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트와일라잇 시티의 밤.
사람이라곤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 황혼의 도시에서, 누군가가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허겁지겁 뛰고 있었다.
언뜻 봐도 트와일라잇 시티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20대 초반 정도의 나이를 먹은 시민처럼 보이는 이 남성은, 현재 이 도시에 내려앉은 어둠과 같이 검고 칙칙한 로브를 입은 자에게 추격당하고 있었다.
이 검은 로브를 온 몸에 두르고 있는 이 자의 정체는, 바로 글레이브 하우스 폭파 테러를 일으킨 후 한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어둠 속에서 숨어 있던 악의 조직, [암흑 날개]의 일원 중 한 사람인 라이카.
육중한 덩치에 반비례하는 빠른 몸놀림으로 남성을 추격하던 라이카는, 지난 번에 자신이 붙잡으려 했던 15살 소년, 하림을 놓친 것에 대해 현재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조직, [암흑 날개]의 간부에게 꾸지람을 들어야 했고, 지난 번에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긴 채 자신의 눈에 맨 처음으로 걸리는 사람의 수급과 영혼을 확보해 과거 [암흑 날개]의 전신 조직인 [애프터라이프]가 모시던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의 영정 앞에 바치겠노라 다짐하며, 그 어떠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눈 앞에 사람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라이카의 입장에선 지난 번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으니.
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한 남성을 확실히 목격한 라이카는, 입가에 구역질나는 사악함을 풍기는 미소를 지으며 이 남성의 뒤를 쫓았다.
라이카의 입장에선 엄청난 행운이 제 발로 찾아 들어온 것이지만, 라이카가 뒤쫓는 남성의 입장에선, 저 덩치 크고 험상궂게 생긴 사람은 대체 누구길래 자신을 쫓아오는 거냐며,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 쥐어 짜내 도시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추격전을 벌였을까.
길고 긴 추격전 끝에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남성은, 자신의 눈 앞에 길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였고, 남성의 뒤를 끈질기게 쫓던 라이카는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었다는 쾌감에, 얼굴에서 기쁜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고 있었다.
"흐하하하...!!!"
"으으으..."
"자, 이제 그만 포기하고, 우리가 모시는 위대한 분을 위로해 드리기 위한 제물이 되어라!"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날 이렇게까지 못 살게 구는 건데?!"
"그 이유가 궁금한가?"
"그래! 내가 당신한테 뭐 빚을 지기라도 했어?! 아니면 나한테 무슨 원한 같은 걸 지기라도 한 거냐고!!!"
"흥. 그런 것 따윈 애시당초 있지도 않았어.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우리 암흑 날개가 모시는 위대하신 그 분의 영정 앞에 올릴 수급과 영혼이 필요할 뿐이지."
"암흑 날개...?! 당신, 설마! 얼마 전에 글레이브 하우스 폭파 테러를 일으켰다는 그 암흑 날개야?!"
"오호, 우리의 이름이 그새 형씨도 알 만큼 유명해졌나?"
"그럼!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되었는데, 당연히 알지!"
"아, 그래? 그럼 내가 지금 형씨에게 뭘 하려고 하는 건지, 형씨도 아주 잘 알고 있겠군?"
"대체 날 어떻게 할 셈이야?!"
"방금 전에 말하지 않았나? 난 우리가 모시는 위대하신 분의 영정 앞에 올릴 제물이 필요하다. 그러니 형씨가 우리 위대하신 그 분의 영정 앞에 올릴 제물이 돼 주셔야겠어."
"뭐?!"
라이카가 자신을 끈질기게 뒤쫓은 이유를 말하자, 이 황당하고 어이 없는 대답에 그만 말문이 막혀 버린 남성.
라이카는 여기서 도망치려면 자신을 듀얼에서 이기라고 말한 뒤, 자신과 남성이 있는 곳을 으스스한 어둠으로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라이카가 내뿜은 사악한 기운이 주변에 맴돌기 시작하자, 남성은 화들짝 놀라며 필드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막다른 골목 벽을 오르려 하였다.
그러나 남성이 이 곳에 들어오게 된 이상, 라이카와의 듀얼에서 이기지 못 하면 이 지옥 같은 필드에서 빠져 나가는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사악한 어둠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하는 수 없이 듀얼 디스크를 꺼내 라이카와의 듀얼에 임하는 남성.
라이카 역시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듀얼 디스크를 착용하였고,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두 사람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어둠이 걷히더니, 그 안에선 방금 전까지 추격전을 벌이던 남성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한 손에 검은색을 띠는 작은 구체를 들고 있는 라이카만이 아주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지난 번에 하림을 놓친 것으로 인해 이루지 못한 실적을 이루게 된 라이카는, 아주 사악하고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악의 조직, [암흑 날개]가 은거하고 있는 비밀 아지트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임무에 성공했다는 쾌감에 취해, 아주 호탕한 웃음 소리를 내며 비밀 아지트로 귀환하는 라이카.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하늘에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밝고 따사로운 태양이 그 모습을 드러내, 어둠 속에 잠겨 있던 도시를 환하게 비추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저마다의 일상을 보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띠는 황혼의 도시, 트와일라잇 시티.
주말이라는 꿀처럼 달콤한 시간이 찾아온 것을 몸으로 느낀 하림은, 거실에서 가족들과 같이 TV 뉴스를 시청하며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어제 밤 11시 40분 경, 트와일라잇 시티에서 거주하고 있는 23살 남성 김XX 씨가 갑자기 실종되었습니다. 김 씨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검은 로브를 온 몸에 두른 덩치 큰 남자에게 쫓기기 시작했고, 김 씨와 거구의 남성이 한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는 모습을 끝으로 김 씨의 행적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실종된 이번 사건이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니라, 한 달 전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던 건물, 글레이브 하우스를 폭파시키는 테러 행각을 일으켰던 거대한 악의 조직, [암흑 날개]가 김 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암흑 날개]가 은거할 만한 장소를 전부 수색해 [암흑 날개]를 뿌리 뽑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종 사건이 아니라, [암흑 날개]가 [애프터라이프]의 뜻을 이어 받아 이 세상을 다시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고야 말겠다는 사악한 뜻을 알린 것입니다! 이 천인공노할 짓을 벌인 자들이 더 이상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하지 못 하도록, 저희 경찰은 그 어떠한 때라도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암흑 날개]가 이 곳 어딘가에 숨어서 사람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으며, 이들이 벌이는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행위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저희 트와일라잇 시티 경찰은, 이웃 도시인 리나 시티 경찰과, 우주 연방국 특수 경찰인 [시큐리티 포스]와 협력해! [암흑 날개]가 더 이상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지 못 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세상에...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그렇게 끔찍하게...!!!" (림 어머니)
"2년 전 세상을 어지럽힌 그 광신자들이,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다시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이거 잠시라도 방심한다면, 놈들의 다음 목표는 우리 가족이 될 지도 몰라." (림 아버지)
"그렇다면 더욱 더 방심해선 안돼요. [암흑 날개]가 이 도시 어딘가에서, 이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전부 다 감시하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윤)
"이렇게 되면, 그 녀석들의 다음 타겟은 내가 될 지도 모르겠는데."
"그 [암흑 날개]라고 불리는 암살자들이, 다음엔 오빠를 타겟으로 삼을 거라고? 그게 무슨 뜻이야?"
"글레이브 하우스가 무참하게 폭파되던 날, 기억하지? 그 일이 일어나기 바로 전 날, 우연히 그 [암흑 날개]라는 조직에 속해 있는 어떤 남자를 만났어."
"뭐?!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왜 지금 해?!"
하림이 글레이브 하우스가 폭파되기 전 날 자신이 [암흑 날개]에 소속되어 있는 일원인 라이카를 만났다는 사실을 털어놓자, 모든 가족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왜 지금 하냐며 하림을 타박했다.
하림은 그 날 자신이 라이카와 어둠의 듀얼을 했고, 듀얼 도중 성난 들소처럼 달려드는 라이카의 모습을 보고 2년 전의 트라우마가 떠올라 그 자리에서 꼿꼿하게 선 채로 기절했다는 사실까지 한 글자도 빠짐 없이 낱낱이 털어놓자, 하림의 가족들은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지금에서야 털어놓는 하림을 걱정하는 말을 하면서도, 그 날 하림이 목숨을 건진 것이 정말로 다행이라며, 소중한 가족이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림 가족이 뉴스를 시청하며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무렵.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행성 요새, 우주연방국 특수 경찰 [시큐리티 포스]의 우주 본부에선 매우 다급하게 움직이는 시큐리티 포스 소속 대원들의 모습이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이 보이고 있었다.
2년 전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가 최후를 맞이하고, 핵심 조직원들도 모두 그에 걸맞는 최후를 맞이하며 완전히 와해된 줄로만 알았던 광신도 집단 [애프터라이프]가, [암흑 날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에, 대원들은 [암흑 날개]에 관한 정보들을 조사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헤론, 거긴 좀 어때?"
"늘 허탕이지, 뭐. 여기도 영 신통치가 않아."
"그래? 이런... 이 넓은 우주에서 [암흑 날개] 녀석들을 찾기가, 진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렵구만."
"[애프터라이프] 놈들, 2년 전 그 날 이후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더니, 그 잔당 놈들이 [암흑 날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나타날 줄이야...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러게 말이야.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 피곤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그래도 우리의 의무는 사람들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거잖아. 그러니까 계속 놈들이 남긴 정보들을 조사해서 놈들의 위치를 알아 내야지. [암흑 날개] 놈들이 숨어 있을 법한 장소를 찾아내면 트와일라잇 시티와 리나 시티 경찰 쪽에도 자료를 보내는 거 잊지 말고."
"그럼! 우리는 자랑스러운 우주연방국 특수 경찰, [시큐리티 포스]잖아?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놈들이 있는 곳을 알아 내야지!"
"그럼, 그래야 하고 말고! 아 참, 글레이브 대장님은 지금 뭐 하고 계실까?"
"대장님께서도, 대장님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해서, 놈들이 있는 곳을 찾고 계시지 않을까?"
"네 말대로 그럴 것 같다. 글레이브 대장님, 이제 대장직을 내려놓고 여생을 즐겁게 보내실 일만 남았는데, 대장님께서 현역에서 물러나신지 2년 만에 이런 사달이 일어났으니, 대장님 마음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덕분에 글레이브 대장님께서 대장직 내려놓으신지 2년 만에 다시 현역으로 복귀하셨으니, 대장님 마음이 어떨지 모르겠다."
"하... 진짜 그 놈들은 무슨 소고기 힘줄만 먹었나. 2년 동안 잔당 놈들을 그렇게 열심히 잡았는데도 아득바득 기어 올라오니..."
"내 말이. 그 놈들 진짜 고무줄처럼 질기다니까. 안 그래, 헤론?"
"그러게 말이야. 셰인 네 말이 백 번 천 번 옳다."
헤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남성 대원과 셰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대원이 2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애프터라이프]의 잔당들이 모여 만들어 낸 악의 조직, [암흑 날개]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자, 업무를 보기 위해 근처를 지나가다 우연히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게 된 세투스는, 두 사람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지금은 [시큐리티 포스]로써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먼저라며, 번거롭겠지만 [암흑 날개]가 숨어 있을 만한 곳을 한 시라도 빨리 찾아달라고 당부하였다.
세투스의 당부에 자리에서 일어나 거수 경례로 화답한 셰인과 헤론은, 세투스가 자리를 떠나자 다시 자리에 앉아 [암흑 날개]가 비밀 아지트로 삼을 만한 장소를 찾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두 개의 눈동자와 열 개의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큐리티 포스]가 우주 본부에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무렵.
오늘도 어김없이 청월과 만나 산책을 하던 하림은, 대충 봐도 "나 수상한 사람이에요~"라고 광고를 하고 다니는 [암흑 날개] 소속의 덩치 큰 남성, 라이카를 만나 대치를 벌이고 있었다.
"당신은...!!!"
"오호라, 이게 누구신가? 지난 번에 만났던 그 꼬마 아니신가?"
"림아, 저 사람, 네가 아는 사람이야?"
"어. 저 사람, 전에 글레이브 하우스에서 만난 [암흑 날개] 소속 하샤신들이랑 같은 패거리에 있는 사람이야!"
"그게 정말이야?!"
"오호라. 날 기억하고 있었다니, 이거 영광인데? 그 날 이후로 한 달이나 지났는데 말이야."
"당신 같은 사람은 기억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지. 당신 같이 [암흑 날개]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헹! 그렇다면 긴 말은 필요 없겠군. 그럼 다시 한 번 시작해 볼까! 둘 중 한 사람이 쓰러질 때까지 끝나지 않는 어둠의 듀얼을 말이야!"
"어둠의 듀얼...?!"
라이카의 입에서 "어둠의 듀얼"이라는 단어가 튀어 나오자, 순간 자신이 들은 단어를 접한 경위를 머릿속으로 검색하기 시작하는 청월.
잠시 후, 청월은 라이카의 입에서 나온 "어둠의 듀얼"이라는 단어를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서 읽은 한 권의 책에서 봤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이 "어둠의 듀얼"이라는 것으로 인해 전설의 듀얼리스트들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청월은, 하림의 손을 잡고 라이카에게서 도망치자고 말하였다.
하림 역시 여기서 라이카와 듀얼을 하며 시간을 허비할 생각은 없었기에, 자신 역시 라이카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청월의 손을 붙잡고 죽을 힘을 다 해 달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자신의 눈 앞에서 달아나려 하는 것을 본 라이카는, 위대하신 그 분의 영정 앞에 바칠 제물을 놓칠 생각은 없다며, 거구의 덩치에 맞지 않는 빠른 속도로 하림과 청월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놓치지 않는다, 꼬마들아! 우리의 위대하신 그 분의 영정 앞에 바칠 제물이 둘씩이나 나타났는데, 내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것 같아?!"
"꺄악!!! 저 사람 뭐 저렇게 빨라?!"
"하하하하!!!! 나에게서 살아서 돌아갈 생각 마라, 꼬마 놈들아! 너희 모두 우리의 위대하신 그 분의 영정 앞에 제물로 바쳐주마!!!!"
"저 사람, 덩치는 산만한데 달리기 속도는 뭐 저렇게 빠르대?!"
"내 말이! 나도 저게 믿기지가 않아!!!" (림)
"거기 서라, 꼬마 놈들아!!!"
성난 들소와 같이 빠른 발놀림을 자랑하며 하림과 청월 커플을 추격하는 라이카와, 라이카의 빠른 몸놀림에 경악하며 라이카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 해 달리는 하림과 청월 커플.
그러나 이들은 이내 어느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으며, 자신들의 눈 앞에 나타난 이 곳이 뉴스 장면에 송출되었던 그 골목인 것을 안 하림과 청월은, 자신들도 실종된 그 남자처럼 순식간에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품었다.
하림과 청월 커플이 막다른 골목을 벗어나기 위해 달리려고 하자, 빠른 속도로 두 사람을 추격해 온 라이카가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가쁜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이내 기분 나쁠 정도로 구역질나는 사악함을 풍기는 미소를 짓는 라이카.
라이카의 기분 나쁜 미소를 본 하림과 청월은, 이제 더 이상 자신들이 도망칠 곳은 없고, 좋으나 싫으나 라이카와 듀얼을 해서 이겨야 한다는 잔혹한 사실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온 몸으로 느끼며, 듀얼 디스크를 팔에 차고 듀얼에 임하려 하였다.
라이카 역시 미소를 짓고 듀얼 디스크를 장착한 뒤, 이제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어둠의 듀얼을 시작하겠다고 외치며, 어젯밤 김 씨 성을 가진 남성을 집어삼킨 어두운 기운을 발산하려 하였다.
바로 그 순간, 하늘 위에서 라이카가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하는 정체불명의 구체.
라이카 앞에 떨어진 구체는 순식간에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매캐한 연기를 일으켰고, 연기 속에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정체불명의 남성이 나타나 하림과 청월을 보호하며, 두 사람과 함께 라이카의 시야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향해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연기가 걷히자 방금 전까지 자신의 눈 앞에 있었던 하림과 청월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본 라이카는, 이번에도 하림을 놓쳤다는 사실에 매우 분통해하며 발을 굴렀고, 심지어 라이카 입장에선 보너스로 붙어 있었던 청월까지 놓친 셈이라 라이카는 이번에도 마스터 하샤신에게 꾸지람을 듣게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아스트라이모나드]의 영정 앞에 제물로 바칠 다른 이를 찾기 위해 이를 빠드득 갈며 자리를 떠났다.
라이카의 시야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 황혼 중학교 앞.
정신을 차린 하림과 청월은 자신들이 왜 황혼 중학교 앞에 있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모습이었고, 두 사람의 의문을 해소해 주기 위해 방금 전 두 사람을 구해 주었던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이 눈 앞에 나타나자 화들짝 놀라 그를 경계하는 하림과 청월.
하림은 붉은 머리 남성을 향해 혹시 당신도 [암흑 날개] 소속이냐며 적개심을 드러냈고, 두 사람에게서 적개심을 느낀 붉은 머리 남성은, 침착하게 자신의 정체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당신! 설마 당신도 [암흑 날개]에 소속된 사람이야?!"
"아니. 난 그런 어중이떠중이들 모임에 속해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럼 당신은 누구죠?! [암흑 날개]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인데요?!" (청월)
"맞아요! [암흑 날개]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죠?!" (림)
"도련님이랑 아가씨께서 그렇게 궁금해 하시니, 두 분께 제 정체를 알려 드리죠. 내 이름은 [알베르]. 사악한 자들이 뿜어내는 기운을 느끼고 정령계에서 인간계에 찾아온 듀얼리스트야."
"[알베르]...?! 설마 당신, 우리가 아는 그 [알베르]란 말이에요?!"
"너희들이 아는 [알베르]라면, 어떤 [알베르]를 말하는 거려나~?"
"그걸 모르면 듀얼리스트가 아니죠! [데스피아의 도화 알베르]!!! 그리고, [더 비스테드 알베르]!!!"
"딩동댕~ 두 개 다 정답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듣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추리해 낸 하림과 청월을 향해 능글맞은 투로 말하며 박수를 치는 붉은 머리의 남성, [알베르].
[알베르]가 듀얼 몬스터즈 스토리에서 어떤 포지션에 속해 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는 하림은, 자신들에게 무슨 해코지를 하려고 여기에 찾아온 거냐고 물었다.
"당신이 우리가 알고 있는 알베르가 맞다면, 당신도 [암흑 날개]처럼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일 텐데...!!!"
"이런이런. 날 그런 허접한 삼류 찌꺼기들이랑 같은 쪽으로 취급하면 곤란한데."
"당신이 비록 [암흑 날개]는 아닐지 몰라도, 당신이 듀얼 몬스터즈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후훗. 내 파란만장 일대기가 인간계에서 그렇게 유명한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었을 줄은 몰랐는걸?"
"닥치고 우리를 여기로 데려온 목적이 뭔지 말하기나 해!"
"알았어. 하여튼 재미없는 꼬마라니까."
하림이 자신을 향해 계속 날 선 반응을 보이자, 하림에게 재미 없는 꼬마라고 말하며 자신의 목적을 밝히는 알베르.
알베르는 두 사람에게 자신은 2년 전 [다크니스]라는 이름으로 우주 연방국 특수 경찰 팀 [시큐리티 포스]에서 활약했던 사실을 밝혔고, [아스트라이모나드]와 [애프터라이프]가 온 우주에서 패악질을 일삼고 다닐 때, 자신이 살고 있는 정령계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정령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매우 진지하고 근엄한 말투로 차근차근 말하기 시작했다.
정령계까지 그들의 마수가 뻗쳤다는 알베르의 말에, 길바닥 위에서 엉덩방아를 찧을 뻔 할 정도로 매우 크게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알베르가 어떤 인물인 지 알기에 경계심을 쉽사리 놓지 않는 하림과 청월.
알베르는 2년 전 와해된 줄 알았던 [애프터라이프]가 [암흑 날개]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다시 이 세상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들이 다시는 우주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인간계에 내려왔다는 사실을, 아주 설득력이 크게 흘러 넘치는 분위기를 담아서 말하고 있었다.
알베르의 이 설득력이 넘치다 못해 흘러 내리는 말에 하림과 청월은 경계심을 조금 누그러뜨렸지만, 만에 하나 인간계에서 [암흑 날개]처럼 사악한 짓을 꾸미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말라며, 경계심이 잔뜩 깔려있는 투로 알베르에게 말하였다.
하림과 청월의 단호박처럼 단호한 말을 들은 알베르는, 2년 전 자신이 보았던 소년과 소녀, 브레이크와 스트의 모습을 겹쳐보며, 지금 자신의 눈에 비춰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브레이크와 스트를 이은 영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림과 청월의 말에 기쁘게 응하며, 자신의 힘을 조금 사용해 그들을 원래 있어야 할 장소, 트와일라잇 파크 앞으로 보내 주었다.
하림과 청월을 트와일라잇 파크로 보낸 뒤, 2년 전 그 때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암흑 날개]와 싸울 준비를 하는 알베르.
그런 알베르의 모습을 지켜보던 여섯 명의 소녀와 한 명의 소년은, 2년 전 그 때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슴 속에 품으며,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이 우주에서 사악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의 의지를 받드는 자들을 뿌리까지 뽑아 내리라 다짐하며 모습을 감추었다.
알베르를 포함한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진 뒤, 황혼 중학교 앞에는 그저 지나가는 바람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있었다.
과연 영웅이라 불리는 자들은, 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띠는 세상을, 사악한 신의 의지를 가진 자들의 손아귀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
31편 연재 완료!
27편부터 30편까지 밝은 분위기로 진행했으니, 31편부터 다시 조금씩 어둡게 진행하려고 합니다.
과연 암흑 날개의 최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지...
그러면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IP보기클릭)211.198.***.***
(IP보기클릭)1.238.***.***
외전 스토리 잘 부탁드립니다! 1라운드는 어떻게 진행해야 좋을지... | 23.04.14 00: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