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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황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초토화된 것으로 여겼던 공장지대의 숨겨진 지하 공간에서 철충들이 쏟아져 나왔고,
대규모 작전으로 탈진하고 전선이 느슨해졌던 저항군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철충의 역공에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고 쓰러져 갔다.
거기에 더해, 기존에 임시 비행대의 작전지역에서 관측되지 못했던
디스트로이어가 공장지대 내부에서 모습을 드러내었고,
평시에는 에너지필드를 뒤집어쓴 채 포격과 폭격을 견뎌내다가,
대구경 입자포를 수시로 발사하며
지상군은 물론 공중전력에도 괴멸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꿈같던 평화를 맞았던 임시 비행대는 암울했던 예전의 모습으로 빠르게 되돌아갔다.
출격횟수는 잦아지고 외부와의 연락망도 하나둘 끊어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절망을 감춘 채, 마치 그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저 임무 수행에만 열중했다.
자신을 유일하게 책임져줄 것만 같았던,
전장에서 무사해야할 유일한 이유인 것만 같았던 이를 허망하게 잃은 밴시 역시
어느샌가, 그를 만나기 전과 같은 그저 냉담한 급강하 폭격기로 되돌아가 있었다.
발길이 끊긴 격납고 옥상엔 폐자재들만 쌓여갔다.
하지만, 자신을 끊임없이 자책하던 그리폰은 밴시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는 블랙하운드의 만류에도, 죄책감에 나날이 무리한 출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이제 임시 비행대의 몇 안 되는 기동형 바이오로이드들도 소모되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철충과의 교전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거나 격추되어갔고
시간이 지나자, 영문도 모른 채 비행 가능 시간이 지나도 복귀하지 못하고
그대로 실종 처리되는 대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임시 비행대는 수색은커녕 그녀들을 수습할 여력조차 없었다.
항공기 운용수칙을 위반한 채 그들을 찾아 줄 인간도 없었다.
그녀들은 차가운 겨울 바닥 위에 부딪히고 쓰러지며 싸늘하게 굳어갔고,
남아있는 이들은 돌아오지 않는 동료들의 침상 곁에서 괴로운 밤을 지새우다
다시 비참한 하늘을 맞이해야 했다.
그리고 늘 복귀에 늦은 밴시를 내려다보던,
까칠하지만, 따스했던 그리폰의 푸른 눈망울도
어느샌가 자취를 감추었다.
대부분의 가용 기체가 소실되고 적막감마저 감돌던
2114년 2월의 간이 비행장
밴시는 텅 빈 브리핑실의 탁자에 홀로 엎드려 앉아있던 블랙하운드를 찾았다.
”안녕하세요 소령님…“
블랙하운드는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며 밴시를 맞았다.
”블랙하운드 대위…
그리폰 중위의 일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제가 상관이자 룸메이트로서… 살펴 줬어야 했습니다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정말로… 미안할 따름입니다…“
”아니에요…
근데… 그거 아세요…?
그리폰 걔가… 말은 좀 그렇게 해도…
소령님 엄청 좋아하고 있었다는 거…
저한테도 소령님 얘기 많이 했었거든요…
말은 없어도 분명 좋으신 분이라고… 너무 비행에만 열중하셔서 걱정된다고…
언제 맛있는 거라도 같이 한번 먹었으면 좋겠는데…
기회가 나질 않는다고 얘기하면서… 흑…“
”그렇습니까…“
밴시는 나지막이 미소를 지으며 불현듯 블랙하운드에게 사탕과 음료를 내밀었다.
“이건…
그리폰 중위가 제게 준… 마지막 선물입니다.
제가 복귀가 늦어지거나… 야간비행이 있을 때마다…
늘 이런 것들이… 제 책상 위에 올려져 있고는…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침대 위를 올려다보면, 중위는 먼저… 취침에 들어가 있고…
저는 매번… 감사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습니다.
훗… 실은…
자는 척을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정말…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전…
이런 걸… 이미 예전부터… 받을 자격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소령님도 많이 힘드시잖아요… 흑…”
밴시는, 떨리는 손으로 받은 선물들을 다시 내미는 블랙하운드를 향해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리폰 중위는… 그 누구보다도… 임무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대원이었습니다.
매번… 편대의 선도기로 출격하고… 돌아올 땐… 최후방의 후계기를 자처하곤 했을 정도로…
공습 당시에도 중위는… 제가 지휘하는 편대를 따라오며, 6시를 확보해주는 것에 더해…
대공사격을 하는 철충을 제거하는 데도… 가담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대공포에 대신 피격을 당하게 되었지만…
실은… 일주일 전에… 중위를 마지막으로 만났었습니다.
그때 제가 좀 더… 출격을 하지 말아 달라고… 아니, 불허한다고…
좀 더 강력하게 지시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그 일이… 중위의 비행시간만 늘려버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 같습니다.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저는…
정말…
무능한…
상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아니… 흐윽… 으으윽…
소령님… 저희 그리폰 어떻게 해요… 흑흑… 그리폰 어떻게…”
그리폰의 마지막 선물을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리는 블랙하운드 곁을
밴시는 그저 말없이 지켰다.
텅 빈 브리핑실엔 절망만이 공허하게 퍼져나갔다.
눈발이 조금 날리는 어두운 날씨, 기척조차 없던 비행장 안에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느끼기조차 어려웠다.
진정된 블랙하운드는 그저 말없이 그리폰이 남긴 선물들을 바라보았고
밴시 역시 브리핑실의 벽에 쭈그려 앉아 초점을 읽은 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별안간 블랙하운드가 다시 밴시에게 말을 걸어왔다.
“소령님…
소령님은, 연구원님…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밴시는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네…
보고… 싶습니다…
꿈에서 나오더군요…
제게 구출되시는 모습으로…
매번, 힘들었습니다… 그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하지만, 요즘은… 꿈에서조차 나오시질 않더군요…
훗… 차라리… 그렇게라도 나와주셨으면…
좋을 텐데…”
블랙하운드의 표정이 다시 울상이 되어가고 있을 때
밴시가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
“그 녀석… 아직 거기 있습니다.”
“....”
“디스트로이어…
위치가 확인되었습니다…”
밴시의 말을 들은 블랙하운드의 눈빛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거기가… 어딘가요?”
“BA26…
저희가 공격했던… 공장지대 중심부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리폰 중위가 마지막으로 남긴, 항공사진들입니다.”
어두운 연기 속에서 희미하게 검붉은 불빛을 내며 숨어있는 사진 속의 물체를
블랙하운드는 차갑게 노려보았다.
“블랙하운드 대위…
대위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공중은 물론, 지상에서도… 수많은 아군의 목숨을 앗아간 개체입니다.
지금은… 인근 부대들의 철수 작전을, 방해하고 있고…
현재, 저희 비행대에서… 작전 투입이 가능한 기체는, 저와 대위… 둘 뿐입니다.
저는… 사사로운 감정이, 임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 둘만으로… 대공화망을 돌파한 뒤,
목표물 타격에 성공하고 살아 돌아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떠나간 이들을 위해서라도…
함께…
출격, 해주시겠습니까?”
블랙하운드는 희미하게 미소를 띠며 화답했다.
“소령님은 가끔 너무 지나치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저희한테 존댓말을 써 주시는 것도 그렇고…
이런 건, 그냥… 지시만 내려주셔도 되는데, 헤헤…
그럼… 작전계획을 알려주시겠어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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