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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륵, 으…, 여기가 어디지?“
어딘지 모를 지상에 도달한 연구원은 낙하산을 대충 뭉쳐서 처박아놓은 뒤 몸을 낮추었다.
약간의 충격을 제외하면 큰 부상은 없었고,
낙하 중 숨을 참고 유독한 연기 층의 아래로 내려온 덕에 숨을 쉬는데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폭격의 여파로 발생한 검은 연기가 시야를 가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고,
그는 오직 나침반에만 의존한 채 아군진영 방향으로 천천히 잔해 속을 헤쳐나가야만 했다.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는지 멀리서 간간이 들려오는 폭발음을 뒤로 한 채
부질없이 내려앉은 콘크리트 구조물과 안개처럼 흩날리는 분진 속에서 헤매던 중,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흐으으읏, 흐읏…“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섰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비명은 더욱 선명해졌고
설마 하는 익숙한 목소리에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닐 거다’라는 암시를 걸며 달렸지만,
귀에 익은 목소리는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도착한 그곳에는 피투성이가 된 밴시가 잔해에 깔린 채 고통에 겨워하고 있었다.
”젠장! 이건 대체…
조금만 기다려! 꺼내줄게!“
그는 황급히 달려가 밴시의 하복부 쪽에 있는 큰 잔해들을 치우고
밴시의 어깨를 힘껏 잡아당겼다.
그런데…
예상보다 그녀가 너무 힘없이 끌려 나오자 연구원은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밴시… 너, 어떻게…“
몸을 일으켜 다시 살펴본 그녀는 잔해에 깔려있던 것이 아니었고…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충격에 빠진 채 그녀를 바라보던 그에게 밴시가 힘겹게 말을 걸어왔다.
”부디… 죄송합니다만, 읏… 하… 한 번 만…
도와주시겠습니까? 크읏!…
제… 제 오른쪽… 주머니에…“
연구원이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자 상당히 낫이 익은 펜이 나왔고
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이건… 안돼!“
하지만, 밴시는 남아있던 왼손을 겨우 들어 올리며 절망적인 부탁을 이어갔다.
”제 모습을 보십시오… 저는… 이제… 가망이 없습… 흐윽!
부디… 이제 그만… 마지막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재발…“
연구원은 결국 천천히 펜을 밴시의 손에 천천히 쥐여 주자,
그녀는 남은 힘을 다해 펜의 뒷부분을 입으로 물어서 뽑았다.
”하아… 하아…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흐윽!!!“
그는 극약이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지워버리고,
그녀의 유전자 정보를 모두 훼손시키며,
그녀의 호흡이 천천히 사라져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숨이 멎은 밴시의 눈을 감겨주고, 말없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는 죽음밖에 남지 않은 잔해 속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폭발음은 잦아들고 검은 장막이 걷혀 들기 시작하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지상, 아래의 모습들이 하나씩 드러났다.
깨어진 비행용 고글, 찢어진 항공 재킷, 부러진 날개 조각, 누군가 아꼈을 머리핀
그리고, 저마다 고통과 슬픔, 공포와 좌절 속에서 추락했던 각기 다른 표정들을 지나치며
연구원은 그저 하염없이 걸어갔다.
바람이 불고, 마침내 하늘에 옅은 푸른빛이 돌기 시작하자
어디선가 조용한 엔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연구원님!“
미처 착륙하기도 전에 연구원을 불러 세운 그 바이오로이드는
그의 열 발자국 앞에 정확히 착지했고,
이윽고, 윙팁을 파랗게 칠해놓은 그녀의 모습이 연구원에게 드러났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어서 복귀를…
헉… 그, 그건…“
초점을 잃은 채 말없이 밴시를 바라보는 연구원과 함께 그녀가 발견한 건
한쪽 팔에만 의지한 채 그의 등 위에서 힘없이 늘어져 있는,
어쩌면 가까운 미래가 될지도 모를…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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