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XS1-EP008 "첫번째 데이트"
세이아가 문을 여니, 거기에는 틀림없이 엘리가 있었다. 은발의 트윈테일과 보랏빛 눈동자, 귀여운 외모의 미소녀가 옅은 회색의 아가일 무늬가 새겨진 검은 스웨터와 연분홍색 드레스 셔츠, 분홍색의 체크무늬 플레어 스커트, 검은 색과 붉은 색 마름모 무늬와 노란 점선이 교차하는 형태의 아가일 패턴이 그려진 흰색의 사이하이 삭스에 끈으로 묶어놓은 캐쥬얼한 형태의 가죽 신발 차림으로, 어깨에 매는 군청색 가방을 맨 채 세이아를 마주보며 서 있었다.
"안녕..."
"안녕! 여기가 너희 집이구나!"
데이트에 앞서 엘리가 먼저 세이아가 사는 집으로 들어왔고, 눈에 띠는 크고 넓은 거실에 눈이 빛나는 것이 보였다.
"대단해...! 이런 집에서 셋이 사는 거야?"
"그렇지. 뭐, 주말에는 간간히 이웃들도 놀러오고 그러지만 말이야."
어번 팰리스의 주민들 이외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는 곳을 보여주는 건 처음이었던 세이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엘리가 자신의 집을 구경하는 것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고, 그런 세이아를 보던 쌍둥이는 눈치껏 빠져주고 있었다. 옆집인 아유무의 호실의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사야카의 목소리와 조니를 끌고오는 아스카의 목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오자, 세이아는 정말로 자신과 엘리 둘 만이 남았구나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너희 동생들은... 나갔나보네?"
"아무래도 너와 나 둘이서만 시간을 보내라는 뜻으로 빠져준 거겠지."
세이아의 말에 엘리는 일순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정말 단 둘만이 남았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 만난지 아직 1주일도 안 됐었지?"
"응, 응."
"오늘이 고작 사흘 째니까... 너무 진도가 빨라서 무섭다는 생각마저 드는데 말이야..."
원래 남녀사이가 이렇게나 빠르게 진전되는 것인가 싶어 당황스럽던 세이아였다. 빠르게 달아오르는 것은 그만큼 빠르게 식어버리는 것이 이치였던 만큼, 엘리와의 관계를 길게 바라보고 싶었던 세이아 입장에선 엘리가 주도하는 지나친 빠른 전개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가? 우리 진도가 확실히 좀 많이 빠르긴 하지. 그래도 세이아도 내가 싫다곤 안 했잖아?"
"그랬지... 단지 페이스를 좀 조절해도 되지 않나란 생각도 들어서 말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이미 엘리는 세이아의 양 손을 잡은 채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는 중이었다. 지금의 신분을 얻기 이전에 평범하게 생활했던 시절에도 여학생들의 관심은 다소 받았을지언정 이렇게까지 관계를 진전시켰던 기억은 없었던지라 세이아는 이럴 땐 뭘 해야 좋은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세이아는 운명적인 사랑이란 걸 믿어? 고전 문학에 나올 법한 그런 사랑 말이야."
"글쌔..."
할 말은 많을지언정, 세이아는 엘리에게 쓸데없는 사족을 붙여가며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엘리의 눈빛을 피하는 건 뭔가 남자로서 해선 안 될 느낌이 들었지만, 강아지같은 그 눈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신의 어두운 비밀을 알게 된다면 엘리의 마음에 크고 깊은 상처를 안겨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세이아의 속마음은 다소 복잡해지고 있었다.
"나는 말이야, 그런 사랑이 정말로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어. 그런데 입학식 첫날에 너를 보면서, 이게 그 운명적인 사랑이구나란 걸 느꼈어."
세이아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리는 데이트를 하자던 아까 전의 말은 온데간데없이 거실에서 자신의 운명적인 사랑인 세이아를 끌어안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게 바로 한 눈에 반한다는 거구나... 응, 이게 운명적인 사랑인가봐..."
"엘리..."
한 손으로는 허리를, 다른 손으로는 머리를 감싸준 세이아는 자신의 듀얼 아카데미아 내 지인들 중 어느 누구에게도, 특히 엘리에겐 결코 말해선 안 될 자신의 과거의 암울한 기억들과 전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ㅁㅇ상을 털어먹을 생각을 다하고... 너 진짜 미친 놈인게 분명해.
4년 전 여름, 백인 무리로 이루어진 깡패 무리의 일원과 함께 ㅁㅇ상의 집을 급습해 집안에 있던 ㅁㅇ상을 일격에 때려눕히고, 그가 감춰뒀던 현금과 고급 차량을 훔쳐 달아나던 그 시절의 기억이 먼저 떠오르고 있었다. 자신같은 일본인을 받아줄 리는 없었겠지만, 그 깡패 무리가 여동생들에게 집적대는 꼴에 열받은 나머지 열두살 밖에 안 되었음에도 그 깡패 무리를 역으로 때려눕히고 나중에는 싸움 좀 한다는 무리의 덩치들까지 악바리처럼 달려들어 때려눕힌 끝에 그 모습에 기가 질린 대장의 인정을 받아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던 세이아는 손을 더럽힐지언정 선량한 사람들의 돈을 건들고 싶지는 않았기에 큰 돈을 핑계로 ㅁㅇ상 같은 구린 돈을 취급하는 사람들 위주로 주거 침입 및 강도 행위를 벌였고 덕분에 한 동안 일대의 ㅁㅇ상들이 자기 집이 털릴까봐 공포에 떨었다는 소문까지 떠돌 정도로 양껏 털어먹었다.
허억... 허억... 내가 어쩌자고 이런 미친 짓을 한걸까...
엘리와 함께 소파에 앉은 세이아는 이번엔 3년 전 가을, 자신이 참가했던 지하 듀얼에서 자신의 승리로 인해 상당한 돈을 잃은 라틴계 갱스터들이 앙심을 품고 자신을 보복살해하려던 그 날 밤을 떠올리고 있었다. 귀가 중이던 자신의 뒤를 쫓아 마체테와 권총, 개조된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다수의 갱스터들을 상대로 세이아는 자신이 미행당했음을 알아채자 그나마 자신이 싸우기 유리한 곳으로 갱스터들을 최대한 유인했고 그 과정에서 몸 곳곳에 자상과 총상을 입는 부상을 입었지만 끝내 부두목급 인물을 포함한 열 네명의 갱스터를 살해하고, 스물 두명 가량의 갱스터에게 여러 중상을 입히고서 도망쳐나오는데 성공했고 나중에 다른 지하 도박장에서 듣기로는 출동한 경찰들이 현장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갱들간의 큰 분쟁이라고 생각했다가 단 한 명의 인물이 이런 일을 벌였다는 증언에 크게 경악했다던 전설적인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물론 그 사건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이야기는 쏙 빼놓은 채로 전해 들었다.
아스카... 사야카... 넌 절대 나처럼 살면 안 돼. 나는 너희를 지켜주고 싶어서 나쁜 사람이 되었어. 분명 나는 경찰에게 잡히면 바로 감옥으로 가고, 거기서 지옥으로 갈거야. 지옥이 정말 있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너희는 절대로 나처럼 살면 안 돼. 너희를 지옥에서 본다면, 난 너희를 혼내줄거야. 그러니까 너희들만큼은 착하게 살아야 해, 알았지?
그리고 그 살육 현장에서 도망쳐나와 쌍둥이를 데리고서 다른 곳으로 도망쳐나온지 며칠 후, 새로운 거처에서 쌍둥이를 향해 진심을 담아 착하게 살아야한다는 충고를 전해주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너 이 자식, 진짜 남자구나! 역시 전미 최강자는 달라도 뭐가 한참 달라!
그리고 올해 초, 세이아는 이벤트 매치랍시고 투견과 1 대 1로 맞붙는 프릭쇼를 치렀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특히 기동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네 발달린 짐승과의 싸움이었던 만큼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기어이 투견의 목을 졸라 기절시켜버린 그 모습에 관객들 모두가 자신이 걸었던 내기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 말도 안 되는 짓을 기어이 성공시킨 세이아에게 경악과 감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역시 전미 지하 격투의 1인자는 달라도 뭐가 한참 다르다는 나름의 찬사도 들었고, 수뇌부에게선 보너스 머니도 두둑히 챙길 수 있었다.
"읍...?"
그리고 지금, 세이아의 입술은 어느새 엘리의 입술에 닿아있었고 무방비하게 그녀의 혀가 자신의 입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고 말았다. 자신의 옛 기억에 잠겨있던 사이에 엘리가 잽싸게 자신의 첫 키스를 뺏었고, 그렇게 한 참을 무방비하게 주도권을 내어줬던 세이아는 키스가 끝난 이후에도 얼굴이 얼얼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멍하니 있으니까 당하는 거야. 정말이지,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도 하는 거야?"
"그게... 음... 생각할 것이 좀 많았어..."
엘리에게 자신의 첫 키스를 내줄 정도로 빠른 진도에 세이아도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면서도 엘리가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전과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자신에게 크게 실망하면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을까 걱정되었던 그는 시간이 허락하는 동안만큼은 '무라이 세이아'라는 엘리의 좋은 남자친구로 남고 싶었다.
"생각할 것이 그렇게 멍하니 있을 정도로 많았던 거야?"
"어... 좀 많이..."
그렇게 말하는 세이아의 눈빛에서 뭔가를 읽었는지 엘리는 양 손으로 그의 뺨을 꼬집으며 말했다.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 그치? 내 눈에 세이아가 나한테 뭔가 잔뜩 숨기고 있다는게 다 보이거든?"
엘리의 말에 세이아는 자신의 뺨을 꼬집는 두 손을 자신의 손으로 덮어눌러 떼어낸 후에 답했다.
"엘리에게도 비밀이 있잖아. 나한테도 비밀은 있어. 모두가 비밀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남의 비밀을 함부로 파헤친다면 그건 실례겠지?"
"그럼 내 질문에 대답해줘."
"답해줄게. 그게 뭔데?"
"세이아는 뭘 그렇게까지 걱정하고 있는거야?"
그 말에 세이아는 뭐라 변명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엘리도 여자의 직감으로 뭔가를 느꼈는지 그 속내를 캐치하고 있었다.
"여자친구한테 변명하기 없기야!"
"어휴... 가끔은 알아도 모르는 척 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야..."
엘리의 경고에 세이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진실을 숨겼을지언정,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 뭐라 해야할까, 적어도 내가 네 남자친구로 있는 동안에는 좋은 남자친구로 남을 수 있길 바랐거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세이아."
그 말에 엘리는 세이아의 허벅지에 올라타는 자세로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충분히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자세였다.
"나는 언제까지고 네 곁에 있을거야. 정말이야."
그런 식의 말은 듣는 사람에겐 크든 작든 감동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었지만, 세이아는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만에 하나라도 자신의 어두운 진실을 알게 된 이후로도 과연 엘리가 자신의 곁에 남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숨기는 것이 많은 자신에게 반한 엘리에게 안쓰러움은 물론 미안함마저 들고 있었다. 그런 과거는 자신의 이웃들에게 털어놓는 정도로도 이미 충분했다.
"그나저나... 우리 오빠한테도 처음으로 여자 친구가 생겼는데,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음?"
비슷한 시간, 조니가 아유무와 함께 콘솔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던 아스카는 옆에 있는 유키츠에게 자신의 오빠에 대한 질문을 건내고 있었다.
"우리 오빠가 이런 건 처음이기도 하고... 언니도 옆에서 들은 게 있잖아요."
"아... 하긴 그것도 그렇네."
세이아가 어렵게 털어놓은 본인의 과거사를 잠시 생각해보던 유키츠는 아스카의 질문에 조심스럽게 답을 줬다.
"두 사람이 하기 나름이겠지만, 보통의 관계라면 그 어두운 과거를 못 견디고 도망치겠지."
"역시 그렇겠죠? 우리 오빠가 어지간히 힘들게 살았어야 말이죠..."
그리 말하던 아스카는 오빠가 14세일 때의 기억을 다시 짚어보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벌어온 돈이 담긴 가방을 내려놓은 후, 곳곳에 난 상처들을 약을 대충 바른 후 붕대로 둘둘 감아놓고서는 서둘러 짐을 뺄 준비를 하라고 말하던 그의 모습에 아스카는 자신의 오빠가 자신들을 위해 정말 위험한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세상에 그 어떤 남자를 보여준들 자기 오빠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설령 자신이 사야카처럼 남자친구를 사귈 일이 생긴대도 1순위는 오빠, 2순위는 제이크, 자신의 남자친구는 그 다음인 3순위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다.
"뭐, 우리 오빠가 여자친구와 헤어진대도, 우리가 오빠 곁에 있어줄 거니까요."
"그건 맞아. 하지만, 내가 아는 엘리는 좀 특별한 애였으니까 이 참에 타로 카드의 조언을 들어보자."
그렇게 말하며 유키츠는 아스카를 데리고서 부엌의 탁자에 앉게끔 했고, 뒤이어 자신의 방에서 타로 카드를 가져와 덱의 맨 위를 손가락으로 똑똑 두드리는 시늉을 하고나서 바닥에 어지럽게 섞은 후 아스카로 하여금 3장의 카드를 뽑게 했다.
"그럼 어디, 세이아와 엘리의 사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한 번 예측해보자."
유키츠가 먼저 펼친 카드는 해석자 기준 정위치의 [완드 8]이었다.
"빠른 진전이라... 둘이 사귄지 며칠이나 되었어?"
"사흘 정도요."
"그랬구나.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정위치의 [완드 8]. 두 사람의 관계는 본인들도 예상이 어려울 정도로 빠른 진전을 보인다는 거야. 어쩌면... 좀 야시시한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고,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지도 모르겠는걸."
유키츠의 그 말에 아스카는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펼친 카드는 역위치의 [소드 5].
"빠른 진도를 보이던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이유로 약간의 서먹함은 있겠지만, 그 서먹함을 풀고 서로의 마음을 재차 확인하게 되겠는걸."
"어떻게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거에요?"
아스카의 질문에 유키츠는 [소드 5]의 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침 아스카의 시선에는 [소드 5]가 정위치에 있어 설명하기에도 편했다.
"이 카드는 다툼과 상처투성이 승리를 암시하는 카드야. 세 자루 검을 들고 의기양양한 남자가 아니라 패배하고 물러나는 두 사람에 초점을 두는 카드거든. 그런데 이 카드가 역위치로 나왔다는 건, 두 사람 간에 서먹함을 느낄 수는 있을지언정 그걸 빠르게 풀고 서로의 마음을 재차 알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거야."
"유키츠 언니, 나중에라도 어디 점술집에서 각잡고 일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 그건 모르겠네."
그리고 유키츠가 마지막으로 펼쳐든 카드는 정위치의 [세계].
"그리고... 그 서먹함을 풀고 서로의 마음을 재차 확인함으로서 둘의 사이는 완성되고, 완전해진다는 거야."
"그럼, 처음에 말했던 건 무슨 의미에요?"
아스카의 질문에 유키츠는 다시 덱을 똑똑 두드린 후, 세이아를 상징하는 카드 1장과 엘리를 상징하는 카드 1장씩, 총 2장의 카드를 뽑아 확인했고 각각 정위치의 [완드 9]와 정위치의 [태양]이 나왔다. 그리고 유키츠는 총 5장의 카드를 토대로 자신의 해석을 들려주고 있었다.
"세이아를 상징하는 카드는 정위치의 [완드 9]. 스스로는 상처입은 채 버티고 있지만,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기에 그 상처를 감수하고서 서 있는 사람. 그러나 때로는 내면에 품은 나쁜 가능성에 얽매이기도 하는 인물."
"으음..."
유키츠의 첫번째 해석에 아스카는 자신들을 위해 죽을 고비를 몇 번이고 넘겼고, 자신들을 데리고서 방랑생활을 이어갔던 오빠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확실히 그 시절의 그는 자신들을 위해 한 목숨 바쳐 살아왔지만, 지금은 그 시절의 과거의 기억 때문에 내색을 안 할 뿐 힘들어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엘리를 상징하는 카드는 정위치의 [태양]. 태양 아래에선 따스함을 느끼게 되고, 모든 것이 환히 드러나지. 엘리의 활발한 성격이 세이아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세이아는 그런 엘리를 위해서도 자신의 아픔을 감수하겠지."
그리고 나머지 3장의 카드에 대한 종합적인 해석도 이어졌다.
"두 사람의 관계는 순풍을 타듯이 빠른 진전을 보이다가 나도 모르는 어떤 일을 계기로 다소나마 서먹함을 느끼겠지만, 그걸 풀고서 서로의 마음을 재차 확인하다 둘의 사이가 성숙해지며 완성되고, 완전해지는거지. 이야기가 길었지만, 요컨대 두 사람의 사이는 아주 좋은 사이라는 거야."
그 말에 아스카는 대충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유키츠의 말대로라면 약간의 서먹함은 있을지언정 둘의 사이는 분명 좋은 사이라는 것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좋은 해석이 나온 만큼 조언 카드는 뽑을 필요는 없었지만 유키츠는 한 장의 카드를 뽑아들었고, 정위치의 [컵 2]가 나온 것을 확인하자 콧소리를 가볍게 내며 웃고 있었다.
"정말이지, 둘은 천생연분인가봐."
"그림을 보니까 이거, 자세히 해석할 필요도 없는 것 같은데요."
아스카의 말대로 남녀 한 쌍이 서로의 컵을 바꿔드는 모습 하나로도 이미 그 의미는 뚜렷했다.
"그나저나 데이트라고 밖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솔직히 나도 어디로 가야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괜찮아. 세이아랑 같이 있으면 어디에 있어도 그게 데이트니까."
그리고 세이아와 엘리의 두 사람은 먼 곳도 아니고 어번 팰리스에서 조금 떨어진 카페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스틸볼 시티에 관한 부분이야 자신보다는 도시 토박이에 가까운 엘리가 더 잘 알 부분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조촐하게 해도 되는걸까라는 생각에 세이아는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기왕하는 데이트인데, 제대로 된 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해주고 싶어서 그렇지."
"헤헤. 그렇게 말하는 걸로도 고마워. 하지만 나는 세이아랑 같이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해."
그런 세이아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엘리는 그의 손을 맞잡아주며 환하게 웃고 있었고 그 웃음을 본 세이아도 조금이나마 마음 속 응어리 비슷한 것이 풀리는 느낌이 들며 살며시 미소짓고 있었다.
"세이아는 역시 웃을 때 예쁜 것 같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인걸."
"에헤헤. 칭찬 들었다."
"앞으로도 많이 칭찬할 거란 생각이 드는걸."
그리 말하며 세이아는 엘리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이렇게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여주는 엘리에게 세이아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행동이기도 했다.
"헤에~? 데이트에요?"
하지만 굳이 둘의 시간에 찬물을 끼얹는 존재가 슬쩍 나타나고 있었으니, 바로 소라였다.
"뭐야. 데이트인거 뻔히 보이잖아. 끼어들지 마."
"에이, 그렇게 말하면 서운해요. 누가 뭐래도 저랑 세이아 형은 의형제인걸요?"
그렇게 말하며 소라는 두 사람 사이에 슬며시 끼어들고 있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알고서 의도적으로 끼어든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린 엘리는 이 귀여운 방해꾼을 어떻게든 떼어내고 둘만의 데이트를 다시 즐기기로 결심했다.
"네가 아무리 듀얼 아카데미아의 귀염둥이 마스코트라고 해도, 우리의 데이트에 끼어드는 건 용서할 수 없어! 이럴 땐 듀얼로 혼을 내줘야겠지?"
"헤에, 듀얼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죠. 그래서, 어디서 하실 거에요?"
"네가 생각하는 그 곳이야."
"에보니 & 아이보리, 맞죠? 거기서 고양이 귀 하나씩 맞추고..."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문제야, 소라."
제멋대로 끼어든 소라의 한 쪽 귓불을 잡아당기는 것으로 나름의 응징을 가한 세이아였다. 어찌되었든, 세 사람은 듀얼 아카데미아에서 다소 떨어진 거리에 있는 스틸볼 시티 최대의 듀얼 존 '에보니 & 아이보리'로 향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가게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 장식이 놓여진 입구였고, 그 안으로 들어가니 듀얼 샵, 카페테리아, 식사 공간, 게임 센터, 기념품 가게 등 여러 가게가 모여있는 복합 공간이 먼저 그들을 반겨주었다.
"듀얼도 좋지만, 기왕 온 거 우리 셋이 고양이 귀 하나씩 맞추고 시작해보죠."
"왜 네가 우리 데이트를 리드하려고 하는 건데."
"에이, 그렇게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요. 어차피 여기 올 거였잖아요."
누가 제멋대로인 인물 아니랄까봐, 소라는 두 사람의 데이트에 멋대로 끼어든 것으로 모자라 마치 자신이 둘의 데이트를 주관하는 것마냥 둘을 리드하고 있었고 세이아는 그 모습에 조금 어이가 없었는지 마음 같아선 꿀밤 한 대 시원하게 때려주고 싶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일단 듀얼로 승부를 보고, 엘리가 이기면 뒷말할 것 없이 우리 데이트에서 손 떼."
"대신 제가 이기면 그 때부턴 두 사람 모두 제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에요. 어때요?"
이렇게 세이아와 소라가 합의를 보고, 세 사람은 합의에 따라 듀얼 필드가 준비되어 있는 지하 층으로 내려갔다. 비어있는 듀얼 필드 중 한 곳을 골라 입장한 세 사람은 세이아가 심판을 맡기로 하고 소라와 엘리가 각자 서로를 마주보는 위치에 서서 듀얼을 준비했다.
시운인 소라 LP 8000
엘리노어 셸비 LP 8000
"자, 갑니다? 패에서 마법 카드, [융합]을 발동! 패의 [에지임프 사이드]와 [퍼니멀 펭귄]을 융합!"
선공을 잡게 된 소라였지만 패의 상황은 그리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러면 이러는대로 또 상대하면 될 일이었고, 아무리 첫 번째 턴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살벌한 시대에 들어섰다고 해도 모든 듀얼리스트가 항상 첫 턴부터 이상적인 패를 잡는 것도 불가능하므로 소라는 마음 편히 듀얼을 즐기고 있었다.
"얼어붙은 눈동자여! 죽음을 부르는 낫과 하나되어 새로운 힘과 모습을 나에게 보여라! 융합 소환!"
소환 영창과 함께 비어있는 엑스트라 몬스터 존에 하늘색 빛과 보라색 빛이 소용돌이를 치며 섞여들어가고, 그 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머리에는 세 개의 낫이 솟아올라있고, 촉수 하나하나마다 크고 작은 낫들이 달려있는 보라색의 크라켄이었다.
"자유를 빼앗으며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는 바다의 악마! [데스완구 하켄 크라켄]!"
데스완구 하켄 크라켄 / 악마족 / 물 / ★8 / ATK 2200 / DEF 3000 / 융합 / 효과
일단 수비력 3000의 강력한 벽을 세워놓은 것으로 첫 플레이를 시작한 소라는 이어서 묘지로 보낸 [퍼니멀 펭귄]의 효과를 발동했다.
"[하켄 크라켄]의 융합 소재가 된 [퍼니멀 펭귄]의 효과! 덱에서 2장을 드로우하고, 패 1장을 묘지로 보낼게요!"
[퍼니멀 펭귄]의 효과로 2장의 카드를 드로우한 이후, 패의 [퍼니멀 윙]을 버린 소라는 이어서 1장의 카드를 패에서 보여주며 자신의 전개를 이어갔다.
"이어서 [퍼니멀 베어]의 효과 발동! 패의 이 카드를 버리는 것으로 덱의 [토이팟] 1장을 세트하고, 세트한 [토이팟]을 발동하겠어요!"
소라의 [퍼니멀] 덱은 변칙적인 융합 소환법이 거의 없다시피한 관계로 사용 가능한 패가 절실히 중요했다. 그런 만큼 [퍼니멀 펭귄]의 효과로 타이밍 좋게 패에 잡힌 [퍼니멀 베어]와 [퍼니멀 윙]의 콤보는 매우 중요했다.
"묘지의 [퍼니멀 윙]의 효과 발동! 이 카드와 [퍼니멀 베어]를 제외하고서 1장 드로우! 거기에 [토이팟]을 묘지로 보내 추가로 1장 드로우에요!"
"그리고 [토이팟]의 효과로 덱에서 [퍼니멀] 몬스터 1장이나 [에지임프 시저]를 가져오겠지..."
"정답이에요! 이걸로 덱의 [에지임프 시저]를 패에 넣겠어요!"
[토이팟]의 특수 소환 효과는 패 1장을 코스트로 쓰는 것치곤 다소 도박적인 면이 있는 관계로 묘지로 보내졌을 때의 서치 효과가 주된 사용법이었다. 총 3장의 카드를 패에 추가한 소라는 이어서 다시 한 번 1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어서 지속 마법, [데스완구 리사이클]을 발동하고서 패의 [융합]을 발동! 패의 [퍼니멀 비틀]과 [에지임프 시저]를 융합할게요!"
두 번째 융합 소환이었다. 소라는 이번에도 자신만만하게 소환 영창을 외치고 있었다.
"견고한 갑피여! 악마의 손톱이여! 사선을 제멋대로 넘나드는 무모한 악마로 다시 태어나라! 융합 소환!"
이번에는 전형적인 악마의 모습을 한 거대한 인형이 자기 몸 길이만한 삼지창을 휘두르며 소라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생사의 순간을 지배하는 악마! [데스완구 데어데블]!"
데스완구 데어데블 / 악마족 / 어둠 / ★8 / ATK 3000 / DEF 2200 / 융합 / 효과
초장부터 3000이라는 수치를 달고 있는 몬스터 2장이 소라의 필드에 모습을 보였음에도, 소라는 아직도 할 것이 차고 넘치는 모양이었다.
"이어서 [데스완구 리사이클]과 [퍼니멀 비틀]의 효과 발동! 먼저 [퍼니멀 비틀]의 효과로 덱에서 1장 드로우하겠어요!"
그렇게 드로우한 카드는 [에지임프 체인]였다. 좋은 징조였다.
"그리고 [데스완구 리사이클]의 효과로 묘지의 [융합]과 [퍼니멀 비틀]을 패에 넣고, 다시 한 번 패의 [에지임프 체인]과 [퍼니멀 비틀]로 [융합]!"
다시 한 번 융합 소환 선언이 이어졌고, 심판을 맡고 있는 세이아는 원래 후공 지향적인 [퍼니멀] 덱이 선공부터 이렇게까지 사용 가능한 옵션들이 많았었나 싶어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멍해지고 있었다.
"융합 소환! 어서 나와라, 모든 걸 막아버리는 쇠사슬의 짐승! [데스완구 체인 시프]!"
데스완구 체인 시프 / 악마족 / 어둠 / ★5 / ATK 2000 / DEF 2000 / 융합 / 효과
양의 모습을 어설프게 닮은 불쾌한 형태의 몬스터가 수비 표시로 소라의 필드에 모습을 보인 시점에서 엘리는 [퍼니멀] 덱은 어떤 의미로는 인형같은 귀여운 모습을 했으면서도 짓궂은 소악마처럼 제멋대로 구는 소라에겐 더할나위 없이 어울리는 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에지임프 체인]의 효과! 덱에서 [데스완구 패치워크]를 패에 넣고, 패에 넣은 [데스완구 패치워크]를 발동! 이걸로 3장 째의 [융합]과 [에지임프 레이저]를 패에 넣겠어요! 그리고 패에 넣은 [에지임프 레이저]를 일반 소환!"
에지임프 레이저 / 악마족 / 어둠 / ★4 / ATK 1900 / DEF 500 / 효과
비어있는 메인 몬스터 존에 모습을 드러낸 소라의 몬스터는 붉은 눈을 빛내는 검은 안개의 악마를 축으로 삼아 다수의 면도날(Razor)들이 위아래에 서로를 물릴 수 있게끔 일렬로 정렬된 형태의 악마였다.
"[에지임프 레이저]의 효과! 덱에서 [퍼니멀 윙]을 묘지로 보내고, 제 묘지의 [퍼니멀 펭귄]을 부활시키겠어요!"
퍼니멀 펭귄 / 천사족 / 물 / ★4 / ATK 1600 / DEF 1100 / 효과
그 옆에는 귀마개를 쓴 형태의 귀여운 펭귄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필드에 우글거리는 마개조된 완구들과는 도저히 안 어울리는 모습이었던지라 터무니없는 위선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리고 패의 [융합]을 발동! 필드의 [에지임프 레이저]와 [퍼니멀 펭귄], 그리고 패의 [데스완구] 몬스터로도 취급하는 [에지임프 DT모조품]을 융합!"
이번에는 무려 3장의 몬스터를 융합 소재로 사용하는 대형 몬스터가 소환될 준비를 갖추고 있었고, 소라는 다시 한 번 소환 영창을 자신만만하게 외치고 있었다.
"만물을 가르는 칼날이여! 얼어붙은 눈동자여! 그리고 마물을 흉내내는 마물이여! 감히 상상도 못 할 거대한 재앙이 되어 세상을 유린해버려라! 융합 소환!"
그리고 3개의 빛이 소용돌이치던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눈의 초점이 제멋대로 돌아가고 붉은 눈을 빛내는 검은 안개의 악마를 그 아가리에 품은 머리, 곳곳이 찢어져 솜이 튀어나와있는 보라색의 몸통, [퍼니멀 윙]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가위 날이 튀어나와있어 타락천사의 그것에 가까운 검붉은 색의 날개, [데스완구 시저 베어]의 발과 [데스완구 시저 울프]의 팔다리를 어색하게 섞어놓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쾌함을 일으키는 사지와 꼬리가 있어야 할 자리를 대신해 끝에 거대한 낫을 달아놓은 쇠사슬을 가진 용의 모습을 한 불쾌한 형태의 마물이었다.
"나오거라, 드래곤처럼 강대하고도 탐욕에 사로잡힌 마물! [데스완구 에지 드래곤]!"
데스완구 에지 드래곤 / 악마족 / 어둠 / ★10 / ATK 3200 / DEF 2400 / 융합 / 효과
[데스완구] 몬스터로 취급하는 몬스터를 사용한다고 해도 [퍼니멀] 몬스터와 [에지임프] 몬스터, 그리고 [데스완구] 몬스터를 모두 사용해야하는 무거운 몬스터였지만 소환에 성공한 만큼의 값어치를 해주는 뛰어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에지 드래곤]의 효과 발동! 이 카드의 융합 소환에 성공하면 제 필드의 [데스완구] 몬스터의 종류 당 1장, 덱에서 카드를 드로우할 수 있죠!"
"터무니없어!"
[데스완구 에지 드래곤] 자신을 포함해 소라의 필드에 있는 [데스완구] 몬스터의 종류는 총 4종. 이 효과로 단숨에 패를 4장까지 불려놓는데 성공한 소라는 아주 끝을 보겠다는 마인드로 패의 카드 1장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마법 카드, [융합 회수]를 발동! 이걸로 제 묘지의 [융합]과 [에지임프 체인]을 패에 넣겠어요! 그리고 다시 한 번 패의 [에지임프 니들], [퍼니멀 캣], 그리고 필드의 [체인 시프]로 [융합]!"
"밑도 끝도 없네, 정말!"
이게 선공이 아니라 후공이었다면 상대를 찢고 죽였을 필드를 만들어나가는 소라의 비어있는 메인 몬스터 존에 다시 한 번 세 개의 빛이 소용돌이치며 섞여들어가고 있었다.
"악마가 깃든 바늘이여! 어둠을 꿰뚫어보는 맹수여! 쇠사슬의 짐승이여! 여기서 하나되어 새로운 힘과 모습을 나에게 보여라! 융합 소환!"
그리고 [데스완구 체인 시프]가 있던 자리에 분홍색의 칼날이 몸 곳곳을 꿰뚫고 있는 형태를 한 파란 호랑이의 외견을 지닌 마수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모든 것에 송곳니를 드러내는 마경의 야수! [데스완구 사벨 타이거]!"
데스완구 사벨 타이거 / 악마족 / 어둠 / ★8 / ATK 2400 / DEF 2000 / 융합 / 효과
"아까 융합 소재가 되었던 [퍼니멀 캣]의 효과로 묘지의 [융합]을 패에 넣고, [에지임프 니들]의 효과로 묘지의 [데스완구 패치워크]를 패에 넣겠어요! 그리고 [사벨 타이거]의 효과로 제 [데스완구] 몬스터의 공격력은 400 업! 추가로 3장 이상의 몬스터로 융합 소환된 [사벨 타이거]는 전투나 효과로는 파괴되지 않죠!"
데스완구 사벨 타이거 ATK 2400 → 2800
데스완구 에지 드래곤 ATK 3200 → 3600
데스완구 데어데블 ATK 3000 → 3400
데스완구 하켄 크라켄 ATK 2200 → 2600
이렇게나 몬스터를 전개했음에도 소라는 이게 선공이 아니라 후공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과 자신의 [데스완구] 몬스터의 대부분이 후공 돌파에 중점을 둔 카드라는 사실에 괜히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그리고 카드 1장을 세트하고 턴 엔드에요!"
소라가 세트한 카드는 [신의 통고]. 몬스터 카드가 덱의 중추를 맡는 현 시대에선 타이밍은 다소 느릴지언정 확실하게 몬스터의 특수 소환 혹은 효과의 발동을 차단할 수 있는 카드였다. 게다가 [데스완구 에지 드래곤]의 효과로 소라의 [데스완구] 몬스터는 상대가 발동한 카드의 효과를 받지 않는 무시할 수 없는 내성을 부여받은 상황이었기에 엘리가 제법 어려운 상황에 처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정말이지, 그게 혼을 실은 듀얼을 선보여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거야?"
"중대한 사안이에요!"
둘의 데이트에 제멋대로 끼어들어 엘리와 세이아 양쪽의 눈치를 받더라도 그래도 좋으니 세이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적어도 소라에게 있어서 세이아는 듬직한 형같은 사람이자, 언제라도 같이 있기만 해도 왠지 마음이 들떠지는 신기한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전력을 다해 듀얼을 하는 수밖에 없겠는걸! 세이아와의 데이트도 나한텐 중대한 사안이니까!"
그 마음은 엘리도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엘리는 절대로 소라에게 질 수 없었다.
"자, 간다! 먼저 필드 마법, [작열의 낙원]을 발동!"
엘리의 필드에 필드 마법 1장이 세팅되고, [작열의 낙원]의 발동에 성공한 것을 기점으로 소라의 필드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화염이 옮겨붙으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데스완구 사벨 타이거 ATK 2800 → 800
데스완구 에지 드래곤 ATK 3600 → 1200
데스완구 데어데블 ATK 3400 → 1200
데스완구 하켄 크라켄 ATK 2600 → 0
"설마...!"
자신 필드의 몬스터의 공격력이 비정상적으로 확 떨어져버린 것을 본 소라가 당황하고, 곧 [데스완구 에지 드래곤]이 부여하는 내성을 무시하는 '지속 효과'로 인해 터무니없이 힘이 빠져버린 것을 깨닫고 자신의 우위가 순식간에 뒤집혔음을 깨달았다.
"맞아! 그 설마야! [작열의 낙원]의 효과로 네 필드의 몬스터들은 그 원래 수비력만큼 공격력을 내리지! 그리고 이 효과는, '지속 효과'야! 하지만 시작은 이제부터야!"
뒤이어 엘리는 패에서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어서 마법 카드, [해피의 깃털]을 발동! 이걸로 네 마법, 함정 카드를 전부 파괴하겠어!"
[번개] 같은 카드로 소라의 몬스터를 전멸시키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었겠지만 아쉽게도 패에는 그런 카드가 1장도 없었거니와 어차피 소라가 꺼낸 [데스완구 에지 드래곤]의 내성으로 인해 있었다고 한들 애물단지에 가까웠던 만큼 결과적으로는 나쁘지는 않은 패의 상황이었다.
"[데스완구 리사이클]의 효과! 이걸로 묘지의 [데스완구 체인 시프]를 융합 소환으로 취급해 소환하겠어요!"
데스완구 체인 시프 ATK 2000 → 2400 → 400
일단 필드에서 치워진 [데스완구 리사이클]의 효과로 묘지의 [데스완구 체인 시프]를 되살려내 수비벽으로 세우는 소라였지만 자신의 주특기를 카드 1장으로 봉쇄해버린 탓에 그의 입장은 썩 달갑지가 않았다.
"이어서 [파이닉스 카이트]를 일반 소환하겠어!"
파이닉스 카이트 / 화염족 / 화염 / ★4 / ATK 1500 / DEF 0 / 효과
이번에는 엘리의 필드에 재를 굳혀 몸의 형상을 만든 화염의 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엘리의 플레이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작열의 낙원]의 효과로 내 [파이닉스] 몬스터의 공격력은 500 오르고, 상대가 발동한 카드의 효과를 받지 않아! 네 [에지 드래곤]처럼 말이야!"
"끄응..."
파이닉스 카이트 ATK 1500 → 2000
이거 한 장으로도 이미 타점 싸움에서 확실한 우세를 잡은 것이 분명한 엘리였지만, 이대로 어설프게 턴을 넘길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패의 [파이닉스 패롯빌]은 내 필드의 몬스터가 [파이닉스] 몬스터 뿐일 때, 패에서 특수 소환할 수 있어!"
파이닉스 패롯빌 / 화염족 / 화염 / ★1 / ATK 0 / DEF 0 / 효과
파이닉스 패롯빌 ATK 0 → 500
이번에는 앙증맞은 크기의 잿빛 뱁새가 엘리의 필드에 그 작은 날개를 열심히 펼치며 날아오고 있었다. 비록 작을지언정 그 안에 품은 불꽃은 여전히 거대한 불새로 자라날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자, 나와라! 뜨겁게 달아오른 하늘을 휘감는 작열의 서킷!"
그리고 링크 소환 선언과 함께 비어있는 나머지 엑스트라 몬스터 존에 여덟 개의 링크 마커가 달려있는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내고, 엘리가 방금 소환했던 [파이닉스 패롯빌]이 붉은색의 빛으로 환원되어 아래쪽의 링크 마커에 불을 밝히고 있었다.
"소환 조건은 [파이닉스] 몬스터 1장! 서킷 컴바인!"
곧 하나의 링크 마커에 불을 밝힌 게이트에서 크기는 다소 작을지언정 분명 화려하게 타오르고 있는 불새가 날아오르고 있었다. 붉은 색과 녹색, 노란색의 삼색이 동시에 타오르는 불꽃을 날개의 깃털삼아 날아오르는 불새의 등장에 세이아는 잠시 감탄하고 있었다.
"링크 소환! 태양의 작은 불꽃을 품은 신성한 새! 링크 1,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샤울레]!"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샤울레 / 화염족 / 화염 / ATK 1000 / LINK-1 / 링크 / 효과 / ↓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샤울레 ATK 1000 → 1500
엘리의 [파이닉스] 덱은 [작열의 낙원]의 강력한 타점 변동 효과를 기반으로 연속된 링크 소환으로 상위 몬스터를 신속히 불러내 상대를 힘으로 제압해버리는 일격필살 형 덱이었고, 그런 만큼 엑스트라 덱의 소모도 빨라 일격필살에 실패한다면 뒤를 보장할 수 없는 덱이기도 했다.
"[파이닉스 패롯빌]의 효과로 덱에서 1장 드로우하고, [파이닉스] 몬스터의 링크 소환에 성공했으니 [작열의 낙원]의 효과로 1장 더 드로우하겠어. 이어서 [샤울레]의 효과로 이 카드의 링크 소재가 되었던 [파이닉스 패롯빌]을 효과를 무효로 해서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하겠어."
비록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샤울레]의 효과로 이 턴에는 [파이닉스] 몬스터만을 엑스트라 덱에서 꺼낼 수 있었지만, 이 효과를 통해 상위의 몬스터를 불러낼 준비를 마친 엘리는 이 과정에서 소모되었던 패를 일단 보충한 후 두 번째 링크 소환을 선언했다.
"다시 한 번 나와라, 작열의 서킷! 소환 조건은 [파이닉스] 링크 몬스터를 포함하는 화염족 몬스터 2장 이상! 서킷 컴바인!"
이번에는 엘리의 필드에 있는 3장의 몬스터가 붉은 색의 빛으로 변해 각각 좌향, 하향, 우향의 3개 링크 마커에 불을 밝히고 있었고 뒤이어 게이트에서 짙은 붉은 색과 녹색이 함께 타오르는 불꽃을 날개삼은 거대한 불새가 엘리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링크 마커의 숫자에 걸맞게 세 쌍의 날개를 지닌 거대한 불새는 금방이라도 자신의 적인 소라를 불태울 듯이 격하게 타오르는 중이었다.
"링크 소환! 태양의 불꽃을 휘감으며 웅장히 타오르는 신성한 불새! 링크 3,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엔도벨리쿠스]!"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엔도벨리쿠스 / 화염족 / 화염 / ATK 2700 / LINK-3 / 링크 / 효과 / ←↓→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엔도벨리쿠스 ATK 2700 → 3200
그리고 곧이어 엘리는 자신이 링크 소환한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엔도벨리쿠스]와 묘지로 보내진 [파이닉스 카이트]의 효과를 발동했다.
"먼저 [엔도벨리쿠스]의 링크 소재가 된 [파이닉스 패롯빌]의 효과로 덱에서 1장 드로우하고, [파이닉스 카이트]의 효과로 덱에서 2장을 드로우하고서 패 1장을 버리겠어! 그리고 [엔도벨리쿠스]의 효과! 이 카드가 링크 소환에 성공하면 이 카드의 링크 소재가 된 [파이닉스] 링크 몬스터의 숫자만큼 상대의 패를 랜덤하게 묘지로 보내고, 이 효과로 묘지로 보낸 카드 1장당 1000 포인트의 데미지를 상대에게 주지!"
"네에?!"
"이 카드의 링크 소재가 된 링크 몬스터의 수는 1장! 네 패 1장을 랜덤으로 묘지로 보내고, 덤으로 1000 포인트 데미지를 주겠어!"
시운인 소라 LP 8000 → 7000
먼저 [파이닉스 패롯빌]의 효과로 1장을 드로우한 후, [파이닉스 카이트]의 효과로 자신이 드로우한 카드를 확인한 후 패의 [파이닉스 팬테일]을 버린 엘리는 뒤이어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엔도벨리쿠스]의 효과를 발동, 소라가 패로 되돌렸던 [데스완구 패치워크]를 불로 태워 다시 묘지로 보내는 것은 물론, 1000 포인트의 데미지까지 함께 먹여줬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까 묘지로 보낸 [파이닉스 팬테일]의 효과로 내 필드의 [파이닉스] 몬스터의 공격력은 300 올라가지! 덤으로 [엔도벨리쿠스]의 또 다른 효과 발동! 내 묘지의 [파이닉스] 몬스터 1장당, 상대에게 200의 데미지를 준다고!"
"너무하잖아요!"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엔도벨리쿠스 ATK 3200 → 3500
시운인 소라 LP 7000 → 6200
이번에는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엔도벨리쿠스]가 날개짓을 한 번 하니 불꽃으로 만들어진 불의 비가 소라에게 우수수 쏟아지고 있었다. 비록 이 효과로 준 데미지는 단 800이었지만, 이런 식의 데미지를 통해 일격필살의 길을 만들어나가는 엘리였다.
"그리고 아까 소환했던 [파이닉스 카이트]의 효과로 추가로 1번만 더 [파이닉스] 몬스터 1장을 일반 소환할 수 있어! 2장 째의 [파이닉스 팬테일]을 일반 소환!"
파이닉스 팬테일 / 화염족 / 화염 / ★4 / ATK 1700 / DEF 0 / 효과
파이닉스 팬테일 ATK 1700 → 2500
이번에는 부채꼬리딱새의 모습을 한 잿빛의 새가 엘리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묘지에 잠든 [파이닉스 팬테일]의 효과까지 더해져 레벨 4의 몬스터가 공격력 2500의 화력을 선보이고 있었지만 엘리는 아직도 끝을 낼 생각이 일절 없었다.
"일반 소환에 성공한 [파이닉스 팬테일]의 효과는 쓰지 않겠어! 계속 간다! 나와라, 작열의 서킷! 소환 조건은 [파이닉스] 몬스터 2장 이상! 서킷 컴바인!"
그리고 또 한 번 엘리의 두 몬스터가 각각 거대한 붉은 빛과 작은 붉은 빛으로 변해 상하좌우의 링크 마커에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곧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네 쌍의 날개와 함께 은하수가 흐르는 듯한 아름답고도 웅장한 꼬리를 지닌 거대한 불새였다. 날개의 깃털 하나하나에 별빛이 감도는 불새는 주인인 엘리를 휘감으며 자신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링크 소환! 웅장하고도 아름답게 타오르는 별의 불새! 링크 4,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타와]!"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타와 / 화염족 / 화염 / ATK 3100 / LINK-4 / 링크 / 효과 / ←↕→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타와 ATK 3100 → 4200
그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작열의 낙원]의 효과와 엘리의 묘지에 있는 2장의 [파이닉스 팬테일]의 효과로 총 1100 포인트 상승, 합계 공격력 4200의 고화력 몬스터의 등장은 당하는 입장에서는 전혀 달가운 것이 아니었다.
"우으으... 공격력 4200...!"
"거기에 패의 [파이닉스 슈라이크]는 내가 [파이닉스] 몬스터의 특수 소환에 성공한 턴, 패에서 특수 소환할 수 있어!"
파이닉스 슈라이크 / 화염족 / 화염 / ★4 / ATK 1800 / DEF 0 / 효과
파이닉스 슈라이크 ATK 1800 → 2900
이번에는 잿빛의 때까치가 엘리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걸로 준비는 모두 끝났다는 듯이 엘리는 바로 배틀 페이즈로 돌입했다.
"자, 간다! [타와]는 네 필드의 모든 몬스터에게 1번씩 공격할 수 있어! 덤으로 [파이닉스 슈라이크]의 효과로 관통 데미지까지 줄 수 있지!"
"네?!"
"알아들었으면 우리의 데이트를 방해하지 마! 가라, [타와]!"
그리고 엘리의 공격 선언과 함께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타와]의 몸이 빛나기 시작하고, 네 쌍의 날개로 한 번의 날개짓을 펼치자 수많은 불꽃들이 유성처럼 소라의 필드에 내리꽂히고 있었다. 행여라도 자신이 데미지 계산을 잘못했을 때에 대비해 엘리가 소라의 수비벽도 확실하게 돌파할 수 있게끔 [파이닉스 슈라이크]의 관통 효과까지 부여해뒀던 만큼, 그 어마어마한 화력에 정신을 못 차리는 것도 당연했다.
시운인 소라 LP 6200 → 3200 → 200 → 0
그 어마어마한 화력에 다음 월요일에 엘리와 맞상대를 할 예정인 세이아 입장에선 저런 터무니없는 화력을 받아내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세이아와는 상관없이 엘리는 자신의 승리에 신이 난 상황이었다.
"자! 세이아의 제안대로 이제 넌 우리의 데이트에서 사라져줘야겠어!"
"하는 수 없네요..."
3번의 공격으로 제대로 혼이 빠지게 얻어맞은 소라는 이내 바로 정신을 차린 후 몸을 벌떡 세우며 일어섰다. 저런 작은 몸으로 뭘 먹으며 살기에 저런 말도 안 되는 신체 능력을 발휘할까 싶어 신기하기도 했던 엘리에게 소라는 소악마같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럼 약속대로 두 분의 데이트에선 손을 떼도록 할게요. 그럼 세이아 형, 나중에 봐요~!"
"어, 그래. 나중에 보자."
그렇게 소라가 자리를 뜨고, 엘리는 승리의 기쁨과 함께 세이아를 와락 안고 있었다.
"세이아, 세이아! 나 잘하지? 대단하지? 멋지지?"
"그래, 정말 대단했어. 정말로 멋졌고."
그런 엘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세이아는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일단 배가 고팠던 만큼 에보니 & 아이보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 이후로는 오후 내내 에보니 & 아이보리에서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비록 데이트 코스니 뭐니 하면서 제대로 각을 잡고서 즐기는 건 아니었을지언정 게임 센터에서 게임을 즐기고, '카라오케 존'에서 노래를 부르고, 듀얼 샵에서 새로운 카드를 뽑으며 서로의 운을 확인하는 등 생각나는대로, 즉흥적으로 여기저기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충분히 재밌는 일이었다.
"아, 정말로 재밌는 시간이었어~!"
"그러게. 정말 즐거웠어."
에보니 & 아이보리에서 신나게 시간을 보낸 후, 엘리는 하얀 고양이 귀를, 세이아는 검은 고양이 귀를 낀 채 바깥으로 나오고 있었다. 분명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세이아는 언젠가 이 좁은 섬을 나와 본토에서도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겼고, 그러기 위해서는 '타카기 유우타'라는 자신의 어둠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응? 왜 그래?"
"아, 그저 언젠간 여길 나와서 본토에서도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말이야."
"헤에~."
세이아의 말에 엘리는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나는 그저 이렇게 같이 있는 걸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거든. 소라가 그랬듯이 말이야."
"하하. 우리 동생들도 그러더라고. 같이 있기만 해도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다른 뭔가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던 세이아는 자신에게 정말 뭔가가 있나 싶어 궁금해지기도 했고, 피로 이어지진 않았을지언정 그 못지 않게 화목하게 지내는 사이인 유사 가족이라는 개념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유사 가족'이라는 개념에서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발길을 잠시 돌렸고, 곧 과자 전문점에 들러 달콤한 과자와 초콜릿 등을 사들고 나왔다. 옆에 같이 있는 엘리는 세이아가 왜 그럴까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야? 혹시 유키한테 주려고 사는 거야?"
"곧 알게 될 거야."
과자와 초콜릿을 잔뜩 산 세이아를 보며 의문을 가지던 엘리는 잠시 후 세이아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되어 뒷목을 잡을 것 같은 느낌을 단번에 받게 되었다.
"데이트는 재밌게 하셨나요?"
"소라?! 왜 네가 거기서 나와?!"
어번 팰리스의 건물 입구 근처에서 작은 가방을 자기 옆에 둔 채로 세이아를 기다리던 소라를 본 엘리는 '나중에 보자'는 말이 그런 의미였냐며 이마를 탁 치고 있었다.
"약속대로 두 사람의 데이트에는 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이아 형의 집에서 노는 건 완전히 별개라구요?"
"아우... 진짜 못 말려..."
거짓말은 하지 않은 소라의 꼼수에 결국 엘리도 백기를 들고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엘리의 뾰루퉁한 모습에 세이아는 미소가 절로 나오고 있었다.
"나도 세이아 네 집에서 하룻밤 잘래!"
"무슨 소리에요? 이제 겨우 며칠 지났는데, 설마 선배 부모님이 그런 거 허락해주겠어요?"
괜한 질투도 느껴져서인지, 엘리도 마지막까지 떨어지고 싶지 않아 억지를 부리기도 했지만 그런 모습을 보던 세이아가 그녀를 안아주며 토닥여주고 있었다.
"너희 부모님이 나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 때 생각해보자. 이번엔 소라한테 양보해주는 걸로 하자, 어때?"
"우으... 하는 수 없네. 세이아가 그렇게 말하니까 이번엔 참아야지."
만난지 사흘밖에 되지 않은 사이에 이미 너무 많은 진전을 보인지라 세이아로선 완급 조절이 정말 필요했고, 그래서 엘리를 잘 다독여주며 어루고 달래는 중이었다.
"아무튼, 오늘 데이트는 즐거웠어. 그래도 다음엔 제대로 코스를 정하고서 즐길 수 있게 미리 약속을 잡자. 알았지?"
"알았어, 세이아. 그럼 다음에 또 봐~!"
엘리를 잘 다독여준 후 작별의 버드 키스와 함께 그녀가 귀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모두 지켜본 세이아는 소라에게 자신이 산 과자들을 건내주고 있었다.
"헤에~! 이거, 나 먹으라고 준 거야?"
"네가 내가 사는 집을 찾아서 기다릴 것 같아서 생각난 김에 잔뜩 산 거야."
"헤헤~! 역시 우리 형이 최고야~!"
세이아가 잔뜩 사놓은 과자를 보던 소라는 그를 꼬옥 안아주고 있었다. 의형제가 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젠 말까지 놓을 정도로 제멋대로인 소악마였지만, 그런 그가 마냥 밉기만 한 건 아닌 이유는 어쩌면 그가 보여주는 순수한 반응들도 한 몫하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 세이아는 소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카드키로 어번 팰리스의 입구를 열고 있었다.
"오늘 밤에 한숨 자고 갈 거지? 가방을 보니까 답 나오거든."
"헤헤, 나도 형이 사는 집이 궁금했거든."
장난꾸러기 의형제를 데리고 어번 팰리스로 들어가는 세이아는 이런 생활이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라면서도 한 편으로는 예전의 신분이 발각되어 지금의 신분으로 쌓아올린 모든 것들이 무너진다면 과연 자신은 얼마나 비참해질까 싶어 마음이 심란해졌다.
"너무 걱정하지 마."
"응?"
그런 세이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건지, 소라는 그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내가 옆에 있잖아?"
그 말에 세이아는 잠시 소라를 바라보다 이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그를 안아주었다. 소라가 자신의 마음을 읽었든 아니든, 세이아는 그 한 마디 말로도 고맙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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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카 목록]
-시운인 소라-
[효과]
(레벨 3)
에지임프 니들 / 악마족 / 어둠 / ★3 / ATK 1200 / DEF 1000 / 효과
이 카드명의 ①②의 효과는 각각 1턴에 1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
①: 자신이 "퍼니멀" 몬스터의 일반 소환 / 특수 소환에 성공한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자신의 패 / 묘지의 이 카드를 특수 소환한다.
②: 이 카드가 패 / 필드에서 묘지로 보내진 경우, 자신 묘지의 "데스완구" 카드 1장을 대상으로 하고 발동할 수 있다. 그 카드를 패에 넣는다.
(레벨 4)
에지임프 레이저 / 악마족 / 어둠 / ★4 / ATK 1900 / DEF 500 / 효과
이 카드명의 ②의 효과는 1턴에 1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
①: 이 카드는 패의 "퍼니멀" 몬스터, 또는 "에지임프" 몬스터 1장을 버리고, 패에서 특수 소환할 수 있다.
②: 이 카드가 패에서의 일반 소환 / 특수 소환에 성공한 경우, 덱에서 "퍼니멀" 몬스터, 또는 "에지임프" 몬스터 1장을 묘지로 보내고 발동할 수 있다. 자신의 패 / 묘지의 그 몬스터와 카드명이 다른 "퍼니멀" 몬스터, 또는 "에지임프" 몬스터 1장을 특수 소환한다.
[융합]
(레벨 10)
데스완구 에지 드래곤 / 악마족 / 어둠 / ★10 / ATK 3200 / DEF 2400 / 융합 / 효과
"퍼니멀" 몬스터 + "에지임프" 몬스터 + "데스완구" 몬스터
이 카드명의 ③의 효과는 1턴에 1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
①: 이 카드의 융합 소환시에 발동할 수 있다. 자신은 자신 필드의 "데스완구" 몬스터의 종류만큼, 덱에서 카드를 드로우한다.
②: 이 카드가 몬스터 존에 존재하는 한, 자신 필드의 "데스완구" 몬스터는 상대가 발동한 카드의 효과를 받지 않는다.
③: 자신 필드의 "데스완구" 몬스터가 전투로 상대 몬스터를 파괴한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그 상대 몬스터를 자신 필드에 특수 소환한다. 이 효과로 특수 소환한 몬스터는 "데스완구" 몬스터로 취급한다.
[마법]
(지속)
데스완구 리사이클 / 마법 / 지속
이 카드명의 ①②의 효과는 각각 1턴에 1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
①: 자신이 "데스완구" 융합 몬스터의 융합 소환에 성공한 경우, 자신 묘지의 그 융합 소재가 되었던 몬스터 1장과 "융합" 1장을 대상으로 하고 발동할 수 있다. 그 카드를 패에 넣는다.
②: 이 카드가 필드에서 벗어난 경우, 자신 묘지의 "데스완구" 융합 몬스터 1장을 대상으로 하고 발동할 수 있다. 그 몬스터를 융합 소환으로 취급하고 특수 소환한다.
-엘리노어 셸비-
[효과]
(레벨 1)
파이닉스 패롯빌 / 화염족 / 화염 / ★1 / ATK 0 / DEF 0 / 효과
이 카드명의 ①의 방법을 통한 특수 소환은 1턴에 1번밖에 실행할 수 없다.
①: 자신 필드의 몬스터가 "파이닉스" 몬스터 뿐인 경우, 이 카드는 패에서 특수 소환할 수 있다.
②: 이 카드가 "파이닉스" 링크 몬스터의 링크 소재가 되어 묘지로 보내진 경우에 발동한다. 자신은 덱에서 1장 드로우한다.
(레벨 4)
파이닉스 슈라이크 / 화염족 / 화염 / ★4 / ATK 1800 / DEF 0 / 효과
이 카드명의 ①의 방법을 통한 특수 소환은 1턴에 1번밖에 실행할 수 없다.
①: 자신 필드에 "파이닉스" 몬스터가 특수 소환에 성공한 턴, 이 카드는 패에서 특수 소환할 수 있다.
②: 이 카드가 몬스터 존에 존재하는 한, "파이닉스" 몬스터가 수비 몬스터를 공격했을 때, 그 수비력을 공격력이 넘은 만큼만 전투 데미지를 준다.
파이닉스 카이트 / 화염족 / 화염 / ★4 / ATK 1500 / DEF 0 / 효과
①: 이 카드의 일반 소환에 성공한 턴, 자신은 통상 소환에 더해 1번만, 자신 메인 페이즈에 "파이닉스" 몬스터 1장을 일반 소환할 수 있다.
②: 이 카드를 소재로 링크 소환된 "파이닉스" 링크 몬스터는 이하의 효과를 얻는다.
● 이 링크 소환에 성공한 경우에 발동한다. 자신은 덱에서 2장 드로우한다. 그 후, 패 1장을 버린다.
파이닉스 팬테일 / 화염족 / 화염 / ★4 / ATK 1700 / DEF 0 / 효과
①: 이 카드의 일반 소환에 성공한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자신의 패 / 묘지의 레벨 4 이하의 "파이닉스" 몬스터 1장을 특수 소환한다.
②: 이 카드가 몬스터 존 또는 묘지에 존재하는 한, 자신 필드의 "파이닉스" 몬스터의 공격력은 300 올린다.
[링크]
(링크 1)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샤울레 / 화염족 / 화염 / ATK 1000 / LINK-1 / 링크 / 효과 / ↓
"파이닉스" 몬스터 1장
이 카드명의 효과는 1턴에 1번밖에 사용할 수 없고, 이 효과를 발동한 턴에 자신은 "파이닉스" 몬스터밖에 특수 소환할 수 없다.
①: 이 카드의 링크 소환에 성공한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자신 묘지의 이 카드의 링크 소재가 되었던 몬스터를, 효과를 무효로 하여 앞면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한다.
(링크 3)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엔도벨리쿠스 / 화염족 / 화염 / ATK 2700 / LINK-3 / 링크 / 효과 / ←↓→
"파이닉스" 링크 몬스터를 포함하는 화염족 몬스터 2장 이상
이 카드명의 ①의 효과는 1턴에 1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
①: 이 카드의 링크 소환에 성공한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이 카드의 링크 소재가 되었던 "파이닉스" 링크 몬스터의 수까지 상대의 패를 무작위로 묘지로 보내고, 이 효과로 묘지에 보낸 패의 매수 × 1000 데미지를 상대에게 준다.
②: 1턴에 1번, 자신 메인 페이즈에 발동할 수 있다. 자신 묘지의 "파이닉스" 몬스터의 수 × 200 데미지를 상대에게 준다.
(링크 4)
프로미넌스 파이닉스 타와 / 화염족 / 화염 / ATK 3100 / LINK-4 / 링크 / 효과 / ←↕→
"파이닉스" 몬스터 2장 이상
①: 이 카드의 링크 소환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
②: 1턴에 1번, 자신 배틀 페이즈 개시시에 발동할 수 있다. 상대 필드의 모든 마법 / 함정 카드를 주인의 패로 되돌린다.
③: 이 카드는 상대 필드의 모든 몬스터에게 1회씩 공격할 수 있다.
④: 이 카드와 전투를 실행하는 상대 몬스터의 효과는 데미지 스텝 종료시까지 무효가 된다.
[마법]
(필드)
작열의 낙원 / 마법 / 필드
이 카드명의 ③의 효과는 1턴에 1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
①: 자신 필드의 "파이닉스" 몬스터의 공격력은 500 올리고, 상대가 발동한 카드의 효과를 받지 않는다.
②: 이 카드가 필드 존에 존재하는 한, 필드의 몬스터의 공격력은 그 원래 수비력만큼 내린다.
③: 자신이 "파이닉스" 링크 몬스터의 링크 소환에 성공한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자신은 덱에서 1장 드로우한다.
④: 자신 필드의 "파이닉스" 몬스터가 전투 / 효과로 파괴된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자신 묘지의 통상 소환이 가능하고, 그 몬스터와 다른 카드명을 가진 "파이닉스" 몬스터 1장을 특수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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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듀넥 후라게로 달릴텐데 이런 글을 올리는 나는야 김첨지
오늘 미리 올렸으니 일요일에도 올릴 수 있음 올릴 것입니다
그나저나 메?인 히로인을 위한 오리지널 카드군을 만들었는데 왜 만들고나니 강귀같은 느낌이 팍팍 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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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대체로 훈훈한 스토리네요.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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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D A T E 데이트입니다 그리고 볼캐닉 외엔 제대로 된 화염족 테마가 마땅히 없다시피한 현실인 만큼 오리카로나마 화염족 테마를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 23.04.19 21:15 | |
(IP보기클릭)118.235.***.***
이번엔 대체로 훈훈한 스토리네요.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
(IP보기클릭)39.7.***.***
감사합니다 | 23.04.20 13:4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