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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편에서 밴시의 계급을 "소령"에서 "대령"으로 오기를했던 실수가 있었습니다..
나름 몇번이고 확인을 하고 글을 올리려고 하지만,
저렇게 몰입을 해치는 치명적인 실수가 나와버려,
개인적으로 아쉬울 뿐더러 읽으셨던 분들에겐 죄송할 따름입니다...
추가로 제목을 살짝 바꾸었습니다.
원레 주 제목은 "스포일러" 로 낙점해두고 있었는데
>웹소설은 부제나, 제목자체를 길게 가는게 추세라고 하길레
어떻게 만들본게 저거였습니다.
근데 아무리봐도 너무 길고 뭔가 좀 아닌것 같아서...
'어두운 하늘, 그곳을 비행하던 밴시의 이야기 : 스포일러'
에서
'스포일러 : 흐린 하늘속의 밴시 이야기'
로 고치에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쉽지가 않군요..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ㅠ
-5-
락 하버를 중심으로 지휘 체계를 다시 정립한 인류의 승기는 점점 더 확고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밴시의 임무 공역 아래는 점점 스틸라인의 세력권으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12월이 넘어서자, 부대 간 통신체계도 거의 다 복구되었다.
한편, 연구원 역시, 회사로부터 새로운 항공기를 다시 수령 받게 되었다.
밴시를 비롯한 바이오로이드들의 걱정 어린 시선과 더불어,
‘이제 그러다 떨어져도 구해주지 않을 테니 알아서 해’라는 그리폰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행을 재개하여 매일 그녀들과 함께 자유 소탕 임무에 따라나섰다.
이제는 간혹 한두 대씩 보이던 철충의 정찰조조차 눈에 띄지 않았고,
그들은 그저 날마다 지상군이 진격하는 모습이나, 복구가 진행되어 가는 도시 일부분을
구경이나 하고 돌아와서는 지루한 비행 소티에 관한 얘기를 나눌 뿐이었다.
그런 생활이 익숙해져 가던 12월 중순의 어느 날,
갑자기, 저항군의 수뇌부에서 전 군 회의를 소집해 왔다.
연구원, 그리고 밴시를 포함한 대부분의 임시 비행대 소속 바이오로이드들이
비행장의 브리핑실에 모였고, 곧 각지의 크고 작은 부대들과 연결된
영상들이 화면에 출력되자, 한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흩어지기 이전, 각자가 소속되었던 부대원들의 생사를 확인하느라 장내가 술렁이는 가운데
메인 송출 화면에 공중전력 담당 총사령관이 등장했고, 회의가 시작되었다.
”제군들!, 그동안 살아있어 주느라 수고가 많았다.
덕분에 우리는 지난 수 개월간 수세에 몰렸던 전선을 고착시키는 데 성공했고
더 나아가 일부 지역을 재탈환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이대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가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지금 이 상태로는, 지구는커녕 한 대륙에서조차,
철충을 완전히 몰아내는 데 수십 년이 족히 걸릴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우리 수뇌부는 여세를 몰아 전황을 완전히 뒤집기 위해
우리 공중전력이 주축이 되는 '강판(Steel Plate)' 작전을 수행하고자 한다!“
작전의 내용은 단순했다.
동원 가능한 모든 항공전력을 일시에 출격시켜,
철충화된 공장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폭격함으로써 철충의 증원을 저지하고,
지상군이 더 빠르게 진격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
밴시와 연구원이 속한 임시 비행대 역시
기지로부터 북쪽으로 90km 정도 떨어진 공장지대가 공격 목표로 할당되었고
인근의 다른 비행단/대대와 합류하여 동시에 전략폭격을 수행하고,
잔존 기물이나 시설에 대한 대지공격을 연이어 가함으로써
해당 지역을 초토화한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또한, 운용 가능한 유인 항공기들도 전력으로 총동원된 이번 작전에서는
연구원에게도 폭/공격기 호위 및 제공 전투라는 임무가 배정되었다.
회의가 마무리되자, 오랫동안 자신들의 주인을 괴롭혀 오던 적들을
마침내 쳐부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들뜨거나 비장한 표정을 지은 채
브리핑실을 빠져나갔다.
밴시는 그런데도 역시, 늘 그렇듯, 무덤덤한 표정이었지만,
어쩐지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는 느릿느릿하게 브리핑실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연구원은 밴시를 붙잡았다.
”왜?,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어, 연구원님…“
”오랜만의 대규모 작전이라서 긴장돼서 그러는 거야?“
”엇,… 네… 그, 그런 것도 있지만…
대장님의 표정이 안 좋아 보이셨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 건지…“
”아… 그 꼬맹이 말하는 거야…?
걔는 원래 인간이 하는 건 뭐든 다 못마땅해하잖아? 딱히 신경 안 써도 될걸…?
그나저나 첫 대규모 작전이네… 다른 부대에서도 같이 합류하러 온다고?“
”네, 그렇습니다. 저는 연락이 닿는 대로 급강하 폭격 편대 구성을
논의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 다른 비행대에도 밴시가 있어?“
”네, 아직 정확히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4기 단위의 3개 편대 정도는 편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흠… 그럼 12대 정도 된다는 건가? 꽤 많구나…?
그러면 서로 어떻게 구분하지?“
”편대 원 말씀입니까?… 저희는 모듈과 연동된 피아식별기를 사용해서
편대원들을 식별하고 지시를 내립니다.“
”그건 나도 아는데…?, 내가 타는 물건은 워낙 최신이라 하하…
너네들꺼하고 연동이 안 되잖아?
혹시 외적으로 옷을 다르게 입는다거나, 식별기호나 부대 마크 같은 도장은 없어?“
”이 부분도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2차 연합전쟁을 거치며, 기도비닉상의 이유로…
부대 마크와 특별 도장은 모두 폐지된 상태입니다.“
”그러면 이쪽에서 너하고 동형기들 섞이면 서로 구분 못 하는 거 아냐…?“
”실은… 같은 동형기라 할지라도 근무환경에 따라 외형적으로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는 터라… 구분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참… 그 미묘한 차이를 내가 어떻게 구분하겠니? 그것도 공중에서…“
”그… 재래식 장비로, 세부적인 연동은 안 되더라도,
단순히, 피아식별을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 않으시겠습니까…?“
연구원은, 어김없이 순진한 사실만을 예기해주는 밴시를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앞에 두고 잠시 다른 생각에 잠겼다.
”아, 아니다. 오늘은 됐고, 내일 저녁에 시간 있지? 격납고에서 잠깐 볼까?
필요한 게 있어.“
”저한테 말입니까?… 네, 알겠습니다.“
다음 날 저녁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임무를 마친 밴시는,
비행 기록을 정리한 뒤, 약속대로 장비를 벗어둔 격납고로 다시 이동했다.
본인의 비행 장비 앞으로 찾아 가보니, 어느새 연구원이 갖가지 잡동사니를 옆에 늘어놓은 채
밴시의 날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 수고하십니다. 연구원님, 그런데 이게 무슨…“
”아, 왔구나? 뭐… 딴 게 아니라…
내일 모래 우리 오랜만에 제대로 나가니까 이것저것 정비 좀 해두려고…
자, 먼저 이건 구형 피아식별기… 이것만 달면 내 쪽에서도 정보가 뜰 거야,
탑재 중량 늘어나는데 예민하다길레 재일 가벼운걸로 구했어…
40… 아니 55g밖에 안 되는데 이 정도 늘어나는 거면 괜찮지?“
”네… 그 정도면 괜찮습니다만, 굳이…“
”좋아, 그러면 이거는 됐고…“
그는 오랜지색 항전장비를 슬며시 밴시의 비행 장비 점검 창 앞에 내려놓고
다른 한쪽에 있던 야전 정비용 페인트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건 항공용 페인트인데… 이게…
다른 색깔은 다른 애들이 다 써서 그런지 이것밖에 못 구했어…
대체 이런 색깔이 왜 있는지 모르겠는데? 린트불름이 썼던 건가? 뭐 아무튼…
윙팁에 칠하는 거 어때?“
”네…?!, 그… 아무리 그래도 하늘색은 좀… 그렇지… 않습니까?“
”왜, 뭐 어때서?, 그래도 생각보다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흠… 아닌가…?“
”그… 그것보다도… 눈에 너무 잘 띌 것 같은 생각이…“
”철충 새끼들 어차피 적외선으로 탐지한다며? 그러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이 정도는 칠해줘야 멀리서도 편대장인 줄 알아보지 안 그래?“
밴시는 나름 당혹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연구원의 끊임없는 설득 끝에 결국 도색을 허락해 주었고,
그는 신이 나서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혹시 나앤이 보고 뭐라 하면 얘기해.
내가 그랬다고 하면 또 쓸데없는 짓 한다고 한소리 듣겠지만 말이야 하하…“
한바탕 작업이 끝나고 그들은 격납고 문 앞에서 휴식을 취했다.
반쯤 열린 격납고 문밖에는 불빛 한 점 새어 나오지 않는 죽은 도시의
칠흑 같은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오늘은 무 월광입니다…“
”그래서 항법과 경계에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는 소릴 하려고?
내일 어차피 한바탕 하러 가는데, 지금이라도 그런 거 잠시 접어 두는 게 어때…?
대신 별은 엄청 잘 보이네…?, 저걸로 방위각 찾으면 되잖아?!, 어 저기 뭐 하나 떨어진다!“
”실례지만… 내일, 긴장되십니까?“
”후… 내일?, 당연하지, 이렇게 대규모로 나가는 작전은 처음인데…
물론 너희들 같은 얘들은… 특히 너는 더더욱 안 그러겠지만 말이야…“
그러자 밴시가 옅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실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물론, 그렇지 않아 보이시겠지만,
매번 출격할 때마다…
긴장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원은 고개를 살짝 돌려 보았지만,
밴시는 그저 무표정에 가까운 옅은 미소를 띠며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새삼 그가 오늘 밤에 멋대로 벌였던 행동이 그녀에게도
작은 의미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의 안도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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