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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연구원은 밴시의 숙소로 찾아가 사령부로부터 전송받은 전출/전입 명령서를 내밀었다.
"이거 봐! 내가 된다고 했지?"
"축…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너야말로 내 밑으로 들어온 걸 축하해"
"감사합니다. 헷…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네 근무지 변경은 조금 늦는 것 같네…
어차피 호위기 대동해야 하면 너랑 같이 가면 될 텐데…
일 처리를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어…?"
"그… 저는 호위 임무에 적합한 기체는 아니라서…"
"애휴… 그게 무슨…
그런 쓸데없는 건 머릿수만 맞추면 되는 거야…
옛날엔 VIP 에스코트랍시고 다이카도 2대씩 붙여놓고 잘만 날아다녔잖아?!"
"그렇지만…"
"그때랑 지금이랑 다르다고?, 아니면 규정은 규정이니까 따라야 한다는 거지…?
걱정하지 마, 하하… 뭐 어차피 제공권이나 구역 확보된 지역으로만 가니까…
정말 혼자 가도 되는데, 반대로 그만큼 여유가 생겼으니까
AGS라도 많이 붙여서 가기로 했어."
"그럼, 먼저 출발하시는 겁니까?"
"응, 나는 뭐… 정리할 것도 많고, 이동 문제도 그쪽으로 가서 직접 처리하면
더 빨리 당길 수 있을 거야…
참, 너 근무지 도착하면 현장에서 휴가 2주일 정도 나온다던데…?
뭐 해보고 싶은 거 있어?"
"네?, 저… 말씀이십니까…?
지금은 잘…"
"이거나 먹으러 갈까?"
연구원은 언제 찾아낸 건지, 어디선가 수십 년 전에 발행된 미식 가이드북을 꺼내서는
밴시에게 펼쳐 들고 있었다.
"헉… 그걸 어떻게…"
"그리폰이 가끔 너 침대에서 이상한 책 본다고 하길레 뭔가 했지
훗… 교범 사이에 끼워두면 모를 줄 알았지? 그리폰도 대충은 아는 것 같던데…?
그나저나, 전역하면 하고 싶은 것도 없다면서… 이런 건 또 보는 거야? 하하…"
"실은… 이전엔 개중에서도 위험도가 극도로 높은 임무를 수행할 때면…
전날, 특식이 배급되었습니다…
헷… 같이 작전에 참여했던 대원들과 식사를 했던 모습이…
기억에 확실히 남을 정도로 맛있어서…
지금도 한 번씩 생각이 날 때마다 그 모습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연구원님께서는 혹시 이런 음식… 밖에서, 많이 드셔 보셨습니까?"
"나…? 어휴…
나 같은 초입 연구원 나부랭이가 어떻게 저걸 사 먹겠니?
저런 걸 먹을 바에야 대충 샌드위치나 사 먹고 대출이나 갚고 말지… 안 그래?"
"그… 그렇군요…"
"뭐… 그래도 아예 못 먹어 본건 아니고… 아무튼…!
거기 가면 뭐… 얼마나 복구돼 있을진 모르겠는데, 최대한 비싼 데로 가보자고 하하…"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날 밤
밴시와의 대화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연구원은 온갖 크고 작은 걱정과 함께,
앞으로 벌어질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 속에 휩싸인 채 락 하버로 가져갈 짐을 챙겼다.
연구원으로서,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인간으로서 부딪혀올 수많은 책임과 업무들
이제는 자신의 직속 바이로이드이자,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어버릴지도 모를 밴시와의 삶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시 이전의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10-
락 하버 출발 당일.
구름이 잔뜩 껴있는 와중에, 예정대로 이동을 준비하던 연구원은
자신의 짐을 미리 준비해둔 드론과 와쳐들에게 나눠 싣고 잠시 대기시킨 뒤
비행장을 돌아다니며 이곳에 남게 될 바이오로이드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의무실을 찾아가자,
지난 공습작전 당시 부상을 입고 아직 수복 중이던 그리폰이
불만을 볼에 가득 채운듯한 표정으로 침상에 앉아있다가 연구원을 노려봤다.
"뭐야?!"
"뭐긴 뭐야 훗… 마지막이니까 인사하러 왔지…
몸은 좀 어때? 이제 거의 다 회복된 것 같은데?"
"보면 몰라?! 원래 내가 호위해줘야 하는 건데 이번 주까지 더 누워 있으라고 하잖아?!
지금이라도 비행할 수 있는데, 칫…"
"애휴… 하여간, 너도 참…
다른 애들한테 맡겨 놨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푹 쉬기나 해
참, 너도 고생깨나 했으니까 기회 되면 한번 알아봐 줄게… 블랙하운드도 같이…
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 또 책임진답시고 이상한 전선에 자원하지 말고…"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난, 괜찮거든?!
빨리 가기나 해! 쓸데없이…"
그리폰은 반대 방향으로 자세를 돌리고는 고개를 베개에 파묻어 버렸다.
연구원은 그런 그리폰의 머리를 말없이 헝클여주고 의무실을 나왔다.
그가 전투기로 되돌아오자, 그곳에는 밴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연구원님! 부디 조심하시고… 편안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고마워!, 근데… 근무지 이동 명령은 아직도 안 나왔지?
가서 바로 처리해 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연락할게~"
연구원은 콕핏을 닫고 시동을 건 뒤 활주로로 천천히 이동했고
밴시는 그를 향해 경례를 올려주었다.
"여기는 F-35B DISCO 목적지는 락 하버,
이륙허가를 요청한다!"
F-35의 투박한 동체가 다시 한번 힘차게 날아올랐다.
흐린 날씨 속에서도 편대는 대형을 유지한 채
인류의 마지막 유산을 향해 방향을 잡고 날아갔다.
간이 비행장 이륙 30여 분 후
편대는 지난 공습으로 파괴된 공장지대 인근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곳은 이미 지상군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일부 지역은 진압되지 못한 내부 화재의 여파로 추정되는 검은 연기로
여전히 새까맣게 뒤덮여 있었다.
그런데 연구원의 전투기가 공장지대 바로 옆을 날아갈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검은 연기 속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불빛이 살짝 비치더니,
검붉은 불기둥이 솟구치며 수송 편대를 벼락처럼 내리쳤다.
연구원과 그의 오래된 전투기는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산산이 부서지고, 먼지가 되어 공중에서 흩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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