과를 적용한다.
● 앞면 : 상대의 LP를 절반으로 한다.
● 뒷면 : 자신의 LP를 절반으로 한다.
③: 이 카드가 전투로 상대 몬스터를 파괴한 경우에 발동한다. 자신은 그 상대 몬스터의 원래 공격력 만큼의 LP를 회복하고, 그 상대 몬스터의 원래 수비력 만큼의 데미지를 상대에게 준다.
[링크]
(링크 1)
아시티아의 귀공자 브리메데 / 천사족 / 빛 / ATK 400 / LINK-1 / 링크 / 효과 / ↓
"아시티아" 몬스터 1장
이 카드명의 ①의 효과는 1턴에 1번밖에 사용할 수 없고, ②의 효과는 1턴에 2번까지 사용할 수 있다.
①: 이 카드의 링크 소환에 성공한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패 1장을 버리고, 덱에서 "아시티아" 카드 1장을 패에 넣는다.
②: 이 카드가 몬스터 존에 존재하는 상태에서, 자신이 "아시티아의 귀공자 브리메데" 이외의 "아시티아" 카드를 발동한 경우, 또는 그 효과를 발동한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자신은 덱에서 1장 드로우한다.
③: 1턴에 1번, 자신 메인 페이즈에 발동할 수 있다. 코인 토스를 1회 실행하고, 그 앞뒷면에 따라 이하의 효과를 적용한다.
● 앞면 : 자신은 덱에서 2장 드로우한다.
● 뒷면 : 상대는 덱에서 2장 드로우한다.
[마법]
(일반)
물병자리의 길 / 마법 / 일반
이 카드명의 카드는 1턴에 1번밖에 발동할 수 없다.
①: 자신의 패 / 필드의 "아시티아" 몬스터 1장을 릴리스한다. 자신은 덱에서 2장 드로우한다.
②: 묘지의 이 카드를 제외하고, 자신 묘지의 "아시티아" 카드를 3장까지 대상으로 하고 발동할 수 있다. 그 카드를 덱에 넣어 셔플한다. 그 후, 자신은 덱에서 1장 드로우한다.
(장착)
아시티아의 신검-히도르 / 마법 / 장착
"아시티아" 몬스터만 장착 가능. 이 카드명의 ③의 효과는 1턴에 1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
①: 장착 몬스터의 공격력 / 수비력은 400 올린다.
②: 1턴에 1번, 장착 몬스터가 코인 토스를 실행하는 효과를 발동한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그 몬스터의 효과는, 코인 토스를 실행하지 않고 어느 쪽을 선택해 적용한다.
③: 장착 몬스터가 전투 또는 상대 카드의 효과로 파괴된 경우, 그 턴의 엔드 페이즈에 발동할 수 있다. 묘지의 이 카드를 패에 넣는다.
[함정]
(지속)
아시티아 무브먼트 / 함정 / 지속
이 카드명의 ③의 효과는 1턴에 1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
①: 이 카드가 마법 & 함정 존에 존재하는 한, 자신은 통상 소환 이외에도 자신 메인 페이즈에 1번만, 패의 "아시티아" 몬스터 1장의 일반 소환을 실행할 수 있다.
②: 1턴에 1번, 자신 필드의 "아시티아" 몬스터가 코인 토스를 실행하는 효과를 발동한 경우, 그 몬스터를 대상으로 하고 발동할 수 있다. 그 코인 토스로 얻은 효과는 반대가 된다.
③: 묘지의 이 카드를 제외하고 발동할 수 있다. 덱에서 "아시티아" 몬스터 1장을 패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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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잘 것없는 글이 어느새 10개나 올라왔군요
언제 한 번 별도로 손을 봐야할지도 몰?루겠읍니다
(IP보기클릭)119.196.***.***
(IP보기클릭)211.198.***.***
그리고 그런 세이아도 '인간은 자신의 비이성에는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앞으로도 잘 봐주십사 부탁하겠읍니다 | 23.04.23 22:0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