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여 인간은 차츰 독립하여 스스로 사색하는 능력을 잃고 모든 것이 우리의 생각하는 바대로만 생각하게 되도록 되고 말 것이다.
지난 며칠 간 암흑 날개의 조직원들이 벌인 실책들로 리스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점점 자신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인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의 플랜에만 목을 매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물론 플랜 A가 성공해서 이상적인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멋진 일이겠지만 리스는 그런 수준 떨어지는 생각에 목을 매는 인물이 아니었다.
"어디보자... 흠... 음..."
리스는 '이브'의 영혼을 지닌 소녀를 노리는 것과는 별개로 지난 며칠 간 루나 시티의 사람들을 일명 '서브리미널' 효과라 불리는 수단을 이용해 가랑비에 옷이 젖어드는 식으로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게끔 세뇌시키는 중이었다. 1프레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메세지나 이미지를 집어넣어 사람의 심리를 움직인다는 정도로 알려진 '서브리미널' 효과는 그것이 정말로 가능한 이야기인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 나오지만 리스는 그 입증되지 않은 효과를 입증할 수 있고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알고 있었다.
"그래, 그래... 아주 좋아..."
이렇게 서브리미널 효과에 물들여진 루나 시티의 사람들은 리스가 심어넣은 짧은 메세지와 이미지만으로도 스스로의 의지로 포장된 그녀의 의향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꼭두각시가 되었고, 덤으로 시민들의 무의식에 새겨진 자신의 메세지에 따라 움직일지언정 겉으로 본다면 어디까지나 자의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니 인간의 무의식을 통채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리스의 세뇌술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필요하다면 루나 시티의 사람들을 산제물로 바치게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고, 행여라도 이브의 영혼을 품은 소녀를 구하기 위해 원정대를 꾸민다고 해도 루나 시티의 사람들이 그들을 방해하며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도시 전체를 자신의 입맛대로 조종하는 것이 가능해진 리스는 다음 시도로 트와일라잇 시티나 리나 시티의 사람들을 서브리미널 효과로 물들여 귀찮은 파리들의 시선을 돌리기로 결정했다.
"루나 시티에서의 실험은 대성공이었지. 그렇다면 다음은 이거야."
루나 시티에서의 서브리미널 세뇌 실험에서 그랬듯, 리스는 두 도시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자신의 메세지와 이미지, 암시 등을 그들의 무의식에 새겨넣어 자의에 따라 암흑 날개의 숙적들의 발목을 붙잡게 하고 있었다.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성공한다면 자신의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모두를 뇌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사물을 생각할 수 없고, 그림을 보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유순한 동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숙적들이 자신의 서브리미널 효과를 돌파할 수단을 지녔다면, 다른 수단을 가져올 차례였다. 루나 시티는 리나 시티나 트와일라잇 시티 등의 주변 도시들에 비하면 작고 조용한 한적한 곳이었고, 그런 만큼 루나 시티의 사람들은 주변 도시에 대해 질투와 열등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한 편, 소위 말하는 '작은 사회' 내지는 '닫힌 사회'가 발달되어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루나 시티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우선시하고 외지인들을 배척한다는 의미였다. 비록 서브리미널 효과를 이용해 그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조종이 가능한 꼭두각시로 만들었다고는 해도, 기왕이면 꿈도 사는 희망도 없는 바보로 키우는 편이 리스 입장에선 다루기 훨씬 편리했다.
"선민사상. 자신이야말로 선택받은 존재라는 바보같은 생각. 그런 멍청한 사상이라도, 내 입장에서는 얼마든 써먹을 수 있으니 편리하지."
서브리미널 효과와는 별개로 루나 시티의 작은 사회와 그 안의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일종의 열등감을 이용하기로 한 리스는 이를 위해 지난 며칠 간 공을 들여 루나 시티의 사람들에게 선민사상을 심어줄 수 있는 허황된 힘을 주고 있었다.
"성(星)유물... 혹은 '세계의 유산'이라 불리는 유물들의 레플리카. 그 안에 담긴 건 허깨비 뿐이지만, 적어도 이 동네 사람들은 거기에 홀딱 반한 모양이네.
자신이 루나 시티에 암암리에 흩뿌려놓은 7개의 성유물. 리스 본인은 원래의 성유물을 본따 만들었을 뿐인 레플리카임을 알고 있었던 만큼 그녀 입장에선 별 것도 없고, 말 그대로 허황된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도시 사람들에게 선민사상을 퍼트리고자 자신이 흩뿌려둔 일곱개의 성유물에 자신의 모습을 일부 본뜬 요정 비슷한 것을 심어놓아 루나 시티의 사람들에게 '계시'를 내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가 흩뿌린 일곱 성유물에 홀린 루나 시티의 사람들은 리스의 이중 세뇌에 속아넘어가는 줄도 모른 채 그것들을 숭배하기 시작했고, 그 계시에 홀려버린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일곱 성유물을 수호하는 '용자'들을 선발해 그들을 혹독하게 키워내고 있었다.
"어머, 어머... 성유물을 수호하는 용자들이라니. 이거, 내 생각 이상으로 재밌게 돌아가네?"
성유물과 자신들에게 계시를 내려준 '성스러운' 존재를 수호하는 일곱 용자들이 선택되고, 용자에 걸맞는 수준을 갖추기 위해 도시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용자들에게 시련을 내려 단련시키고 있다는 정보를 확인한 리스는 일이 재밌게 돌아간다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어쩌면 암흑 날개가 궤멸된다고 해도 루나 시티의 사람들 모두가 새로운 날개가 되어 자신을 신의 자리로 이끌어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그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하는 리스였다. 다만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역시 '이브'였다. 그녀의 영혼은 이렇게 공을 들인 자신의 술수를 간파할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어떻게든 그녀가 깃든 소녀를 사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자신의 이중 세뇌가 간파당하는 일이 없이 일을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우리들의 왕은 일 점이라도 잘못이 없는 만인의 광휘 있는 모범이어야 한다.
"이거 의외로군요. 저를 찾으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우후후. 저를 사랑한다고 하셨는데, 기억하시나요?"
그 날 밤, 리스는 자신의 플랜 B를 위해 샤키르 대장로를 자신의 처소로 불렀다. 비록 표면상으로는 자신의 상관이었지만, 이미 샤키르는 새로운 어둠의 신이 될 자신을 위해 본인의 모든 것을 내던지겠다고 말한 만큼 이를 위해서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기억합니다. 리스, 제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아, 별 건 아니지만..."
그걸 받기 위한 대가도 치를 준비가 된 리스는 샤키르와 함께 하룻밤에만 빛나는 작은 불꽃을 지폈고, 그렇게 거사를 마친 리스는 그 다음 날 샤키르에게서 받은 그의 '정수'를 자신이 사전에 준비해뒀던 자신의 일곱 '정수'와 결합하고 있었다. 만약 '이브'의 영혼을 탈취하지 못 해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면, 두 정수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 예비 육신들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예비 육신 하나하나마다 자신의 계획에 걸맞는 수준의 지식과 실력을 불어넣을 것이었고, 원래의 계획이 성공한다고 하면 그 예비 육신들을 유용하게 써먹을 나름의 방안들도 준비되어 있었다.
"손님이 찾아왔나...?"
그런 와중에 자신을 찾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샤키르 대장로였다. 그의 얼굴을 본 리스는 그 얼굴에 미소를 띠며 그를 대장로와 자신, 오직 둘만이 그 위치를 아는 비밀 연구실에 들여보내줬다. 정령들의 출입을 차단하는 온갖 술식부터 자신과 샤키르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그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술식 등 온갖 현실적 수단과 오컬트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숨겨놓은 비밀스러운 장소였다.
"아아. 어서 와요, 내 사랑. 어젯밤은 즐거웠나요?"
"황홀했습니다. 보잘 것없는 이 몸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해요. 그 보다도 저를 찾아온 건... 역시 제 근황이 궁금해서겠죠?"
"네."
샤키르의 눈에 띤 것은 바로 어젯밤의 불꽃으로 지펴낸 결과물들이 리스의 온갖 특수 용액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애프터라이프 시절에는 여덟의 사도가 태어나는 바람에 7이라는 숫자의 신비를 받지 못 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정확히 일곱의 결과물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이를 통해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면 7의 신비를 받아 승천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샤키르 대장로 덕분에 일은 잘 풀리고 있어요. 일이 잘만 풀린다면, 정말 멋진 결과물이 나올지도 모르죠."
"그렇습니까."
잠시 자신과 리스의 결합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을 지켜보던 샤키르는 문득 무언가가 느껴졌고, 그것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자신을 유혹하는 리스가 보였다.
"이번엔... 무엇을 원하십니까?"
"어제는 신성한 과업을 위한 의식이었지만, 오늘은 순수하게 제 즐거움을 위한 것이죠."
그리고 둘만이 아는 비밀 연구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용기와 침착으로 인민을 위압해 버린다면 그 누구도 반항 같은 것은 하지 않는 법이다.
한 편, 여섯 장로들은 리스의 등장 이후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어둠의 신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놓은 장로들이었지만 샤키르 대장로가 리스 여장로를 두둔하고 있는 것은 그렇다쳐도 자신들이 현재 머물고 있는 루나 시티의 분위기가 점점 이상하게 흐르는 것을 느끼고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싶어 심히 마음에 걸렸다.
"리스 여장로. 우리가 있는 이 도시의 사람들 말입니다만, 도대체 이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자바트 장로의 질문이었다. 여섯 장로는 대장로의 인가 하에 리스 여장로를 소환해 그녀가 주도하는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가 아는 선에서 말하자면, 루나 시티의 사람들은 우리가 이 곳에 자리를 잡은 이후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거죠. 이를테면 여러분들도 알고 있을 '성유물의 용자'들이라던가 말이지요."
"이런 일련의 변화들이 우리 암흑 날개에게는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겁니까?"
르보리스 장로의 질문이었다.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그 성유물이 내리는 어둠의 신의 계시에 따라 루나 시티의 사람들은 우리 암흑 날개의 적과 스스로 맞서싸우겠죠. 루나 시티의 용자들이 이 싸움을 주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역적패당들이 루나 시티의 사람들에게 좌절당한다면 그것으로 좋은 일입니다만, 리스 여장로께선 그 외의 다른 대책도 있으십니까?"
아즈라 여장로의 질문이었다.
"이미 어둠의 신의 계시를 받은 루나 시티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교리를 그들이 사는 땅에 암암리에 퍼트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일부는 교리를 퍼트리고자 자발적으로 이사를 갔다고도 들었고요."
"하지만 트와일라잇 시티는 몰라도 리나 시티는 이미 어둠의 신에게 호되게 데여서 어지간해선 그런 교리에 속지 않을텐데, 어떻게 그들을 속일 수 있을까요?"
잭 펠라니스의 질문이었다.
"그렇다면 어둠을 빛으로 감싸면 되지 않을까요? 즉 어둠의 신의 계시여도 듣기에는 어둠의 신과 아무련 연관이 없다면 제 아무리 리나 시티의 사람들이라도 하나 둘 속을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렇게만 된다면 좋겠으나, 저는 그런 쪽에는 어두워서 말을 아끼겠습니다. 그런데, 그 용자들을 보니 모두가 고등학생 언저리의 청소년들이던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서 펠라니스의 질문이었다.
"성유물의 계시에 특히나 민감한 청소년들 중에서도 가장 자질이 있는 일곱 명의 학생들을 뽑아 성유물의 용자로서 선택했다 들었습니다. 듣기로는 용자들에게 바칠 전용의 복장까지 만들고 있다는 소문도 있더군요."
"그렇다면 용자의 자리에 선택받지 못 한 나머지 학생들은 어찌되는 거죠?"
바르타 여장로의 질문이었다.
"선택받지 못 한 나머지 학생들 중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성유물의 축복을 받아 용자를 지키는 수호자가 되었다 들었습니다. 그 외에는 저도 자세히 아는 바는 없습니다."
귀찮기 그지없는 일이었지만, 적어도 쓸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써먹을 필요가 있었던 리스는 장로들의 질문에 꼬박꼬박 답해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대로 손놓고 구경만 해도 되는 겁니까, 리스 여장로?"
"르보리스 장로님, 원래 높으신 분들은 굳이 현장에 나와서 일을 시키지 않는답니다. 우리는 그저 루나 시티를 시작으로 그 주변의 도시 사람들이 우리의 신의 교리에 물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면 되는 일입니다. 간단하기 그지없죠."
그렇게 말하는 리스를 보며 다른 장로들은 찜찜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자신들을 모두 합친 것 이상으로 유능함을 보여주는데다 샤키르 대장로의 총애까지 받고 있는 만큼 일단은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반응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리스 여장로는 하던 대로 하시면 될 것같습니다."
"후훗, 별 말씀을."
"어둠의 가호가 함께 하길."
자바트 장로의 말을 끝으로 여섯 장로들은 해산했고, 그 자리에 홀로 남은 리스는 '성유물의 축복'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바보로 키워진 루나 시티의 사람들의 광대놀음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정말 아무 것도 안 해줬다간 나중에 이빨을 드러낼지도 모를 일이었으므로 그녀는 그 축복을 받은 용자들과 수호자들에게 별 건 아니어도 그들에겐 나름대로 힘을 주고 있었다.
"성유물의 이름으로 루나 시티와 그 주변의 모두가, 그리고 그 너머의 모두가 하나되어 어둠의 신의 양분이 되길."
새로운 어둠의 신으로서 거듭나고자 하는 리스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어둠의 신의 계시를 빙자한 자신의 계시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루나 시티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건 왠지 즐거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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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외전도 6편까지 이어졌군요
리스쟝 힘내라 그래야 이야기가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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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23.04.23 09: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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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에서만 대충 보여줄 것이니 괜찮을 겁니다(?) | 23.04.23 09:4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