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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3월 중순의 어느 날
때아닌 추위가 찾아오고 당장이라도 무언가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흐린 날씨
모두가 떠나간 간이 비행장의 한편에는
역사의 저편을 위해 싸우다 사라진 이들의 묘비만이 허탈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유골도 제대로 봉안되지 못하고, 그저 각자의 때 묻은 흔적만을 널 부러 놓은 채…
그곳에서 유일한 인간이었던 한 낙오된 연구원의 묘비 앞,
누군가 그의 무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녀는 화려하게 치장된 금빛 훈장을 그의 묘비 앞에 조심스레 가져다 놓았다.
“지난번 출격의, 전공으로 수여 받은 물건입니다…
더더욱 내키지 않으시겠지만…,
역시, 제겐 거추장스런… 하…, 아닙니다.
그저… 이렇게라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참, 대령님이 안부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훗…, 조금 아쉬웠지만…
덕분에, 좋은 경험이었다고…”
그녀는 자신이 예전에 그에게 선물로 주었던 은빛 훈장을 그의 묘비에서 꺼내었다.
투박한 디자인에, 불에 그슬리고, 반쯤 녹아버린 은빛 날개
그녀는 그 훈장을 자신의 왼쪽 가슴에 패용했다.
“연구원님…
어디 계시는진 모르겠지만…,
그곳에서는, 평안… 하십니까…?
저희는 수많은 희생 끝에 철수 작전에 성공했고
저도 오늘부로… 락 하버로 후퇴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휩노스 병이라는 것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간부님께서 쓰러지셨고,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죽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살아남겠습니다.
그동안… 정말로…
행복… 했습니다.
그럼…”
밴시는 반듯하게 경례를 올리고 활주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걸음을 채 가지 못하고
그녀는 다시 돌아와
묘비의 진열대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들
그리고, 지난해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함께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꿈만 같았던 순간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들
그리고 시종일관 같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던 자신의 모습.
텅 빈 바이오로이드 숙소,
밴시는 블랙하운드가 쓰던 방을 찾아갔다.
“잠깐…, 빌리겠습니다”
폐자재 더미들이 썩고 녹슬어가던 격납고 옥상,
그 한편에서, 밴시는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필름은 세 장 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녀는 몇 번의 연습 끝에 신중하게 셔터를 눌렀다.
‘찰칵’
…
‘찰칵’
…
‘찰칵’
…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 모두의 추억이 잠든 묘비,
가지런히 정리된 사진들 속에는 이제,
밴시의 못다 한 미소도 함께 놓여있었다.
“A-87 밴시, 목적지는 락 하버
이륙하겠습니다”
밴시는 서서히 추력을 올리며 하늘로 떠올랐고, 이내 짙은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야, 날개를 뒤흔드는 난기류 속에서도
그녀는 자세를 유지하며 회색빛 구름층을 뚫고 상승했다.
곧 주변이 밝아지고 구름이 하얗게 옅어지더니,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3500m 상공, 눈부시게 비치는 햇빛
아래엔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벌판
도무지 위치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밴시는 방향을 잡고 어디론가 날아갔다.
(IP보기클릭)5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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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후기 올리실지 모르겠는데, 제목 스포일러의 의미가 궁금하네요. 저는 멸망전쟁과 락 하버 언급 자체가 휩노스와 비극을 얘기하는 스포일러인가싶었거든요. | 21.12.20 02:03 | |
(IP보기클릭)39.7.***.***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후기는 수요일 이후로 올려볼까 생각중입니다만, '스포일러'는 훼방꾼이라는 원어의 의미와 함께 항공기 날개에서 공기흐름을 방해해서 안전한 운용을 도와주는 장치의 명칭이기도 합니다. 사실 지난편의 독백 비슷한 부분에 직간접적으로 언급되있는데, 밴시가 하고자 하는것들을 흐트려놓고 기어이 살려내버리는 주변인들의 행동에 빗대서 그렇게 붙였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안부전해달라고 했다'는 식으로 표현을 해놨고, 이미 이해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인사불성 상태였던 밴시에게 환영을 보여주고 구출해낸건, 다름아닌 검은 날개와, 껴안았을때 조차 눈치채지 못할만한 가슴을 지니고 있던 나앤.. | 21.12.20 09:48 | |
(IP보기클릭)58.227.***.***
역시 듬직한 나앤이었군요ㅎ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 21.12.20 10: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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